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4)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3화(14/377)
< 13편 >
“이를 어쩐다.”
독일의 총리. 게르하르트 슈뢰더는 마침 몹시 난감한 메시지를 받은 참이었다. 보통 메시지라는 게 말이다. 시작이 있으면 보통 중간에 다른 보고가 쌓인 다음에 끝났다는 메시지가 와야 하는 거 아닌가? 시작과 끝이 붙어 있으면 마치 ‘사후보고’를 받는 기분이 든다 이거다.
그렇지 않아도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의 보고서가 올라오는 자리에 있는 만큼 더더욱 그랬다. 보통은 말이다. 뭔가를 실시했으면, 적어도 다음 날에. 아무리 짧아도 반나절은 기다려야 한다. 그건 어떤 기록을 찾으려고 할 때도 마찬가지다.
참으로 서론이 길었다. 까고 말하면 그만큼 게르하르트의 어처구니가 하늘까지 닿았다는 의미였다.
요점은 저 미친 양키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거다. 분명 점심 식사 준비와 함께 개전 소식을 같이 들었는데, 후식 겸 티 타임이 끝나고 나니까 종전 소식이 들어왔단 말이다. 시작과 끝이 붙어 있었다.
“핵이라도 떨군 건가?”
게르하르트만은 불안이 현실이 되지 않길 바랐다. 21세기에 핵이 터진다는 소리는 핵전쟁. 즉, 제3차 세계대전이 시작된다는 소리였으니까.
“핵만큼 피해를 주기 위해서 열심히 무차별 폭격했다는 이야기가 있긴 한데, 아직 뜬소문 수준입니다.”
진짜 뭘 했는지 알아야 뭘 하든지 말든지 할 거 아닌가? 게르하르트만이 알고 있는 거라고는 미국이 9.11에 대한 보복으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부에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를 휘둘렀다는 사실 뿐이었다.
“지금이라도 미국의 승전을 축하하는 외교적 메시지를 보내시는 건 어떻습니까? 이보다 좋은 방법이 없다고 사료됩니다.”
설마 전쟁이 이렇게 일주일 만에 시작해서 그날 전쟁 시작했다! 전쟁 끝났다! 땡! 치고 끝날 줄 누가 알았단 말인가? 처음에는 보고가 잘못된 줄 알았다. 그런데 미국 대사관에 문의해보니, 짜잔! 정말로 끝나있지 않은가?
혹여 독일이 유럽에서 따돌려지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 다른 유럽 국가와 긴밀히 접촉을 취해봤더니, 게르하르트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유럽국이 게르하르트와 비슷한 당혹감을 겪고 있었다.
2시간 27분? 걸프전이 얼마나 걸렸었지? 걸프전으로부터 고작 10년인데 100시간이 2시간으로 변했다. 유럽이 모르는 사이 미국이 급성장한 건가? 아니면 혹시 펜타곤에 독일이 파악하지 못한 명장이 있었나? 그것조차도 아니면 사실 아프가니스탄이 폭격 몇 번에 굴복할 만큼 심각한 오합지졸이 아니었을까?
질문이란 본디 답을 가져오기 위한 절차일진대 도리어 의문만 잔뜩 가져오고 말았다. 호기심이 인간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지만, 이렇게 답도 안 나올 정도로 답답한 문제라면 차라리 없는 게 나았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이런 막강한 전력을 동맹으로 둔 것에 대해서 감사해야 하나? 오늘따라 귀찮기 짝이 없었던 NATO의 존재가 참으로 든든했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게르하르트 총리가 지금 해야 하는 일은.
“백악관으로 축하 메시지나 보내게.”
* * *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장쩌민은 그 소리를 듣고 자신이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했다. 9.11테러를 목도한 당일 장쩌민은 긴급 사열식을 결정한 자신의 선택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신했다. 미국에 대한 대항의식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할 무렵이라 그 복잡하다는 사열식은 고작 일주일 만에 준비되었다.
정예 강군을 목표로 하는 만큼 마음만 같아서는 저 낡아빠진 구식 소총을 모조리 95식 소총으로 교체해주고 싶었지만, 예산이 없다는 것이 한일 뿐이었다. 그러나 장교들이 들으면 실로 기겁할 소리였는데, 95식은 보기에나 때깔이 고운 거지, 실상은 결함투성이 고물이었기 때문이다.
냉전 이후로 점차 불법 라이센스 카피를 멈추고 국산화를 추진 중인만큼, 그런 말을 했다가는 부임지가 깡촌으로 바뀌는 주석님의 하늘 같은 은혜를 영접하게 되리라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사실이었기에 속으로만 깔 뿐이었다. 불평이 입 밖으로 나오는 일은 스스로 빛나는 태양 같은, 아니! 태양 그 자체이신 최고 영도자께 맹세컨대 결코 있을 리가 없었다.
“훌륭하군. 훌륭해!”
오른쪽 지평선에서 시작된 사열은 왼쪽 지평선에서 끝이 났다. 군용차량으로 한참을 달려야 끝이 나는 사열식이었는데, 그야말로 군대로 만들어진 강철의 만리장성이었다.
가히 수를 세기 힘든 헬기가 하늘을 뒤엎었고, 군인들이 일제히 발을 굴리면 지축이 흔들렸다.
중국은 인해전술의 원조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었다. 220만이라는 숫자는 세계 그 어디도 무시할 수 없었다. 아니! 언제나 1만 년 전부터 중국은 세계 제일이었다. 잠시, 아주 잠시 근 백 년간 서방에 그 이름을 맡겨두고 오긴 했지만, 때가 되면 돌아올 칭호였다.
“주석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잠시만 조용히 있게. 나는 지금 이 고고한 맛을 만끽하고 있으니 말일세.”
덩샤오핑 주석이 도광양회(韜光養晦)라고 했던가? 그는 100년을 목표로 했지만, 그건 너무 가혹하다. 강대한 힘을 가지고 숨을 죽이는 일은 마치 고래를 어항에서 기르는 것과 같았다. 고래라면 마땅히 어항이 아니라 바다가 필요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위대한 군대를 가지고 언제까지고 숨만 죽이고 있으라니, 그것은 불합리한 일이었으며 비상식적인 일이었다. 덩샤오핑 주석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나, 장쩌민은 그 양반은 너무 담이 작았다고 생각했다.
장쩌민이 1997년 당시 유소작위(有所作爲). 즉, 중국이 강력해진 만큼 국제사회에서 그만한 위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를 외교정책으로 삼으니 과연 중국을 함부로 대하는 이가 아무도 없더라.
“보라! 우리 군은 이리도 막강하다!”
덩샤오핑의 시대도 끝났고 도광양회의 시대 또한 끝났다! 앞으로는 더 우수한 그래, 뭐라고 부를까?
중국몽(中國夢). 그래 중국몽이 좋겠다. 중국몽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 그래서 하려던 말이 뭐라고?”
“전쟁이 끝났습니다.”
“뭐?”
* * *
“끝나? 전쟁이?”
블라디미르 푸틴. 2000년에 대통령으로 취임한 푸틴은 이제 막 자리를 완전히 잡아가는 시점이었다.
“예.”
“다시. 한번. 정확히 말해보시게.”
드미트리 아나톨리예비치 메드베데프는 푸틴과 대학 선후배인지라 그가 저렇게 조용히 끊어 말할 때가 언제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건 바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하는 러시아의 차르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났다는 의미였다.
사실 지금 그가 가지고 있는 권력이 정말로 무소불위라 부를 수 있는 수준도, 차르라고 부를 정도인 것도 아니었지만, 드미트리는 언젠가는 그렇게 되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드미트리는 자신이 왜 이것을 보고하고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실 보고조차 아니었지. 원래 가스프롬 이야기를 하다가 하필 그 시점에 미국 지사에서 드미트리 손안으로 정보가 들어온 것이었다.
더 재수가 없는 건 드미트리는 자기 손에 들어온 정보니 당연히 푸틴은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 점이었고, 더, 더! 재수가 없는 건 드미트리가 그것을 입 밖으로 내보냈다는 점이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지 2시간 27분 만에 종전을 선언했습니다.”
“제국의 무덤이 드디어 도굴당했군.”
아프가니스탄이 미국의 손아귀에 넘어갔다는 것은 러시아에 있어서 실로 뼈아픈 일이었다. 직간접 중 어떤 형태가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미국이 지배할 거라면 차라리 직접이 나았다. 소련 시절 호되게 당한 다음에 저곳의 본질을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늪이다. 빠져나오기 위해서 허우적거리면 허우적거릴수록 점점 빠져드는 늪.
“앞으로 대(對)유럽 외교에서 쓸 가장 큰 카드가 하나 사라졌고, 가스프롬 주가도 당분간은 하락세를 탈 것 같습니다.”
푸틴은 마음 같아서는 말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으니까 제발 닥치라고 하고 싶었지만, 자신이 신임하고 있는 사람 중에 드미트리만큼 꾀가 많은 사람도 없었다. 섣부른 판단으로 그와의 관계를 그르칠 수는 없었다.
“산유국들의 주가가 오르겠군.”
“어쩌면 몇몇 국가는 러시아를 대놓고 무시할지도 모릅니다.”
지금 푸틴과 드미트리가 하는 말을 최대한 간결히 요약하자면.
저 십새끼덜 뭐지? 뭘 의미하는 것이지? 중동을 장악하겠다는 의미인 것인가? 그러니까. 앞으로는 서유럽에는 밸브 잠그기가 먹히지 않는다. 이 말인가? 이보시오 미국 양반! 이게 무슨 개소리야! 가스프롬 주식이 떡락하다니! 가스 밸브를 잠가도 의미가 없다니!
이게 대체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란 말인가!
분노한 푸틴의 손안에서 지속적으로 신음을 토해내던 팔걸이는 그의 분노의 크기를 더는 감내해내지 못하고 드디어 개박살이 나버렸다.
“대통령 각하.”
“말하게.”
고작 한마디가 오갈 시간이었지만, 경호팀의 신속한 반응으로 벌써 의자가 새것으로 교체되어 있었다.
“저에게 좋은 수가 있습니다.”
* * *
‘이거 완전 정신 나간 거 아니니?’
김정일은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식은땀을 뻘뻘 흘려야 했다. 총 전쟁 시간이 고작 2시간 27분? 이게 말이나 되는 시간인가? 차라리 하루가 걸렸다고 하면 이해라도 갔다. 하루가 아니라 12시간이 걸렸으면, 인민군을 좀 갈구고 말았다. 대공포나 열심히 준비하라고 말이다.
근데 2시간 반? 3시간도 아니고?
‘염병. 변명하듯 기준이 자꾸 줄어드는구먼, 기래.’
김정일의 눈앞에서는 그네들이 줄곧 말하는 결사옹위와 총폭탄 정신으로 무장한 당원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었다.
고무추동, 전투적으로, 총체적 승리. 김정일의 총애를 얻기 위해 공허한 말들이 오고 갔다.
“김영춘 총참모장 동지! 동지 말이 전적으로 맞습네다! 지금이야말로 총폭탄 정신으로 미제국주의자들에게 맞서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네다!”
“거 지랄하지 말라! 이런 애미나이 새끼들! 미제 총폭탄은 총폭탄 아니디? 골통에 총폭탄을 맞고도 똑같이 말할 수 있나 어디 한번 보겠다우!”
“장성택이! 지금 그 발언은 위대하고 지엄하신 김정일 장군 동지에게 정면으로 반하겠다는 소리인가?”
충성도를 높인 것까지는 좋은데, 대가리가 하나 같이 죄다 빡 대가리였다. 정확히는 체제가 모두를 멍청하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체제란 것 아니겠는가? 이 머저리들은 대책을 가져오라고 했더니, 점점 이 나라를 폐쇄적으로 만들고 황폐하게 만들고 있었다.
물론 김정일의 눈에는 이보다 만족스러울 수가 없었다.
공포. 대립이 만들어내는 공포가 그들을 좀먹고 있었다. 충성과 실리 속에서 만들어낸 공포가 쌓이면 쌓일수록 김정일의 위상은 그 끝을 모르고 드높아지고 있었고, 김일성 주석의 업적에 가려 미욱했던 후광은 점차 강해져 어느덧 신위로 변하고 있었다.
“그만들 못하겠니? 이게 지금 위대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에서 나올 소리간?”
마치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숙련된 합창단처럼 약간의 오차도 없이 그들의 입에서 한마음 한목소리로 용서를 구하는 고함이 내질러졌다.
“죄송합니다!!!”
“동무들의 충성심은 내가 잘 알았으니 이제 그만하라우. 지금 당장 미제놈들이 쳐들어오는 것도 아니지 않나?”
김정일이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오지 탄광에서 결사옹위 정신으로 장군님께 봉사할 기회를 얻고 싶거든 얼마든지 아가리를 떠벌려보라는 뜻이었다.
“길티. 수소탄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니?”
“장군님께서 교시하신 대로 반듯한 주체사상 일꾼들이 장군님의 성은에 힘입어 혁명과업 수행의 일환으로 수소탄 연구에 전투적으로 힘쓰고 있습네다!”
“고저, 자금과 인원을 더 넣어줄 테니, 좀 더 빠르게 연구하라. 미제놈들하고 제대로 된 대화를 하려면, 남조선 아새끼들이 없는 무기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제대로 된 협상을 할 수 있지 않갔어?”
“명안, 또 명안이십네다! 장군 동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