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35)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34화(135/377)
< 134편 >
산처럼 쌓여 있던 CIA 자료가 드디어 바닥을 드러냈다. 부시의 손에 들려 있던 마지막 한 장이 집무실 책상에서 사라졌다. 다른 일도 복합적으로 처리해야 해서 거의 일주일이나 걸리긴 했지만, 러시아가 숨죽이고 있던 이유를 드디어 알게 되었다.
“설마 진짜로 졸아서 움츠린 건 줄은 몰랐지.”
복잡하게 말할 것도 없었다. 그냥 멈출 줄 모르고 떠오르는 미국의 기세에 위협받아 겁을 먹었다는 거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숨기는 게 없었다는 이야기였고, 그냥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가 별 탈 없도록 잘 굴러가게 만드는데 주력하는 중이었다.
‘하긴 푸틴이라고 해도 방법이 없었겠지.’
러시아가 전반적으로 좀 안정된 상태가 되기라도 하면 또 모를까. 러시아가 괜히 피부 허연 아프리카라고 불리는 게 아니었다. 아프리카와 마찬가지로 일부 잘사는 사람은 더럽게 잘 사는데, 못사는 사람은 당장 내일 입을 옷과 먹을 음식이 없어서 매일 혹독한 추위에 덜덜 떨어야 할 정도로 극단적으로 차이가 났다.
“솔직히 저는 이 자료 자체가 의심되긴 하지만, CIA를 최대한 신뢰해야겠죠.”
다른 일로 잠시 CIA 쪽에 들렀을 때, 그들이 마치 좀비와도 같이 반복적으로 일만 하고 있던 모습을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물론 노력과 성과는 엄연히 다른 거지만, 노력하는 사람이 아름답다고 했던가. 공무원들이 국가를 위해서 좀비 같은 모습으로 일만 하던 눈물겹게 아름다운 모습은 ‘감성적’으로는 러시아 종합 보고서에 신빙성을 더해주기엔 충분했다.
이를 두고 부시는 ‘무릇 공무원이라면 이래야지! 옳게 된 공무원이란 이런 거야!’라고 말했지만, 비서실장은 부시의 사상에 약간 질색할 수밖에 없었다. 공무원도 사람인데 이렇게 마구잡이로 굴리면 정신력이 마모되기 마련이다. 이렇게 정신력이 흐려져 판단이 흐려졌을 때가 가장 위험했다. 사소한 실수가 중대한 실수로 변모할 우려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이 자료의 신빙성이 의심되는 거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모든 것을 기일 안에 맞추기 위해서 죽어라 쥐어짰으니 겉으로는 이 보고서가 완벽해 보여도 잘못된 부분이 없을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절반만 믿어야 한다고 자각하면서 보고서와 자료를 읽어내려야 했다.
“그래도 다른 건 몰라도 움츠리고 있는 건 맞을 거야.”
정확히는 또 다른 도약을 위해서 내부적으로 정비하고 있다는 게 맞겠지만, 미국 덕분에 움츠리고 있다고 해도 딱히 틀린 말이 아니었다. 미국만 아니었다면, 당장이라도 주변국을 위협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고 있을 터였다. 실제로도 부시가 기억하고 있는 역사에서도 그랬으니 말이다. 물론 그때도 러시아라는 나라가 경제적으로 영 좋지 않기는 매한가지였지만. 남오세티야 전쟁도 그렇고, 발트 3국에 영속적으로 끼치는 영향력과 크림반도에 행사하는 영향력까지 전부 러시아가 그나마 외부로 영향력을 투사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내부에서 정비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겠는가?
부시는 이러한 러시아의 외부 투사 능력을 거세하길 원했다.
“어쨌거나 답은 하나군. 움츠렸으니, 영원히 움츠리게 만드는 거야.”
이제야 일어나는 상대를 무참하게 짓밟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좀 찝찝하긴 했지만, 정정당당 같은 단어는 스포츠에서나 찾으면 그만이다. 국가의 존속과 번영에 이런 요소가 끼어들 자리는 없었다.
“그렇습니다. 대통령님의 말씀대로 ‘전 세계 시장에 천연자원을 대량으로 푼다면’ 러시아는 당분간은 설치지 못하겠죠.”
물론 말이야 ‘영원히’라고 하긴 했지만, 실제로 러시아에 끼치는 영향력은 한 10, 20년 정도였다. 물론 20년만으로도 러시아를 겨울잠 상태에 빠뜨리기에는 충분했지만 말이다. 이는 러시아의 경제가 천연자원에 완전히 의존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에 러시아가 공개적으로 비난하면 어떻게 합니까? 다른 나라라면 모르겠지만, 아직 동유럽에서만큼은 러시아의 소비에트 시절 영향력이 건재합니다.”
“그 시절에 비해서 좀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러시아군이 멀쩡하긴 하지.”
부시는 곰곰이 생각하는 척하다가. 이미 정해놓은 답을 내놓았다.
“그땐 양해를 구해보지 뭐.”
“혹시 대통령님이 말하는 양해의 구성성분이?”
“철과 화약?”
“무슨 전쟁이라도 일으키실 생각입니까?”
부시가 약간 경솔하게 무력 제압 이야기를 꺼내긴 했지만, 정말로 그렇게 되길 바라지는 않았다. 도리어 가장 전쟁을 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부시였다. 다만 부시에겐 러시아가 결코 무력으로 저항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글쎄? 제아무리 러시아라고 할지라도 지금 상황에 전쟁하고 싶지는 않을걸!”
우선 남쪽에는 인도가 있었다. 동쪽에는 마찬가지로 이젠 완전히 미국의 손아귀에 들어온 북한과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동맹국인 한국. 더 동쪽으로 가면 영원한 우방국인 캐나다가 있었고 남쪽으로 내려가면 마찬가지로 호주가 있었다. 솔직히 호주는 썩 못 미덥긴 했지만, 한 번 작정하고 병력을 뽑기 시작하면 그 어떠한 나라라도 막기 힘들었다. 여기에 서쪽이야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나토 회원 대부분이 동맹국이었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중요한 건 경제적으로 보복을 당하고 무력으로 위협을 당했다고 한들 전쟁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거다.
“물론 모든 사람이 이성만으로 움직이는 건 아니긴 하지.”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문다고 했던가? 몰아붙이기만 하면 곧 죽어도 일단 싸워보고 죽겠다고 할지도 몰랐다. 물론 그것도 싸울 수 있는 발톱이 멀쩡하게 붙어 있을 경우였지만, 말했듯이 아직은 러시아의 불곰은 여전히 예리한 발톱이 달린 묵직한 앞발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러시아가 천연자원 가격 폭락으로 미국을 규탄할망정 슬라브 민족의 ‘멸망’이 눈에 빤히 보이는 전쟁을 시작할 확률은 극히 희박했다.
“이렇게 되면 차마 우리한테는 정면에서 개기진 못하겠고, EU를 상대로 가스관을 잠가서 무언의 시위를 하지 않겠습니까?”
직접 불만을 표출할 수 없으면, 돌려 표현하면 된다는 뜻이다. 울분이 터져도 미국을 때릴 순 없으니 미국의 동맹국을 괴롭혀 무언의 압박을 가하겠다는 소린데, 실상 UN도 그렇고 세계의 축 절반이 서방 세계에 박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되면 제아무리 미국이라 할지라도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럼 결국에 EU만 죽어 나갈 거 같습니다. 동맹국보다는 자국을 우선시하는 게 맞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이는 좋지 못합니다. 거기다 천연자원을 싸게 풀면 국가가 자유경제에 개입한다는 말이 나오거나, 저희가 적자를 본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그야 그건 우리가 대놓고 움직였을 때 이야기고. 그리고 천연자원을 구태여 정부가 조정해서 싸게 팔게 할 필요는 전혀 없어.”
시장에 손도 대지 않겠다. 본격적으로 움직이지도 않겠다. 심지어 적자를 보지도 않겠다니? 비서실장은 참으로 의아해졌다. 단지 저 인간이 또 무슨 정신 나간 계책을 상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짐작할 뿐이었다.
마치 그 전투기 사건처럼 말이다. 사실 전투기 타고 전장에 나가겠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게 더 신기하긴 했다. 이상하리만치 국방력 증진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 시제품이 나온 신병기는 촉박한 시간을 쪼개서 한 번씩 싹 다 직접 타봤으니, 훗날 군국주의 대통령이라고 음모론이 나와서 부정하기 힘들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어쨌거나 지금 중요한 것은 저 인간이 내놓을 타개책이었다. 비서실장은 잡생각을 떨쳐내는 겸 답을 구하기 위해서 입을 열었다.
“그럼 어떻게 천연자원을 낮은 가격에 전 세계에 풀어놓으시겠다는 겁니까?”
“우리가 구태여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네.”
“그건 또 무슨 소리입니까?”
“그야 우리나라의 산업 생산성이 날이 가면 갈수록 증가하고 있으니까 그렇지. 지금이야 공사하고 제품 만드느라 내수에 사용하고 있지만, 인프라 공사가 끝나면 갈 곳을 잃은 원자재들을 해외에 대규모로 수출하게 될 거야.”
그렇지 않아도 거대한 규모로 돌아가고 있던 미국의 산업이 더 거대해지고 있었다. 2, 3차 산업의 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당연히 원자재들을 더 요구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1차 산업의 규모 또한 몸집을 불리고 있었다.
문제는 2, 3차 산업의 요구가 충족되거나 축소했을 때 생기는 잉여 원자재였다. 원자재가 무슨 손으로 캐는 것도 아니고 결국에는 중장비를 사용해서 캐는 것이었는데, 거래처가 더는 사주지 않는다면 다른 곳에 파는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찾을 수 없다면, 해외로 눈을 돌리면 그만 아닌가?
“거기다 우리한테는 셰일이 있으니까. 머잖아 유가가 안정되고 폭락하겠지. 러시아가 천연가스와 원유에 크게 기대고 있는 만큼 타격이 클 거야. 다시 말해 우리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몰락할 거라는 말이지.”
다르게 말하면, 견실하게 국가를 운영하다 보면 시간이 다 해결해줄 것이란 말이렷다. 다만 이는 김갑환의 기억에 기반한 불완전한 이론이었다. ‘천연자원의 가격이 낮아지면 러시아가 망할 것’이라는 이론의 전재 자체가 셰일 혁명으로 인해 유가가 낮아졌고 이로 인해 러시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에 기반하고 있었던 탓이었다.
‘요컨대 러시아가 제대로 힘을 비축해두기 전에 셰일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
“이것만큼은 정유 회사들을 들볶는 수밖에 없겠군.”
“뭔가 김이 새는 기분입니다만.”
“그럼 국영에 뭐 대단한 거라도 기대했나?”
비서실장은 매번 그 대단한 걸 해내시는 분이라고는 입이 찢어져도 말할 수 없었다. 생각해보면 부시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치고 멀쩡한 게 하나도 없었다. 당장 저 인간이 기르는 고양이만 해도 온갖 동물을 사냥해오지 않던가? 처음에는 보은의 의미였으나, 지금 와서는 단순 취미의 영역에 이르렀다.
세상에 단순히 재미만을 위해서 생태 피라미드를 뒤집고 주변 생태계를 학살하는 고양이라니. 물론 요즘에는 하루에 한 마리만 잡으니 학살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았다. 다만 그동안 수렵한 사냥감을 박제해놓은 방에 가면 학살이라는 말보다 어울리는 말이 없어서 그렇지.
“비서실장? 괜찮나?”
잠시라고 생각했는데, 꽤 오랜 시간 동안 잡념에 빠져 있었던 모양이었다. 비서실장은 드물게 당황하여 다음 보고서를 내밀었다.
“아닙니다. 요즘 들어 좀 피곤한 것 같습니다.”
다른 건 다 속일 수 있어도 나이는 못 속인다고 했던가? 몸이 점점 한계를 맞이하는 것 같았다.
“그게 다 운동을 하지 않아서 그래.”
이번만큼은 차마 반박할 수 없었다. 물론 부시는 좀 극단적인 타입이긴 했지만, 매일 보고서만 분류하고 읽고 있으니 운동 부족이 생기지 않으려야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영양적인 부분은 약이나 음식으로 어떻게 되지만, 나머지는 그렇지 않았다.
“그래도 대통령님은 필요 이상으로 하시는 겁니다.”
“이게 다 국영에 도움이 되는 일이니까 그렇지. 철인을 목표로 하는 건 아니지만, 그것에 가까워지고 싶으니까.”
비서실장은 철인이 플라톤이 말하는 철인이 아니라, 철인 3종 경기에 나가는 육체적 철인을 뜻하는 줄 알고 잠시 또 멍을 때렸다.
“자네한테는 휴가가 필요할 것 같군.”
“···그런 것 같습니다.”
절대로 수긍하고 싶지 않았지만, 자신의 상태를 보면 도저히 업무를 효율적으로 이어 나갈 수 없는 상태였다.
“이번에 일주일 정도 다녀오게. 이건 명령이야.”
이렇게 비서실장이 없는 일주일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