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27)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26화(127/377)
< 126편 >
“그러고 보니까 애들 왜 이렇게 안 가져와?”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보고서의 산을 등산하던 부시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무얼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직도 도착하지 않은 게 어디 한둘인가. 오로지 오늘에 한정해서 부시가 주문한 것만 따져봐도 남미 동향 보고서, 화재 예방 캠페인 개선안, 차이나 골드 저순도 금괴 재활용 방안 회의 보고서, 심지어는 약 1분 20초 전에 주문한 아메리카노까지 있었다.
“CIA 러시아 동향 보고서 말이야.”
이것을 주문한 지 벌써 3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당일은 아니어도 적어도 다음날에는 올라올 줄 알았던 보고서가 전혀 올라오고 있지 않으니, 부시로서는 당혹스러울 따름이었다.
“아, 그것 말씀입니까? CIA에서는 조금 더 걸린다고 합니다.”
“거참.”
부시는 참으로 가슴이 턱턱 막히는 것 같았다. 나랏일인데 대충 대충해서 올려보내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인 만큼 더욱더 답답했다. 아마 CIA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이번에는 전력을 다하는 모양이던데, 그래도 오래 걸릴 거면 중간보고라도 올려보내는 게 정상 아닌가?
“그럼 진행 상황이라도 올려보내라고 해.”
그렇다고 마냥 러시아 문제를 방치해두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적어도 약간의 실마리라도 있어야 머리가 돌아가는 거지. 아이디어를 0에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니 적어도 1은 있어야 100으로 만들던지, 1000으로 만들든지 하지.
그리고 그게 결정되어야 러시아를 기쁜 마음으로 두들겨 패든지 말든지 할 거 아닌가?
“이거 이눔시키 메인쿤은 맞는 거지? 호랑이나 다른 고양잇과가 아니라.”
덩치가 불어나는 속도가 심각했다. 날이 가면 갈수록 무럭무럭 자라나는 꼴을 옆에서 보고 있노라면 거인증이 아닌가 의심이 될 정도였다.
“수의사의 소견이니 메인쿤은 맞겠죠. 동물이야 원래 하루가 다르게 크는 건데 너무 호들갑 떠시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정작 본인만 호들갑이고 다른 사람들은 담담하니 부시는 환장할 노릇이었다. 김갑환이 예전에 군부대에서 기르던 짬타이거도 이렇게 크지는 않았다. 짬타이거들이 얼마나 퉁퉁한지 알고 있다면 대충 상상이 가리라. 그거보다 한참 더 크다는 소리다.
“고양이가 성장하는 기간은 보통 생후 1년 아닌가?”
“그건 소형종 이야기죠. 대형종은 2년 이상도 큽니다. 그리고 메인쿤은 3년은 크는 종입니다. 다른 고양이하고는 체급이 다르죠.”
“그러니까. 벌써 7kg에 32cm나 하는 저 떡대가 저기서 더 큰다는 이야기인가?”
“그런 셈이죠. 개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일단 큰 건 중형견 수준까지 커진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들어 부시의 귀에 들어오는 이야기만 해도 한둘이 아니었다. 예를 들면 백악관 소속 수색견인 도베르만을 그 크고 우람한 앞발로 상습적으로 갈구고 다닌 덕분에 수색견들이 화이트만 보면 잔뜩 겁을 먹는다거나, 보은이랍시고 어디선가 닭을 잡아 왔는데 이걸 부시가 먹지 않자 다음에는 진짜로 어떻게 잡았는지 모를 ‘부엉이나 매’ 따위의 맹금류를 사냥해오는 게 아닌가?
고양이가 매우 노련한 사냥꾼이라는 점에는 부시도 이견이 없으나, 이게 참새나 까치 같은 얌전한 조류를 넘어서 맹금류를 상대로 상처 하나 없이 사냥할 수 있는 수준인가 하면 그 누구라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어쨌거나 부시가 이게 고양이인지 호랑이인지 의심하는 이유가 다 있었다. 하는 짓들을 보면 적어도 영혼이 고양이는 아닌 것 같았다. 혹시 모르지, 당장 이 괴상한 고양이의 주인 되시는 부시의 내용물도 평범한 영혼은 아니지 않은가.
그러나 정작 화이트는 자기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부시의 발치에서 조신하게 앞발을 핥고 있었을 따름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화이트를 집무실에는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고 했으나, 부시 앞에서만큼은 이상하리만치 얌전하게 굴었고 다른 고양이와는 달리 물건들을 어지르지 않았기 때문에 신원확인 절차 없이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올 수 있는 특권을 누리게 되었다.
다만 고양이 인성. 아니, 묘성(猫性)이 어디 가는 건 아닌지라, 물건 대신 다른 동물들을 괴롭히는 것으로 본능을 해소하는 것 같았다.
덕분에 화이트는 좋든 싫든 발 빠르게 세계에서 유명인사가 되었다. 국내에서야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역사상 가장 강한 애완묘 정도로 인식이 박혀 있지만, 외국으로 나가면 국가에 따라서 화이트가 가지는 이미지는 천차만별이었다.
친미 국가들에서는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말도 안 되는 대통령에 말도 안 되는 고양이라는 이미지로. 미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중국에서는 무슨 악의 수장이 기르는 고양이 같은 이미지가 되어 있었다.
“나는 네가 이걸 알는지 모르겠다.”
당연히 알아들었을 리는 없었으나, 화이트는 천연덕스럽게 ‘야옹.’이라는 한마디로 부시의 말을 되받아치곤 털 손질을 마무리 짓곤 느긋하게 아가리를 쩍 벌리더니 노곤한 표정으로 하품을 내뱉었다.
걱정이라곤 터럭만큼도 없는 표정을 보니 항상 복잡했던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옛말에 고양이는 요물이라고 하더니 맞는 말이었다. 이 경우에는 요물을 사냥하는 요물이겠지만 말이다.
화이트가 사냥해온 전리품들은 멸종위기종의 경우 풀어줬지만, 그렇지 않은 동물은 박제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 집무실 벽에 걸리거나 한구석에 전시되었다. 목을 꺾는 식으로 사냥해서 그런지 구멍이 없었기 때문에 박제 상태가 아주 좋았다. 그런데 요즘 그 수가 너무 늘어서 슬슬 몇 개는 누군가에게 나누어주거나 직접 집으로 가져가야 할 판이었다.
“저거 조만간 독수리 같은 것도 잡아 오는 거 아닐는지 모르겠네.”
“그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비서실장은 웃어넘겼지만, 부시는 제법 진심이었다. 하지만 비서실장의 말에 꼬투리를 잡으면 밑도 끝도 없을 것을 직감했기 때문에 구태여 반박하지는 않았다.
“화이트 이야기는 퇴근할 때까지 잠시 접어두자고 내가 관심 갈만한 화제가 있나?”
“물론이죠. 최근 드디어 아프리카의 판도가 바뀌었습니다.”
비서실장은 미리 준비해둔 아프리카 대륙지도를 집무실 보드 위에 펼쳐 고정했다.
“대통령님께서 관심이 가실 만큼 충분히 바뀌었다는 소리죠.”
아프리카. 현생 인류의 발상지이자, 지금도 12억의 인구를 자랑하는 거대한 대륙이다. 그러나 18, 19세기 열강들의 필요에 의해 수십 갈래로 갈기갈기 찢어지고 강제로 뭉쳐졌기 때문에 아프리카는 여전히 혼돈의 도가니 그 자체였다.
상상해보라, 한 국가에 수천이 넘는 문화와 부족이 합쳐진 국가를 말이다.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이란 말인가? 차라리 자의로 뭉쳤다면 모를까, 타의로 뭉쳐져 오늘날까지도 서로 반목하는 원인이 되게 만들었다.
열강의 편의를 위해서 그어진 이 볼품 없는 직선형 국경선은 또 어떻고? 그 줏대 없는 국경선 덕분에 아직도 일어나고 있는 전쟁들은 또 어떻고!
어쨌거나 아프리카 대륙에는 이렇게 54개국이나 되는 나라가 있으며, 웬만하면 서로 친하게 지내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말이죠.”
“그럼?”
“아프리카에서 AU(African Unity)를 창설했습니다.”
“아, OAU(Organisation of African Unity)나 AEC(African Economic Community)를 넘어선 무언가를 보여주겠다는 거군.”
미국인인 부시나, 한국인인 김갑환이나 아프리카라는 대륙은 멀고도 생소한 나라였다. 아프리카에 가지는 이미지는 최빈국들의 집합체 혹은 끔찍한 전쟁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미개한 나라였다. 선진국에서 태어난 이상 이런 편견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를 자각하게 된 개기는 중동이었는데, 행정부가 중동을 미개한 제3세계로 보고 온갖 병신 짓거리를 하려는 걸 대통령 권한으로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면서 유연하게 대처하다가, 자신이 아프리카를 보는 시선이 중동을 대하는 행정부와 하나도 다를 게 없다는 바를 없음을 인지하자마자 CIA를 필두로 아프리카를 주시하도록 명령했다. 계획에 없던 일인지라, 예산을 초과하고 말았지만, 그때가 마침 중국에서 청나라 채권을 징수하던 시점인지라 예산 초과는 유야무야 넘어갔다.
어쨌거나 OAU는 아프리카 통일 기구를 뜻하고 AEC는 아프리카 경제 공동체를 뜻한다. AEC는 1999년에 창립된 조직으로, 일반적인 조직과는 달리 방식이 좀 복잡했다. AEC는 하나의 조직이 아니라 REC(Regional Economic Communities)라고 불리는 지역 경제 공동체를 묶어주는 하나의 거대한 고리였다. 혹은 분쟁의 대륙인 아프리카를 서로 이어주는 일종의 다리라고 불러도 좋다.
REC는 경제 협력 및 각종 분쟁 완화와 아프리카 통합에 목적을 둔 경제 공동체인데, 이게 한둘이 아니라 8개나 되었다. 그것마저도 AU가 인정하는 경제 협력기구만 꼽은 것이었다.
아랍 마그 레브 연합, 동 아프리카 공동 시장, 사헬 사하라 국가 공동체, 정부간개발기구, 남 아프리카 개발 공동체,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 서, 중앙 아프리카 공동체까지. 이렇게 8개였다. 여기서 골이 때리는 사실은 이게 또 딱딱 나누어지는 게 아니었다.
당장 수단 공화국만 해도 동 아프리카 공동 시장, 동 아프리카 공동체, 사헬 사하라 국가 공동체, 정부간개발기구에 속해 있었다. 물론 수단이 가입하고 있는 기구는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아프리카에는 AU가 인정하지 않는 경제 협력기구가 더 있었다.
어쨌든 이러한 기구들은 어떻게든 이 지옥 같은 땅을 다시 한번 통합시키고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대륙으로 만들어보겠다는 심산이었다.
ACE가 아프리카에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는 REC를 묶는 하나의 큰 경제 공동체 조직 역할을 한다면, OAU는 본격적으로 아프리카를 통합하고 최종적으로는 EU 같은 국가연합이 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런 면에서는 동남아시아의 아세안과 일맥상통했다.
다만 미국 같은 아프리카 합중국이 되어야 한다는 구상도 있었다. 이 구상은 범아프리카 의회 회의에서 가나 총리인 콰메 은크루마가 제안했으며, 지금도 진지하게 거론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날 드디어 OAU는 기존의 한계를 탈피하기 위해서 AU로 거듭났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김갑환이 미래의 아프리카에 대해서 아는 것은 이 정도가 전부였다. 관심이 있어야 관련 뉴스도 있어야 보는 것 아니겠는가.
‘다만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몇 개월 더 빠른데.’
추측에 불과하지만, 아마 아세안에 자극을 받은 게 아닐까 싶었다. 무엇보다 바로 옆 동네나 다름없는 중동에서 EU가 날뛰고 있는 걸 보고 있으면 간담이 서늘해질 법도 했다. OUA의 가장 큰 임무 중 하나가 식민주의의 근절이었는데, 이 식민주의가 도대체 어디서 나왔겠는가. 바로 유럽 아닌가.
“살고 싶으면 뭉쳐야지.”
“가입된 국가는 총 53개국입니다. 모로코만 빼면 정말로 다 모인 셈이군요.”
“53개국?”
“예, 그렇습니다. 무언가 잘못되었습니까?”
부시는 모로코가 2017년에 가입했을 무렵 AU는 55개국으로 구성되어 있었다고 기억하고 있던 탓에 약간 당황했다.
‘아, 그렇군. 남수단이 아직 없구나.’
남수단은 2011년에 독립한 신생국이었다. 이 독립을 쟁취하기까지 길고 긴 내전과 학살극이 있었다. 다시 말해서 2002년인 지금 내전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는 말이렷다.
‘2003년에 다르푸르 학살이 벌어지던가?’
“혹여 생각하는 바가 있으십니까?”
“수단말이야.”
“예.”
“남부를 독립시켜 볼까 하네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떤 나라라도 독립이라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를 거론하는 인간이 미국의 대통령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다면 이야기가 좀 달라졌다.
“알겠습니다.”
비서실장은 마커로 지도 위에 있는 수단을 남북으로 반으로 갈라놓았다.
“그리 만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