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51)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50화(151/377)
< 150화 >
미시간주 지방 정부는 에어포스 원이 미시간주로 날아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예산은 도박으로 따먹은 게 아니라는 듯 눈치는 귀신같이 빨라서 비상을 발령했다. 시민들이 울부짖고 외쳐도 귓등으로도 듣지 않던 인간들이 수도관에 문제가 있음을 빛의 속도로 인정했다.
“이게 뭐야.”
부시가 처음으로 와서 본 것은 대통령을 환대하기 위해서 나온 지방 정부의 사람도, 납중독 수돗물에 항의하기 위해서 시위대를 꾸린 시민들도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수도꼭지에서 나오고 있는 오염된 수돗물이었다.
‘아마 당시 정부는 지원을 늘리고 필터를 배급하는 식으로 때웠지?’
그러나 당장 수돗물이 이래서야 차후 개선을 약속하고 필터를 배급한다고 해서 시민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아니, 무엇보다 가정마다 개별 필터를 착용한다고 한들 그 필터가 그렇게 오래 버텨줄 것 같지도 않았다.
이 물은 그 정도로 심각했다. 색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도저히 수도꼭지에서 나온 것 같지 않았다. 냄새도 마찬가지였다. 수돗물이라면 반드시 나는 소독약 냄새 대신 역한 취두부 냄새가 부시의 속을 완전히 뒤집어놓았다. 맛? 도대체 어떤 인간이 이런 끔찍한 오물을 혀에 가져다 댈 수 있겠는가?
‘젠장. 믿을 수 없군. 이게 고작 예산을 좀 절감한답시고 벌어진 일이란 말이야?’
예산이 부족하던 2014년 당시라면 면죄부라도 달 수 있지. 지금은 그 면죄부조차 달 수 없었다. 차라리 무지나 우연 따위가 빚어낸 사고라면 봐주기라도 할 수 있지. 이건 완전히 인재(人災) 아닌가 인재.
‘오호통재랴. 실로 통탄할 일이다. 공원에서 나오는 물이 이 정도면 도대체 일반 가정집에 공급되는 용수는 도대체 어떤 꼴이지?’
그렇지 않아도 이미 일부 주요 공기관이나 병원 등의 거대한 단체는 디트로이트시로부터 용수를 직접 계약했다고 들었다. 하긴 이 오물은 공업용수로도 쓰지 못할 수준이었다. 이런 오물을 장비에 끌어다 썼다간 장비가 고철로 변하고 마리라. 그게 아니더라도 수도꼭지에서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는 악취는 도저히 참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악취도 그냥 참기 힘들다는 수준이 아니라 보고 있으면 눈이 따끔거리는 수준이니 말 다 했다.
“끔찍하군.”
“웩! 도대체 이게 무슨 냄새입니까? 여긴 청소도 안 한답니까?”
부시는 이 오물을 물컵에 담아 다짜고짜 비서실장 면전에 대고 들이밀었다, 당연히 비서실장은 크게 기침하더니 코를 막고 잘못하면 부시를 한 대 치기라도 할 듯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아마 대통령이라는 특수한 입장이 없었으면, 혹은 친구가 그랬으면 이미 얼굴을 몇 대 두드려 팼거나 혹은 단칼에 절교했거나 둘 중 하나였을 정도였다.
“마셔보겠나?”
“설마 이게 그 수돗물입니까?”
그렇게 한마디를 하더니 가쁘게 숨을 들이켰다. 이 오물은 고작 기습적으로 한번 들이쉰 것만으로도 어떠한 상황에서도 침착할 수 있는 비서실장의 평정을 완전히 무너뜨릴 정도의 파괴력을 내포하고 있었다.
“이거 폐수 아닙니까? 정말로 수돗물 맞습니까?”
“왜 그렇게 생각했지?”
왜 이런 역한 냄새와 역겨운 색을 띠는지 설명하기 위해서는 약 수십 페이지짜리 두툼한 분석 자료가 필요했지만, 대신 비서실장이 내뱉은 한마디로도 충분히 요약할 수 있었다.
“그럼 이게 수돗물이겠습니까?”
그러시단다.
“일단 일정대로 움직여주시길 바랍니다. 물론 그 일정이 거의 공백이긴 하지만. 적어도 시간은 엄수해야 합니다.”
자유의 나라라서 그런가. 일정표도 자유를 중시하기 위해서 굉장히 단순화되어 있었다. 김정일이 보고 뒤통수를 잡고 쓰러진 그 일정표 말이다. 그래도 비서실장이 잡으면 일단 제대로 돌아가기는 했다.
어쨌거나 캐딜락 원으로 움직여 결국 미시간주 주지사를 비롯한 관료 일동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일정표상에서는 여기까지가 예정되어있는 일이었다.
“공원에서 잠깐 봤는데, 수돗물이 상당히 역겹더군. 나한테 이것을 아주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 있나?”
서로 눈치를 보다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플린트 강의 물이 산성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젊은 릭 스나이더 미시간주 주지사였다.
‘음, 아직 존 앵글러일 줄 알았는데.’
하도 급하게 날아오느라 인적사항도 다 외우지 못했다. 릭 스나이더는 공화당 인사였는데, 공화당 인사답지 않게 예산 절감에 미쳐 있는 사람이었다. 어쨌거나 릭 스나이더가 본래 2011년에 취임하는 인물임은 감안했을 때 거의 10년이나 건너뛴 셈이었다.
“전 존 앵글러 주지사는? 아직 취임 기간이 남아 있을 텐데?”
“아, 존 앵글러. 그는 거대한 실수를 저지르고 책임을 지고 사퇴했습니다.”
“실수? 거대해?”
실수랄게 뭐가 있단 말인가? 아직 디트로이트가 파산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연방의회로부터 내려오는 풍부한 예산 덕분에 디트로이트는 여전히 미시간주 최대도시였다. 다만 적당한 가성비를 갖춘 한국산 자동차 덕분에 제너럴 모터스는 좀 위험한 상태이긴 했다. 하지만 현황을 찬찬히 살펴보면, 김갑환이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스윽하고 쥐도 새도 모르게 밀려나는 게 아니라, 아예 완전히 밀려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그렇습니다. 그는 만져본 적 없는 풍족한 예산에 그만 다소 위험한 모험에 손을 대고 말았죠. 아마도 이 플린트시를 다시 한번 어떤 형태로든 공업 단지로 만들고 싶었던 모양입니다만.”
크게는 개인의 사사로운 영달을 위함이요. 작게는 플린트시를 중심으로 한 하층민들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미시간주는 범죄도시가 너무 많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찰의 협조가 필수적이었는데, 연방 경찰과는 어째 협조가 영 힘들었기 때문이다. 본디 긴밀한 협조가 되는 지방 경찰이 있었지만, 지방 경찰의 권한이 축소되는 바람에 말짱 도루묵이 되었다.
연방 경찰의 권한이 확대되면서 부정부패는 눈에 확연하게 보일 정도로 사라졌지만, 범죄율은 여전했다. 지방 경찰과 연루되어 있던 공직에 있던 사람들이 비록 범죄자라도 일단은 숙련된 공직자였기 때문에 행정 인력에 심각한 공백이 벌어진 탓이었다.
“즉?”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 그는 많은 예산을 할당했죠. 문제는 너무 난잡하게 무작정 많은 예산을 할당했다는 겁니다. 방자한 예산 운용으로 인해서 일자리는 창출할 수 있었지만, 그게 하층민을 위한 일자리는 아니었죠. 파산까지는 아니지만, 도저히 방관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었습니다. 그 때문에 전 주지사 존 앵글러는 책임지고 사퇴했습니다.”
그는 특히 ‘전’에 힘을 주어 말했다.
‘역시 집무실에서는 현장을 알기 힘들군.’
미시간주가 좀 예산을 개판으로 쓰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너무나도 바빠서 미시간주가 이렇게까지 미쳐 돌아가고 있을 줄은 몰랐다. 예산을 죽도록 퍼 날랐으니 아무리 개같이 운용해도 돈으로 다 때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설마 돈이 아니라 사람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니!
‘아무래도 언젠가 다시 한번 미국 전역을 돌아야겠군.’
집무실 책상에서는 알기 힘든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자신의 앞으로 올라오는 보고서가 하나 같이 진짜라는 보장도 없고, 당최 이것들이 일을 제대로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좋아 그래서 자네는 어떻지?”
그는 자신의 이야기가 되자마자 바로 꿀 먹은 벙어리처럼 침묵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통령과 자신의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흐르자 무어라 변명이라도 해야겠다 싶었던 모양인지 입을 몇 번 우물거리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플린트 강물이 좀 문제가 있긴 하지만, 필터에 거르면 그래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납 수도관에는 코팅을 위한 미네랄을 다시 투입하면 그만이고요. 그럼 납 문제는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렇군. 과학이 워낙 발달했으니까.”
일단 한 번 맞장구를 쳐주자 점점 신나고 격양된 목소리가 되어갔다. ‘태세 전환이 좀 가벼운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지도 몰랐지만, 궁지에 몰려 있던 사람이 탈출구. 즉, 희망을 목격하게 되면 흥분하게 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현상이었다.
“그러니까 자네가 마셔도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겠군? 아니 그런가?”
“예?”
그러니까 갑자기 등대가 꺼지게 되면 순간적인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논리의 바다에서 방황하게 되는 법이다. 부시가 가방에서 물병을 꺼내서 열었는데, 물병으로부터 올라오는 끔찍한 하수구 냄새에 방금 먹은 점심밥이 올라왔고 눈에는 초점이 사라졌다.
“자네도 한 입하지.”
그리고 부시는 물병에 담긴 물을 다짜고짜 면상에 들이밀었다. 릭 스나이더의 표정이 어떠했을지는 쉬이 상상이 가리라.
‘이런 세상에 병 주고 약 주다가 갑자기 병으로 후려치네.’
“시민들은 나에게 이렇게 말하라고 시켰어! 이건 국민의 말이야! 또 국민의 삶이고!”
나름 평온해 보이던 인물이 갑자기 크게 노하자 릭 스나이더는 진땀을 뺐다. 무슨 조울증도 아니고 이게 도대체 뭐란 말인가? 이 상황에 아무도 입을 열지 못하고 쩔쩔매는 것도 잠시. 대통령이 먼저 입을 열었다.
“준비하게.”
“예?”
“이 개판을 수습해야 할 거 아닌가?”
* * *
30분도 안 걸려서 대통령 연설용 단상이 설치되었고 거기서 1시간이 되지 않아 플린트 역사상 가장 많은 인파가 한 장소에 모이게 되었다. 수질 이상 사태에 기꺼이 날아왔다는 소식을 접한 시민들이 두 눈이 휘둥그레 변해서 연설을 듣고 대통령의 얼굴을 보기 위해 앞다투어 달려왔던 탓이다.
그러나 단상이 설치되고 나서부터 그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게 있었다.
“저 물. 혹시 마시는 건 아니겠지?”
“설마. 아니겠지.”
이젠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정치쇼’는 지긋지긋했다. 이러한 부류의 쇼는 어떤 나라에서나 벌어지는 일이었다. 문제가 생기면 ‘이 물은 안전합니다!’라고 시음하며 선전하는 정치가 또한 꼴도 보기 싫었다. 그러니 저 작은 물컵 하나가 불안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봐, 대통령이야!”
그러나 곧 대중의 의문은 대통령을 맞이하는 환호 속에서 날아가 버렸다. 공화당 주제에 부시가 워낙 민생에 관심이 많아 그의 인기는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듯했다.
“친애하는 플린트의 시민 여러분.”
상투적인 문장으로 서두를 여는 것으로 수질 오염 대책 연설이 시작되었다.
부시는 필터로 정수한 수돗물이 넘치지 않을 정도로 찰랑거리는 유리잔을 잡아 머리 위로 높이 치켜들었다.
“안심하십시오. 플린트시는 안전합니다!”
그리고 냅다 그동안의 근육 트레이닝에서 생겨난 완력을 통한 전력투구로 사람이 없는 곳에 유리잔을 휙 하고 던지니 퍽하고 깨졌다.
그렇게 연설이 끝났다.
정말로 완전히 끝난 것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시민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연설에서 당연히 나와야 할 추후 어떻게 할지, 어떤 식으로 보상할지 그 무엇도 나오지 않았지만, 이 행동만으로도 부시는 시민들에게 충분한 신뢰성을 확보했다.
그러니 릭 스나이더가 플린트시 수질 오염 연설 사건 다음 날 바로 사퇴한 일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