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43)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42화(143/377)
< 142편 >
북한 또한 남한의 국정원과 비슷한 혜택을 받고 있었다. 이는 북한이 완벽하게 미국의 영향권 안에 들어왔다는 소리이기도 하며, 실상 괴뢰국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6.25 전쟁 이후로 약 50년간 동맹국이었던 남한보다 북한이 받는 정보의 수준이나 질은 확실하게 떨어졌다. 다만 국정원과 한가지 완벽하게 똑같은 조건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단락적인 말장난’이었다.
“이번 미국발 정보에 대한 분석 결과입네다! 아마도 ‘그분’께서 오실 것 같습네다!”
민간이면 몰라도 적어도 공산당 안에서 조지 W. 부시의 인상은 불구대천의 원수에서 거의 상전으로 바뀌어있었다. 그도 그럴 게 조금만 수틀리면 그의 기분에 따라서 권력을 내려놓고 내려와야 했다. 설령 그것이 이 당 중앙의 중심인 김정일이라도 말이다.
어쨌거나 일단 최고 지도자는 김정일이었기에 부시의 호칭은 주로 ‘그분’이라고 불렸고 김정일도 이에 대해서는 그다지 무어라 할 수 없었다. 마땅한 호칭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름으로 말하면 그만 아니냐 싶겠지만, 그냥 ‘부시’의 ‘ㅂ’자 조차 듣고 싶지 않아 했다.
김정일은 지금은 힘이 없어 굴복하긴 했지만, 머잖아 재정비가 끝나면 어떻게든 미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리라고 벼르고 또 벼렸다. 그럴 확률은 극히 희박했지만, 손 쓰기 힘들다는 사실을 인정해버리면 무너져내릴 것만 같았다.
다만 한가지 안정되는 사실이 있었는데, 미국의 비호 아래에 있는 이상, 암살 걱정은 더는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하루하루를 암살 걱정으로 보내느라 항상 신경이 날카로웠던 김정일로서는 이보다 좋을 순 없었다. 미국의 영향권 안에 들었다고 암살 위험이 없어졌다는 건 다소 지나친 논리 비약이 아닌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김정일에게는 반드시 ‘그분’이 자신을 죽이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내래 지금 죽으면 그렇지 않아도 들고 일어날 것만 같은 군중을 제어할 방법이 없디야.’
“그래. 어디 한 번 자세하게 읊어 보라.”
“우선 들어온 정보는 ‘중국에 방문할 것이다.’였습네다. 암살 위험이 있는 나라에 직접 걸어간다는 발상이 말도 안 되지만, 원래 말도 안 되는 인간 아닙네까? 공화국의 우수한 첩보원의 정보에 따르면, 그분께서는 실제로 중국과 영국에 들렀다고 합네다. 더불어 내일 아프가니스탄에 공식적으로 방문하기로 되어 있습네다.”
“기래?”
“흥미로운 사실은 자세하게 에어포스 원 승무원들의 가족들을 염탐하고 조사한 결과. 에어포스 원은 적어도 일주일 내내 움직일 것이란 겁네다. 따라서 저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도 어떤 식으로든 기습적으로 방문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합네다.”
방어적으로 해석하느라 약간의 허점이 있었지만, 이 정도면 합격점을 줄 만도 했다. 물론 김정일의 생각은 약간 달랐지만 말이다.
“잘하고 못했다우.”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잘한 거면 잘한 거고 못한 거면 못한 거지. 잘하고 못한 건 도대체 뭐란 말인가?
“예?”
“합쳐보라.”
‘잘했다.’ ‘못했다.’
“잘못했다?”
대답을 들은 김정일이 답답한 듯 가슴을 연신 쳐대며 분노를 토해냈다.
“내래 면상에 달린 눈깔이 옹이구멍으로 보이니? 내가 해도 이것보다는 잘하겠디!”
그놈의 조울증이 또 도졌는지 분석관의 머리 위로 호통이 떨어졌다. 분석관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도 떨어진 기분이었다.
옛날 같았으면 이런 어리바리한 인간 따위 바로 숙청이라도 시키겠지만, 지금은 그게 불가능했다. 철저한 내정간섭을 통하여 헌법. 즉,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이 통째로 뜯어 고쳐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여러모로 단계를 거처 점점 민주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미국식으로 말이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권력을 행사하기 위한 몇몇 법은 잘 사수하고 있었다. 이게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헌법은 김정일에게 마지막 남은 보루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현재 김정일은 그야말로 다 빼앗기고 있었다. 그동안 착복해온 부도,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지도자라는 명예도 심지어는 여자까지.
여기서 여자는 기쁨조를 말함이었다. 기쁨조라는 말 자체가 사실상 북조선에서는 없는 단어였지만, 어쨌거나 그렇게 불릴만한 여자들이 있다는 건 사실이었다. 위대하신 미 대통령께서는 이 꼴이 영 보기 좋지 않았던 모양인지 이러한 조직을 해체할 것을 권하였다.
또 또 또. 다시 조울증이 오셨는지 갑자기 김정일은 침착하게 변하였다. 최근 들어 이런 일이 많았다. 다만 저 분석관이 굉장히 괘씸한 건 사실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고개를 갸웃거리기는커녕 말대꾸조차 하지 못하고 ‘잘못했습네다!’라는 우렁찬 고함부터 나와야 정상이었다.
‘아바디께서 이룩하신 주체사상을 보존하고 이끌어나가야 할 놈들이 하나 같이 모조리 자본주의 물이 들어가지곤! 에잉! 쯧쯧!’
미국의 괴뢰국 신세가 된 이후로 혁명 무장이니, 주체적이니, 전투적 등 공화국을 상징하는 단어들을 들어본 지가 꽤 되었다.
“그러니까 지금 그 인간이 전 세계를 순회하고 있다? 이 말이니?”
분석관은 김정일의 화가 수그러들었을 때가 기회라는 듯 재빠르게 대답했다. 이럴 땐 빠르게 용무를 마치고 이 살얼음판 같은 집무실에서 빠져나가는 게 상책이었다.
“마, 맞습네다! 행보로 보아 지금까지 대통령 자리에 오른 이후로 영향력을 직접 행사했던 나라를 방문하고 있는 게 아닐지···.”
“흠.”
김정일은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쳐대며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들었다. 그분께서 북조선에 온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분께서 북조선에 옴으로서 생기는 영향과 온다면 만약 무슨 짓을 저지를까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로 했다.
하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핵미사일 같은 인간인지라 감이 쉬이 잡히지 않았지만, 몇 가지는 예상할 수 있었다. 이는 분석관이 아니라 김정일이기 때문에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첫째로 어떤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김정일로서는 도저히 순응하기 힘든 요구를 해올 것이 틀림없었다. 왜냐면 항상 그러했으니까 말이다. 참으로 속 터지는 일었지만, 어쩌겠는가. 약자는 조용히 울분을 삼켜야지. 그렇게 삼킨 울분으로 날카로운 칼날을 벼려내는 거다. 방심한 틈을 타서 목덜미를 찌를 수 있는 단도 말이다.
둘째로 영향에 대해서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아도 파악하기 힘든 게 영향이었지만, 범위를 김정일 본인으로 국한하면 파악이 쉽다. 이번에도 피땀 흘려 모은 재산을 강제로 북한 경제에 투자하고 주류 창고에 있는 아끼는 술을 빼앗긴 다음에 또 돈을 들여 장대한 환송회를 펼쳐줘야 할 터였다.
그리고 그러면 그럴수록 김정일의 지지세력은 점점 약해져 간다. 실로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무엇보다 김정일이 이렇게까지 초조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앞으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강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만수무강 연구소에서는 항상 아첨하지만, 김정일은 알고 있었다. 앞으로 1, 2년은 몰라도 3년째는 절대로 오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젊은 사람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급격한 노화가 일어난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과연 이미 늙을 대로 늙어버린 김정일은 어떨까?
‘내래 이승을 하직하기 전에 어떤 식으로든 반격해야 하지 않겠니?’
거기까지 생각한 김정일은 집무실 책상 위에 비치된 수화기를 들었다.
한편 남포에 있는 주북 미국 대사관에서는 CIA 요원 하나가 열심히 손을 놀리고 있었다.
남포에서는 주북 미국 대사관 호위 병력이 주둔할 군사항구를 밤낮으로 건설하고 있었기 때문에 소음이 그칠 날이 없었다.
“부족한데···.”
선임이라는 놈은 아프리카의 수단으로 도망쳤다. 성격이 무지막지하게 특이하긴 해도 일 하나는 무진장 잘했는데, 때릴 수 있는 짬이란 짬은 모조리 때리고 갔다. 하긴 지금 꼴을 보면 근무 환경은 차라리 아프리카가 나을지도 모르겠다.
왜냐면 미국인이라면 어떻게든 죽여보겠다고 분기탱천한 인민들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세뇌당한 덕분이었는데, 아무리 북한 공산당이 ‘미국은 우리의 친구다!’라고 광고하며 떠들어대도 간악한 승냥이들에게 협박당한 것이라며 필사적으로 부정했다. 이에 반대급부로 남조선인들이 동포라며 치켜세워졌다.
미국이 구태여 북한 인프라 재개발 공사를 대부분 남한에 맡긴 이유이기도 했다. 덕분에 남한은 제대로 득을 보았다. 어쨌거나 중요한 건 지금 담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장마당에 갈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항모에 있는 편의점에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환장할 것 같았다.
그렇다고 어떻게 구해보자니, 이 북한에서 구할 수 있는 담배들은 하나 같이 필만한 게 못되었다. 한시도 쉬지 않고 울려대는 공사 소리도 참을 수 있다. 암살격을 날리려고 하는 인간들 틈바구니에서 살아가는 것도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담배가 없는 생활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남은 게 돗대 하나라고? 세상에나.”
본래라면 3개월은 걸쳐서 느긋하게 피웠을 터였지만, 상상 이상의 스트레스로 인해 하루에 3갑이나 태우는 골초가 되고 말았다. 나날이 부족해지는 담배 재고를 확인하면서, 담배의 빈자리를 술로 달래보려 했지만, 업무시간에 술을 마실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한 몇 개월만 더 있으면 남포항에도 온갖 시설이 들어오겠지만, 그건 몇 개월 뒤고. 지금은 술집이나 음식점 정도밖에 없었다. 그런데 아직도 편의점이 없었다. 왜냐면 그런 물건들은 항모에서 모조리 충족할 수 있었으니까! 가장 빠른 방법이 미 본토에서 택배를 붙여 보내 달라고 한 뒤 몇 개월 기다리는 거다.
‘이걸 피워? 아니면 내가 참을 수 없을 때까지 기다릴까?’
담뱃갑에 프린팅된 낙타 한 마리가 강렬하게 유혹해왔다. 낙타는 조 카멜의 화신이 되더니 네가 정말로 참을 수 있겠냐고 질문하고 있었다. 이 엿 같은 건물만 신식인 낙후된 근무지에서 이 끔찍한 스트레스를 참을 수 있을까?
‘이건 시련이다.’
생각해봐라. ‘마시멜로 이야기’처럼 참으면 이 돗대가 2개로 늘어나거나 한 갑으로 돌아오는 것도 아니잖은가? 차라리 대사관에 고용된 북한 직원에게 웃돈을 주고 장마당에 가서 아무 담배나 사달라고 해도 될 것 같았다. 그날 이후로 이 낙타 그림이 그려진 담배 말곤 절대 아무것도 피우지 않겠다고 맹세했지만, 자존심이 문제인가. 당장 못 피면 온몸이 비틀려 죽게 생겼는데.
‘아니! 도저히 못 참겠다!’
개성공단에서 제조된 싸구려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붙이려는 순간 시끄러운 전화벨이 울렸다. 공사 소리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아 증폭기를 달아 개조한 벨이었다. 다행스럽게 점심시간인지라 지금은 공사 소리가 없긴 했지만 말이다.
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다고는 해도 결국에는 CIA다. CIA란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기관인지라 대부분은 본국으로 통하는 다른 전화를 쓰게 되는데, 지금 울린 건 내선 전화였다. 내선이라곤 해도 북한 전체에서 쓰이는 선이었지만, 어쨌거나 해외 전화는 아니라는 말이렷다.
아직은 한국어가 어눌했기 때문에, 최대한 더듬지 않도록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한국어는 남한에서 배웠는데, 그 탓인지 북한의 문화어는 영 익숙해지지 않았다. 특히 단어들이 이렇게까지 다르다는 게 도무지 이해되질 않았다.
“주북 미국 대사관 사무소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미국 동무 나 좀 도와주시오.」
“What?”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나 나오는 바람에 너무 당황해서 영어가 나오고 말았다.
「나, 김정일이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