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33)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32화(133/377)
< 132편 >
미국의 군수 사업은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이었다. 외부로부터의 발주량이 많은 건 누구나 다 알 거고, 내부로부터는 신병기 연구라던가, C-17의 발주량이 갑자기 급증했다. C-17이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설계된 수송기인 C-130을 대체하기 위해서 20세기 말엽에 개발되어 1995년 배치된 신형 수송기였다.
C-130의 우수한 신뢰성과 적당한 적재량.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은 후속기인 C-17이 나온 현재까지도 C-130의 신규 모델을 생산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이 시점에서 구태여 잘 굴러가는 C-130을 퇴역시키고 C-17을 추가 생산할 이유가 있느냐? 라고 물으면, 부시는 ‘충분한 돈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낡은 설계를 구태여 주력으로 계속 고집할 이유가 있을까?’라고 대답할 터였다.
이 제안서 하나 덕분에 의회에서 생각하고 있던 예산 분배가 엉망진창이 되었고 군축을 원하는 의원들에겐 끔찍한 제안서로 분류되었지만, 아직 까지는 테러의 공포가 완전히 가시질 않아 국방을 탄탄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의회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쉬이 통과되었다.
정확히는 부시는 기존 C-130이 차지하고 있는 자리를 충분한 시간을 두고 C-17로 천천히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두었는데, 의회에서는 ‘C-130은 전술 수송기이며, C-17은 전략 수송기이기 때문에 C-17이 C-130을 대체할 수는 없다.’라는 입장을 고수했고, 결국 C-17 추가 생산으로 타협을 볼 수 있었다.
즉, C-17의 추가 생산은 앞으로 배치될 신병기들을 위한 포석이었다. 사실 의회에서도 그런 이유라면 C-17이 아니라 C-5를 더 생산해도 되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오긴 했는데, 실질적으로 이 수송기들을 굴려야 하는 공군 측에서 최선을 다해 결사반대해서 간신히 막아냈다.
왜냐면 C-5는 다루기가 어려운 수송기였기 때문이다. 다룬다는 것이 운행, 정비 따위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한번 뜨기만 하면 활주로가 개판이 되었다. 이게 어느 정도냐면, 아예 FRED라는 별명까지 붙여줄 정도였다. 이 FRED라는 게 무슨 뜻이냐면, ‘Fucking Ridiculous, Economic/Environmental Disaster’ 즉, ‘빌어 처먹을, 경제적/자연재난’이라는 뜻이었다.
이렇게 거창한 별명이 붙었으니, 개판이라는 게 단순히 조지는 정도에서 끝나지 않았으리라는 것도 알았으리라. 일단 덩치만큼 정직히 먹어서 연료 소모가 다른 비행기에 비해 엄청났다. 그리고 이 더럽게 많이 먹은 연료로 돌리는 게 뭐겠는가? 바로 엔진이다. 51,000파운드의 추력을 내는 GE CF6-80C2 4기의 엔진은 주변 환경을 개작살 낸다.
활주로의 잔디를 파괴하고 흙먼지를 사방으로 흩날리는 수준이면 다행이고, 어프로치 라이트를 비롯한 활주로에 장착되는 온갖 시설물들이 파괴된다. 당연하겠지만, 이런 이물질이 날리는 환경에서는 비행기가 이륙할 수 없다. 엔진에 이물질이 들어가는 순간 엔진이 폭발하며 삽시간에 오늘도 지긋지긋한 일과가 할리우드 영화로 장르가 바뀌기 때문이다.
이것뿐만 아니라 기체가 워낙에 무겁다 보니 랜딩기어의 타이어가 빨리 소모되는 문제도 있었다.
어쨌거나 122.4t이라는 훌륭한 적재량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쓰고 있긴 하지만, 구태여 돈을 주고 늘리고 싶지 않은 수송기였다.
다시 말해 경제적이란 괴물 같은 속도의 타이어 소모 속도와 돼지 같은 연료량을 뜻함이고, 자연재해란 한 번 착륙하기만 하면 활주로 파괴하는 새끼였기 때문에 붙은 불명예스러운 칭호였다.
“이야, 이거 판도라인 줄 알았는데, 완전 도라이네 도라이.”
발주량이 올라간 건 좋다 이거야. 그런데 그거야 CEO를 비롯한 윗대가리가 좋아해야 하는 거고, 정작 C-17 조립 라인을 돌리는 사람들은 미쳐 돌아가실 지경이었다. 어찌 되었든 꼭 기한까지 맞추라고 하니 결국에 고생하는 건 몸 쓰는 사람들이었다.
그렇다고 어디 비행기 조립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냐고 하면 그것도 아닌지라, 억대 연봉 받아 가는 석학박사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머리 맞대고 볼트 하나하나 조여가면서 조립하는 게 비행기였다.
IKEA에서 사 온 책장도 나사 하나 잘못 조이면 박살이 나는 게 현실인데 만약 그게 수송기라면 어떻겠는가? 해당 라인에서 조립한 수송기가 출발하자마자 볼트를 제대로 조이지 않아서 혹은 잘못 조여서 날개가 으스러진 채 바닥으로 추락해본다고 상상해보라.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이란 말인가?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C-17을 조립하는 사람들이 초고급 인력이었다는 점이다.
“이봐! 미스터 킴! 지랄 그만하고 조립이나 더 해!”
‘아오, 저 양키 새끼.’
“예, 예 갑니다!”
C-17 라인의 모든 인원은 국방에 미친 대통령 하나 때문에 수고가 많았다. 돈을 더 주면 뭐 하나. 돈을 쓸 시간이 있어야지. 처음에는 반발이 많았다. 막말로 야근하다가 실수해서 볼트 하나 덜 조이면 누가 책임지느냐며 위를 닦달했지만, 돌아온 것은 어떻게든 해내라는 명령이었다.
이게 참으로 심각한 게, 인력을 다른 곳에서 빼내 올 수도 없었다. 지금이 하필 모든 기종이 하나 같이 발주량이 늘어난지라 모두가 바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바쁜 건 F-15 라인과 F-16 라인. 그리고 지금 막 바빠지기 시작한 C-17 라인이었다.
전자 두 라인은 바빠질 것이라는 예상이라도 있어서 인력확충이라도 미리 해두었지 C-17은 갑자기 들어온지라 끔찍할 정도로 바빠졌다.
‘부시 개새끼, 십새끼. 재선하면 절대로 안 뽑는다.’
정말로 슬픈 일은, 조지 W. 부시라는 양반이 미스터 킴 하나가 안 뽑는다고 안 뽑힐 위인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좆?榮?!”
“말도 안 돼! 어떻게 우리한테 이럴 수가 있어?”
미스터 킴은 거의 세상과 동떨어져 멍하게 볼트를 조였다. 조이고 또 조이다가 자기만 쏙 빼놓고 주변이 소란스럽다는 걸 깨달았다. 다들 말도 안 하고 쉬고 있다는 사실이 야속했으나, 자기가 못 들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입을 다물었다.
그것도 아니면 지금 들어온 소식이 일을 손에서 놓게 하고 집 나갔던 정신이 돌아오게 할 정도로 엄청나게 충격적일지도 몰랐다.
“거, 무슨 일이요?”
어쨌거나 사흘 밤낮으로 공장에 갇혀서 볼트만 조이다 보니까 사소한 일만으로도 기분이 불편해져서 그런지, 미스터 킴은 말투가 다소 껄렁껄렁해질 수밖에 없었다.
“미스터 킴! 우리 큰일 났어! 이거 봐봐!”
뭐 이렇게 호들갑인가 싶어서 봤는데, 내용 자체는 엄청나게 간단했다. 이리 꼬고 저리 꼬아놓은 회사 공문이었는데, 쉽게 말하면.
「20대 추가 발주」
“맙소사 개새끼.”
늘어난 발주 덕분에 그렇지 않아도 불이 꺼지지 않던 공장이 치열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파업?”
부시는 비서실장으로부터 정말로 생각지도 못하고 있던 말을 들어야 했다. C-17 생산 공장이 대대적 총파업이 들어갔다는 소리였다.
“예, 정해진 발주량을 절대로 기한에 못 맞추겠다고 대대적인 파업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도대체 공장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 거야?”
다른 공장이면 몰라도 군수 공장이 총파업에 들어갔다는 소리는 생전 한 번도 듣도 보도 못해봤다. 정확히는 딱 한 번 들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게 한국의 일제 강점기였다. 영등포, 노량진, 인천의 군수 공장에서 노동자가 일제히 파업했다는 이야기를 옛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파업이 현대 미국에서 벌어지다니?
“2교대 밤낮없이 풀로 가동했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은 부시는 이마를 탁! 칠 수밖에 없었다. 그야 그렇게 굴러가니 파업이 안 나고 배기나.
“노동자들에게 충분한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았나?”
“보너스고 나발이고 이대로는 못 살겠다고 아우성칩니다. 사람만 안 죽었지, 근무 환경이 정말로 끔찍했던 모양입니다.”
“하긴. 2교대가 정말로 못 할 짓이긴 하지.”
정작 이걸 말하고 있는 부시는 2교대고 나발이고 제대로 된 여가도 없이 온종일 서류 앞에서 씨름하고 있지만 말이다. 부시가 유일하게 여유를 가질 수 있을 때는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할 때와 잠을 취할 때뿐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마치 ‘꼰대’처럼 배가 불렀다고 할 수도 있었지만, 그냥 이건 부시가 특이한 거지 그들이 잘못된 건 아니었다. 과다한 노동량은 충분히 파업 사유가 될 수 있었다. 그게 나라의 안전을 책임지는 국방의 핵심. 방산업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요점은 생산, 배치 시기 목표를 좀 늦춰달라는 건가?”
“아니요. 도리어 록히드 마틴 운영진 측에서 파업은 어떻게 해보겠으니 발주 대수를 줄이지만 말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록히드 마틴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군수산업의 황금기를 자신의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달리고 싶을 터다. 일단 한번 도입하고 나면 적어도 2, 30년은 바뀌지 않을 터이니 말이다. 거기다 미국에 예산이 언제까지고 풍부할지 누가 아는가? 막말로 발주를 받아놓고 다음 해에 국가가 돈이 없어서 못 사겠다고 하면 그걸로 끝이었다.
아무리 예술적으로 수송기를 만들어놔도, 하늘을 날지 못하면 그냥 창고에 처박힌 고철이나 다름없었다. C-17을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부유한 국가도 발주를 의뢰한 국가인 미국밖에 없으니 어디 다른 곳에 파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니 생산 시기를 늦춘다는 건 록히드 마틴이 그만큼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했다.
“개소리 말고 그냥 좀 늦추라고 해.”
물론 그건 록히드 마틴 운영진의 사정이고, 부시는 운영자보다는 노동자와 좀 더 친한 대통령이었다. 섞여버린 내용물이 내용물인 만큼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지만, 원래부터 조지 W. 부시라는 인간은 그런 인간이었다. 거기에 김갑환이라는 인간이 들어간 덕분에 이 부분이 더 도드라질 뿐이었다.
화이트는 주인의 기분이 불편하다는 걸 알았는지, 그 자리에서 뒹굴며 애교를 부렸다. 그런데 그 크기가 상당해서 무슨 호랑이나 사자가 뒹구는 것 같았다. 생긴 건 장엄한데, 하는 짓은 완전히 개 같았다.
솔직히 그 어떤 고양이가 밤마다 사냥을 나서는 데다, 주인의 기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에 바로바로 맞춰주겠는가? 대통령 경호팀의 눈을 속이고 캐딜락 원에 탑승했을 때부터 평범한 고양이가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누가 알겠는가?
“그래. 그래도 네가 있어서 마음이 한결 낫구나.”
그러나 화이트를 통해 풀어진 마음을 비서실장을 보고 다시 꽉 조여 매야 했다. 비서실장이 지금 막 올라온 보고서를 보고 있는데, 표정이 심상치가 않았기 때문이다.
“대통령님. 문제가 생겼습니다.”
“또 뭐지?”
부시가 대통령 짓을 하면서 제일 엿 같았던 부분이 이거다. ‘뭐지?’라고 반문하면서도 예상가는 게 너무나도 많았다는 점이었다. 당장 상상이 가는 것만 나열해도 그 수가 상당했다. ‘중국의 모라토리엄 혹은 디폴트’, ‘중동이 내포하고 있는 오만가지 문제’, ‘EU의 중동 개입 문제’, ‘CIA의 발작’ 같은 일 말이다.
“아뇨. 국가 단위에서 심각한 일은 아니고. 구태여 말하자면, 대통령님 개인 차원의 문제입니다만.”
“뭐? 왜?”
아니, 다른 것도 아니고 부시 개인 차원의 문제라니? 그런 게 왜 서류로 올라온다는 말인가? 만약 있더라도 도대체 뭐가 있다는 말인가?
“박제를 보관할 창고가 다 찼다고 합니다.”
“아.”
이 문제의 주범인 화이트는 발치에서 얌전히 하품하고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