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55)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54화(155/377)
< 154화 >
조지 W. 부시 정부가 NASA에 책정한 예산의 숫자는 마치 냉전 시대의 우주 경쟁을 방불케 했다. 예산을 타 먹는 NASA의 국장이 대놓고 ‘우리가 이렇게 받아도 됩니까?’라고 발언할 정도로 상당한 예산을 배정받고 있었다.
연방 의회에서는 이러한 투자에 상당히 부정적이었지만, 부시는 지금 격차를 벌려두지 않으면 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온갖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 정확히는 미래에나 시작될 프로젝트였으나, 지금 그 프로젝트를 실행하지 말란 법은 없지 않은가?
NASA는 그 어느 때보다 기술적으로 완숙해져 있었고, 우주로 진출하고자 하는 열정이 넘쳐났다. 다만 그저 충분한 예산과 자원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부시는 그들에게 투자했다.
“그런데 기껏 예산을 증액한 결과가 이건가?”
“이 프로젝트들을 유지할 인력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문제는 한 번에 너무 많은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는 점에 있었다. 지구상에서 우주에 관련된 전문 인력은 언제나 한정되어 있었는데, 미국이 기어이 그 바닥을 보고 말았다. 부시의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시동한 프로젝트만 해도 신형 우주 왕복선인 오리온 유인 우주선개발과 월면 기지 건설 계획인 컨스텔레이션 계획, 이 컨스텔레이션 계획과 연동되어 달 궤도에 우주 정거장을 띄우기 위한 계획인 루나 게이트웨이 계획. 그리고 유인 화성 탐사 계획까지.
이는 2017년 당시 발의된 아르테미스 계획이었다. 다만 스케일이 좀 달라졌을 뿐이었다. 아레스 로켓의 요구 성능은 당초 LEO에 수송 가능한 무게가 190t에서 300t이 된 것도 모자라서, 재활용이 가능하게 만들라는 요구를 받았다.
오리온 유인 우주선은 탑승 인원이 줄어든 대신 기존의 절반 이하의 비용 절감을 요구받았으며, 우주 왕복선이 완전히 퇴역하기 전인 2011년이 오기 전인 2010년까지 프로젝트를 완성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루나 게이트는 2012년 내로 완공할 것을 요구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군용 우주 왕복선을 제작하라는 요구까지 들어가니 NASA는 환장할 지경이었다. NASA가 우주로 유명하긴 하지만, 어디 NASA가 우주에 관련된 일만 하는 조직이던가? NASA가 괜히 N‘A’SA(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겠는가?
애당초 NASA는 NACA로 항공 쪽에 뿌리를 두고 있는 조직이다. 산하 시설을 통해 철저하게 나누어져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곤 해도 한계가 있다. 손이 부족하다고 외국인을 채용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물론 외국인을 채용할 수 있는 산하 조직도 있었지만, 정말로 일부에 불과했다. 국가의 핵심 기술을 국외로 유출하지 않게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게다가 항공 쪽 일이 아니어도 NASA에서는 냉전 이후나 이전이나 부족한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서 온갖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양자컴퓨터’는 NASA에서 개발된 물건이었다.
“누가 이 머저리들에게 예산을 이렇게나 퍼준 거지?”
“대통령님이시죠.”
“아, 나구나?”
‘아하! 그렇구나! 바로 나였구나!’ 부시는 올라오는 열불을 참지 못하고 뒷머리를 부여잡았다. 로켓이 터짐으로서 발생한 천문학적인 숫자로부터 비롯된 스트레스 때문인지 평소와는 달리 두통이 유달리 심하게 느껴졌는데, 거의 뇌세포가 실시간으로 파괴당하는 느낌이었다.
“도대체 몇억이나 날아간 거지?”
“NASA가 얼마짜리 폭죽놀이를 했는지 듣고 싶으십니까?”
“아니, 하지 마.”
비서실장은 당장이라도 입을 열고 싶었으나, 입을 꾹 다물었다. 그냥 말해버릴 수도 있었지만, 그리하면 충격을 받은 대통령께서 보고서를 처리하는 속도가 느려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것만큼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피하고 싶었다.
그 보고서를 넘기다가 왕복 우주선이 퇴역했다는 소식에 의문이 든 부시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멀쩡한 왕복 우주선 하나는 왜 퇴역시켰지?”
“대통령님이 명령하셨죠.”
“아하! 그것도 나구나!”
이젠 흥분점이 도를 넘어선 모양인지 양손으로 책상까지 두들겼다. 그런데 차분히 생각해보니, 도대체 왜 그런 명령을 내렸는지 기억이 가물거렸다.
“왜 그랬더라?”
“대통령님께서 OV-102는 1, 2년 안에 반드시 큰 사고가 날 거라고 억지를 부리시지 않으셨습니까?”
“아, 아. 맞아 내가 그랬지.”
OV-102가 대통령 행정명령에 따라 퇴역 되었다. 이유인즉 어차피 OV-102는 노후화되어 2003년에 파괴될 운명이었기 때문이다. 단열재가 날개를 약간 파손했는데, 그게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바람에 NASA는 귀중한 인적 자원을 떠나보내야만 했다. 하지만 이제 별 탈이 없다면 그럴 일은 없었다. 그 OV-102는 이제 박물관 신세가 되었으니 말이다.
“다시 꺼내오기라도 합니까?”
비서실장이 살짝 어처구니없다는 듯 말했다. 그러나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그가 그렇게 명령하기만 하면 진짜 그리될 것이라는 이 잔혹하고 기이하기까지 한 현실이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그럴 일은 없었다.
물론 주변에서 보기에는 멀쩡하게 운용하고 있는 우주 왕복선 하나를 퇴역시켰으니 역대급으로 변덕스러운 대통령의 진의를 알기 위해서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여하간 너무 뜬금이 없어서 그런가 이야기가 참으로 많이도 나왔다. 대통령께서 직접 미래를 보고 퇴역을 시켰느니, 예산을 밑도 끝도 없이 요구하는 NASA에 대한 작은 경고라거나, 조만간 우주 왕복선이 전부 차세대 기체로 바뀔 것이다.라는 등 이상한 음모론이나 흥미로운 설도 많았다.
결과적으로 맞는 것은 가장 음모론 같이 생긴 미래를 보고 퇴역시킨 것이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그래도 모두가 동의하는 공통 의견이 있었는데, 이상한 약을 주워 먹은 건지, 아니면 먹어야 하는 약이 있는데 먹질 않아서 그런 건지 몰라서 의아해할 따름이었다는 거다.
“아니 괜찮아. 그건 그대로 박물관에 있는 게 가장 멋지네.”
어쨌든 일손이 모자라서 사고가 난다니, 이게 무슨 개떡 같은 소리란 말인가?
‘이거 완전 굳인 줄 알았는데, 실상을 까보니 완전 굿이네. 터지지 말라고 제사라도 지내야 하나?’
그나마 터진 게 유인 우주선이 아니라 테스트를 위한 무인 우주선이었다는 게 천만다행이었다. 문제는 터진 이유가 하필 야드 파운드법 때문이었다는 점이었다. NASA의 안전 불감증은 고질병으로 유명했는데, 이번에는 좀 사정이 달랐다.
바쁜 일정에 겹치고 겹치는 바람에 사람들이 피폐해진 덕분에 사고가 나고 말았다. 제아무리 유능하고 뛰어난 사람이라도 납기 일정이 코앞처럼 느껴지면 품질관리에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하게 되는 법이다.
“다른 프로젝트도 이러면 곤란한데.”
“그냥 사람을 더 뽑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NASA에서 근무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커리어가 되기 때문에 NASA를 꺼리는 사람이 얼마 없었다. 더불어 NASA는 미국 내에서 가장 민간 친화적인 국가 기관이었다. 인재를 뽑으려고 하면 얼마든지 더 뽑을 수 있었다.
“이미 거의 다 뽑지 않았나?”
“꼭 A등급 인재를 써야 할 필요는 없죠.”
모두가 최고라면 좋겠지만, 시간이라는 자원은 언제나 한정적이었다. 따라서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는 최고가 아닌 사람도 어느 정도 쓸 필요가 있단 말이다.
“하다 하다 이젠 우주 사업에까지 일자리를 창출하는군.”
“긍정적으로 생각하십시오. 대통령님께서는 거의 모든 분야에 역사상 가장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동시에 역사상 가장 많은 인원을 유치시키셨습니다. 충분히 자랑스러워하셔도 좋습니다.”
비서실장의 말이 기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가 칭찬한다고 해서 지금 눈앞의 보고서들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잖은가? 누군가가 대통령이라는 직책은 국민이 뽑은 공인 노예라고 하던데, 그 말이 딱 맞는 말이었다.
“차후에는 예산이 남거든 AI에 관련된 업체에도 지원하면 좋겠는데.”
“AI 말입니까?”
너무 뜬금없는 이야기라서 비서실장은 무어라 말을 꺼내지조차도 못했다. 그저 속으로 생각하길 ‘갑자기 AI라니? 이 양반이 최근에 SF나 공상과학 소설이라도 감명 깊게 읽었나?’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너무 먼 이야기인가?”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말밖에는 못 드리겠습니다.”
하긴, 당장 고용량이라는 HDD가 하나같이 100기가 언저리에서 놀고 있는 것을 상기하면, 아직은 시기상조일지도 몰랐다. 이제 막 USB가 민간에 보급되기 시작했고, CPU도 부시 기준에서는 굉장히 만족스럽지 못한 성능을 보여줬다.
물론 이러한 장비들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당장 NASA만 해도 플로피 디스크도 아니고 CD도 아닌 고작 천공카드로 아폴로를 달에 착륙시키지 않았던가?
“이건 차차 이야기하자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가장 먼저 강인공지능을 개발할 나라가 어떤 나라일지는 모르겠으나, 강인공지능은 기존의 판도 자체를 크게 뒤집어엎으리라는 것이었다. 기계가 기계를 발전시키고 기술이 기술을 알아서 발전시키는 빛나는 미래 말이다.
빛나는 미래라고 하면 조금 낯간지러운 말이지만, 실제로 그러했다. 빈민층이라는 단어는 ‘의식주’밖에 충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 될 것이고, 인간을 위한 일자리는 크게 줄어들 터였다.
‘그땐 또 다른 문제가 생기기야 하겠지만.’
적어도 하루 빌어먹을 한 끼가 없어서 굶주려 아사하는 사람이 있는 지금보다는 나으리라. 거기까지 생각하고 나니, 부시 본인에게 꽤 많은 재산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김갑환이던 시절에는 없었지만, 이젠 분에 넘칠 정도로 가지게 된 재산이 있었다.
정확히는 본디 부시 본인은 백만장자에 불과했지만, 근 1년 사이에 온갖 곳에서 로비를 받는 바람에 재산이 상당히 불어났다. 구체적으로는 억만장자 언저리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재산 불리기의 비결은 해외. 그러니까 아프가니스탄 재건사업부터 북한 재건사업에 이르기까지 온갖 곳에서 많은 돈을 받았다.
미국에서는 로비가 합법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로비를 받았다고 해서 그들이 원하는 데로 간 적도 없고 갈 일도 없었지만, 성의라면서 구태여 주머니에 찔러 넣어 주겠다는데 기꺼이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사실 그 재산으로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기부를 좀 할까.”
“기부요?”
또, 또! 맥락 없고 뜬금없는 소리다. 비서실장은 답답해 돌아가실 지경이었다.
“그래, 기부 말이야 기부. 가만히 생각해 봤는데, 내가 직접 기부를 실천하면 다른 사람들도 따라오지 않을까?”
“그야 그렇겠죠. 그런데 왜 갑자기 기부입니까? 그보다 어디에 기부하실 생각입니까?”
“여기저기 고루고루?”
“개인 사정에 끼어들지 않겠습니다. 좋을 때로 하십시오.”
그러나 그렇게 대답하고 나서 수초 지나지 않아 이상한 점을 느꼈다. 저 인간이 단순히 선의만으로 움직이는 인간이 아니라는 점을 금세 상기하고 나니 굉장히 석연찮았다.
“따로 노림수가 있으신 겁니까?”
“그 왜 내가 듣기로는 기부받은 돈을 엄한 곳에 쓰는 친구들이 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내 돈이 아주 예쁘게 쓰였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감찰’을 좀 해볼까 해서 말이지.”
“그럼 그렇지.”
“뭐?”
“정말로 훌륭한 생각인 거 같아서 말입니다. 저도 그 계획에 동참하고 싶습니다. 200만 달러를 기부하겠습니다.”
“그래?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지? 참으로 재미있을 거야.”
비서실장은 진땀을 뺐다. 설마 자신이 실수하는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하고 있었던 탓이다. 그러나 금세 자신이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조금 작게 부를 걸 그랬나?’
그렇다고 지금 와서 ‘200만은 너무 많소! 40만 달러쯤 합시다!’라고 정정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자네 표정이 꽤 어두운 것 같은데?”
“하하하, 기부같이 기쁜 일을 하는데 어찌 표정이 어둡겠습니까? 형광등이 고장이라도 난 모양이죠. 그래서 대통령님께서는 어느 정도···?”
“나는 일단 가볍게 5,000만 달러 정도를 생각하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