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3)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2화(13/377)
< 12편 >
“으아아!!! 아아, 아아! 아아!!!”
있었다.
자신이 집권하던 시절에는 많은 복지 시설이 있었다.
가지지 못한 백성을 위한 저렴한 진료소가 있었다.
배우지 못한 국민을 위한 박식한 학교가 있었다.
강하지 못한 민중을 위한 강력한 군이 있었다.
“나는 알라께 죽어서도 천벌을 받을 것이다! 내 아름답던 조국을 이리 만들었으니, 어찌 이 죄를 사한단 말인가!!!”
국민을 위한 공원은 공터가 되었고, 왕을 위한 왕궁은 폐허가 되었다.
“모하마드 자히르 샤이시여.”
압둘 하크가 바닥에 엎어져 통곡하는 자히르 샤를 부축했다. 그 모습은 진실로 통탄하고 절망하는 자의 모습이었다.
“나는 샤가 아닐세. 폐위된 자가 어찌 샤란 말인가?”
샤란 페르시아어에서 전래한 단어로 아랍어로 왕이라는 뜻이었다. 확실히 그를 샤라고 부르는 것은 어폐가 있었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되십시오. 모하마드 자히르시여. 다시 한번 저희를 이끌어주십시오.”
“나는.”
자격이 있는가? 과연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한번 통치할 자격이 존재하고 있는가? 말뿐만이 아니라 자히르에게 정말로 자격이 있을까?
“나는….”
그는 다시 돌아올 수도 있었다. 돌아와서 찬탈당한 왕위를 되찾을 수도 있었다. 사실 돌이켜보면 쿠데타의 기회는 종종 있었다. 아니, 본래 가져야 할 것을 돌려받는 과정이니 쿠데타라는 단어는 부적절하겠지. 그런데도 고작 이 한목숨이 아까워 그리하지 않았다.
아니! 그조차도 거짓말이다. 그는 자신을 버린 국민이 원망스러웠다! 그들이 자신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히르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너무나도 두려웠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알고 있었다. 그들은 압제자들이 가져온 공포통치에 절망했음을 억압을 위한 유혈 진압에 빼앗길 삶을 두려워했음을. 국가에 바치는 충절 이상으로 자신의 생명을 중요시했음을.
그렇기에 그들을 탓할 수 없었고 결국 돌고 돌아 자기비하로 이어졌다. 자신이 좀 더 잘했다면, 국민이 나를 좀 더 따라줬다면, 샤가 좀 더 용기를 가지고 행동했다면!
그러나 언제까지 자신이 만들어낸 악의에 잠겨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결정의 시간이 다가왔고 수십 년의 망명 생활이 자아낸 어둠 속에서는 악의가 낳은 괴물이 도사리고 있었다.
자히르 샤는 그 괴물을 죽일 수 있을 것인가? 괴물의 경동맥 속으로 날카롭게 벼려진 비수를 찔러넣을 수 있느냐는 말이다.
매사에 결단력을 가지고 딱 끊어지게. 그 누구의 말조차 듣지 아니하고 패도를 나아갈 수 있을 것인가?
아니. 그건 아니었다.
죽이는 것은 독재다. 왕이었을 때조차 그렇게 두려워했던 독재다. 하지만 자신만은 안락할 수 있으리라.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자신이 살아 있을 무렵에는 이 나라 안에 자신의 위광에 범접할 수 있는 것은 단 한 명도 없으리라.
그렇기에 달리 말해야 했다.
죽이지 않는다.
자히르 샤는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는가? 자신을 버린 국민. 자신이 버린 국민. 그 모두를 사랑할 자격이 되어있는가?
괴물을 포옹할 자격이 되어 있느냔 말이다.
“대통령이 되겠소.”
“올바른 선택이십니다. 수많은 거짓된 지도자가 그의 자리를 찬탈했으나 드디어 알라께서 정한 진정한 지도자가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한번 지도하리라! 신하와 백성은 대대손손 그를 찬미하리라!!!”
도대체 몇 년 만인가. 하크는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의 하늘을 보며 울부짖으며 오열했다. 드디어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샤를 그만둔 자히르는.
“아.”
괴물이 사라졌다.
* * *
아프가니스탄 각지에는 투표소가 설치되었다. 투표지에는 단 한 명의 후보밖에는 없었고 그마저도 자스민 쌀을 한 포대씩 받은 다음에 찍었지만, 투표는 서방식 관료주의적 사상에 입각하여 관례와 절차를 따라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투표 방식이 손가락에 푸른 스탬프 잉크를 묻혀 지장(指章)을 사용하는 것인지라, 들어갔다가 나오는 사람들의 왼쪽 검지는 파란색으로 변해있었다. 다만 때때로 오른쪽일 때도 있었다. 그들이 청개구리 정신이 발휘한 것은 아니었다.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했는데, 팔이나 손이 없거나 손가락 하나가 아예 없었다.
그중에는 전쟁의 상흔을 가진 자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탈레반의 짓이었다. 그들은 몹시 관대했다. 물론 그들의 만든 기준안에서 말이다. 여하간 그들이 만들어낸 잔학한 율법에 맞게끔 손가락이나 손을 잘라버리는 일이 빈번했다.
라시드 또한 이렇게 손가락을 잘린 사람 중 하나였다. 다만 라시드는 집행인의 밑도 끝도 보이지 않는 탐욕스러운 뒷주머니에 뇌물을 넉넉히 찔러주고 소지(小指)만 잘릴 수 있었다.
“어때?”
라시드는 압둘라에게 시원한 탄산음료를 목에 대며 말을 걸었다.
“최고야. 무엇보다 게임이 돌아왔잖아?”
그렇기에 압둘라가 놀라지 않고 태연하게 받았을 땐 속으로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친구의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않는다니. 실로 빌어먹을 놈이었다. 그렇기에 다음에는 카불강에서 강물이라도 떠다가 한 바가지 끼얹어볼 요량이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정권이 바뀌었다는 사실보다 게임이 돌아왔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을걸.”
“나만 그런 줄 알아? 저기 사는 이웃집 영감탱이는 혼자 아침부터 체스 두고 있더라고. 나 원. 대체 그걸 어디에 숨겼던 건지.”
그냥 일반적인 체스판을 생각했다면, 그건 정말로 잘못된 생각이었다. 그가 숨겨온 체스판은 놀랍게도 거의 식탁만 한 크기였는데, 놀랍게도 상아와 황금으로 만들어진 체스판이었다. 그 위에 검댕을 문질러 덧대기야 했지만, 벌써 쓰레기장에서 폐자재를 모아온 지가 10년이었다. 그런 조잡한 위장도 못 알아볼 짬이 아니었다.
“그런 너는?”
지금 압둘라가 열심히 집중하고 있는 게임기를 말하는 것이었다. 게임기 안에서는 도트로 찍은 캐릭터가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아, 좋은 질문이야 라시드. 일일이 분해해서 많은 상자 안에 고이 모셔두었지. 찾아라! 드래곤볼!”
실제로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의 이름이었다. 그는 세계 여느 십 대 소년과 같이 만화, 게임, 카드놀이를 즐겨 했다. 특히 압둘라와 라시드는 이슬람과는 거리가 멀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아마도 그의 태생이 고아인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I LOVE U.S.A!”
압둘라가 과장된 몸짓으로 미국에 대한 사랑을 표출하자 라시드의 표정이 괴상하게 일그러졌다.
“뭐 하는 거야?”
“아, 어젯밤에 본 영화가 떠올라서 말이야. 미국을 아메리칸 드림을 찬양하는 B급 영화였지.”
“CD도 숨겼었냐?”
“아니, 이건 그거야. 투표소에서 나눠주던 그 책이랑 CD.”
“아, 그거.”
투표소 옆에서는 몇몇 미국인이 민주주의의 역사와 장점에 대해서 적어놓은 프로파간다용 책과 팸플릿. 그리고 미국의 선전 영화가 담긴 CD를 배포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해하지 못할 거야.”
몇몇 깨어있는 무슬림이라면 민주주의의 장단점까지 확실히 파악해서 이 책이 완벽한 엉터리라는 사실을 눈치챌 터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단순히 미국처럼 강대해질 수 있는 교과서라고 생각하기 쉬웠다.
“그리고 받아들일 수도 없을 거고.”
서방식 민주주의와 이슬람 민주주의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서방 세계는 정교분리 사회였지만, 이슬람은 신정 일치 사회였다. 정확히는 종교 국가였지만, 이 국가에서 살아가는 인물은 윗대가리부터 빈민까지 이슬람이었으니 그다지 틀린 말도 아녔다. 실제로 헌법이라 부를 수 있는 법도 이슬람의 율법에 맞춘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우리한테는 우리 법이 있는 법이지.”
“혹시 모르지. 이러한 변화가 우리처럼 사람들을 좀 더 세속적으로 변화시킬지.”
“그런데 대체 언제까지 할 생각이야?”
“그것도 좋은 질문이야. 적어도 했던데 까지는 다시 해야겠어.”
“뭐?”
“카트리지가 방전돼서 내 레포트가 날라갔거든.”
* * *
아프가니스탄 왕궁 옆에 새로 지은 대통령 궁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백악관과의 직통 전화회선이었다. 직통이라고는 해도 전용 모듈을 사용하는 군용 위성을 통한 무전에 가까운 무언가였지만, 당장 이것보다 보안이 확실할 순 없었다.
사실 자히르는 왕궁을 재건하고 대통령 사저 겸 집무실로 쓰고 싶어 했지만, 그럴 돈이 있다면 차라리 민생과 행정에 쓰이는 것이 올바르다며 속으로 참았다.
그날이 오면 반드시 저 왕궁을 재건하리라. 다짐하며 말이다.
“서류가 너무 난잡하군.”
대외원조 개념으로 1000만 달러와 함께 미국에서 건너온 행정 관료들이 도와주고 있었지만, 너무나도 역부족이었다. 그들은 효율적인 서방형 관료주의를 요구했고, 기존 아프가니스탄의 관료들은 전통적인 이슬람식 관료주의를 요구했다.
미국인은 거만했지만, 그들의 눈에 보이는 불합리한 조건은 속된 말로 야마가 도는 일이었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는 무신론자이지만, 집안은 기독교인지라 항상 식사 전에 기도문을 외우고 식사를 시작한다. 무신론자의 눈에는 몹시 비효율적인 일이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기독교의 시선으로 보자. 식사 기도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식사 기도의 기도문에는 문장 하나하나에 의미가 부여되어 있었고, 이를 귀찮은 일로 여겨 그만두게 되면 점점 나태해져 결국 신앙심이 손상되고 하느님과 멀어질 수 있었다.
이슬람도 똑같았다. 제아무리 미국인이 “스팸이 값싸고 가격대비 영양 벨런스도 영 나쁘지 않은데다가 보관도 용이합니다. 더불어 전통적으로 미국에는 친미 국가에 구호물자로 스팸을 보내는 풍습까지 있습니다. 따라서 스팸을 구호물자로 뿌립시다!”라고 열렬히 설파해봤자 돼지고기를 금하는 이슬람인은 “님 도르신?”을 시전할 수밖에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죄다 돌려보내고 싶었지만, 당장 엑셀로 깔끔하게 작성된 보고서를 보면 그 마음이 금세 사그라들었다. 거기다가 앞으로 자신이 만들 국가에 세속주의를 도입하고 싶기도 했고 갑의 입장인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을의 입장상 결국 날뛰는 미국 파견 관료들을 방치할 수밖에 없었다.
“모하마드 자히르 대통령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셨습니까? 조지 W. 부시 대통령 각하.”
“음, 너무 딱딱하게 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니, 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 우리나라는 지금 온전히 당신의 온정에 의지하는 중이오.”
미국 대통령이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어도 결국은 갑과 을이라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미국의 신뢰를 저버려서는 안 됐다. 특히나 충격과 공포 작전이 성공적으로 수행된 지금이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외교적으로는 우리 미국에 크나큰 도움이 되겠지만, 내 신념 중에는 상호존중이라는 것이 있소. 당신들은 독립국입니다. 보호국이나 식민지처럼 행동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그럼 대통령이라고만 지칭하겠소. 나에게도 내가 정한 신념이 있으니. 은혜를 입고 갚지 않는 것은 내 원칙에 크게 위배됩니다.”
“그럼 말씀드리죠. 제가 했던 말씀을 기억합니까?”
“당신은 중동에도 민주주의가 꽃피기를 원했죠. 아프가니스탄은 그 전진 기지가 될 예정이고.”
“맞습니다. 그 파견된 친구들에게도 곧 공문이 날아갈 겁니다. 그중 몇몇은 쿠란을 배우게 될 겁니다. 뭐, 이미 배우고 있는 친구도 있지만.”
“예?”
“미국인은 모두 기독교도가 아니니까요. 그리고 현지 행정을 위해서 배우는 것이지 이슬람으로 개종하겠다는 사람은 몇 없을 겁니다. 미국식 자유 생활에 너무 익숙한 사람들이라 아침에 베이컨이 빠지면 큰일 나거든요.”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입니다.”
“당연하겠지만, 아프가니스탄은 앞으로 서방제. 그중에서도 미국제 무기를 쓰게 될 겁니다. 개인화기는 최신이겠지만, 전차나 공군은 우리가 퇴역시키는 것들을 헐값에 구매할 수 있을 겁니다.”
이는 이미 예상한 바였다. 동시에 명백히 호재이기도 했다. 아마 미국산 무기가 들어오지 않았으면 구소련권 무기로 무장했어야 했을 테니까. 값싸고 튼튼하기는 했지만, 기타 성능은 서방권 무기가 더 우수했다.
“이제 내 용무를 말하려고 합니다.”
“말씀하십시오. 열과 성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
“자히르 대통령님의 결단을 보니 저도 결심이 서는군요. 혹시 TV 보십니까?”
“TV?”
솔직히 말하면, 그냥 못 봤다. 하루 2시간 쪽잠을 자면서 충혈된 눈으로 서류를 뒤적이는 게 일상인데, 대체 TV를 볼 시간이 어디 있단 말인가?
“아, 그러니까. 오사마 빈 라덴이 처형되었습니다.”
“그 소식은 미국 친구들한테 들었습니다.”
“대충 그럼 그곳이 앞으로 어떤 상황이 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지하드. 국지적인 지하드가 일어날거요. 미국에서는 테러라고 하지.”
“마음 같아서는 치안 유지군이라도 파병하고 싶습니디만, 그건 도리어 악수입니다. 차라리 훈련 기간이 좀 있더라도 아프가니스탄에서 직접 치안을 유지하는 게 좋을 겁니다.”
미군이 파병된 결과는 보다시피 테러, 테러, 테러의 연속이었다. 100만 달라짜리 장비가 1달라짜리 폭탄에 고철로 변해버리는 돈 먹는 하마 말이다.
“이제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땅에서 죽었으니 알 카에다 조직원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겁니다.”
“아마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 같군요.”
아직 이곳에는 비공식적으로 탈레반이나 알 카에다 조직원 포로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좋군요. 그럼 도와주시겠습니까?”
배다. 어떠한 파도가 오더라도 견딜 수 있는 견고한 배다. 자히르의 눈에는 배 위에 올라탄 자신이, 국민이, 나라가 보였다. 그 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MADE IN USA.
“얼마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