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28)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27화(128/377)
< 127편 >
“UN에서 남부 및 서부의 독립 투표 권고라고? 이게 무슨 개소리야! 우리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어떤 나라가 자국이 분리되는 것을 반기겠느냐만, 수단의 경우에는 절대로 남북으로 분리되면 안 되는 이유가 있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남수단의 800만이 이르는 인구나 광활한 영토 문제도 있었지만, 수단의 남방은 그야말로 천연자원의 보고였기 때문이다.
우선 천연가스나 석유는 기본이었고, 금이나 은 따위의 귀금속이나 다이아몬드 같은 보석부터 철, 납, 구리, 크롬, 망간, 아연, 코발트, 텅스텐 등 산업에 쓰이는 자원도 매우 다채로웠으며 풍부했다.
이런 보물단지를 누가 빼앗기고 싶겠는가? 사실 독립문제가 나오기 시작한 건 꽤 옛날부터였다. 수단은 이전부터 영국과 이집트의 공동 지배 식민지가 되기 이전부터 전통적으로 아랍계-이슬람이 지배하고 있었다. 물론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지배층이 가톨릭이 되겠지만, 이는 논외로 치자. 어쨌거나 근현대사의 수단은 확실히 아랍계가 지배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더불어 아랍계 정부는 식민시대가 오기 한참 전부터 남부를 착취해왔다. 남부는 전통적으로 천연자원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19세기의 식민지가 결코 평화로울 순 없으니 수단에서도 크고 작은 봉기가 연달아 벌어졌다. 1924년에 수단의 총독이 암살당하자 영국은 한가지 꾀를 낸다. 사실 꾀랄 것도 없이 영국이 가장 잘하는 일 중 하나였다. 수단 남부 정책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정책은 남북 지역 갈등을 고조시키는 정책이었는데, 이러한 지역 갈등 정책은 영국의 식민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정책이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영국이 수단을 반으로 갈라놓았다는 점이다. 요컨대 오늘날 수단에서 일어난 학살과 분쟁이 일어난 책임 소재를 찾으라면 절반 이상이 영국에 있었다.
어쨌거나 북부는 이집트와 공동 통치 형태가 되었고, 남부는 다른 아프리카 식민지처럼 가혹하게 굴려졌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비 아랍계 기독교인과 아랍계 이슬람으로 갈라져 있던 판에 혐오 감정까지 불어넣자 수단은 서서히 분열되기 시작했다.
그 분열은 ‘제1차 수단 내전’이라는 형태가 되어 수단이 독립한 이후에도 수단에서 피가 끊임없이 흐르게 한 원인이 되었다. 북부는 남부를 무력으로 제압했지만, 어디 무력으로 제압해서 좋은 꼴이 난 적을 본 적 있던가? 이는 ‘제2차 수단 내전’으로 이어졌으며, 2002년인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가 미국입니다. 이를 어찌하면 좋습니까?”
그런데 남수단을 독립시키려는 놈들이 하필 미국이었다. 사실 수단은 미국이랑 한 번 적대한 전적이 있었다. 당시가 클린턴 대통령 치하였는데, 미국이 대놓고 수단의 국토를 폭격할 정도였다. 미국이 수단을 폭격한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클린턴보다 약간 올라가야 했다. 1985년 팔레스타인 해방 기구가 이탈리아의 여객선을 납치하고 로마와 빈에서 테러를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은 리비아를 배후로 지목했으며, 1986년 당시에 리비아를 공습하는 작전인 ‘엘도라도 캐니언 작전’을 실시했다.
문제는 수단이 이 외세의 개입을 크게 경계했다는 점이었고, 반미 감정이 들끓었다. 결국에는 1998년 수단은 미국의 순항 미사일로 공격당했다. 수단 남부의 화학 공장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제조하고 있다는 혐의였는데, 문제는 이 화학 공장이 제약회사였기 때문에 항생제와 백신을 제조할 수 없어서 수많은 아이가 백신을 맞지 못하고 병사했다.
한낱 미친개도 매를 맞으면 정신을 차리는데, 수단은 순항 미사일을 맞았다. 겁을 상실해도 겁을 만들어주는 만능의 요술봉을 맞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사실 그 어떤 나라라도 제정신이 박혀 있다면 미국과 적대하는 일은 최대한 회피하려고 노력하겠지만, 일단 직접 맞아본 사람하고 보기만 한 사람하고 같겠는가?
어쨌든 미국도 양심이 찔리긴 했던 모양인지 수단에 반영구적으로 양질의 의약품을 지원하기로 했다. 거기다 원래 맨날 때리기만 한 것도 아닌지라, 수단에서 가뭄이 일어났을 때 약 10만 톤의 식량을 공급하기도 했다.
부시 행정부는 부시의 명령이 있기 이전에도 수단에 관심을 가졌는데, 이유는 당시 수단의 지역 중 다르푸르와 코르도판에 석유가 대량으로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을 점쳤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순항 미사일로 흠씬 두들겨 맞은 수단은 미국하고 척만은 지지 말아야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다신 두들겨 맞기 싫었던 탓이다. 그런데 그 미국이 지금 수단의 목을 조여오고 있었다.
“이를 어찌한단 말인가?”
확실한 건 미국이 진짜로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면, 수단은 반으로 갈라져 독립될 것이라는 점이었다. 남부 독립 투표를 실시하면 조작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당연히 반대표가 나올 리가 없었다.
“차라리 미국으로부터 받아 올 수 있는 걸 받아오는 건 어떻습니까? 남부가 독립할 경우 북부가 잃은 만큼 원조금을 보장한다던가.”
“그런 걸 미국이 들어줄 리가 없어!”
하지만 그렇다고 미국과 대적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 제안을 거부하면 벌어질 일은 아주 간단했다. 우선 있는 명목 없는 명목을 다 만들어내서 무역제지를 당할 것이다. 무역제지가 시작되면 그다음에는 UN 차원에서 온갖 제약을 받을 것이었고, 이후에는 군사적 침략을 당할지도 몰랐다.
물론 이게 가장 나은 시나리오였고, 다른 시나리오는 북한 꼴이 나는 것이었다. 기존 정부를 미국의 꼭두각시로 만들고 온갖 내정 간섭을 당하는 괴뢰국으로 전락하는 시나리오도 있었다. 그중 가장 최악은 미국과 전쟁을 하는 것으로, 수단은 각종 신무기의 시험대가 되고 최후에는 석기시대로 돌아갈지도 몰랐다.
이렇듯 수단의 중앙정부는 자신들이 만들어낸 상상 속에서 완전히 공포에 휩싸였다.
“남부 독립 만세! 저리 꺼져라! 이슬람 케밥 새끼들아!”
이와는 완전히 대조되게 수단 남부는 희망으로 가득 찼다. 특히 독립전쟁을 이끄는 수단 인민 해방군은 평화를 원한다면서 UN의 결단에 온갖 찬사를 내보냈다. 남부의 대다수는 중앙정부가 제정한 샤리아 헌법을 통해 자신들이 비인격적으로 탄압받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수단 인민 해방군은 거의 궁지에 몰려 있었기 때문에 UN의 개입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었다. 처음 1983년 당시에는 소련과 에티오피아의 지원을 받고 있었지만, 소련은 붕괴했고 에티오피아도 더는 지원해줄 여력이 되질 않아 오롯이 자신들만의 힘으로 싸워야 했기 때문이었다. 당연하겠지만, 본디 지원이 없는 레지스탕스가 체계화된 중앙정부를 이기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 와중에 세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UN이 뒷배가 되어준다고 하니, 독립을 제외한 어떤 소식이 이보다 반가울 수가 있으리오? 이미 남부는 거의 축제 분위기였고 독립 투표 실시를 요구하는 시위도 벌어지고 있었다.
“저는 이게 너무 극약처방이 아닌가 싶습니다. 연방 의회에는 남부의 석유를 비롯한 천연자원 확보와 친미 정권 수립으로 설명했습니다만, 저는 차라리 중앙정부와 남부 사이를 중재를 조정했으면 나았을 것이라 봅니다. 이런 강압적인 방식은 차후에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비서실장이 한 말은 기존 미국이 걸어간 행보였다. 확실히 미국의 국익만을 봤다면 비서실장의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단순 중재는 즉효성을 가질 수 없었던 탓에 부시는 UN을 통한 권고라는 다소 급진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친미 정권 2개가 생기겠군.”
“그들이 제대로 힘을 쓸 수 있겠습니까? 제2의 아프가니스탄으로 변모하는 건 아닐지 걱정됩니다.”
제2의 아프가니스탄이란 바로 ‘예산 잡아먹는 괴물’이라는 소리였다. 아프가니스탄 하나라면 감당이 충분히 가능하지만, 서수단과 남수단이 추가되면 제아무리 미국이라도 이젠 슬슬 버거울 수밖에 없었다.
“서, 남수단은 괜찮아. 무엇보다 아프가니스탄하고 다르게 천연자원이 풍부하니까.”
“그건 그렇고 북하고 남. 이렇게 둘로 나누는 거 아니었습니까?”
비서실장은 아프리카 대륙 지도로 눈을 흘겼다. 그곳에는 자신이 마커로 그은 선이 선명하게 그어져 있었다.
“글쎄. 왜라고 생각하나?”
물론 부시는 2003년에 일어나는 다르푸르 학살을 막기 위해서 구태여 서부까지 때어놓으려고 했다. 다르푸르 학살은 일종의 문화 말살과 인종 말살의 성격을 띠고 있었으며 중앙정부에서는 이를 아랍화라고 생각했다.
어쨌거나 당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이를 대량학살로 표현했으며, 2019년에는 가히 나치의 홀로코스트와 비교되는 인종 청소로 기록되어 있다. 말도 못 하고 옹알이나 간신히 하는 아기를 무참히 살해하거나 여성들에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성고문을 가했고, 건물은 불태우고 우물에는 독을 풀었다.
이 다르푸르 학살에서 온갖 인권유린이 실행되었는데 부시가 이를 알고 있음에도 그리고 이를 충분히 막을 힘이 있음에도 단순히 예산이 들어간다는 이유만으로. 차후에 외교 관계가 좀 복잡해진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막지 않는다면 그건 사람 새끼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걸 비서실장에게 말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대통령님께서 워낙 시원시원한 걸 좋아하시기 때문이겠죠.”
그 말을 들은 부시는 실소했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뭐 그런 셈으로 치지.”
“일단 이렇게 일이 돌아갔으니, 줄을 하나 더 그어야겠군요.”
비서실장은 그렇게 말하고선 다르푸르 지역에 또 줄을 그었다. 이렇게 그어놓으니 천하 삼분지계가 따로 없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화이트는 부시의 마음이 언짢다는 것을 용케 깨달았는지 발치로 다가와 그 큰 덩치로 애교를 부렸다. 물론 덩치가 크다고 한들 고양이인지라 귀엽게만 느껴졌지만 말이다.
사람 마음을 이렇게 잘 파악하는 것을 보면 분명 영물이렷다.
“그런데 왜 자꾸 뭘 잡아 오는 거야.”
화이트가 제아무리 뛰어나다고 한들 덩치 큰 무언가를 잡는 건 매우 수고로울 것임에도 구태여 밤마다 무언가를 잡아 왔다. 왜 그런데 모조리 특이한 것들뿐이었다. 부시가 자신이 잡아 온 먹이를 먹지 않고 박제한다는 걸 학습된 모양인지, 이번에는 아예 인간이 먹는 거로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했던 모양인지 어디선가 피자 한 조각을 입에 물고 왔다. 물론 그 피자는 먼지투성이에 곰팡이가 가득 피어있었지만 말이다.
“비서실장.”
“예. 대통령님.”
“CIA에 더는 못 기다리겠으니 오늘 당장 중간보고라도 하라고 시키게.”
오늘로 CIA의 러시아 보고서를 기다린 지 5일째였다. 그 사이에 대통령 집무실에 조류 박제가 2개나 늘어났다는 말이었다.
“중간보고라도 하라고 했더니, 그 중간보고마저도 기다리라는 건 정말로 말도 안 된다는 말도 전하고.”
“알겠습니다.”
물론 부시의 명령은 점점 바뀌더니 이내 명령이 모스크바에 당도했을 무렵에는 화이트만도 못한 CIA라는 말로 왜곡되어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