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37)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36화(137/377)
< 136편 >
마린 원이 공항의 헬기 착륙장에 안착했다. 도시를 실컷 날아다녔으니 코만치 헬기가 대중에 완전히 공개된 셈이었다. 스텔스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게 공항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바람에 미식별 기체로 등록되는 작은 사건이 있었지만, 부시가 직접 마린 원이라고 말하는 선에서 끝났다.
그래서 이 코만치 헬기가 왜 군 공항이 아니라, 민간 공항으로 왔는가? 그건 바로 에어포스 원으로 바로 갈아타기 위함이었다.
내일도 아니고 1시간 뒤조차도 아니라 바로 지금 당장 영국으로 날아가야겠으니 에어포스 원을 띄워야겠다는 억지 같은 명령을 하달받고 모든 정비원과 승무원이 에어포스 원 전체를 힘겹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이, 이거! 완전히 정신 나간 거 아닙니까!”
원래 정비라는 것이 절대로 급하게 하면 안 되는 거지만, 상사가 까라면 까야지 어떻게 하겠는가? 허리에 작업 벨트를 채울 새도 없이 손으로 들고 다니며 정비가 필요한 곳으로 무릎 연골이 박살 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뛰어다니고 있었다.
“저래 보여도 대통령님이시다. 말조심해라.”
“아니, 선배님! 대통령이 뭐 대수랍니까? 지금 제가 힘들어 죽겠는데!”
“대수 맞지. 너랑 내 월급이 나라에서 나오는데.”
선배 정비사의 말에 울컥한 후배가 감히 선배 앞에서 고개를 빳빳하게 치켜들었다. 그러나 하는 짓과는 반대로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에는 묘하게 자신감이 없었다.
“선배는 불만도 없으십니까?”
“나야 봉급 더 들어오면 불만 없는데? 지랄 말고 빨리 손이나 움직여. 10분 남았다.”
“이게 잘한 일은 아니잖습니까.”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심각하게 함축되긴 했지만, 후배가 하고자 하는 말은 별거 아니었다. 주머니에 돈 좀 더 찔러준답시고 폭거나 다름없는 명령에 순종해도 되냐는 뜻이었다. 이는 태생부터 타고난 반골 기질이기도 했고, 그가 선배와는 달리 물질 외적인 것에서 만족감을 얻는 인종인지라 더더욱 그랬다.
좋게 말하면 돈보다 신념을 지키는 절조 있는 사람인 거고, 나쁘게 말하면 사회에 맞지 않는 톱니바퀴라는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아니, 이게 말이 안 된다니까요. 좀만 더 있으면 사람도 돈 주고 사고팔게 생겼잖아요.”
“어떤 의미에서는 이미 우리 입장이 비슷하지 않나? 그 왜 목줄은 바뀌어도 개는 바뀌지 않는다고 옛날에 경제학 수업에서 그랬는데.”
“경제학이라는 게 우리 같은 사람들 착취하는 학문이라니까요.”
“네가 뭐라고 해도 나는 내 직업과 벌이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어서 말이지. 그리고 그렇게 온종일 구시렁거릴 거면 일 때려치우던가.”
선배는 벌써 점검을 마무리 지었다. 물론 후배라고 해서 기술이 떨어진다는 법이 있던가. 불합리한 현실에 불평 좀 한답시고 손이 멈춘 건 아니어서 비슷하게 끝이 났다.
“애당초 전 이번 대통령이 별로 마음에 안 들어요. 마음에 드는 정책도 있는데, 제 생각과 너무 반대되는 행보가 많아요. 예를 들면 파병 같은 거요.”
선배가 한번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후배는 불량스럽게 스패너를 까딱거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좋게좋게 넘어가자고 했음에도 물고 늘어진 것을 보면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게 아닌가 싶어 적당히 상대해주기로 했다.
“무슨 소리야? 감히 우리한테 깐족거리는 놈들이 있으면 흠씬 두들겨 줘야지!”
그 김에 감히 선배한테 대드는 깜찍한 후배의 엉덩이도 흠씬 두들겨 주고 말이다.
“그게 잘못된 거라니까요. 이럴수록 서로 양보하는 게 맞아요. 너무 다들 이기적이잖아요.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무례’하다고 해야 하나? 어디 좀 신사답게 행동하면 덧난답니까? 왜 항상 우리는 성난 멧돼지처럼 군답니까?”
후배의 일장 연설을 듣고 있는 선배는 다소 해탈한 듯한 표정이었다. 서로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자국의 이익을 해치면서까지 신사답게 행동할 필요가 왜 있는가?
거기다 솔직히 그라고 해서 지금 상황이 별로 마음에 들겠는가? 막말로 돈 좀 더 챙겨 준다고 야근을 스스로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선배가 불합리한 명령에도 후배와 달리 묵묵히 일한 건, 어디까지나 선배가 부시를 뼛속부터 지지하고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렇게 험하게 구르다 보면 지지하고 싶던 마음도 싹 달아나는 게 정상이겠지만, 선배는 부시에게 미국의 패권주의를 더욱더 강화하길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부시의 행보는 그의 마음에 쏙 들었다. 그렇기에 이것을 위해서라면 이런 사소한 일쯤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었다.
그리고 성난 멧돼지라고 했던가? 선배는 도리어 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성난 멧돼지처럼 되지 못할 건 또 뭔가? 이건 미국의 ‘명백한 운명’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을 보라! 미국의 도움으로 강성대국으로 진보하고 있지 않았던가? 폐쇄의 왕국이었던 북한은 또 어떻게 되었지? 이제는 완전히 개방된 정상적인 국가로 격변하고 있었다. 맥도날드의 상징이 황금 아치가 평양 시내 한복판에 들어설 정도로 개방되었다.
어쨌거나 이렇듯 골수 공화당인 주제에 후배의 말에 일일이 반박하지 않는 것은 그럴 시간이 아까웠기 때문이었다. 그런 쓸데없는 논쟁할 시간이 있으면 점검 리스트를 하나라도 더 확인해야 했다. 막말로 에어포스 원에 다소 불미스러운 사태가 벌어지면 전적으로 정비사들의 탓이었다.
이들의 노력 덕분일까? 에어포스 원은 예정된 시각보다 10분 일찍 이륙할 수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부시의 중국행을 모든 사람이 찬성하는 건 아니었다. 도리어 관료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당혹했을 사람은 지금 휴가를 나가 있는 비서실장이었다.
「중국에 가신다는 게 정말입니까?」
하와이 별장에서 잘 지내고 있을 거라는 부시의 예상과는 달리, 비서실장은 물가에 애를 내놓은 부모같이 초조했다. 이 화상이 자신이 자리를 잠깐 비운 사이에 벌써 날뛰고 있었기 때문이다. 휴가지에서도 일과 완전히 멀어진 건 아니어서 한 장짜리 대통령 스케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받아보고 있었다.
사실 그렇지 않아도 그 스케줄을 보고 있노라면 머리에 긴고아라도 낀 기분이 될 수 있었다. 제발 개발 중인 장비에 직접 타지 말라고 애걸복걸했었는데, 그새를 못 참고 타고 있었다. 안정성 문제로 사고가 나서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왜 인지하지 못하는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 대통령은 딱히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지도자 본인이 용감무쌍한 건 중세시절에서나 통하는 방식이었지 현대에 통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지도자가 죽으면 이 공백은 도대체 누가 책임진다는 말인가? 물론 행정상으로야 부통령이 책임지게 되겠지만, 그 부통령이 지금의 대통령만큼 잘 해낼 수 있을까? 라고 물으면 다소 의아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부시의 스케줄은 좀 특이했다. 일반적인 대통령이라면 보통은 이미 짜둔 사이클대로 돌아가겠지만, 부시가 어디 일반적인 대통령이던가? 당연히 스케줄이 있든 없든 모조리 무시하고 마이웨이를 찾아 머나먼 모험을 매일같이 떠나는 인간이었다. 그래서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 있는 보고서 없는 보고서 박박 긁어모아서 대통령 집무실에 꽉꽉 채워 넣어왔다.
「이상한 소리로 넘기려고 하지 마시고. 도대체 중국으로 왜 가신다는 겁니까? 지금 시국이 영 좋은 시국은 아니잖습니까? 막말로 험한 꼴을 당할지도 모릅니다.」
험한 꼴이라는 게 말이 험한 꼴이지, 실제로는 단순 테러부터 암살당할 폭넓은 위기 상황을 체험할 공산이 컸다. 게다가 그런 일이 아니더라도 지금 중국은 온갖 질병이 창궐하고 있었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라도 감염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저런다는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해야만 하는 일이 있네.”
「설명이나 좀 해보십시오. 저는 지금 제가 휴가 나간 지 단 하루 만에 휴가를 다시 반납하게 생겼으니 말입니다.」
비서실장의 날이 선 듯한 추궁에 부시는 몇 번 끙끙 앓다가 입을 열었다.
“현 주석인 리커창과 긴밀히 의논해야 할 게 있네.”
「리커창과? 설마 의논할 게 저번 청나라 채권 상환 이야기입니까?」
현 부시 행정부는 정상적인 청나라 채권 회수가 불가능해졌다고 판단했다. 물론 돈에 대해서만큼은 한없이 잔인해질 수 있는 게 인간이라는 생물인지라, 짜내려고 하면 얼마든지 짜낼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면 훗날이 무서웠다.
이대로 가면 앞으로의 채권 징수는 매우 비윤리적이고 강압적인 형태가 될 터였는데, 그렇게 하면 앞으로의 외교가 불리해질 수 있었다. 단순히 중국 외교뿐만이 아니라 모든 외교에서 악랄한 미국이라며 손가락질당할 것이 틀림없었다.
외교는 돈이 전부가 아니다. 쉽게 말하면 악명이 쌓이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맞네.”
「상당히 ‘즉흥적’이시군요. 이틀 전까지만 해도 이 문제에 골머리를 싸매고 계시지 않으셨습니까?」
비서실장은 즉흥적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어 말해 부시를 비꼬았다. 경솔했음을 질책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보면 누가 대통령이고 누가 비서실장인지 모를 판이었다. 물론 대통령인 부시가 다 꺼지라고 하고 폭주하면 아무도 막을 수 없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비서실장도 모처럼의 휴가를 반납할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한숨만을 내쉴 뿐이었다. 이대로 직장에 복귀하면 엊그제처럼 뇌가 맛이 갈 확률이 높았다. 수천, 수만 가지 행정용 단어를 뇌에 때려 박는 일은 썩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대통령님. 제발 정치를 좀 더 대국적으로 하십시오.」
어쨌거나 어차피 자기가 있었어도 중국으로 날아갔을 터이니, 결국엔 최대한 부탁하듯 말했다. 제발 몸이나 성히 돌아오라고 말이다.
“암! 그래야지! 암!”
「그러고 보니까 보고서들은 어떻게 된 겁니까?」
“당연히 에어포스 원으로 모조리 옮겼지. 자네가 교육을 매우 잘 시켰어.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하더군.”
이 부분에서 이가 갈리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비서실장은 필시 기분 탓이리라 여겼다.
「이번에 새로 짠 대응 매뉴얼입니다. 서비스에 몹시 만족해하시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하도록 지시하겠습니다.」
정확한 명칭은 ‘조지 W. 부시 대응 매뉴얼’이었다. 대통령이 헛짓거리하지 않고 행정에 집중할 수 있게끔 집무 환경을 조성하는 악몽 같은 시스템이었다. 부시는 다른 건 몰라도 꼭 후임 대통령에게 이 매뉴얼은 물려주겠다며 벼르고 다짐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본인만 당하면 억울하지 않은가?
어쨌거나 이 말을 끝으로 전화가 끊어졌고 동시에 중국발 에어포스 원이 이륙했다. 그리고 부시는 여전히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 있는 기분을 느껴야 했다. 아마도 종이로 된 마천루를 짊어지고 타국에 방문하러 가는 대통령은 동서고금을 따져봐도 오로지 본인뿐일 것이라며 낄낄거렸다.
이 웃음이 자조인지, 아니면 진짜로 웃겨서 낄낄거리는 건지는 오로지 본인만이 알 일이었다.
‘그냥 리커창하고 직접 얼굴 맞대고 이야기해보고 싶었다고 하면 아마 맞아 죽겠지?’
···아마도 후자이리라.
부시는 자신만의 비밀을 잘 간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