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50)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49화(150/377)
< 149화 >
“제가 돌아왔습니다.”
대통령 집무실로 익숙한 얼굴이 들어왔다. 그 얼굴이란 바로 드디어 일주일의 휴가가 끝난 비서실장이었는데,
“정말로 오랜만이로군. 휴가는 좀 제대로 즐겼나?”
“글쎄요.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이게 보통은 양심적으로 찔리지 않냐는 것을 돌려 표현하는 것이지만, 부시는 정말로 당당하게 자신의 대흉근에 손을 얹고 곰곰이 생각하는 척하더니, 이내 미 대통령다운 자신만만하고 근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문제없군.”
“많습니다.”
부시는 정말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왜냐면 ‘본인’은 정말로 찔리는 게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것도 최대한 자제한 것이었다. 원래는 국내 한정해서 수행원도 없이 혼자서 움직이려고 했었던 사람이다.
“아니, 어째서?”
“우선 첫 번째로 스텔스 헬기 성능을 시험하겠답시고 예고 없이 미식별 상태로 공항에 나타나신 것은 일단 넘어가겠습니다. 만약에 테러리스트였으면 어쩔 거냐면서 공항의 보안의식이 상당히 올라갔더군요.”
비서실장은 평소에도 아주 칭찬에 인색했다. 인색한 것은 어디까지나 부시가 그렇게 주문했기 때문인데, 잘하다 보면 들뜨기 쉽고, 그렇게 지속적으로 들뜨다 보면 어딘가에서 반드시 치명적인 실수가 나오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영국에서 혼자서 움직이셨더군요. 아니 그렇습니까?”
“어디까지나 다 보안을 위해서 그런 거야. 미국 대통령보다 더 안전하게 기밀 서류를 운반할 수 있는 인물은 세상에 얼마 없지.”
물론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이유였고, 진짜 이유는 좀 혼자서 움직이고 싶었을 뿐이었다. 친구가 하도 입을 털어서 스코틀랜드의 한 마을이 정말로 궁금했다는 점도 있었고 말이다.
“그런 일이라면 그냥 그 몇 안 되는 인물에게 맡기시지 그러셨습니까?”
그 말을 듣자 부시는 딴청을 피웠다. 타국에서 소리소문없이 유령처럼 정보를 빼낼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 없고 그런 사람을 움직이기 더럽게 힘들기도 했지만, 부시가 바로 그 몇 안 되는 사람한테 맡길 수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연방 의회에서 난리입니다. 아프간 건은 독단으로 진행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아프간 건 만큼은 완전히 부시 독단으로 진행되었던 탓에 연방 의회에서도 모르는 일이었다. 당연히 이스라엘 정부가 AIPAC에 백날 문의해도 연방 의회에서조차 모르는 일을 AIPAC에서 알 도리가 있나. 그들이 이스라엘에 돌려줄 수 있는 대답은 알아보고 있다는 말 또는 모르겠다는 말뿐이었다.
“안되나?”
“될 것 같습니까?”
“어.”
돌아오자마자 폭삭 다시 늙는 것을 느꼈다. 비서실장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서 속으로 주기도문을 외웠다. 비서실장은 자신이 더 큰 대의를 위해 박해와 핍박을 기꺼이 감수하던 예수님처럼 인내할 수 있기를 바랐다.
몇 번 속으로 인내하고 나니 속이 쓰려지는 것이 느껴졌다. 여기서 쓰러지면 저 인간을 누가 막는다는 말인가? 비서실장은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를 철저히 무시하고 이야기를 진행 시키기로 했다.
“내일은 한국에 가신다고 들었습니다.”
“정확히는 한국과 일본이지.”
드디어 한국, 일본의 공동개최 2002년 월드컵이 개막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보통이라면 동맹국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완전 타국인 미국이 관여할 사안은 아니지만, 이번은 요모조모 특별한 경우였다. 그야 그도 그럴 것이 50년 동안 분단되었던 국가를 강제로나마 화해시키고 과거를 청산한 인물이 바로 부시였기 때문이었다. 쉽게 말하면 드디어 기나길었던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가져왔다는 말이렷다.
당연하겠지만, 대가가 없는 결실은 없다. 김으로 시작하여 일로 끝나는 지도자 한 명이 남들 모르게 희생되었지만, 그것은 완전히 별개의 이야기였다. 어쨌든 한국 제안으로 미 대통령께서 친히 강림하사 개막 연설을 하게 되었다.
정확히는 특별 손님 같은 거지만, 어쨌거나 이례적인 일이라는 사실에는 그 누구도 이견이 없었다.
“원래 연설문은 안 보시는 성격으로 아십니다만, 그래도 알아 둬야 할 게 있습니다.”
“명칭에 변경이 좀 있습니다.”
“명칭 변경?”
“정확히는 남북한일 월드컵입니다.”
“뭐?”
한일 월드컵이면 한일 월드컵이지, 남북한일은 또 뭐란 말인가? 심지어 얼핏 보기에는 유치해 보이기까지 한 명칭이었다.
“한국 정부는 곧 한반도가 통합되리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실제로 명칭이 바뀐 건 아니고 한국 내수 한정이라더군요. 그러니까 비공식적인 명칭인 셈이죠. 그러니까 연설에서 이 명칭을 사용하면···.”
“그러니까. 한국어로 남북한일 월드컵. 한국 좋아요. 김치 좋아요. 몇 번 해주면 한국 정부가 자지러지면서 좋아 죽을 거라는 소리 아냐?”
“그게 맞긴 한데. 너무 적나라하신 거 아닙니까?”
2000년 초반이면 이게 딱 먹혀들어 갈 시대였다. 솔직히 거기서 약 10년만 지나면 어떤 꼴이 되는지 알고 있기도 해서 별로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외교의 연장 선상이라고 생각하면 그럭저럭 참을 만도 했다.
“적나라하면 뭐 어떠한가? 그래서 또 뭐 할 말 있나?”
비서실장은 다시 한번 인내의 신비로움을 체감했다.
“아주 많습니다만. 구체적으로 따지기 시작하면 끝도 없을 거 같으니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하나의 주제만으로도 해결하는데 온종일 걸릴 것 같으니까 말이죠.”
지금은 이것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산재해 있었다.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은 은퇴한 다음에 해도 충분한 것들이었다.
“음. 그러니까.”
“상당히 쌓였군요.”
부시가 눈을 돌리자 집무실 구석에 평소의 몇 배나 되는 크기로 점거하고 있는 보고서 더미가 보였다. 마음 같아선 이게 현실일 리가 없다고 외치고 싶었지만, 알게 뭔가. 이제부터 하나하나 전부 봐야 하는 것들이었다.
“시작하겠습니다.”
마치 수술을 시작하는 의사처럼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손길로 보고서 빌딩 가장 위에 있는 종이를 집어 들었다. 드디어 너무나도 익숙한 일과가 다시 시작되었다. 여행을 빙자한 출장을 즐겼던 즐거운 나날들은 시간의 지평선 저편 너머로 사라졌다.
“오, 이런 시작부터 좋지 않군요.”
“뭐? 뭔데.”
“내용 자체는 별거 아닙니다. 솔직히 이게 왜 보고서로 올라왔는지 알 수 없군요.”
직접 보니 내용 자체는 정말로 별거 아니었다. 문제는 이 내용으로 인해서 벌어질 파급력이었다.
“뭐야 이게. 플린트 시 수돗물 수질 오염?”
“예, 문제는 맞지만, 그렇다고 이게 여기까지 올라올 정도로 심각한 문제는 아닙니다. 어디서 잘못 거른 것 같습니···.”
“이거 자세히 알아보게. 혹시 막 물에 불을 붙이면 불이 붙고 그렇지 않나?”
“네? 물에 불 말입니까?”
다른 것도 아니고 물에 왜 불이 붙는다는 말인가? 혹시 자신이 없는 사이에 머리를 다치진 않았나 걱정했지만, 부시는 정말로 진지해 보였다. 보고서를 뒤적이면서 사이사이에 끼어 있는 추가 자료를 뒤적여 보았는데, 요점은 물에 납 수치가 높다는 것이었다.
“딱히 불 이야기는 없군요.”
“뭐야. 그럼 그건 아닌 모양이군.”
그건 그렇고 플린트 시 납 중독 사건은 분명 김갑환의 기억에 남아 있었다. 플린트 시는 본디 디트로이트 상수관을 통해 물을 공급했는데, 2014년에 플린트 시의 상수원을 플린트 강으로 바꿨다. 문제는 이 플린트 강물이 산성도가 높아 수돗물로 쓰기에 적합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공업용수로조차 사용하기에도 영 좋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여기에는 디트로이트의 갑질과 1, 2년 사이에 상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기에 어떻게든 짧은 시간만 버티면 된다는 감상으로 결정한 플린트 시의 결정이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개판이었던 물에 어떻게든 염소를 추가해서 사용하려고 했지만, 도리어 이것은 암 물질을 유발했다.
어쨌든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납 수도관은 순식간에 부식되었고 결과적으로 플린트 시는 10만 명에 이르는 납 중독자를 배출해냈다. 아주 개판이 따로 없었다.
“자세히 보니 여기까지 올라 올만 하군.”
그런데 문제는 이게 왜 2002년에 벌어졌느냐다.
‘아마도 대대적인 인프라 재정비 때문이겠지.’
아니나 자료를 찾아보니 다를까 상수도관을 통째로 들어내 교체했다. 그런데 여기서 위와 같은 문제가 시간을 초월하여 발생한 것이다.
‘사람이 바뀌어도 서는 자리와 입장은 바뀌지 않으니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는 건가?’
실로 골이 때리는 일이었다. 이런 일들은 나라를 따지지 않고 일어나는 일들이었다. 당장 한국만 해도 이런 일이 없는 건 아니었다. 2019년 중반에 인천을 필두로 영등포구, 광주, 춘천, 청주, 포항, 평택 등 온갖 곳에 붉은 녹물과 검은 물이 나온 사건은 유명했다.
‘실상 그게 내가 마지막으로 본 뉴스기도 했지.’
부시는 살짝 초조한 듯 손톱으로 책상 모퉁이를 깔짝였다. 녹물이 나오는 일이야 하루 이틀이면 대수롭지 않은 일이지만, 위 사건들은 일시적이 아니라 일주일 넘게 식용수로 적합하지 않은 물이 나온 사건이었다.
그리고 플린트 시의 경우 악질인 게 예산을 아끼기 위해서 편법으로 여기저기 예산을 절감하다가 생긴 일이며, 대응하려는 40%의 주민이 경제 수준이 매우 낮은 이들이었다는 점이었다. 수돗물을 쓸 수 없으면 당장 생수를 사 마셔야 하는데, 없는 살림에 생수까지 사면 가계부가 어떻게 굴러가게 될지 대충 감이 오지 않는가?
게다가 플린트 시는 미네랄을 투입하여 납 수도관의 부식을 막을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 그러나 연방 의회에서 예산을 충분히 투입하고 있음에도 납 중독이 일어났다는 것은 예산을 아끼려고 그랬다는 변명거리조차도 못되었다.
‘예산 문제가 아니라 다른 이유일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좋은 이유는 아닐 것 같군.’
“비서실장. 오자마자 고생을 좀 해줘야겠군.”
“어떤 게 필요하십니까?”
“지금 당장 플린트로 날아가지. 연락 넣어두게.”
부시는 그렇게 말하는 동안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부시의 생각이 옳다면 이는 절대로 좌시할 수 없는 사태였다. 그리고 10만 명이 얼핏 보면 적어 보일지 모르겠지만, 플린트는 43만 명이 사는 지역인데, 그중 10만 명이 도시에서 살고 있다. 즉, 도시에서 사는 인간은 대부분 죄다 중독되었다는 소리다.
그리고 부시는 이를 절대로 그냥 두고 볼 생각이 없었다.
“아니, 저 보고서들은 어쩌고요?”
그러나 비서실장 또한 이 참사를 그냥 두고 볼 생각이 없었다. 일주일 사이에 산더미처럼 싸여 있는 보고서들 말이다. 당연하겠지만, 여기서 더 늘어나면 절대로 감당할 수 없다.
부시는 보고서와 비서실장을 번 갈아가며 쳐다보다가 이내 한마디를 내뱉었다.
“옮겨.”
그의 말 한마디에 서류 더미들은 거처를 집무실에서 에어포스 원에 있는 집무실로 옮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