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44)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43화(144/377)
< 143편 >
아프가니스탄에 도착하자 엄청난 인파의 환대를 받았다. 다른 나라였다면 단순히 인파가 많다는 점에서 그리 대단함을 느낄 수 없겠지만, 인파가 전부 자발적으로 길거리에 나왔다는 점이 달랐다. 심지어 치안 문제 때문에 캐딜락 원 안에서만 있었는데 말이다. 부시의 위상을 설명하자면, 한마디로 스타였다.
그뿐만 아니었다. 아프가니스탄 역사상 가장 거대한 열병식이 열렸다. 거의 모든 군인이 동원되었다. 탈레반 잔당 따위의 문제가 있긴 했지만, 지속적인 소탕 작전을 통해 이젠 거의 국경을 제외하고 내부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거 너무 성대한 거 아닙니까?”
이는 부시가 자국에서나 받아볼 수 있는 수준의 환대였다.
“이 정도는 당연히 해드려야 되는 겁니다.”
외교적으로나 도의적으로나. 심지어는 국민의 목소리를 생각해서라도 말이다. 사실 아프가니스탄의 대통령인 모하마드 자히르는 말로라도 썩 좋은 정치를 펼치고 있지는 않았다. 왜냐면 사실상 아프가니스탄의 국운은 미국에 저당 잡혀 있는 몸이었으니 말이다.
국가로서의 기본은 자주권일진대, 이래서야 괴뢰국이나 다름없었다. 지금이야 부시가 그럴 생각이 없더라도 부시 다음에 집권할 대통령은 어떤 결정을 내릴지 누가 알겠는가? 앞으로 몇 년 안에 아프가니스탄을 반석 위에 올려놓아야 했다.
‘다만 앞으로 몇 년이나 이 비루한 몸뚱이가 버텨줄지.’
곧은 심지처럼 ‘나라를 다시 바로 세우겠다!’라는 정신력 하나로 최대한 죽음을 미루고 있었다. ‘죽음 같이 추상적인 개념을 어떻게 미루느냐?’라고 물으면 딱히 할 수 있는 말은 없었지만, 적어도 그는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이렇게 오신 이유는 직접 아프가니스탄이 다시 궐기하는 것을 보고 싶어서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여기까지 말하고 모하마드 대통령은 극심한 피로로 갈라져 가는 입술을 한 번 혀로 훑었다. 그가 하루에 처리하는 작업량은 전 세계의 지도자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지금이야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병마를 달고 살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실로 경이적일 정도였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꼭 그것만은 아니라고 말입니다.”
대통령궁 창문 밖으로 수도의 야경이 보였다. 아프가니스탄의 황금기였던 1960년대의 야경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만족할 수 없었다. 아프가니스탄을 반드시 중동에서도 가장 뛰어나고 위대한 국가로 만들겠다며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일단 눈앞에 앉아 있는 남자의 도움이 절실했다. 지금의 아프가니스탄은 미국의 자금이 끊기면 지옥 그 자체나 다름없었으니까.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일단 확실하게 하고 가자면, 주는 어디까지나 ‘아프가니스탄은 투자 가치가 있는가?’를 확인하러 왔습니다. 다시 말해서 ‘내가 지금까지 투자한 게 효험을 얼마나 보았느냐?’라는 겁니다.”
아, 자본주의란! 그러나 지금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이념이 이것이라면 마땅히 따라야 하지 않겠는가.
“어떠셨습니까?”
“그동안 틈틈이 보고서로 듣긴 했지만, 실제로 보니 괴리감이 상당했습니다.”
솔직히 이곳이 아프가니스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부시가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있던 아프가니스탄은 허허벌판이나 다름없는 산지였기 때문이었다. 이는 탈레반이 문화대혁명에 비견할만한 대파괴를 일으켰기 때문이었다.
사실 문화대혁명과 비교할 수준조차도 안 되긴 했다. 왜냐면 문화대혁명의 경우에는 옛것만 부수었지만, 이들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모조리 쳐부수며 금지하고 다녔다.
이게 무슨 소리인고? 즉, 현대의 문물까지도 모조리 금지했다는 말이렷다. 이것이 실로 악질인 것이 아프가니스탄의 국민은 산업화를 비롯한 60년대의 황금기를 거치며 이미 현대 문물에 몹시 익숙해져 있었다. 차라리 모르는 상태였으면 모를까. 멀쩡하게 당연한 듯 누리고 있던 권리들을 빼앗기면 어떤 기분이 들겠는가?
극단적으로 말해서, 아프가니스탄은 반쯤 세기말 영화에서나 볼법한 생활 수준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들의 문화도 올바른 신앙도 전부 빼앗긴 상태로 말이다. 이게 아프가니스탄 국민이 미국이 탈레반이 몰아내자 환호한 이유이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토록 그리워했던 모하마드 자히르 샤를 1대 대통령으로 추대까지 했으니 아프가니스탄인들의 안에서 미국이란 정의를 구현한 국가였고, 그 수장인 부시는 두말할 것도 없었다.
그냥 잘난 인간으로서 우러러보는 수준이 아니라 신앙적으로 접근할 정도로 다소 위험할 정도였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부시를 무함마드의 환생으로 보는 이들이 있을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하긴 당장 온갖 신앙을 절충해서 만든 까닭에 나폴레옹이나 빅토르 위고의 초상화를 걸어 넣은 종교인 까오다이교도 있는 마당에 뭔들 못하겠는가?
그렇다고 모두가 거기다 매우 긴 시간 동안 고통받아왔고 미국의 개입에 따른 급속한 발달로 인해 이라크 이상의 급진적인 세속화가 진행되어 아예 무신론 선언을 하는 이도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꿈도 꾸지 못할 것들이었지만, 새롭게 만들어진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부시는 이러한 변화를 보고서로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몸소 체험하니 감회가 남달랐다. 사실 이러한 감상 덕분에 그는 캐딜락 원에 타고 있을 때도 창문을 내리고 직접 보고 싶었지만, 스코틀랜드에서 경호도 없이 술까지 마신 전적 때문에 얌전히 경호원들의 말을 들어야 했다.
“어쨌든 초기에 약속한 대로 제 집권기에 투자가 끊기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끊기진 않아도 끊긴 것과 다름없을 정도로 적게 투자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소리였다. 부시의 성격상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을 것 같았지만, 어디 예산이라는 게 대통령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물건이던가?
“저희는 그 대가로 아프가니스탄 북부에서 나오는 원유와 대지에 잠들어 있는 천연자원을 다른 나라에 비해서 낮은 가격에 넘겨드리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의 금광은 세계에 얼마 남지 않은 금광이었다. 오늘날의 금광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 덕분에 대부분 고갈되었고 실상 지금은 구리의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슬러그에서 뽑아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금광은 이번에 사업이 진행되면서 새롭게 발견된 금광이었다. 덕분에 아프가니스탄은 나라의 경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요소인 금을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었다.
“그럼 이제 아프가니스탄에 방문한 또 다른 이유인데···.”
부시는 갑자기 말을 흐렸다. 솔직히 이걸 말해도 될지. 말하면 안 될지 고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민이 오래가는 일은 없었다. 어차피 언젠가는 말하게 될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그게, 실은 사우디가 좀 그렇습니다.”
“사우디? 사우디아라비아 말입니까?”
모하마드는 사실 아프가니스탄을 묶기 위한 새로운 협약 따위나 중동의 용병처럼 굴리려나 싶어서 잔뜩 긴장하고 있었는데, 너무 뜬금없어서 당혹스러울 따름이었다.
“사실 이번에 말할 생각은 없어서 자세한 자료는 없지만, 일단 구두로 설명해보겠습니다.”
부시는 종이 한 장에 펜으로 거침없이 이것저것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즉석에서 그려내느라 살짝 난잡하긴 했으나 알아보기엔 무리가 없었다.
“쉽게 말하면, 어떻게든 내려가는 유가를 동결하려는 시도가 보입니다. 그것도 러시아랑 결탁해서 말입니다.”
당연하겠지만, 둘 다 석유로 먹고사는 나라들이다. 거의 유일한 밥줄이라고 할 수 있는 석유의 가격이 날이 가면 갈수록 내려가니 담합을 하려는 것도 당연하긴 했다. 이 정보는 러시아 첩보에서 얻어온 정보였다.
OPEC에서 장난질을 치지 못하게 처벌법의 입법을 검토 중이었는데, 이를 위해서는 산유국들의 협조가 필수적이었다. 막말로 ‘아! 안 팔아! 안 판다고!’라고 하면 곤란해지는 것은 역으로 미국이었다. 미국이 연간 소모하는 석유는 상상을 초월했다.
‘물론 그때가 되면 억지로라도 팔게 하거나, 가스파쇄법이 완성될 때까지 제한적으로 수압파쇄법을 사용하는 수밖에.’
자연이 훼손되는 건 솔직히 그다지 껄끄럽지 않았다. 자연을 진짜로 걱정했다면 당장 비행기는 왜 타고 다니고 석유 석탄 태워 산업은 왜 돌리겠는가. 그냥 모조리 금지해버리고 말지. 부시가 진정으로 걱정하는 것은 자연이 오염된 다음의 일이었다.
인류는 오염된 자연에서 살아갈 수 있는 생물이 아니었다. 물론 어떠한 생물이라도 그렇겠지만, 인간 다른 동물과 달리 이걸 되돌릴 수 있는 기술이 있었다. 환경오염이라는 게 별거 없다. 그냥 생물체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생기는 것이다.
온실가스 다 어디서 나오는가? 바로 가축에서 나오는 것이다. 축산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는 전체 온실가스의 51%를 차지한다. 그런데 이게 무조건 가축에서 나오겠는가? 당연히 그냥 자연에서 살아가는 동물들도 내뱉는다.
어쨌든 극단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진심으로 환경을 걱정한다면 그냥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죄악이었다. 그럼 부시가 왜 환경 걱정하느냐? 위에서도 말했듯이 인간은 환경을 오염시킬 수도 있지만, 정화할 수도 있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오염된 환경에서 살아가지 못하고, 결국엔 정부는 오염된 환경을 다시 복구해야 할 것이다. 오염시키는 건 쉽지만, 복구하는 건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금액’과 ‘끔찍하리만치 긴 시간’을 요구한다. 다시 말해 환경오염은 결국 사채 돌려막기와도 같았다.
다시 이야기를 담합으로 돌리자. 러시아는 어떻게든 자금을 확보하고 싶고. 사우디아라비아는 날이 가면 갈수록 점점 궁핍해지는 국고를 보고 마음에 초조하다. 두 나라가 손을 잡기에 이보다 적기는 없었다.
본디 러시아는 미래의 외교 파트너를 중국으로 점찍었었다. 중국은 미국과 대적할 수 있는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는 국가였다. 어찌 보면 미국과 사이가 나쁜 러시아가 중국과 손을 잡게 된 것은 필연이라고까지 할 수 있었다. 러시아가 미국과 동맹국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참으로 웃긴 일이었다.
‘내가 중국의 금고를 탈탈 털기 전까지는 말이지.’
어쨌거나 그렇지 않아도 찜찜했던 미래의 파트너가 고꾸라졌으니 새로운 동지를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구소련 국가들이야 지금도 열심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지만, 파트너라고 하기에는 세력이 너무 작다.
그렇다고 서방 국가들과 붙어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소거법으로 지우고 나면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를 확실하게 조일 수 있는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유일했다.
“그런데 그걸 왜 저한테?”
그렇다. 지금 아프가니스탄이 도와줄 수 있는 것이라곤 곧 완성될 원유를 열심히 미국으로 공급하는 것뿐이었다. 마땅히 도와줄 수단이나, 그 비슷한 것조차 없었다. 도리어 원조를 받아야 하는 판에 뭘 돕는다는 말인가? 적어도 카불의 인프라가 완벽하게 재건되고 자립할 준비가 끝나면 어떤 식으로든 가능하긴 했다. 하지만 적어도 그게 지금은 아니었다.
“내가 아프가니스탄에 투자하는 이유를 기억하고 있습니까?”
모하마드는 그날을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자립할 때까지는 얌전히 미국의 칼이 되기로 한 그날을. 자신의 권리를 되찾고 황폐하게 변한 고토를 재건하기 위해 조지 W. 부시라는 인간의 온정에 기대기로 한 그날에 이 사내가 했던 말을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우리가 중동에 당신들의 의지를 투사하길 바라서 그런 거 아닙니까?”
“바로 그겁니다.”
“그 말만으로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간단합니다. 지금 그 일을 해줘야겠습니다.”
“정확히는 무얼 말입니까?”
“이제 아프가니스탄은 충분히 큰 목소리를 내기 위한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란을 부추겨 사우디아라비아를 압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