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42)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41화(142/377)
< 141편 >
“역사상 지금까지 나온 논리 중 가장 완벽한 논리는 힘의 논리지.”
역사는 언제나 이긴 놈의 말이 맞는 말이다. 진 놈은 그냥 맞는 놈이고. 이 얼마나 아름다운 논리란 말인가? 반박조차 할 수 없는 절대적인 논리 아닌가?
물론 맞는 놈은 이보다 엿 같고 억울한 논리도 없겠지만, 힘의 논리는 생명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결단코 사라지거나 바뀌지 않을 자연의 법칙이었다.
이 사실을 영국인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구상에 만만하지 않은 땅이 남지 않을 때까지 제국주의가 미성숙했던 시절부터 무제한 확장주의 행보를 펼치며 기어코 ‘룰 브리타니아’를 만들어냈다.
그들은 야만인들을 교화하겠다는 목적으로, 때때로는 주인 없는 땅을 차지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힘이 없는 나라나 민족, 부족들을 제압하고 그 위에 깃발을 꽂아 넣은 것에 불과했다. 아프리카의 기후가 바뀌고 현생 인류의 조상이 지구상으로 퍼져나가면서부터 주인 없는 땅이란 사실상 없다고 봐도 좋았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미국 또한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대영제국의 인성이 그대로 반영된 게 미국이었으니 말이다. 미국을 구성하고 있던 주 대부분이 대영제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독립전쟁을 이끌었던 이들은 별로 인정하고 싶지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는 대영제국이 미국의 전신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대영제국이 대양을 지배하려 들었다면, 미국은 서부로의 확장을 꾀했다. 서부개척 시대라고 불리는 이 시대에서는 ‘천명’이라는 면죄부를 들어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몰아냈다. 어쨌거나 중요한 건 세계의 경찰이라고 으스스 대는 미국도 피와 시체 위에 세워진 이른바 악의 제국이라는 말이렷다.
물론 힘의 논리에 의해서 정부 차원에서 발언할 수 있는 국가는 없겠지만 말이다. 정확히는 있었다는 말이 맞았다. 북한 말이다. 이제는 완벽하게 강제로 친미로 돌아서게 되는 바람에 이런 말들은 떠벌릴 수는 없게 되었지만.
“야, 양키. 안 그래?”
그녀는 술병 안에 약간 남은 술을 찰랑거리며 굉장히 비꼬듯이 말했다. 그녀의 앞에 있는 인간이 설마 그 힘의 논리 정점에 서 있는 인물인 줄은 상상조차 해보지 못하고 말이다. 분명 억양은 스코틀랜드인인데, 하는 짓은 아주 러시아 고프닉이 따로 없었다.
일단 다른 건 몰라도 다부진 체격의 거한을 상대로 술주정을 하고 있다는 현상 자체가 그녀가 그다지 겁이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우욱.”
그냥 겁이 없어질 정도로 처마시는 바람에 거하게 취했을 수도 있고.
부시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면.
‘그냥 오지 말걸.’
그러시단다.
부시가 지금 스코틀랜드에 온 이유는 사실 별거 없었다. 사실 별거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전생에 몇몇 해외 관광지에 너무나도 가고 싶었던 곳에 스코틀랜드의 한 관광지가 끼어 있었을 뿐이었다.
미국은 어쩌다 보니 이미 죄다 쏘다녔으니 남은 건 유럽과 동남아시아였는데, 동남아시아는 일 때문에 간다는 선택지 자체가 요원할 거 같았다. 어쨌든 영국에서도 좋은 곳 다 내버려 두고 구태여 스코틀랜드에 한번 가보고 싶었던 이유가 있었다.
‘이 시벌럼이 약 존나 팔았네.’
전생에서 고등학교 동창 한 놈이 스코틀랜드에 유학 갔었는데 스코틀랜드 병에 걸려서 그렇게 자랑하더니, 세상에나. 음식은 하나 같이 느끼하고 날씨는 우중충했다. 그리고 여기서 느끼하다는 건 미국인 기준으로도 느끼하다는 거다. 느끼하고 짜기로는 미국을 따라갈 국가는 없으리라 자부했거늘 어찌 이리도 느끼하다는 말인가?
그나마 먹어줄 만한 건 스카치위스키 정도였다. 그마저도 술주정하고 있는 저 아가씨를 보면 입맛이 뚝 떨어진다. 차라리 스코틀랜드에 오더라도 이런 시골이 아니라, 제대로 된 도시로 갔어야 했다.
‘그런데 고놈이 그렇게 약을 팔아대던 마을이 하필 여기라.’
경치 좋고 물 좋고 산 좋다더니,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게 이 술이라니! 하긴 시대상을 생각하면 괴리감이 어느 정도 있긴 했다. 그때는 한국보다 스코틀랜드의 촌구석의 생활 수준이 더 높았으리라는 점을 상기하면 어느 정도 정상참작 할만했다.
‘허허, 이런 염병할. 블레어 그 양반하고 차나 더 마실걸.’
그리고 고 갈아 마셔도 시원찮을 전 친구의 약팔이 말고도 부시가 구태여 이곳에 있는 이유가 두 개 더 있긴 했다. 사실 다음 일정은 아프가니스탄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은 앞의 2건과는 달리 비공식이 아니라 공식적인 방문이었는데, 하루 앞당기면 아프가니스탄에서 곤욕을 치르지 않겠는가?
물론 앞서 하루 앞당긴 나라가 있긴 했지만, 딱히 미국의 우방국도 아닌지라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것보다 지금 웬 술주정뱅이 한 명 때문에 치부를 쑤셔진 기분이라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화가 나느냐라고 물으면 반쪽이 반쪽인지라 썩 그렇지만도 않았지만, 이건 기폭제다. 쌓여왔던 짜증이 한 번에 터지는 기폭제. 그러나 짜증을 풀고 싶어도 ‘미국의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서 민간인 하나랑 시비가 붙었답니다!’가 나오면 곤란했다.
강자는 얼어 죽을. 부시는 지금 여기서 가장 약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게 남은 또 하나의 이유인데.
“여긴 방음이 확실하게 됩니다.”
“아, 자네였나?”
아니, 이럴 수가. 예민한 부시의 신경을 건드렸던 만취한 여자가 별안간 멀쩡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오는 게 아닌가?
“첩보영화가 따로 없군.”
“마지막 손님이 나갔으니, 여긴 확실하게 안전합니다. 그리고 딱히 틀린 말도 아니잖습니까. 특히 ‘첩보’라는 부분에서.”
“솔직히 직접 찾아오실 줄은 몰랐습니다만.”
“이 부분은 직접 듣고 싶어서 말이지.”
그녀는 가방으로부터 두꺼운 종이 다발을 꺼내 들더니,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윙크했다. CIA의 현장 요원치고는 여러모로 좀 많이 자유로운 것 같았다.
‘상사한테 윙크하는 CIA 요원이라니, 세상에나.’
보고서의 가장 윗면에는 「브렉시트 예상 보고서」라고 적혀 있었다. 이는 다섯 개의 눈에도 공유하지 않고 비밀리에 부시가 직접 주문한 것이었다. 겸사 이 시기에 브렉시트라는 말이 쓰였을 리는 만무하니, 부시가 첫 발언자인 셈이다.
“이게 첩보 보고서입니다. 설마 타국 대통령의 짐을 건드릴 미친놈은 없겠죠.”
‘그러니까. 아는 놈이 그랬단 말이지?’
부시는 한 대 후려갈기고 싶은 충동을 느꼈으나, 자신 안에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인내심을 최대한 발휘하여 차마 실행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보고서는 보고서고. 직접 구두로 듣고 싶은데?”
“일단 이 보고서는 EU를 탈퇴한다는 상황이 왔을 때를 가정하고 ‘대학생 과제’를 가장하여 영국 전역에서 최대한 찬반 조사 통계를 모은 겁니다.”
사실 브렉시트 보고서 조사에 진짜 대학생들이 쓰였으니, 가장이라고 할 것도 아니었다. 물론 진짜로 그런 과제가 있었느냐고 물으면, 당연히 아니지만.
“일단 결과만 말하자면, 탈퇴 찬성이 한참 더 높습니다. 특히 노년층이 제일 심합니다.”
“뭐?”
이 조사는 부시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다시 정리하려는 목적이었지만, 부시가 알고 있던 사실과 벌써 괴리가 나타났다.
‘어디까지나 가정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브렉시트로부터 아직 거의 16년 전인지라, 과거의 향수에 젖어있는 노인들이 많이 살아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EU가 매우 급진적으로 EU 회원국을 결속하고 있는 탓에 나온 반발 작용일지도 몰랐다.
어쨌거나 지금은 요원의 보고에 집중하기로 했다. 어차피 추측만으로는 알기 힘들었다. 보고서를 읽으면 알 수 있을 터이니 말이다.
“계속해보게.”
“그리고 생활 수준이 낮아질수록 탈퇴에 더 힘을 실어줬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 부분은 익히 알고 있던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이게 뼈대고 보고서에는 좀 더 자세하게 적혀 있습니다. 어차피 단순 조사로 통계를 냈을 뿐인지라, 더불어 딱히 더 자세한 것도 없습니다. 다만 저희 요원들이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고 좀 더 자세하게 파고 들어갔습니다만.”
“뭘?”
“경제 부분입니다. 긁어 모인 자료를 토대로 한 단순 예측이긴 합니다만, 이야기가 공식으로 나오기만 해도 파운드와 영국의 주가가 천천히 내려갈 겁니다. 파운드의 가치가 내려가면 달러의 가치도 내려가겠죠.”
“아, 그건가?”
이걸 모를 리가 있나. 그때 김갑환이 재테크 삼아서 소소하게 사놓은 달러, 엔화의 가치가 하루아침 사이에 폭락했는데. 물론 나중 가서야 어느 정도 회복했다지만, 당시 충격은 이루어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모두가 천천히 내려갈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딴 거 없었고 진짜 하루 만에 개판이 났다. 그렇지 않아도 복잡했던 세계 경제가 완전히 혼돈으로 치달았다. 당사국인 영국은 브렉시트 투표 당시 아예 ATM 인출이 불가능했을 정도였다.
“최종적으로 국민의 말이 영향력은 있어도 구속력은 없긴 하지만, 국민의 뜻이 비등비등한 게 아니라 지금처럼 크게 기운다면, 결과적으로 영국은 EU를 탈퇴할 것 같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영국의 국내 사정이 아니다. 영국이 EU를 탈퇴하고 난 다음이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평생 쉬지 않고 움직일 수는 없으며, 결국에는 기대야 할 곳이 필요하다. 아무리 영국이 세계 5위의 경제 대국이라지만, EU라는 거대한 힘을 상대로 온갖 제재를 받아 가면서 유럽에서 살아가기는 요원한 일이었다.
“브렉시트가 실현되면 영국을 완전히 미국의 영향권 안으로 넣을 수 있겠지.”
사실 지금도 어느 정도 영향권 안에 있었다. 영국의 외교 방침 자체가 팍스 아메리카나 안에서 이인자 역할을 맡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부시가 생각하는 영향력은 기존의 영향력에서 좀 더 앞으로 나아간 것이었다.
브렉시트 당시 영국은 AIIB(아시아 인프라 투자 은행)와 중국의 투자 유치를 통해 어떻게든 새로운 자금을 확보하려고 했었다. 그렇다면 이 AIIB와 투자를 미국이 해줄 수도 있지 않겠는가? 영국이라는 나라를 미국의 손아귀에 완전히 넣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올까요?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면 스코틀랜드도 그렇고 아일랜드도 아예 영국에서 탈퇴하려고 할 텐데?”
“글쎄 그건 알 수 없는 일이지.”
세계의 정세는 부시가 알고 있던 역사와 너무 바뀌어 있었다. 그의 의지 하나만으로 나라가 분단되거나, 독립하거나, 다시 합쳐지고 있었고. 가만히 내버려 뒀으면 G2가 되었을 중국은 이미 재기 불능 상태까지 굴러떨어졌다.
그러니 부시 또한 브렉시트가 반드시 날 것이라곤 장담할 수 없었다. 혹시 모르지. 미래의 영국은 EU에서 가장 잘 나가는 회원국이 될지도. 미래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대통령이라는 직책은 무책임하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라고 말할 수 있는 직책은 아니었다.
“그저 어디까지나 모든 상황에 대처하기 위함이라네.”
보고서 뭉치를 서류 가방에 넣고 일어나는 순간 전화가 울렸다.
“아, 잠깐만.”
「대, 대통령님! 어디 계십니까!」
경호원들이 목소리였다. 부시야 나름 은밀하게 움직여보겠다고 억지로 떼어내고 혼자 움직이겠다고 했지만, 경호원들에겐 아주 지옥 같은 시간이었던 모양이다. 그야 그도 그럴 게 제아무리 대통령의 명령이었다지만 대통령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그날로 직장에서 잘리는 것은 기본이고, 새 직장을 구하더라도 평생 대통령을 지키지 못했다는 불명예를 안고 살아가야 했으니 말이다. 당장 몇 년만 거슬러 올라가도 미국 내에서 암살당한 대통령이 있잖은가.
“금방 돌아가겠네.”
「대통령님? 대통령님!」
“어째 경호 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진짜로 혼자 오신 겁니까?”
“그럴 수도 있지.”
그렇게 대답한 부시는 스카치위스키를 병나발 불었다. 이 보고서를 제외하면 그가 스코틀랜드에서 찾은 유일한 가치였다.
“제가 모실까요?”
“괜찮네. 어차피 내가 직접 운전 할거거든.”
“그건 큰 문제 아닙니까?”
“헬기는 괜찮아.”
당연하겠지만, 헬기 조종사에게서 괜찮지 않다는 말이 돌아온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