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36)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35화(136/377)
< 135편 >
매번 강조하지만, 부시에게 비서실장은 일종의 족쇄다. 그것도 스스로 엇나가지 않기 위해서 손수 만들어 찬 단단한 족쇄 말이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지금 그 족쇄가 사라졌다.
“워! 끝내주는군!”
포성이 부시의 귀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귀를 보호하는 장비를 착용하고 있음에도 역시 포탄의 작약이 폭발하는 소리는 상상을 초월했다. 포탄의 진동에서 오는 경외감과 함께 고막은 단련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어우러졌다.
“기존의 현용 주력 자주포인 M109A6 팔라딘은 적절한 파괴력과 30km 반경의 사거리를 가진 155mm 구경의 주포. 우수한 생존성과 전략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차세대 센서와 컴퓨터 제어. 전자전을 위한 자동-암호화 디지털 통신 통합 시스템에 착한 가격까지. 단언컨대 팔라딘은 우수한 병기입니다.”
개발자가 한번 숨을 가다듬는 사이 다시 한번 포성이 울러 펴졌다. 이는 팔라딘이 낼 수 있는 화력을 아득히 뛰어넘는 분당 발사능력이었다.
“20세기까지는 말이죠! 시가전과 무인기가 발전하고 있는 이 21세기에서는 더는 전장의 신이자 미합중국 육군 장병들의 든든한 친구였던 팔라딘은 본연의 장점이었던 우수한 생존성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개발자는 자랑스럽다는 표정과 과장된 몸짓으로 자부심을 표출했다.
“이제 낡아빠진 구닥다리 자주포를 대체할 신형 중자주포! XM2001 크루세이더를 감히 군통수권자인 대통령님께 자신 있게 소개합니다!”
정확히는 XM2001의 시제품이었지만, 당장이라도 몇 가지 기술적 문제만 해결하면 양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기존 팔라딘의 주포를 기반으로 한 늠름한 155mm 56 구경장 MX297 곡사포를 보십시오! 보시다시피 이 주포 하나가 적군의 엉덩이에 분당 12발이나 박아줄 수 있죠! 사용되는 제식 포탄은 M982 엑스칼리버! 물론 기존 제식 포탄인 M107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이 엑스칼리버를 사용하면 기존 30km의 사거리를 최대 100km까지 연장할 수 있습니다. GPS와 INS를 사용하는 차세대 유도 스마트탄이기 때문이죠!”
김갑환이 기억하고 있던 ‘M982 엑스칼리버’는 XM2001 크루세이더보다 한참 더 중요한 병기였다. XM2001 크루세이더는 중자주포라는 시대에 맞지 않는 설계로 인해 사장되었지만, M982 엑스칼리버는 달랐다.
미국은 기존 네트워크 중심전 교리를 강화하기 위해 2000년. 즉, 재작년에 제시된 미래형 전투체계에 걸맞은 차세대 전투 차량을 개발하기 위한 MGV(Future Combat Systems Manned Ground Vehicles)의 일부인 XM1203 NLOS-C가 있었기에 크루세이더 중전차를 썩 부담 없이 취소할 수 있었지만, 그 XM2013마저도 결국에는 예산문제로 엎어지고 말았다.
물론 대외적으로는 IED에 대한 보호 기능 부제 혹은 생존성 장담 불가 판정에 의한 것이었지만, 솔직히 이런 부분은 설계를 좀 다르게 하거나, 좀 더 장갑을 끼워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엑스칼리버다. 정작 엑스칼리버를 쓸 전차는 영원히 죽고 말았지만, 좋든 싫든 여전히 팔라딘을 굴러야 하는 육군은 팔라딘의 짧은 사거리를 메꾸기 위해서 잔머리를 굴렸다. 그 결과 팔라딘이 엑스칼리버를 쓰게 되었다.
앞으로 약 17년 후인 2019년에도 말이다. 애당초 크루세이더 중자주포보다 엑스칼리버가 개발 시기가 한참 더 빠르기도 했고 온갖 플랫폼에 적용하려고 했던 덕분에 일은 수월하게 흘러갔다. 심지어 엑스칼리버는 N5라는 이름으로 구축함과 순양함에서 쓰일 정도로 폭넓은 유틸성을 자랑했다.
거기다 더럽게 비싼 만큼 성능도 괴물 같아서 포탄 주제에 하는 일은 거의 미사일이나 다름없었다. 사실 생긴 것부터가 날개가 달린 덕분에 미사일처럼 생기기도 했고 GPS와 INS가 들어있는 덕분에 저격 수준의 정밀도를 자랑했다.
점이 아니라 면으로 제압해야 하는 포병 특성상 정밀도가 무슨 상관이겠냐만, 전쟁이라는 것이 고대처럼 몽둥이 휘둘러 다 죽이고 불태우면 사회, 외교적으로 고립당하는 건 시간문제였다. 물론 덩치도 있고 그동안 해놓은 짓이 있으니 그렇게 한다고 해서 미국이 바로 고립당하지는 않겠지만, 중요한 것은 앞으로는 전면전보다는 전장이 국한되는 국지전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의미였다.
그럼 ‘엑스칼리버가 중요한 거고 크루세이더 중자주포는 별 의미가 없지 않으냐?’라는 의문이 떠오를 것이다. 당연히 상관이 있다. 기존 팔라딘이 2발을 쏘는 사이에 크루세이더는 완전 자동화 시스템으로 14발을 쏠 수 있었다. 포병의 핵심이자 기초는 압도적인 화력 전개다.
‘물론 내가 알고 있던 역사와는 달리 예산이 넉넉하니 구식 팔라딘은 머잖아 예비로 돌아가겠지만.’
현시대에 맞지 않는 중자주포라서 문제인가? 고기동 경량화? 전장 환경의 변화? 그딴 건 전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지금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방에서 절대적 우위를 유지해야만 했다. 상대방에게 낮잡아 보이는 순간 순식간에 잡아먹히고 말 것이니 말이다.
“신과 국가를 위하여! RAH-66 코민치에 탑승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실험기 최초로 마린 원을 달게 되었습니다. 승차감은 좀 어떠십니까?”
“나쁘지 않군!”
크루세이더 견학이 끝나고 바로 옆에서 대기 중이던 RAH-66 코만치로 갈아탔다. 코만치는 오랜 기간 시험비행으로 충분한 안정성이 확보되어 있었고 이미 타국에 갈 때 전투기를 타는 기행까지 선보인 바가 있었기에 별로 대수로운 일도 아닌지라 그 누구도 말리지 않았다.
물론 옆에 비서실장이 있으면 더도 덜도 말고 과장 없이 등을 손바닥으로 후려갈기거나 더 많은 보고서로 이런 기행을 체험할 시간조차 내주지 않았겠지만, 지금 그 비서실장은 하와이에 휴가를 가 있었다.
“정말이야. 생각보다 탑승감이 좋군? 솔직히 이렇게까지 편할 것이라곤 생각 못 해봤는데.”
“분에 넘치는 영광입니다! 현재 300km/h로 순항 중입니다.”
혹자는 코만치가 쓸모없다고 했지만, 이것도 크루세이더랑 비슷한 이야기다. 애당초 코만치 헬기는 미군이 운용하고 있는 모든 제식 헬기를 대체하기 위해서 개발된 기체였다. 무인기가 발전하고 있다지만, 당장 수십 년 내에 헬기가 없어질 리가 없잖은가.
원래 병기라는 것은 아무리 길어도 80년 정도 쓰면 뭐든지 바꿔야 정상이었다. 아무리 돈이 없어도 개량 정도는 해야 한다. 국방을 말아먹기 싫다면 말이다. 코브라나 카이오와의 설계가 40년을 넘어 50년을 바라보고 있으니 슬슬 바꿔야 하지 않겠는가?
헬파이어 암살 임무야 앞으로 무인기가 맡겠지만, 지상 병력이 은밀히 침투할 때 스텔스 헬기만 한 것도 없었다. 당장 오사마 빈라덴만 해도 무인기가 아니라 스텔스 헬기를 통한 특수부대 침투를 시킨 이유가 무인기는 방공망에 걸리기 때문이었다.
물론 지금 역사에선 충격과 공포 작전으로 몰아친 덕분에 오사마 빈라덴은 그냥 미국에 끌려와서 무의미하게 사형당했다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더 없으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상당히 만족스럽군. 무엇보다 스텔스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이 몹시 마음에 들어.”
이미 코만치에 적용된 기술들로 다목적 스텔스 헬기를 제작하라는 명령을 내려놓았다. 아예 새로운 설계를 만드는 건 아니었고, UH-60의 계보 중 하나인 블랙호크를 기반으로 한 스텔스 헬기였다. 예산 절감 문제도 있었고, 넵튠 스피어 작전에서 사용된 헬기가 블랙호크를 기반으로 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무장창이 좀 작다는 게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스텔스니까 어쩔 수 없는 문제겠지.”
“스텔스를 포기하면 외부에 더 달 수 있습니다. 물론 평시에 그렇게 운용할 일은 없겠지만, 전시에서는 최대한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니까 말입니다.”
“펜타곤에서는 헬기를 줄이고 무인기를 늘여야 한다고 보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이 또한 비서실장이 뒤통수를 부여잡고 자리에서 쓰러질 발언이었다. 일개 조종사한테 어떻게 이렇게 쉬이 국가 기밀이나 다름없는 정보를 흘린다는 말인가?
“무인기는 미합중국의 미래입니다.”
굉장히 부정적인 대답을 상상했던 부시는 상당히 의외라고 생각했다.
“즉, 현재로서는 쓰레기라는 뜻이죠. 저는 무인기보다는 아직은 사람이 더 활약할 수 있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이 대답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조종사의 대답은 부시로 하여금 마치 중세 시절 점차 강력한 화력을 가진 머스킷에 점점 밀려나고 있는 쇠뇌를 연상하게 했다. 좀 더 직관적으로는 기계에 일자리를 뺏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노동자라고 해도 좋았다.
어쨌든 현재 운용하고 있는 무인기도 결국은 아직 사람이 조종하기 때문에 완벽하게 AI만으로 움직이는 진정한 의미의 무인기는 아니었지만, 일자리를 빼앗긴다는 의미에서는 그거나 그거 아니겠는가.
멋쩍어진 부시가 분위기를 무마하기 위해서 입을 열었다.
“코만치에 관련해서 뭐 원하는 거라도 있나? 웬만한 건 다 들어줄 수 있는데.”
“솔직히 이게 양산되어서 배치될 즈음에는 전 정년퇴직할 것 같으니, 코만치는 잘 모르겠고 궁금한 게 있습니다.”
참으로 골이 때리는 대답이었다. 하긴 당장 얼굴만 봐도 나이가 꽤 있어 보이긴 했다. 비록 지금 보이는 건 반질거리는 조종사 헬멧의 뒤통수뿐이었지만, 타기 전에 확실히 수염이 제법 희끗거리는 것을 확인했었다.
“뭔가?”
“그 자리는 어떤 기분입니까?”
당연히 이 좌석이 어떻냐는 것을 묻는 것은 아닐 터였다.
“대통령이라는 자리 말인가?”
“그렇습니다.”
부시는 속으로 몇 번 생각하다가 쉬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아무렇게나 대답해줄 수도 있었지만, 어째선지 마음이 썩 편치 않을 것 같았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전 신이라도 된 기분일 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미국의 대통령이잖습니까. 뭐든지 할 수 있죠.”
“하하하, 신은 직장을 안 다닌다네.”
입에서야 농담이 튀어나오고 있었지만,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확실히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자리였다. 물론 비합법적인 행위를 일삼다가 걸리면 그땐 대한민국의 어떤 대통령처럼 감방에 들어가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비합법적인 방법을 쓰지 않더라도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대부분의 욕구를 충분히 충족할 수 있었다.
당장 부시만 해도 온갖 욕구를 충족하고 있지 않은가? 당장 지금만 해도 개발되다 예산문제로 엎어진 프로젝트를 살리며 부시의 안에 내재 되어 있는 은밀한 국방 증진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었다.
특히 이 욕구의 정점이 아스널쉽이었다. 완전히 예산 효율만을 생각했다면, 아스널쉽보다는 이지스함을 더 만드는 게 맞았다. 물론 예산을 끌어온 사람이 부시인지라 아무도 이에 대해서 반박하지 못했지만.
생각해보면 사실 병기도 병기였지만, ‘우주 개발’에 더 투자하고 싶었다. 다른 나라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정확히는 민간인도 우주여행을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기술 수준을 높여놓고 싶었다. 임기 내에는 무리겠지만, 죽기 전에는 가볼 수 있지 않겠는가?
“벌써 착륙지가 보이는군.”
“대통령님! 모셔서 영광이었습니다!”
조종사는 자기가 언제 그랬냐는 듯 밝은 목소리로 부시를 배웅했다.
“벌써 비서실장이 그리워지려고 하는군.”
그 비서실장은 신병기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느라 바쁜 누구와는 달리 하와이에 지어진 별장에서 유유자적하게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다음은 M8뷰포드인가?”
부시의 신병기 탐방은 좀 더 길어질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