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47)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46화(147/377)
< 146편 >
사우디아라비아를 규탄하는 아프가니스탄의 선언에 모두가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다. 왜냐면 일단 뒷배가 누군지 전부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목소리가 다소 커지더라도 문제는 전혀 없다. 도리어 지금까지 목소리가 없었던 게 더 부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이라고 그동안 목소리를 내고 싶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첫 목소리가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담합을 그만두라.’라는 증거도 뭣도 없는 규탄이라니. 이는 아프가니스탄 측에 있어서도 실로 유감인 일이었다.
사실 증거가 없다뿐이지, 모두가 은연중에 담합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아프가니스탄을 필두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사이가 좋지 않거나, 원유의 가격이 올라가면 곤란한 몇몇 국가들이 규탄에 합류했다.
거기까지는 언제나 있던 단순한 신경전에 불가했으나, 규탄이 거센 비난으로 변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세계정세가 날이 가면 갈수록 점점 흥미진진해지는군!」
이러한 일련의 사건은 가십거리가 되기엔 너무나도 적절했으며, 이에 몇몇 특정한 기자들이 좋아죽을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한 이치였다. 국제정치에서 나오는 음모론 따위의 이야깃거리들은 자극적인 가십거리로 가공하기에 너무나도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흥미진진이 아니라 흐미 지지겠지.’
반면 정신이 제대로 박혀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이 소식을 접하고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기껏 전쟁이 끝났더니, 다시 전쟁이 시작할 판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물론 실제로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어디 전쟁이라는 게 일어날법해서 일어나는 것이던가? 역사만 뒤져봐도 황당한 개전 사유를 미친 듯이 찾아볼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아프가니스탄이 ‘기껏 중동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는데, 누구 덕분에 다시 개판이 나게 생겼다.’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는 점이다.
어쨌거나 세간이 뭐라고 열심히 떠들든 간에 세계 각지의 신문사들이 유례없는 황금기를 맞이했다. 구태여 노력하지 않아도 기삿거리가 물밀 듯이 신문사로 들어오는 시대가 온 것이다. 물론 미국은 여전히 침체기이긴 했다. 각종 꼼수를 통해 회복기에 접어들긴 했지만, 다른 나라의 신문에 비하면 실로 끔찍할 정도로 고리타분하긴 했다.
그러나 결국 들어오는 소식은 하도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것들이 많기는 매한가지인지라 미디어의 영양가가 높기는 매한가지긴 했다.
그중에는 구태여 수고를 들여 파고들고자 하는 이도 있었다.
「너 저번에는 대통령 독재 타령하더니, 이번에는 아예 음모론이냐? 아예 찌라시 전문 기자로 전직하려고 작정했냐?」
“음모론이라니. 분명 벌어지고 있는 일이란 말이야. 김정일을 협박하고 있는 게 틀림없어.”
「너 지금 그거 러시아 건 큰 건으로 가져온 공적을 봐서 승인 떨어진 거 알지?」
“그래, 결국 러시아도 맞았잖아. 그러니까 이번에도 내가 맞을 거야.”
러시아에서 용하게도 몇몇 소식을 물어온 덕분에 부수가 꽤 많이 발행될 수 있었다. 성급한 판단은 재고 처리로 이어지지만, 올리버가 물어온 건수들은 하나 같이 그렇게 판단할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것들이었다.
예를 들면 현 러시아 대통령의 스캔들이라거나, 고위 관료의 뒤틀린 성욕이 자아낸 금단의 마약 파티 현장이 찍힌 사진 따위들 말이다. 이는 올리버가 최초에 생각한 것들이 아니었지만, 어쨌든 ‘대박’은 맞았다.
「만약에. 아주 만약에 말이야. 자네 말이 옳다면, 의사를 불렀더니 온 게 장의사인 셈이군.」
“그렇지.”
「당장은 욕 좀 먹겠지만, 훗날 우리 신문사의 영광이 될 거야.」
이런 시점에서 부시 대통령의 부정적인. 그것도 음모론적인 기사를 내놓는다는 건 거의 국가 반역자 수준의 욕받이가 되리라는 사실을 감당해야 하는 일이었다. 흥미 위주의 가짜 언론이 철퇴를 맞은 오늘날 찌라시는 벌금을 물 뿐만이 아니라, 시민을 우롱하고 속이는 찌라시 신문을 읽지 말자는 풍조까지 도는지라 자칫하면 신문사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었다.
그러니 정확히 말해서, 지금 조사하는 것은 현 정부가 흔들릴 때 낼 수 있는 기사였다. 언론 관계자라면 일단 정부에 한 방 먹이고자 하는 의지가 충만했으니 말이다.
“신문사의 영광은 얼어 죽을. 네 통장의 영광이겠지.”
「들켰나?」
그렇게 말한 그는 껄껄거렸다. 그 말대로였다. 앞으로 이 일을 1, 20년이나 더 할 것도 아니고 어차피 곧 정년퇴직할 나이인데. 그 전에 당길 수 있을 때까지 당겨봐야 하지 않겠는가?
「어차피 자네도 똑같잖아. 자네가 아무리 돈 되는 이야기를 싫어해도 이 세상은 돈이라고. 돈. 어쨌거나, 이번에도 물어오면 승진이야.」
올리버나 편집장이나 정의감만 우선시하기에는 현실의 벽이 너무나도 높았다. 자신이야 어떻게 된다고 쳐도 가족들에게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한다는 말인가?
그때 가서도 아내에게 내일 먹을 빵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들에게 학교 등록금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딸에게 네가 결혼할 때 내가 너에게 더는 무언가 해줄 자신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느냔 말이다.
“승진? 돈이나 더 줘 나는 아직 현장에서 뛰는 게 더 좋으니까. 아니면 새로운 자리를 만들어 주던가. 사무직은 질색이야.”
그러니까 올리버가 일할 때 받는 것은 권리였다. 최소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권리 말이다.
“일단 끊도록 하지. 여긴 영어를 쓰면 쳐다보는 눈이 많아.”
북한에서 미국인이라면 살해당할지도 몰랐다. 물론 진짜로 영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살해당하지는 않겠지만, 혹시 모르지. 미친 반사회성 성격장애 살인마가 이를 핑계로 올리버의 대갈통을 통조림 따듯 따서 선반 위에 전시할지 누가 알겠는가?
그렇기에 올리버는 목을 가다듬고 ‘러시아어’를 내뱉었다. 이는 그나마 북한에서 가장 친숙한 언어였다. 올리버는 북한이 일단은 공산권 국가이니, 러시아어가 반드시 먹혀들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올리버는 그저 단순히 러시아어를 잘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예 러시아 국적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다른 미국인들보다는 제법 안전하다는 말이렷다.
물론 문제는 있었다. 북한 주민들은 러시아어를 못 알아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었다. 그를 안내해줄 사람이 있었으니 말이다.
“안녕하쇼?”
“안녕하십니까.”
“아, 오늘은 러시아어요?”
그렇게 말한 사내는 러시아어로 껄껄거렸다. 사내의 이름은 김용식으로, 일단은 남한인이었다. 현지 협력자를 구하고 싶었지만, 어디 현지 협력자가 쉬이 구해지는 것이겠는가? 마침 올리버는 북한에 파견 나와 있는 건설사 직원 친구를 포섭하고 설득하는 것에 성공할 수 있었다.
사실 남한인이라고 해도 본디 미국에서 노는 친구인데, 그저 돈 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까 이번에는 북한에서 놀고 있을 뿐이었다. 그건 그렇고 사실 방안이 없어서 포섭한 사람이기도 했다. 왜냐면 올리버는 김용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딱히 인종차별주의자라거나 김용식 개인을 싫어하는 건 아니었고, 그가 만날 때마다 하는 소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야, 미국에서도 탈모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하하, 이 친구 아주 재미있구먼. 자네도 빠질 만큼 빠졌어요.”
올리버와 김용식은 비록 인종은 다르지만 동갑내기였는데. 정말로 죽어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올리버 쪽이 살짝 더 벗겨져 있었다. 본디 ‘풍성’과 ‘듬성’이란 결국 한 끗 차이 아니겠는가? 이 한 끗 차이가 대머리와 그렇지 않은 자를 구분 짓는 일종의 기준이자 선이 되었다.
“난 심을 건데?”
“아, 지금 가지고 있는 머리에 자신이 없으시다?”
두 사내는 껄껄댔다.
“그럴 리가.”
북한 사회는 집단주의 원칙에 기초하고 있다. 왜냐면 주체사상이란 결국 까보면 집단주의 사상이었으니 말이다. 쉽게 말하자면 북한 주민들의 생활상은 모두 ‘혁명적 등지애의 최고화신인 김정일 동지의 전투적 혁명과업과 주체사상을 실천하기 위한 일일로동’이라는 것이다. 라는 소리다.
쉽게 말하면 북한인이란 결코 전역할 수 없는 군인에 가까웠다. 밤낮으로 뼈 빠지게 일을 하고, 조직 활동이 있으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남한이라면 군인이라도 일과시간이 끝나면 병들도록 열악한 환경과 끔찍할 정도로 제한되고 한정된 자유 속에서 잠시나마 쉴 수 있지만, 북한인들은 먹고살기 바빠 그것조차도 불가능하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방 전의 북한이었고, 장마당이 공식화되고 수입이 허락된 지금은 이야기가 좀 다르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난 이후로 북한인들 사이에서는 개인주의와 배금주의가 만연했다. 즉 모 도사의 말대로 만악에 만능인 금전교가 팽배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북한인들의 돈에 대한 집착은 가히 중국을 보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경제난에 식량난으로 온 가족이 굶어 죽어가고 있는 꼴을 국가 단위로 겪었는데, 이런 사상을 가지게 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수순 아니겠는가? 이런 사상을 가지지 않는 이는 북한에 체류하는 외국인뿐이었다.
어쨌든 북한인들은 바뀌어 가고 있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또 왜 그러는데 뭐가 못마땅한데, 할 말 있으면 터놓고 말해봐~.」
“북한 노래답지 않은데?”
“그야 그렇겠지. 남한 노래요.”
“아, 남한의?”
하긴 솔직히 말하면 북한을 북한답게 만드는 요소가 거의 남지 않았다. 거리를 걸어 다니는 젊은이들은 하나 같이 미니스커트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고 새로 설치된 전광판에는 남한의 기업이 만든 선정적인 광고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래되어 움직일 때마다 굉음을 내는 노면 전철과 녹슨 버스는 이제 보이지 않았으며, 에어컨 빵빵한 남한의 최신형 천연가스 버스로 대체 되었다. 사람들은 돈 대신 카드를 들고 다니게 되었으며, 휴대전화는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다.
북한은 지금 물심양면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었다.
“뭐야 이건?”
「Billie Jean is not my lover.」
“빌리진? 이게 왜 나와? 북한 애들 미국의 ‘미’만 나와도 눈깔 돌아가는 애들 아니었습니까?”
“아, 저거요? 나도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아니 글쎄. ‘노래는 죄가 없어!’라지 뭡니까?”
올리버야 ‘이 무슨 이중적인 사고인가?’라며 혀를 찼지만, 점점 문화적으로 침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대로라면 머잖아 좋든 싫든 북한이 남한에 흡수 합병을 당하리라는 사실도 말이다. 폭력적이든 평화적이든 합병의 첫 번째는 언제나 문화적 동화였다.
겉으로 보면 거의 티가 나지 않지만, 이미 합병을 위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일단 이것도 나름 기삿거리이긴 하군.”
올리버는 열심히 사진을 찍어댔다.
“그러니까 핵심은 ‘김정일과 만나고 싶다.’ 이거 아닙니까? 그래서 날 찾아온 거고.”
북한인도 아니고 남한인인 주제에 고위 관료조차 아니고 일개 좀 잘나가는 건설회사 관계자인 김용식이 가능할 리가 있겠는가?
“정확히는 가이드나 부탁할 생각이었는데, 무슨 방법이 있습니까?”
“그게 말이죠. 있단 말입니다. 그 방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