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41)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40화(141/377)
< 140편 >
이 일은 부시 대통령과 블레어 총리의 비공개 회담을 하던 날 일어난 일이다. 정확히는 ‘내가 어떻게 도와드릴 수 있을까?’라는 대화가 오가던 순간이었다.
같은 시각 남한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날은 유독 무거운 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단순히 빗줄기가 굵다는 것이 아니라, 온갖 미세먼지를 비롯한 중금속이 포함되어 있던 탓이었다. 중국에서 사업 크기가 위축되어 공해가 줄기는 했지만, 안타까운 점은 이와 같은 일이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었다는 점이었다. 중국발 먼지가 모조리 전부 황사라는 큰 카테고리에 묶여 하나로 치부되곤 했으니 말이다.
미친 미국 대통령 하나 때문에 당시 국정원이 위아래 할 것 없이 돌아가면서 대차게 까였다는 사실을 모두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전체가 경질된 사건은 워낙 사건이 커서 이 일은 민간에게도 알려졌다. 기자와 최대한 친하게 지내려고 해도 모든 기자와 친하게 지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물론 국민은 딱히 국정원을 탓하기는 않았다. 그 누가 전투기를 타고 왔으리라 상상이나 해봤겠나? 국밥은 왜 먹으러 갔는데? 이걸 밝힐 수 있는 사람이 있긴 있나? 어쨌거나 무엇보다 몇몇 극소수를 제외하고 이 사태에서 손해를 본 게 없었다. 약간의 신문의 한 면을 장식하는 흥미로운 사건 정도로 인식했던 탓에 도리어 드디어 신문이 구독료가 제값을 했다며 좋아했다.
“여기서 말하는 극소수는 누군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겠지?”
국정원 비밀 회의실 안에서는 불쾌한 침묵만이 흘렀다. 단순히 침묵만으로도 무거워 죽을 판인데, 높은 습도마저 어깨를 지긋하게 짓눌렀다.
“국가정보원. 바로 우리다. 피해를 직격탄으로 맞았지.”
그래도 구태여 이득을 본 점을 말하라면, 예산이 더 늘어나긴 했다. 평소에도 인지하고 있었던 예산 문제 때문에 생겼던 허점을 다방면으로 분석해서 제출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과정은 어찌 되었든 궁극적으로는 국정원의 정보력이 한층 더 강화되었다고 볼 수 있으리라. 물론 이 난리를 친다고 해서 저 광인의 두개골 속을 열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지만, 모든 예산을 써서라도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길 바랐다.
문제는 그렇지 않아도 불안했던 국정원이라는 조직의 신뢰도가 바닥을 쳤다는 점이다. 어떤 나라라도 가장 밥버러지로 보이기 쉬운 조직이 정보부다. 왜냐면 기본적으로 하는 일은 모조리 비밀이기 때문이다. 비밀작전이 성공했다고 동네 사방팔방에 광고하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는 다섯 개의 눈에 속하는 CIA나 SIS라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영화산업을 비롯한 소프트 파워를 통한 약간의 프로파간다로 정보부의 이미지를 개선할 수는 있었다. 예를 들면 ‘007’이라는 작품은 영국의 정보부가 SIS인지도 모르는 이들에게 뭔가 대답한 집단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줬다. 정부는 항상 ‘너희는 게임, 영화로 현실을 혼동하지 말지어다.’라고 하지만, 대다수 인간은 일단 자신의 가지고 있는 정보 내에서 일차적으로 이미지를 떠올리고 보는 법이다.
“모든 통계나 정보를 접할 때 그 통계나 정보의 내용보다는 누구의 사주로 조사되었느냐가 더 중요하지.”
통계나 정보 따위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작든 크든 기본적으로 돈이 들어가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들어가지 않는 곳이 얼마나 있겠느냐만, 이 돈 때문에 때때로 정보에 치명적이고 심각한 오류가 벌어지게 된다.
예를 들어서 비타민이 감기에 좋다는 통계가 신문 기사와 뉴스로 대대적으로 홍보된다고 치자. 사람들은 당연히 감기에 걸렸을 때 비타민을 꾸준하게 먹게 될 터다. 일반적인 약과는 달리 건강에도 부담스럽지 않으니까 말이다.
여기서 조건문 하나를 추가하자. 비타민을 제조하는 ‘제약회사’의 돈을 먹고 돌아간 통계라면? 갑자기 통계의 신뢰도가 의심스러워지지 않겠는가? 사람들은 대부분 정정 보도나 반박하는 자료가 나오지 않는 이상 오랜 시간 동안 비타민이 감기에 좋다고 생각할 것이다. 심지어는 반박 자료가 나오더라도 말이다. 이미 정보가 뇌리에 완전히 박혀서 굳었기 때문이다.
자, 국정원이 추가로 받은 예산으로 뭘 했을 것 같은가?
“충분히, 철저히 숨겼겠지?”
국정원이 활약하는 드라마와 영화 제작을 발주했다. 자금의 출저를 이중 삼중으로 돌려서 말이다. 물론 내용이 내용인 만큼 눈치채지 않으려야 눈치채지 않을 수 없겠지만, 국민은 막연히 정부가 투자했다고 생각할 뿐 설마 국정원이 직접 예산을 투자했다곤 상상조차 하지 못할 터였다.
물론 이것도 현실과 매체 사이의 괴리감이 심하면 쓸데없는 일이지만,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니었다. 예를 들면 이 이미지 메이킹이 먹히지 않는 직업군으로는 경찰이 있다. 피비린내 나는 과거를 청산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통해 친절한 경찰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긴 했으나, 무능이라는 딱지는 당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작은 실수라도 반드시 신문에 보도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무능한 몇몇 경찰이 범인을 그냥 보고도 지나쳤다거나, 범죄현장을 묵인했다거나, 피해자가 2차 보복까지 당했는데 합의를 보게 시켰다거나 하는 일이 계속 나오는데, 제대로 된 징계나 처벌도 없고 해고도 없으니 더 환장할 노릇 아닌가.
물론 제대로 불철주야 범인들을 잡기 위해서 뛰고 있는 경찰들도 많았다. 그러나 몇몇 머저리와 솜방망이 처벌 풍조 때문에 경찰 이미지는 나빠질 수는 있어도 좋아질 수가 없었다.
“저 인간이 전투기로 오고 가서부터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정확히는 북한과 이야기가 통하기 시작한 시점이긴 했지만, 미국이 아니라 부시라는 인간이 한국에 직접 영향력을 투사하기 시작한 시점이 이쯤이니 그다지 틀린 말도 아니었다.
“좋은 점은 미국이 가진 정보를 전 대통령보다 잘 공유해준다는 점이에요. 그것도 좀 과다하다 싶을 정도로 말이에요.”
미국은 몇몇 부분을 제외하고 도리어 한국이 ‘진짜 이래도 되나?’라고 생각될 정도로 상당히 협조적이었다. 이쯤 되면 다섯 개의 눈이 아니라 여섯 개의 눈으로 불러야 하지 않나 싶을 정도였는데, 그렇게 부르지 않는 이유가 다 있었다.
“나쁜 점은 때때로 개떡같이 알려준다는 거지.”
그렇다. 질 좋은 정보만 흘려주면 매일 미국 쪽으로 108배라도 박겠는데, 가끔 이상한 정보가 흘러들어 온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특정 국가에 정신적 충격을 주겠다.’라는 정보가 들어온다. 그리고 일이 벌어지면 늘 이런 식이다.
‘군을 통한 물리적 파괴를 실천하여 정신적 충격을 준다.’
즉, ‘충격과 공포’다. 그들은 일부러 사실을 한 번 꼬아서 말하고 있었다. 이것만으로 감이 잘 안 온다면, 다른 예시도 있다. ‘미국으로 오는 불법 이민자를 전부 없애야겠다.’라고 해서 무슨 장벽이라도 세울 줄 알았더니, 그냥 이들에게 전부 시민권을 선사했다. 최근 들어 미국은 심각할 정도로 일손이 모자랐기 때문이라신다.
일단은 이렇게 되는 이유를 CIA 측에서 ‘일부러’ 몇몇 극비 정보를 타국에 알릴 수 있는 선까지 훼손하는 것이다. 라고 윗선에 보고하고 있었지만, 이 회의실에 모여 있는 모두가 확신하고 있었다.
근거도 뭣도 없고 오로지 감에 의존한 확신이었지만, 이 감이 틀리리라 생각하는 인물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런 이상한 정보들은 100% 미국 대통령의 지시다.’라는 추측 말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왜냐면 이러한 결정은 미 대통령 본인이 직접 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온갖 미국의 국내 정치 사정을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복잡해지니, 최대한 단순하게 요약하자면 한국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별로 좋게 보고 있지 않았다. 그 때문에 중요한 정보는 모호하고 단락적으로 밖에 공유할 수 없었다.
미국 내에서도 왜 이렇게까지 한국을 편애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의 심복인 비서실장조차도 알 도리가 없다고 하니 실로 수수께끼였다.
다만 위에 서술된 사정을 전부 제외하더라도 매번 이렇게 정보들이 심각하게 모호한 이유는 설명되지 않는다. 정보라는 것이 일단 적당히 꼬아야 가치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해석하는 데 시간이 더 들면 말짱 도루묵이니 차라리 주지 않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꼬는 이유가 무엇인가! 사람을 열 불나게 만드는 이유가!
부시가 몰래 비서실장에게만 귀띔해 주기로. 그 이유는 딱 하나였다.
‘그게 더 재미있잖아.’
그렇단다. 무엇보다 부시 본인이 국정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김갑환이 국정원 덕분에 당한 게 좀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요한 건 우리 한국의 주변 국가 정세를 완벽하게 수집하는 일이다. CIA의 부정확한 정보에 기대지 말고 우리만의 제대로 된 정보망을 갖추는 게 우선이야.”
여기서 구태여 ‘갖춘다.’라고 표현한 이유가 있었다. 한국의 정보망은 분명 어느 시점까지는 탄탄했었다. 다른 나라에 비해서 한국 정보부의 역사는 짧았지만, 바로 위에 적국이 붙어 있던 나라도 전 세계에 오직 한국뿐이고 중앙정보부-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을 거치며 축적된 노하우와 한국의 경제 수준에서 오는 안정적인 예산 편성은 도저히 최고는 아니어도 충분히 준수한 정보기관이라고 평가할만했다.
어쨌거나 이러한 정보기관이 이제 와 정보망을 갖춘다고 표현하는 건 부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매우 최근 대규모로 이 정보망이 작살이 나버렸기 때문에 더는 이 정보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 파괴는 중국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일련의 사건으로부터 중국에서 눈에 불을 켜고 첩자며 간첩이며 모조리 잡아들였기 때문에 중국에 첩보망을 펴고 있던 나라들은 모두 큰 손해를 보았다. 혐의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고위층부터 최하류 인생. 그리고 외국인까지 잡는 바람에 여기엔 한국도 빠질 수 없었다.
이렇게 중국 첩보망이 작살 나버렸다. 러시아는 어떤가? 최근 미국이 CIA를 통해 러시아의 중요 정보를 고스란히 빼돌린 덕분에 러시아 정부는 이런 짓을 할 수 있었다.
‘너 숙청.’
푸틴 대통령은 마침 자신의 통치력과 인기도를 높이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었다. 체첸 전쟁에서 이미 한 번 자신의 인기를 올려두긴 했지만, 하필 붉은 광장 테러 사건으로 인해 그 높아졌던 인기가 크게 휘청였다. 발 빠른 대처로 어떻게든 콘크리트 층은 사수할 수 있었지만, 다소 지지층이 불안정해진 것은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시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부패한 정치가, 자본가들을 때려잡는 일 아니겠는가? 이 시점에서 타국에 러시아의 정보를 팔지 않은 사람은 사실상 거의 없다고 봐도 좋았다. ‘배신자.’ 눈엣가시인 정적들을 숙청하기에는 너무나도 좋은 명분 아닌가? 더군다나 대부분이 부패한지라 그들의 뇌물 및 배신행위 내역만 까발려도 인기는 하늘을 찌를 게 틀림없었다.
어쨌거나 국정원이 깐 러시아의 정보망도 조져졌다. 잔챙이는 상관없었지만, 중요한 소스가 전부 모조리 형장의 이슬이나 흑돌고래 교도소에 무기징역으로 수감 되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한국과 미국의 영향권에 들어오는 바람에 아예 금강산 관광에 한국과 이어지는 대륙 철도를 깔고 있고 인프라도 대부분 사실상 반쯤 민영화되어 한국의 기업이 건설 중이었다. 위성까지 띄워서 네비게이션까지 제작되고 있는 마당인지라 첩보 자체가 거의 의미가 없게 되었고, 그나마 정계 쪽을 주시 중이긴 했다.
아프리카나 중동은 본래 신경을 잘 안 썼고, 유럽 쪽에서도 연이은 테러 사건 때문에 점점 보안이 철저해지는 바람에 기존 첩보가 거의 무의미하게 변했다. 인도나 동남아시아의 경우에는 그나마 좀 나았는데, 국정원이 자체적으로 얻는 정보보다 미국에서 주는 정보가 더 정확하고 방대하여 첩보 활동의 의미가 퇴색되었다.
“지금 이것 때문에 예산까지 거의 2배에 가깝게 받았어. 어떻게든 이 난국을 이겨내야 해.”
‘그러나 어떻게?’라는 문제에 봉착하자 회의실의 분위기는 다시 무거워졌다.
“지금 정보 또 들어왔는데요?”
침묵은 정보가 적힌 종이를 들고 온 사람 덕분에 간신히 깨질 수 있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좀 골이 때리는 정보가 적혀 있었다.
“뭐야 이게?”
“그런데, 이거 꼰 거야 안 꼰 거야?”
“아니, 뭔데 그래?”
「미 대통령 중국행, 영국행 이후 몇몇 나라를 더 비밀리에 들를 것.」
한 번 꼰 정보가 실로 짜증 나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해석이 스펙트럼처럼 오만가지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었고, 둘째는 이게 제대로 된 정보가 들어와도 꼰 건지 안 꼰 건지 분간이 제대로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얘가 중국에 왜 가?”
“뭐지? 암살을 당하고 싶은 것인가?”
모두가 이 시점에서 이미 꼬아놓은 것이라고 인식했다. 중국으로 갈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정보가 진짜라는 것을 알게 되는 건 좀 나중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