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45)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44화(145/377)
< 144편 >
“내가 공산주의 지도자를 돕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정확히는 공산주의를 표방한 독재자였고, 지금은 미국의 협박에 못 이겨 자본주의 개혁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어쨌든 둘 다 현대사회에서는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는 점에서 그게 그거 아니겠는가.
‘그것도 담배 하나 때문에 말이야.’
한가지 위안인 점은 이게 적어도 나라 팔아먹는 일은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을 땐 무슨 영화 주인공이라도 되는 것처럼 ‘후후, 우리 공화국의 개가 되면 돈을 주지.’라도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좀 싱겁기까지 한 부탁이었다.
하긴 단순히 ‘정보’를 찾는다면 CIA가 가장 제격이리라. 거기까지 생각한 그는 담배를 꼬나물었다. 이번 건으로 적어도 이곳에 부임하고 있는 동안에는 담배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독재자한테 받은 담배라니. 이베이에 올리면 희소가치가 붙을 것만 같았다.
‘이거 근데 국가 반역행위가 되진 않겠지?’
상부의 허락을 받긴 받았으니 문제야 일어나지 않겠지만, 그로서는 이러한 정보들을 넘기는 것에 있어서 굉장히 거부감이 들긴 했다. 물론 이것마저도 담배를 몇 대 피고 난 다음에야 든 위기감이긴 했지만. 그때의 그는 니코틴 부족으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원하는 정보가 차후 ‘일주일간 대통령의 일정’이라. 나라면 절대로 보내지 않겠는데. 상부는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그야 중간에 끼어서 이득을 본 입장이니 불평할 건 없긴 했지만, 이래서야 상부가 역으로 이 독재국가에 침식이라도 되고 있지 않은지 의심이 들 법도 했다. 물론 그런 일은 죽었다가 깨어나도 없겠지만.
“일주일이니까 문제없다고 생각한 건지. 아니면 다른 생각이 있는 건지 원.”
니코틴 부족으로부터는 해방된 건 좋았지만, 그 반동으로 잔걱정만 늘어났다. 이래서야 말짱 도루묵이었다. 무엇보다 한결 차분하게 되고 나니 그동안 얼마나 니코틴에 의존하고 있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3갑은 확실히 심했지. 조금씩 차차 줄여나가야겠어.’
「토마스 웨슨씨. 호출입니다.」
“일단 한 대만 더 피고.”
그 이후로 그가 하루에 피는 담뱃갑은 4갑이 되었다.
어째서 미 대통령의 일주일간의 일정을 요구했느냐고 물으면, 당연하게도 북한에 오는지 혹은 오지 않는지를 판가름하기 위함이었다.
김정일은 이것저것 떼어먹힐 것을 전제하에 두고 물어본 것이었지만 참으로 놀랍게도 시원스레 이 1급 기밀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근데 도대체 이건 뭐니?”
일반적인 일정표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김정일이 받게 된 것은 단 한 장의 종이였다. 그 종이는 진짜로 사용되는 일정표였는데, 일정표에는 ‘날짜’ 단위로 대통령의 일정이 적혀 있었다. 쉽게 말하면 그 넓은 A4용지에 딱 ‘스무 줄’이 있었다는 소리다. 보통은 분까지 표기되는 것을 상기했을 때 이는 실로 황당한 일이었다.
“이것들이 나를 놀리는 거 아니니?”
“미국의 입장은 어디까지나 실제로 쓰이고 있는 일정표라고 합네다.”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 하면, 분명 출국하기 전에는 제대로 된 일정표가 쓰이고 있었다. 그러나 출국하고 난 다음에는 이러한 일정표가 쓰이게 되었다. 이유는 아주 간단한데, 그 잘나신 미 대통령께서 직접 명령해서 바꿔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한 이유는 별거 없고 일정 자체를 ‘자기 마음대로 사용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아주 간단하게 어떤 나라에 얼마만큼 체류하는지만 적혀 있었다.
“너는 그걸 곧이곧대로 믿는다는 말이니?”
김정일이 이 정보를 가져온 전달자를 윽박질렀다. 그러나 전달자도 당혹스러운 게, 설마 이딴 게 진짜 일정표라고 믿겠는가? 그냥 딱 봐도 아니라는 감성적인 이유 말고도 합리적인 이유도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일정표가 없으면 부하들이 금세 갈팡질팡할 텐데? 무엇보다 경호는 또 어떻게 하는가? 안전 확보를 위한 거리 통제는?
“그리고 도대체 이건 뭐니? 고양이와 놀아주기? 이런 게 왜 도대체 일정표에 있단 말이니? 이것들이 장난하나!”
김정일은 철저하게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양손을 벌벌 떨면서 일정표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그, 그래도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지 않았습네까! ‘그분’은 북조선에 방문하지 않습네다!”
애당초 그들의 목적은 북한에 오는지 안 오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미 대통령의 일정 따위가 궁금한 게 아니었다는 말이렷다.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이 어찌 기쁜 일이란 말인가?
문제는 그 말이 김정일의 성질을 제대로 건드렸다. 이 국가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자신보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더 신경 쓰는 상황은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성격을 가진 김정일을 정말로 크게 흥분시켰다.
그리고 김정일의 몸에 큰 이변이 일어났다. 김정일은 잘못된 식습관으로 인해 관상동맥에 기름기가 끼어있었다. 본래도 썩 그렇게 올바른 식생활은 아니었지만, 최근 들어 과다하게 받는 스트레스로 인해 식사량이 크게 늘었고 요리의 맛 또한 상상 이상으로 자극적으로 변했다.
그가 하루에 피는 담배의 수는 평소의 2배가 되었고 술은 쓰고 독해졌다. 술의 경우에는 그의 심정을 대변한 것이었다. 쓸개 대신이라고 하면 알아듣기 쉬우리라. 사실 쓰기는 쓸개만큼이나 쓰기도 했으니 쓸개나 술이나 별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로 미쳐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김정일은 이 순간 그러한 생활습관이 1년 동안 유지된 결과를 온몸으로 맞이하고 있었다.
“어, 어어!”
심근경색을 알고 있는가? 심장으로 가는 혈관에 점점 기름기와 혈액 찌꺼기가 쌓이다가 결국에는 막히면 이를 동맥경화라고 부른다. 심장의 역할은 온몸으로 피를 보내는 것일 진 데, 혈관이 막히면 보내는 건 있는데, 돌아오는 게 없으니 심장은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점점 괴사하게 되고 만다. 이를 심근경색이라고 하고, 이게 지속하여 영원히 멈추면 심장마비라고 부른다. 그리고 지금 김정일이 겪고 있는 상황은 ‘심근경색’이었다.
“치, 친위대! 친위대! 아니! 의사! 의사를 불러!”
그가 부르짖자 경호원들이 물밀 듯이 집무실 안으로 쳐들어왔다. 이번 건이 하도 엄중한 기밀 사항인지라 경호원들까지 전부 집무실 밖으로 내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친위대 뒤로 상주하고 있던 주치의가 뛰어 들어온 것은 3분 뒤였다.
“이보시오. 의사 양반 어떨 것 같습네까?”
김정일의 호위를 책임지고 있는 호위 사령관이 초조하게 물었다.
“아, 안심하세요. 어···. 심폐소생술을 했고, 관상동맥을 뚫는 수술을 했어요. 혈관이 너무 많이 막혀 있어서 이거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령도자 동지께서 정신을 전혀 못 차리고 계시니.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입네까?”
“하필이면 식습관이 영 좋지 않았어요.”
“그게 무슨 소리입네까?”
“어···. 사실 아무한테나 발설하면 안 되지만. 시국이 시국이니. 잘 알아두세요. 앞으로 령도자 동지께서 가장 좋아하시는 초밥을 비롯한 기름진 음식은 일체 섭취할 수 없을 겁니다. 솔직히 살아나신 것 자체가 기적이에요.”
그 말을 들은 이들이 일제 저도 모르게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예전 같았으면 죽기 싫어 입도 뻥긋하지 않았겠지만, 김정일의 권력이 꽤 심각할 정도로 약화 되었다는 사실을 여실하게 보여줬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김정일 장군 동지의 생명이 경각에 달렸다 그 말인가?”
“어휴. 영락없이 우리 공화국은 끝장나게 생겼구먼. 어이쿠.”
“조용! 조용! 모두 조용히 하지 못해!”
그 꼴을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었던 호위 사령관이 권총을 휘두르며 호통을 쳤다. 그제야 총알이 미간에 박히는 게 무서웠던 이들이 일제히 입을 닫았다. 그들도 하나같이 북한에서 잘 나가는 권력자였지만, 그들이 가진 권력은 호위 사령관의 발끝에도 못 미쳤다.
“너 이 반동노무 새끼! 의사가 아니라 완전 반역자 아니야! 산 게 기적? 뭐가 어째?”
“이보세요! 우리 수준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어서 독일의 의료진까지 불렀습니다. 무엇보다 김정일 장군 동지께서는 이미 나이가 있으시다. 그 말입니다. 천수는 인간이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이, 이!”
그래도 북한에서는 최고 권위자인지라 이를 갈아도 차마 쏘지는 못했다. 그를 쏴 죽이면 김정일의 상태를 볼 수 있는 인물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사 양반. 내래 두고 보갔어! 알갔어?”
‘절대로 소문이 퍼지지 않아야 할 텐데.’
독재자가 제일 위험할 때는 본인이 크게 다쳤을 때였다. 그렇지 않아도 영향력이 축소되고 있는 이 시점에 정신까지 잃었으니 정말로 답이 없었다. 지금 김정일이 가진 영향력은 김정일이 죽게 되면 김정일이 지목한 후계자가 차기 후계자가 될지도 불분명할 정도였다.
이렇듯 내부 문제도 내부 문제였지만, 가장 큰 문제는 남조선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김정일 장군님이 돌아가시면 남조선이 우리 북조선을 통합할 것이다. 그리하고 나면 그곳에 내 자리는 없겠지.’
호위 사령관뿐만이 아니라 북한의 위정자는 대부분 그와 비슷한 문제를 겪게 될 터였다. 도리어 하급 관리자들은 일자리에 문제가 없겠지만 말이다. 왜냐면 위는 대체할 수 있어도 아래는 대체하기 힘들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면, 아래가 바뀌면 그 지역을 제대로 파악하는 행위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쟁에서 다른 나라를 합병할 때 왜 요직만 바꾸겠는가?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거다.
“미쳐 돌아버리겠구먼, 기래.”
친위대인 호위 사령부라고 해서 모조리 충성과 열정으로 똘똘 뭉쳐 있는 곳은 아니었다. 도리어 충성은 무슨. 이 척박한 북한 땅에서 좀 더 나은 삶과 출세를 찾아온 이들이었다. 그런데 그 출셋길이 고작 근 1년 사이에 막혀버리게 생겼으니 완전히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그나마 자신의 권력을 유지해주는 김정일이 살아 있다는 게 위안이었고 그 살아 있는 사이에 무언가라도 어떻게 해볼 심산이었는데, 그것조차 못하게 생겼으니 미쳐버리지 않고 어떻게 배기겠는가?
“그런데 도대체 뭘 본 거지?”
곧 심문 결과가 나오겠지만, 그 심문 결과를 듣지도 못할 정도로 바빴다. 무엇보다 김정일의 곁을 떠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호위 사령관의 의문은 깊어져만 갔다.
“에취!”
“감기입니까?”
“아니, 이 녀석의 털 때문에.”
부시의 무릎 위에서 배를 까며 어리광을 부리고 있는 화이트였다. 그런데 배를 까고 있긴 한데, 머리는 허벅지를 밖으로 튀어나왔으며, 발은 바닥에 닿아 있었다. 화이트가 너무 크기 때문에 생겨난 문제였다.
일반적인 비행기였다면 애완동물이 기내에 들어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지만, 이곳은 에어포스 원이었다.
“대통령님. 그런데 일정에 왜 고양이와 놀아주는 시간을 끼워 넣으신 겁니까?”
“아, 이 녀석이 꼭 챙겨주지 않으면 지랄발광을 하잖나.”
덩치도 덩치였지만, 교활하고 강인하여 어디에 맡긴다는 선택지 자체가 불가능했다. 무엇보다 독수리도 잡는 놈인데 이런 맹수를 어디에다가 맡긴다는 말인가?
비서실장 대리가 그것을 멍하니 의아하게 보고 있다가 새로 들어온 입수한 정보에 지금 말할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결국엔 입을 열었다. 그래도 한낱 고양이보다는 나랏일이 우선 아니겠는가?
“대통령님. 급보입니다.”
“뭔가?”
이 시간을 방해받은 화이트가 비서실장 대리를 노려보았다.
“김정일이 쓰러졌다고 합니다.”
“그래?”
부시는 제법 담담했다. 어느 정도 예상을 했기 때문이었다. 왜냐면 애당초 김갑환이 기억하고 있었던 김정일의 사인은 심근경색으로 인한 심장마비였다. 시기가 좀 앞당겨졌을 뿐이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자네는 친구가 입원하면 어떻게 하나?”
“예?”
하도 의외의 대답이 나온지라 비서실장 대리는 어버버 거리다가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하기로 했다.
“보통은 병문안 가겠죠?”
“잘 아는군. 비행기 돌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