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54)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53화(154/377)
< 153화 >
전 세계가 월드컵으로 한창 뜨거울 무렵에 중국은 점점 차가워지고 있었다. 점점 낮아지는 삶의 질. 그리고 하나둘씩 사라져가던 복지가 이젠 아예 인권의 영역에 닿으려 하고 있었다. 리커창이 열심히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고 있긴 하지만, 그게 쉬우면 벌써 중국이 지상락원이 되었지 왜 인세의 지옥이라고 불리겠는가?
이쯤이었다. 러시아에 대한 점점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 유럽에서도 인권을 운운하며 자원봉사단을 지원하고 있었고 그 미국마저도 중국에서 나온 새로운 바이러스의 백신을 연구하는 한편 의약품을 대단위로 지원하고 있었는데, 러시아는 하는 게 없었다. 그들의 목소리를 한데 집약하여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우리 동맹 뭐함?”
그들의 불만과 의문을 이보다 잘 표현한 말이 있을까? 가상 적국부터 진짜 적국에 이르기까지 이 정신 나간 참상에 대규모로 지원을 해주고 있는데, 정작 가장 가까웠던 러시아는 국경의 문을 단단하게 걸어 잠그고 입 싹 씻고 있었다.
정확히는 ‘중국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서는 굉장히 유감이다.’라는 성명 정도는 냈다. 대중들은 친구 같았던 러시아가 갑자기 이렇게 차갑게 변한 이유를 알기 힘들었다. 그게 중국인이든 러시아인이든 말이다.
물론 당연하겠지만, 민간에서나 모르는 일이지 중국의 정부는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확실히 알고 있었다.
“아니, 우리 아니라고!”
미국이 러시아에서 정보를 빼갈 때 쓴 루트가 꼭 러시아 내부에서만은 아니었다. 외부에서도 CIA의 첩보망은 열심히 돌아가고 있었다. 중국의 첩보망이 한 번 크게 박살이 난 것은 맞으나, 홍콩과 마카오에 잠복해뒀던 인원들, 그리고 세상에 더럽게 각박해진 덕분에 당장 한 끼가 절실해진 이들로 인해 첩보망을 금세 회복할 수 있었다.
러시아를 제외하면 러시아의 정보가 가장 많이 쌓여 있는 게 어디겠는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건 바로 중국이다. 중국에서 러시아와 관련된 정보가 유출되었는데, 어찌나 대량으로 유출되었는지 금세 꼬리가 밟혔다.
거기까지만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 정보의 출처가 되는 인간들의 ‘신분’이 문제였다. 소스 되는 인간들이 하필 고위 공직자가 대거 있었고, 이는 러시아로부터 중국이 직접 선두에서 서서 러시아의 정보를 팔아먹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더불어 그 시기가 공교롭게도 ‘미중 청나라 채권 상환 기간 연장 협정’이 이루어질 때 즈음이었다. 시가기 이렇다 보니 오해하기 싫어도 오해할만한 상황이었고, 러시아는 중국이 빚을 탕감하기 위해서 자국의 정보를 팔아먹었다고 완벽하게 오인했다.
이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심지어 대규모 첩보작전을 펼친 당사국인 미국마저도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부분인지라, 우연에 우연이 겹쳐 만들어진 다소 황당한 상황이다.
러시아의 안보에 중요한 정보가 미국의 손에 들어간 일은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었다. 일단 가장 날뛰고 싶은 러시아는 이 사실을 숨겨야 했다. 상당히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만약 러시아가 이 사실을 밝히게 되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을 비난하고 각종 제재를 가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도대체 누가 누구를 제재한다는 말인가?
어쨌든 이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면 러시아 정부의 머리인 러시아 대통령부터 말단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대규모 물갈이가 벌어지게 된다. 기득권층이 미치지 않고서야 자신들을 스스로 갈아엎을 리가 없잖은가?
그래서 덮었다. 달리 이유가 있겠는가? 러시아 정부 내에서 벌어진 암묵적인 합의로 인해 러시아 첩보 사건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설령 외부를 통해 이 일이 밝혀지더라도 적어도 푸틴이 정권을 꽉 잡아두고 있는 이상 이 일이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어떻게 그들이 우리한테 그럴 수 있지?”
물론 중국에서는 그 일을 알 리가 없으니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또한 마찬가지로 자국에서 정보가 대규모로 세어나 갔다는 사실을 따로 밝힐 생각은 없었던 탓에 이 사실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러시아가 중국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일방적으로 관계를 끊은 것으로 보였을 뿐이었다.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다.”
당장 동맹이고 나발이고 당장 나라가 온갖 문제로 고통받으며 위태롭게 흔들리며 무너지려고 하고 있는데 지금 러시아가 문제겠는가? 엎어진 국가사업만 해도 한둘이 아니었다. 그렇게 무너진 국가사업이 하나둘씩 모여 도미노처럼 넘어지기 시작해 중국 핵심도시의 인프라 자체가 흔들리면서 대중의 공산당에 대한 지지가 흔들리고 있었다.
그런데도 아직 엎어지지 않은 최후의 국가 규모 프로젝트가 하나 남아 있었다. 그것은 ‘선저우 계획’이라는 것인데, 중국의 우주 기구인 CNSA의 유인 우주선 프로젝트였으며, 수십만의 인원과 초거대 규모를 지니고 있었다.
다만 휘청이는 현재는 공산당이 대단위로 예산을 삭감하는 바람에 선저우 계획을 제외하면 우주 정거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차기 프로젝트들이 불투명했다. 어쨌거나 이게 현재로서는 중국인에게 남은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무엇보다 선저우 계획은 거의 다 끝나가는 시점이었다. 조금만 더 열중하면 유인발사를 시험할 수 있었다. 1992년부터 시작한 장기 프로젝트였다. 거의 다 와서 엎어지는 일보다 억울한 일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본디 선저우 계획에서 유인 우주선 발사는 최소 1년은 더 걸릴 것이라 예상했지만, 예산이 다 없어지기 전에 잔뜩 퍼오고 예산문제로 생략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기자, 아이러니하게도 계획은 가속되어 예상보다 1년 앞섰다. 정확히는 본래라면 유인은 5호였고 4호는 마네킹이 탑승해야 했는데, 이 절차 하나가 생략되어 유인 우주선은 4호가 되었다.
물론 당장 배고파 굶주리고 있는 인민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개소리 일발 장전이겠지만, 알게 뭔가. 이십만이 넘는 CNSA의 사람들이 밤낮으로 선잠 자가며 10년 동안 개처럼 일하면서 염원하고 갈구했던 유인 우주선 계획이었다.
어쨌거나 중국의 서민들이 월드컵에 집중하고 있다면, 공산당은 유인 우주선에 모든 신경이 쏠려 있었다.
그리고 그 유인 우주선이 발사되는 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성공할 수 있겠나?”
리커창은 피곤한 듯 안경을 벗고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벗으며 물었다. 그의 얼굴에는 근심과 걱정이 서려 있었는데,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표정이었다.
중국의 국운은 리커창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무거웠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사랑하는 조국의 고토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리커창 하나뿐이라면, 기꺼이 해내야 하지 않겠는가?
선저우 계획의 책임자는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나의 꾸밈 없이 오로지 사실만을 입에 담았다.
“예산문제로 인해 안전 검사에 생략된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이미 재작년에 창정2F 무인 발사에 한번은 성공했으니. 지금은 그 전적을 믿고 결과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은 우주 개발에서는 완전히 후발주자였던 탓에 미국이나 소련의 실패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로켓 기술을 비롯한 대부분의 우주에 관련된 기술을 안정적으로 습득할 수 있었다. 덕분에 중국의 무인 로켓 발사 전적은 화려했다.
특히 창정1의 후계 로켓인 창정2는 지금까지 단 한 번의 불가피한 사고를 제외하면 사고가 난 적 없었을 만큼 우수한 안정성을 자랑하는 로켓이었다. 창정2F는 그 창정2의 개량판이었는데, 실을 수 있는 화물의 무게가 늘어난 우수한 로켓이었다.
“이 발사가 실패하든 성공하든. CNSA의 운명은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네.”
조직 해체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조직의 규모를 소규모 정도로 줄일 예정이었다. 지금까지 개발된 지식과 명맥만 간신히 이어가는 수준으로 줄여 지출을 최소화할 생각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죠.”
그는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 누구라도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억울하지 않다면 그건 거짓말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엎드려 절하며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제발 예산을 달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굶주린 인민들을 보고 있노라면 ‘인민들을 저버리면서까지 우주 진출을 꾀하는 게 옳은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과학의 기본은 인간을 이롭게 하는 것인데, 그것을 부정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기에 감내했다. 비록 자신의 세대에서는 좌절되었지만, 훗날 다음 세대가 중국만의 우주 정거장에서 우주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장면을 상상하고 곱씹으며 겉으로 올라오려는 울분을 속으로 꾸역꾸역 집어삼켰다.
「10, 9, 8···.」
주석 집무실에 설치된 TV의 화면에서 선저우4호의 발사가 중계되었다. 본래라면 당연히 주석인 리커창이 현장에 있어야 했지만, 리커창은 그곳까지 갈 여력이 되지 못했다.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면 당장이라도 중국 어딘가가 무너질 지경이었던 탓이다.
예를 들면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이다. 베이징에 다시 병균이 창궐했다. 다행스럽게도 새로운 병균은 아니었고 기존의 약품으로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병들이었지만, 의약품이 턱없이 모자랐다.
인프라가 마비되면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사막이나 다름없게 되어버리는 대도시 특성상 공산당은 점점 무너져 내려가는 베이징을 어떻게든 억지로라도 돌아가게 만들어야 했는데, 그게 말이야 쉽지 사람들은 가끔 배급되는 물자를 한계까지 비축하고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를 기피 하고 있었다.
「7, 6, 5, 4···.」
‘부탁이다. 부탁이니, 제발 날아다오. 너는 짧게는 10년. 길게는 50년 묵은 우리의 염원이 만든 형상이자 우리가 낳은 자식이로다.’
「3, 2, 1, 0. 발사!」
‘날아라!’
연료가 정상적으로 연소하며 로켓 특유의 폭발음과 함께 발사대를 따라 선저우4호를 푸른 하늘로 들어 올렸다. 여기까지는 사고가 날 리가 없었다. 중요한 것은 선저우4호가 하늘로 올라가는 도중이었다.
그의 강렬한 집념이 기어코 선저우4호에 닿은 것일까? 로켓으로부터 나오는 추력은 정상적인 수치를 기록했고 나머지 수치도 예상치 내에서 머물렀다. 안정적으로 날아가기 시작한 선저우4호는 머잖아 하늘의 점으로 변했다가, 끝끝내 일반적인 카메라로는 더는 볼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중국 최초의 유인 우주선 계획이 드디어 성공한 것이다.
“자네의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보았군. 축하하네.”
리커창은 그동안의 예산 투자가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의자에 몸을 기댔다. 덕분에 리커창의 험악한 표정이 약간은 풀렸다. 그 노력의 결실이 최소 30년 내로 두 번 다시 쓰이는 일은 없겠지만, 어쨌든 성공은 성공 아닌가? 이는 마땅히 기뻐해야 할 일이었다.
선저우 4호는 발사 이후에도 별 탈 없이 21시간 동안 지구를 14번 돌고 다시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왜 우주선을 날리라니까 필살기를 날리고 자빠졌어.”
그 무렵 미국에서는 그놈의 야드 파운드법이 또 우주선 하나를 날려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