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48)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47화(148/377)
< 147편 >
일찍이 김구 선생께서 원하셨던 강력한 ‘문화의 힘’이 같은 한민족에게 올바른 방향으로 휘둘러지고 있었다. 남한에서 유입된 문화들이 북한을 완전히 뒤바꿔놓고 있었는데, 북한 주민을 묶고 있었던 할당량 등이 사라지면서, 북한 주민들에게도 ‘여가’가 생겼다는 것이었다.
이는 주민들뿐만이 아니라, 기존 고위 관료들에게도 적용되었다. 예를 들면 이렇게 말이다.
“‘패스! 패스!’ 이리로 넘기라우! 내래 경고표 받는 대신 아오지로 가고 싶냐우?”
‘연락’이라는 기존 축구용어 대신 ‘패스’라는 외래어를 당당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옛날 같았으면 이것만으로도 완벽히 숙청 사유가 되었다. 그러나 이젠 모두가 당당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기딴 말할 시간 있으면 날래날래 차기나 하라! 내래 오늘 인민의 축구를 보여주갔어!”
머리가 반쯤 벗겨지고 배가 잔뜩 나온 중년으로 보이는 사내가 축구공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며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말로라도 실력이 대단치는 않았지만, 대신 팀을 구분하기 위해서 입은 그의 조끼 위에 찍혀 있는 ‘최창옥’이라는 이름은 대단했다.
남한에서도 이는 익숙한 광경이었는데, 이른바 ‘사단장 축구’라고 불리는 이것은 상급자가 공을 잡는 순간 모세의 기적이라도 일어난 듯이 우리 편 다른 편 할 것 없이 인파가 골문을 향하여 둘로 갈라지고, 접근하는 사람마다 갑자기 발이 꼬이고 절로 넘어지는 기적이 벌어지는 판타지 축구였다.
다시 말해서 이 최창옥이라는 인물은 이 축구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이라는 소리였다.
“이 간나 새키들! 이 당중앙을 지키는 최창옥이의 보물검 같은 퍼포먼스에 입을 다물지 못하는구먼, 기래!”
그러나 강력한 권력은 가졌어도 뛰어난 체력을 가진 것은 아닌지라, 몇 골 넣고 나니 금세 벤치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이야! 최창옥 동무! 오늘도 정말로 대단한 경기였어!”
“아니, 김용식 동무! 여는 웬일이야! 오늘 경수로 공사하는 날이라고 하지 않았니?”
서로 진심으로 반가운 듯이 최창옥과 김용식은 껄껄거리며 얼싸안았다. 한국 대통령이 최초에 대북화해협력 정책을 펼쳤을 때 상상했던 모습이 아마 이런 모습이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아는 친구 하나 어떻게 좀 소개하려고 왔지.”
“이야, 얼굴은 미제 같은데. 국적은 로씨아야? 너 간첩 아니디?”
누가 독재 정권 고위 관료 아니랄까 봐 감 하나는 더럽게 날카로웠다. ‘설마 들키면 간첩이랍시고 죽이려고 드는 건 아니겠지?’라며 올리버는 잔뜩 긴장했지만, 김용식은 능글맞은 목소리로 이를 받아쳤다.
“하하! 이 북한 동무 농담이 심하구먼! 이 친구는 정진 정명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에서 태어나 보드카에 호밀빵으로 매 끼니를 때우고 환경을 생각해서 자동차 대신 사육한 불곰을 타고 다니는 인성 바르고 예의 바른 친구라네!”
“무, 뭐?”
김용식의 커버가 하도 황당해서 올리버는 저도 모르게 반박을 하고 나서 ‘아차!’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러시아어를 사용한지라 최창옥은 별로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아, 내래 착각을 했어. 로씨아 동무께 사과드리는 바요. 그러고 보니 이번에 내래 장마당에서 좋은 술을 손에 넣었지비. 어떻게 한잔하지 않갔어?”
그는 그렇게 말하여 혀를 두 번 찼다. 한국 드라마에서 나온 덕분에 한국에서 잠깐 반짝한 일종의 유행이었다. 이 행동이 가지는 의미는 술 좀 적시자는 뜻이었다.
“아이고, 이를 어째. 나도 마시고는 싶은데, 오늘은 반차라서 좀 힘들 것 같은데.”
“반차? 아, 이거 어쩔 수 없지. 이게 참으로 비싼 술인데.”
그는 놀리는 게 아니라 정말로 아쉬운 듯했다. 그렇게 잡담을 나누고 있던 도중 김용식의 뒤에서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있던 올리버가 드디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북한인들은 축구를 원래 이렇게 좋아합니까?”
이 말을 들은 최창옥이 눈을 껌뻑였다. 최창옥은 러시아어를 전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보고 있던 김용식이 올리버의 러시아어를 듣기 좋게 가공하여 최창옥에게 통역했다.
“내래 세계축구선수권 대회. 그러니까. 이게 남조선 말로···. 아! 길티! 월드컵이 코앞이지 않니? 그래서 우리 북조선에서는 축구가 유행이야.”
극단적으로까지 가면 적당한 공터에 공 하나만 있어도 성립되는 게 축구인데, 월드컵이 코앞인지라 남한이 작정하고 북한에 축구공까지 공짜로 뿌려서 규칙과 함께 축구를 보급하니 유행하지 않을 레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젊은이들은 일생을, 노인들은 반평생을 노예처럼 살았는데, 갑자기 여가가 생긴다고 해서 하고 싶은 게 갑자기 막 솟아나겠는가? 일이 끝나고 난 다음 생기는 지나칠 정도로 긴 휴식시간은 도리어 북한 인민들에게 주체 못 할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다만 이는 아주 잠시 벌어졌던 현상이었고, 북한 주민들이 겪은 아주 짧은 문화적 방황기는 외국의 문물들이나 한국의 문물을 받아들이자마자 일어났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사라졌다.
그중에서 남자에게 가장 인기인 것은 단언컨대 축구였다. 이는 어린아이부터 중년층까지를 포함했다. 노년층은 아무래도 다치면 북한에서는 정말로 답이 없다 보니까 기피되었다.
“그건 그렇고 그럼 도대체 이 최창옥이를 왜 찾아온 기야?”
최창옥은 의아한 듯 고개를 얼굴을 찌푸렸다.
“아니, 이 러시아 친구가 꼭 장군 동지를 만나 뵙고 싶어 하지 뭔가?”
장군님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최창옥은 단번에 정색했다. 장군님의 잘나신 위상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었으나 그렇다고 아무나 만나게 할 정도는 아니었다.
“···기래? 이 로씨아 친구는 뭐 하는 친구인가?”
“이 친구 기자야.”
한국에 오기 위해서 겉핥기로나마 한국어를 익혔던 있었던 올리버가 기자라는 말을 듣자마자 두 눈을 부릅떴다.
아니, 여기까지 이중국적 사용하면서까지 기자라는 사실을 숨기면서 들어왔는데 정체를 까발린다는 말인가? 올리버의 머릿속은 영어와 러시아어 그리고 한국어가 꼬이고 꼬여 완전히 혼돈 상태가 되는 바람에 제대로 화조차도 낼 수 없었다.
“기자아~?”
최창옥도 실로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인지 황당하다는 감정을 표정으로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아니 다른 사람도 아니고 기자를 왜 자신에게 데려온다는 말인가? 차라리 사업가라고 했으면 별생각 없이 그동안의 김용식과의 정을 봐서라도 허락해주려고 했다. 그런데 기자라니?
“아, 러시아에서 아주 유명한 신문사에서 아주 높은 직급으로 근무하는 친구야.”
러시아도 아니었고 유명한 신문사도 아니었으며 높은 직급 또한 아니었다. 김용식의 신성 로마 제국과도 같은 설명에 올리버는 거의 졸도하기 직전이었다.
“기자라. 내래 제대로 들은 거 맞니?”
“어, 기자.”
최창옥은 혹여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서 한 번 더 물어봤는데, 이에 대응하여 김용식은 아예 못을 박아버렸다.
“기래? 기렇단 말이지?”
아니, 방금까지만 해도 정색을 하던 최창옥이 갑자기 실실 쪼개는 것이 아닌가?
“좋다! 이 최창옥이가 책임지고 반드시 장군 동지를 만나게 해주겠다!”
최창옥은 심지어는 가슴을 쳐가면서까지 약속했다.
“하하, 이 양반아. 내가 다 방법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이야기가 일사천리로 진행되자 올리버의 머리는 급변하는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고 완전히 굳어버렸다.
‘이, 이게 도대체?’
김용식은 손으로 가리고 몰래 올리버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나는 정치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마침 본인한테 ‘기자’가 필요하던 참이었던 모양이라더군. 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니겠는가?”
물론 그게 절대로 미국인 기자는 아니겠지만 말이다.
“대신 내 기사 하나만 내줘야갔어.”
“기사?”
“어차피 로씨아 동무는 지금 나와 한배를 탄 사이니. 지금 내 상황을 소상히 설명해주도록 하갔어.”
그러니까 최창옥의 말을 정리하자면 이런 말이었다. 누가 봐도 김씨 세가의 주체사상 공산당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할 것이고, 따라서 흡수 합병되리라는 건 명명백백한 사실이었다. 따라서 기존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공산당원 대부분이 한국 국회의원들에게 뇌물을 먹이며 줄을 서고 있었다.
최창옥도 이미 로비를 할 만큼 해놓긴 했지만, 막말로 무슨 일이 터져서 청와대 국회의원들이 입 싹 씻어버리면 완전히 물거품이 되지 않겠는가? 이 자리에 올라와서 이 나이가 되도록 그대로 권력을 유지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나 최창옥이에겐 짬이 있다! 이 말이다.’
그래서 그 위대하신 최창옥이 생각하길.
“그래, 내가 해야 할 것은 민심을 잡는 일이다.”
정확히는 북한 인민의 민심이 아니라, 남조선 국민의 민심이었다. 남조선의 정치가 꼭 국민 중심으로 돌아가지만은 않았지만, 적어도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은 확실했다. 일단 국회의원들이 국민이 행사하는 권리 중 하나인 ‘투표권’을 무서워하고 아첨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어쨌든 남조선의 국민이 전적으로 최창옥을 밀어준다면, 합병 뒤에는 국회의원 자리에 앉아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하지만 저는 러시아 기자인데?”
올리버가 기자라는 사실은 밝혀졌지만, 일단 신분은 여전히 러시아인이었다.
“그건 큰 문제가 되질 못 하네. 남조선 기자는 이미 다 구해놓았어. 자네는 내가 포섭한 많은 기자 중 한 사람일 뿐이야. 나는 내 이름이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네. 미국과 남조선에 편승하여 주체사상 독재 정권을 끊고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도입하기 위해서 지하에서 암약해온 사람으로 말이야.”
즉, 조작된 기사를 써달라는 말이렷다. 만약에 일이 크게 잘못되는 일이 있더라도, 노후가 그렇게 심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게 이름값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하다못해 유명인이 쓴 물건 하나가 프리미엄이라는 이름까지 붙어서 비싸게 팔리지 않는가? 그렇기에 최창옥은 자신의 권력이 아직 그나마 건재할 무렵에 미래 대책 계획을 할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진행해보기로 했다.
“어떤가? 이거 하나면 확실하게 만나게 해주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단 문제가 크게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양심이었다. 조작된 기사를 적어주기에는 양심에 찔렸다. 막말로 그냥 구두 약속만 하고 기사를 쓰지 않아도 좋겠지만, 그렇다고 그냥 최창옥이라는 동양인을 등쳐먹기에도 좀 껄끄러웠다.
두 번째는 이 방법 말고는 멀쩡하지도 않고 요양 중인 김정일을 만날 방법이 영 요원하다는 일이었다. 어쩌면 우연히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올리버는 오로지 우연에 기댈 만큼 어리석지 않았다.
“최대한 꾸며보겠습니다.”
갈등 속에서 결국 타협한 올리버는 자신이 가진 테크닉을 이용하기로 했다. 즉, 작은 사건을 큰 사건으로 포장하는 것 말이다. 이는 기자들의 전매특허였다.
‘다만 그 기사가 나오는 곳은 미국이겠지만.’
“좋아! 로씨아 사람이라서 그런지 아주 시원하구먼. 기래!”
다시 말하지만, 미국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