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38)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37화(138/377)
< 137편 >
미국의 대통령이 합의를 보기 위해서 중국으로 날아온다는 정보는 중국 내부에서 철저하게 통제되었다. 바로 하루 전에 말해서 좀 당황스럽긴 했지만,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 이는 무척 환영할만한 일이었다. 디폴트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었던 시점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다.
처음에는 도리어 독촉을 위해서 오는 게 아닐까 생각도 해봤지만, 외교 문서에 결코 독촉을 위함이 아니라고 아예 못을 박아버렸다. 물론 이것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미 대통령이 타고 있는 에어포스 원은 중국을 향해서 마하의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완전 관리 사회가 된 마당에 과할 정도로 정보를 통제하는 이유는 미 대통령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자국의 안전을 위해서 조국의 원수와도 같은 인물을 보호해야 한다니, 이 무슨 아이러니란 말인가? 만일 하나 미 대통령이 이 중국 땅에서 죽거나, 혹은 암살 시도라도 당한다면 중국은 여러모로 곤란해졌다.
만약 미 대통령이 암살당했다는 가정하에 시나리오를 구성하자면, 중국이 가장 먼저 겪게 될 것은 미국과의 전쟁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대통령이 죽었다고 전쟁을 할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아주 큰 오산이었다.
지금 연방 의회를 휘어잡고 있는 정당은 공화당이었다. 공화당에는 호전적인 주전파가 널려 있었다. 그뿐인가? 부통령이라는 작자는 지금 대통령보다 어떤 의미로는 끔찍할 정도로 괴짜였다. 괴짜라는 표현보다는 호전적인 전쟁광이라는 표현이 더 올바르겠지만, 적어도 대외적으로 부통령의 호전성이 표출된 적은 없었다.
너무나도 당연하겠지만, 전쟁에서 이길 확률은 극히 희박함으로 어떤 변수나 경우의 수가 끼어들더라도 결국에 나오는 결론은 필패다. 이 불합리한 전쟁은 온갖 불평등한 조약을 가져올 터였고, 어쩌면 19세기의 암흑기를 다시 맞이해야 할지도 몰랐다.
“이미 암흑기에 접어든 것 같기는 하지만.”
역병, 정보 통제, 배급제, 계엄령, 일당제. 21세기에 존재하는 국가로서 좋지 않은 것만 모조리 모아놓은 중국의 현 상황을 자조하며 리커창은 붉은 넥타이를 고쳐맸다. 붉은색은 화려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코디네이터가 현재 벌어진 정치적 상황에는 붉은색 넥타이가 어울린다고 주장하니 리커창은 그러려니 했다.
이와 관련해서 서양의 외교관 하나가 ‘당신은 중국인인데 왜 붉은색을 싫어하느냐?’라고 물었는데, 이에 리커창은 ‘그냥 싫다.’라고 대답했다. 실로 인종차별적인 발언인지라 매콤 주먹으로 좀 더 넓은 시야각을 가지게 해주고 싶었지만, 앞으로의 외교 관계를 생각해서 참아야 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상에서 미국하고 척을 졌으니, 다른 국가들이라도 좀 친하게 지내야 하지 않겠는가? 예로부터 고립되는 국가치고 제대로 굴러가는 나라는 본 적이 없었다. 특히나 점점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밀접해지는 시대에서는 더더욱.
‘아직 치안이 소말리아 수준까지 떨어진 건 아니니 다행인가?’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총 들고 초병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나라는 아니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도시마다 다르긴 했지만, 치안은 썩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었다.
물론 총기 사건이 몇몇 있긴 했지만, 아직 까지는 괜찮았다. 사고가 난 거리에 병력을 투입하면 잠잠해졌으니 말이다. 다른 나라라면 군을 투입해봤자 개판이 나겠지만, 중국은 달랐다. 아직은 중앙 정부의 권위가 강했기 때문에, 직간접적인 정치적 압력을 가하면 군경이 멋대로 움직일 수 없었기에 그대로 들어가는 인력만큼 직관적으로 치안에 반영되었다.
소말리아 수준까지 떨어진 건 아니라며 자조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자괴감이 드는 건 사실이었지만, 어쩌겠는가. 도리어 지금 중국의 상황이 여기까지 몰렸다는 것을 인정하고 한시라도 빨리 회복시킬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기간을 좀 늘려주는 것도 좋겠지만, 이왕이면 저 빌어먹을 항모전단이나 물려달라고 하고 싶군.’
자기네들 항모전단 덩치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 무시해서 중국해상을 어쩔 수 없이 침범했다는 보고를 받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게 뇌리에 각인되어 있었다. 인간이 가장 억울할 때가 무력함을 느낄 때라고 했던가? 리커창은 그 주장에 완전히 동의하는 바였다.
‘어쨌거나 지금 중요한 건 통제다. 사회적 혼란을 막을 강력한 통치. 그리고 병균이 더는 다른 도시로 확산하지 않게 하기 위한 철저한 격리가 필요해.’
군경에 의한 통제는 몰라도 격리만큼은 순차를 두고 안정성을 확인한 뒤 차례차례 풀어나가고 있었다. 물류부터 사람까지 일일이 검사하고 들여보내니 경제적인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대로 가다간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인지라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이 리커창이 가장 싫어하는 게 공산당을 통한 인민 통제였는데, 그냥 풀어주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물론 리커창의 권력은 당으로부터 기인한 것이기에 당의 의지를 생각해서라도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중국이 정상적이라는 가정하에 3년 빠듯하게 이리저리 교섭하면 중국을 좀 더 자유로운 나라로 만들 자신이 있었다.
물론 중국 전체가 개판이 난 지금이야 어림도 없는 일이지만, 이 상황만 넘기고 난다면 리커창은 피폐해진 중국을 다시 한번 반석 위에 올려놓을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미 대통령은 언제쯤 도착할 것 같은가?”
“에어포스 원이 베이징수도국제공항에 도착하기까지 약 4시간 정도 더 걸릴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아직도 의아한 일이 있긴 있었다. 리커창은 역발상으로 암살의 위험을 배제하기 위해서 차라리 리커창이 미국으로 가겠다는 말을 전했었다. 그랬더니 미 대통령이 말하길 ‘그렇게까지 말하니 꼭 자기가 직접 중국으로 가야겠다!’라고 대답이 돌아온 것이다.
‘이 부분이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에 걸린단 말이지.’
차라리 이유라도 알면 이해라도 가겠는데, 영문을 모르겠으니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얼마나 불안했냐면, 리커창으로 하여금 ‘설마 자신의 몸을 희생양 삼아 전쟁이라도 일으킬 구실을 만들려고 저러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렇지 않아도 바쁘실 대통령이 직접 중국에 왕림하실 이유가 전혀 없지 않은가? 구태여 그나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선에서 이유를 쥐어 짜내면 베이징 관광이라도 하러 왔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 인간이 어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인간이던가?
“이게 참 마음에 걸려, 마음에 걸린단 말이지.”
지금 시국에 구태여 직접 오는 이유야말로 이번 외교회담의 핵심적인 열쇠가 되리라 추측했다. 딱히 증거가 있는 건 아니라 온전히 다년간 길러온 정치적 감각에 의지한 것이었지만, 어차피 지금부터 맞이하게 될 인물은 상식에서 한참 벗어난 존재였으므로 딱히 증거가 없다는 점에 대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도 구태여 증거를 대보라고 한다면 이곳에 오는 것 자체가 증거라고 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증거도 없이 감에 의존했기에 이렇다 할 결론은 나지 않았고, 결국에 리커창은 외교 회담장에 도착할 때까지 이에 대해서 고민해야만 했다.
‘이런 미친 휴가 중에도 보고서를 올리다니! 이런 독종을 보았나!’
하와이의 정세에 대해서 비서실장의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이 적힌 보고서였는데, 그동안 올라온 보고서와 대조해봤을 때 다소 괴리감이 있다는 주석이 달려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매뉴얼 덕분에 보고서가 쌓여있었는데, 거기에 한 장이라도 더 쌓아보겠다고 안달이라니! 이 얼마나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발상이란 말인가! 비서실장의 보고서에 대한 집착은 과학적으로도 증명할 수 있었다.
“젠장. 착륙까지 얼마나 남았나?”
“1시간 남았습니다. 대통령님.”
1시간이면 뭔가 해보기 실로 모호한 시간이었다. 하긴 비행기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되겠느냐만 말이다. 그리고 리커창을 미국으로 부르지 않고 직접 중국으로 가려고 한 이유? 정말로 별거 없었다. 잠깐이라도 이 지긋지긋한 보고서랑 떨어질 수 있지 않은가? 부시의 입장에선 이거 하나만으로도 중국으로 날아갈 정말로 합당하고 타당한 사유였다.
“그렇군. 커피나 좀 가져다주겠나?”
“알겠습니다.”
물론 외교도 제대로 할 예정이었기에 부랴부랴 외교 전단도 꾸려서 오는 길이었다. 다만 외교와는 별개로 부시가 마음대로 날뛰고 있다는 게 살짝 문제긴 했다. 아무도 리커창을 미국으로 부르지 않고 직접 중국으로 가는 이유를 모르고 있었다.
이번 방중에 따라오는 인물 중에는 리커창과 다소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긴장하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증거와 상식을 조합해서 다소 논리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 말이다. 그 결과는 언제나 리커창과 비슷한 ‘설마 전쟁을 위해서 이 한 몸 희생을 하려는 것인가?’ 따위의 상상을 초월하는 괴상망측한 결론이나, ‘그냥 예의가 바른 건가? 우리 대통령님은 때때로 순진해 보인단 말이야,’ 같은 너무나도 상식적이고 단순한 결론으로 끝이 났다.
어쨌거나 부시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중국으로 날아왔던 간에 비서실장 대리를 밭은 인물은 잔뜩 긴장해 있었다. 비서실장이 온갖 겁이란 겁을 전부 줬기 때문이다. 사실 겁이라기보다는 사실만 잔뜩 나열해놓은 바람에 도리어 겁을 주고 만 것이지만, 어쩌겠는가. 그렇다고 거짓말로 적당히 포장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잖은가?
예를 들면 그렇다. 이런 말도 했다. ‘에어포스 원에서 한눈팔면 비상 탈출용 낙하산을 타고 중국 상공으로 스카이다이빙을 실천할지도 모른다.’ 같은 말이나, ‘갈 때는 얌전히 에어포스 원을 타고 가겠만, 돌아올 때는 전투기를 타고 돌아올지도 모른다.’ 같은 말로 겁을 줬다. 문제는 이게 쓸데없는 겁주기가 아니라, 부시는 정말로 그럴지도 몰른다는 점이었다.
“대통령님께서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여기 있습니다.”
높은 고도에서는 미각이 둔해진다고 하던가? 그래서 그런지 맛이 영 텁텁했다. 아니면 비서실장이 타는 커피가 아니어서 그럴지도 몰랐다. 비서실장이 타오던 커피는 맛은 좀 그래도 잠이 확 달아나는 맛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에어포스 안에 있는 셰프에게 타 달라고 하면 더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겠지만, 부시의 커피 취향은 인스턴트 입맛인지라 별로 내키지는 않았다.
‘그건 그렇고 이걸 어쩐다.’
일단 첫 번째 목표는 보고서의 파도로부터 피하는 것이었으니 소기의 목적은 조졌다고 봐도 좋았다. 비서실장이 친히 자신의 대리를 옆에 붙여 보고서를 부시의 옆에 붙여줬으니 말이다.
“무슨 사이좋은 단짝도 아니고.”
“예?”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도착할 때까지 잠시 눈 좀 붙이겠네.”
“알겠습니다. 만반의 준비를 해두겠습니다.”
물론 ‘대통령님. 한 장 더 하실 수 있으시잖아요!’라고 몰아붙이는 비서실장과는 달리 힘이 없긴 했다. 덕분에 비서실장이 있을 때와는 달리 좀 설렁설렁하게 넘어갈 수 있었다. 예를 들어서 지금 상황에 비서실장이 있었다면, 비서실장은 ‘대통령님! 주무시면서 꿈에서 보실 수 있으시잖아요!’라고 했을 터였다.
이렇다 보니 어쩔 땐 가끔 부시 자신이 말도 안 되는 행정의 괴물을 만든 게 아닐까 참으로 걱정이 되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감상이 그렇다는 거다. 감상이.
‘리커창과 만남이 기대되는군.’
부시가 기억하고 있는 리커창은 나름 그 ‘공산당’ 안에서도 양심 있는 인물이었다. 시민을 온갖 방법으로 통제하기 위해서 차세대 감시 기술로 무장하고 있는 공산당 안에서 저런 인물은 그다지 흔치 않았다. 특히나 저런 마인드를 가지고 공산당 안에서 살아남기란 더더욱 요원했다.
사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이런 기대라도 갖지 않으면 도저히 못 해먹을 자리긴 했다. 혹자가 미국 대통령이 신처럼 보인다고 했던가? 부시가 말했듯이 신은 그냥 직장은 안 다닌다. 이 자리는 그냥 세상에서 가장 업무량이 많은 자리였다.
다만 부시가 만나기를 고대하는 그 리커창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
‘뭐지? 설마 장기간에 거쳐서 상환하는 게 아니라 중국이 여력이 남아 있을 때 다 뽑아내려고 협박이라도 하려는 것인가? 아니면 이것을 빌미로 전쟁을 하기 위함인가?’
따위의 말도 안 되는 일에 대응하기 위해 온갖 시나리오를 구상하며 쓸데없이 심력을 소모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