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56)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55화(156/377)
< 155화 >
「사람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하는데, 저는 그것보다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말을 더 좋아합니다.」
5,000만 달러씩이나 기부하면 소문이 나기 싫어도 나게 되어있다. 옛말에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고 했던가? 하룻밤은커녕 한 시간조차도 지나질 않아 뉴스에서 씹고 뜯고 맛보기 시작했다.
어쨌거나 목적이 목적인 만큼 5,000만 달러를 한 기부단체에 뿌린 게 아니라, 미국 내 온갖 자선단체에 골고루 뿌렸다.
비영리단체의 성과를 측정하는 전문 공익법인 분석기관의 숫자가 백이 넘어간다지만, ‘분석’이라는 게 결국에는 사람이 하는 일인 탓에 주머니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엉덩이가 무거워질 정도로 묵직해진다면, 입력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실수’가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분석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수치가 조금 바뀔 수도 있는 일 아닌가?
따라서 어떤 단체가 부패했는지, 혹은 부정하게 쓰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돈으로 직접 후려쳐보고 자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보는 게 더 빨랐다. 물론 그 지랄을 하고 그 돈을 어떻게 흘러가는지까지 알아볼 수 있는 인물은 오로지 이 지구상에 단 한 명. 조지 W. 부시 한 사람뿐이었다.
“정말로 좋은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대통령 집무실 벽에 설치된 TV에서 송출되는 자신의 인터뷰 장면을 흡족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그 이름은 조지 W. 부시. 이 미국의 대통령이자 5,000만 달러의 기부를 실천한 기부의 신이었다.
그러나 이 순간만큼은 기부고 나발이고 지금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이 마지막 결재 서류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기쁘고 감동적일 따름이었다. 벅차오르는 만족감과 함께 경쾌한 손놀림으로 서류에 승인 사인을 휘갈겼다.
“‘그들은 막대한 부를 분배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네.’ 어디서 읽었는지는 모르는데,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문장이군. 고전소설이었나?”
부시는 그렇게 말하곤 자신의 손에 들린 결재 서류를 비서실장에게 던지듯 건네었다. 비서실장은 서류를 익숙한 듯이 잡아챘는데, 서류에는 ‘미시시피, 루이지애나주 제방 증설 완료’라는 제목이 적혀 있었다.
“적어도 저는 들어본 적 없는 문장이군요.”
“누군지는 몰라도 똑똑한 양반이 써 갈긴 건 틀림없군. 어쨌든 결과가 어떻게 되었지 비서실장?”
그가 말하는 결과란 5,000만 달러짜리 기부의 결과를 말함이었다. 누가 가짜 자선단체고 누가 진짜 자선단체인지 흑백을 명명백백하게 밝힐 시간이 드디어 도래했다.
“솔직히 인간불신에 걸릴 것만 같군요.”
정말로 놀랍게도 미국 내의 수만이 넘어가는 자선단체 중에서 정말로 기부금이 기부금이라는 역할만을 한 자선단체는 100개 정도밖에 없었다. 이는 부시가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잣대를 엄격하게 들이민 탓도 있긴 있었지만,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이는 정말이지 끔찍한 수치였다.
“원래 다 그런 거지. 대표적으로 몇 곳만 뽑아보게.”
그 말을 들은 비서실장이 진정하기 위해서 몇 초간 심호흡했다. 어쨌든 일단 충격은 충격이었다. 솔직히 기부금을 정직하게 운용한 곳이 고작 100곳밖에 안 될 줄 누가 알았단 말인가? 무엇보다 비서실장도 개인 단위로는 만만찮은 금액을 기부한 참 아니던가? 그러니 충격이 클 수밖에.
“그럼 알만한 단체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기부금이 직원들의 영달과 사리사욕을 위해 부정하게 운용된 단체는 밑도 끝도 없을 것 같으니 생략하겠습니다.”
비서실장은 몇 번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조사 리스트에서 지나가던 삼척동자라도 알만한 단체를 뽑아냈다.
“첫 번째는 유니세프입니다.”
부시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진심으로 깜짝 놀랐다.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탓이었다. 생각해보라, 유니세프는 무려 약 60년 전에 설립되어 전 세계에 발을 걸치고 있는 거대한 단체다. 단체란 흐르는 물과도 같아서 한곳에 고이는 정도가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악취를 풍기며 썩어간다. 그 물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말이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 수가 있지?”
“아마 두 가지 요인이 있는데, 아무래도 감찰 냄새를 맡은 모양입니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모자랐다. 수상한 낌새와 감찰 냄새야 정부와 연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누구나 다 잘 맡을 수 있는 것 아니던가? 무엇보다 유니세프는 항상 잊을 법하면 온갖 구설에 휘말리는 곳이 아니던가?
특히 고급 요트 위에서 호화 회식을 하던 사진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 정도였다.
“나머지 하나는?”
“중국 때문입니다.”
이건 또 의외였다. 여기서 도대체 왜 중국이 갑자기 튀어나온다는 말인가?
“중국?”
“예, 중국입니다. 유니세프가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그 중국말입니다.”
유니세프를 포함한 ‘국제’ 자선단체는 공통적인 병을 앓고 있었는데, 그건 바로 태생적 한계로 예산이 상시 부족하다는 고질적인 병이었다. 세상에 도움이 필요한 곳은 많은데, 예산은 항상 한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그 도움이 필요한 곳이 더 늘었다. 그곳이 바로 중국이었다. 유니세프는 적십자와 함께 헐벗고 굶주린 중국 인민 13억의 입을 먹여 살려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진두지휘하는 사령탑의 위치에 자진해서 올라섰다.
문제는 13억이라는 정신 나간 숫자였다. 차라리 그냥 밥만 먹이는 수준이면 모르겠는데, 신종 병이 휩쓸고 지나간 덕분에 자원봉사자들은 외부와 완전히 격리가 가능한 형광 주황색 보호복을 입고 움직여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자원봉사자들에게도 병이 옮을 테니까 말이다.
게다가 그 보호복이라는 게 당연하겠지만, 입에서 ‘억!’ 소리 나도록 더럽게 비싸다. 그렇다고 내구성이 무한인 것도 아니다. 격렬하게 자원봉사를 하다가 보면 차폐 직물에 어떻게든 닳거나 찢어져서 구멍이 난다. 아니면 사소한 실수로 넘어지는 바람에 충격에 약한 안면창이 깨질 수도 있다.
게다가 미국이 의약품을 대거 지원해준다고는 하지만, 그게 설마 중국 13억 인민들에게 전부 투여할 수 있는 양이겠는가? 그것도 다양한 상황과 병에 맞춰서? 당연히 각종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 상당한 예산을 지출해야 했다. 부족한 약품은 대표적으로 ‘인슐린’이 있었다.
참으로 통탄할 노릇인 것이, 지구 반대편에서는 보디빌더들이 만족감과 미관을 위해서 이 인슐린으로 물 근육 만들고 있었다. 급성질환에 걸린 어린아이들이 제때 인슐린을 맞지 못해서 영문도 알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는 상황은 안중에도 없었다.
기아와 병마와만 싸우고 있으면 모를까. 유니세프의 임무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유니세프는 기본적으로 5가지 중점 사업 분야를 가지고 있다. ‘어린이의 생존과 발달, 기초교육과 성 평등, 에이즈 퇴치, 어린이 보호, 어린이 권리 보호를 위한 정책지지와 파트너쉽.’이 바로 그 5가지였는데, 위에 있는 업무와 동시에 실행해야 하는 거다.
그것도 중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난과 병마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똑같이 지키면서 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시가 선뜻 내놓은 기부금마저도 언 발에 오줌 누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니까 자네 말은, 내가 유니세프에 기부한 돈 태반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말인가?”
“그런 셈이죠.”
“그런가···.”
그런 대답을 들으니, 죄책감이 좀 덜어지는 기분이었다. 팍스 아메리카나를 유지하기 위해선 중국을 옥죄는 과정은 필수였던 탓에 필요 이상으로 몰아붙이고 있었다. 덕분에 무고한 인민이 떼죽음을 당하고 있었는데, 솔직히 부시라고 마음이 편하겠는가?
세상에는 사람 한 명만 간접적으로 사고로 죽여도 벌벌 떨다가 죄책감에 못 이겨 자살하거나 신경쇠약을 평생 안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부시가 제아무리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철과도 같은 정신의 소유자라고 한들, 중국의 상황을 보고 있으면 어찌 마음이 불편하지 않겠는가?
“하실 말씀이 따로 있으십니까?”
“아무것도 아닐세. 다른 곳은?”
“대충 알고 계셨겠지만, 완전히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적십자사죠. 사실 예산 부족이 심각하기로는 이쪽이 더 심각합니다만.”
그 외에도 몇몇 단체의 이름을 듣긴 했지만, 유니세프 이상으로 부시의 이목을 끄는 단체는 없었다. 기부할 때 처음 들어봤거나 예상 안에 있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횡령한 기부금은 어떻게 운용되었지?”
“듣고 싶으십니까?”
“말이나 해보게.”
“앞에 반드시 고급이 붙는 단체 회식, 자원봉사를 빙자한 명품 해외여행. 그 외에 단체의 회장급이 자신의 통장에 씨앗을 뿌려놓고 불어나는 액수를 보면서 마냥 농부라도 된 듯 뿌듯한 표정을 짓는다거나···.”
“아, 난 또 외제차랑 요트라도 산 줄 알았지.”
“요트는 모르겠고 부동산이나 금융 상품을 구매한 단체는 많습니다만.”
하긴 요트까지 구매하기에는 기부된 액수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좋아, 이건 집어치우고 연방 의회는 뭐라고 하던가?”
기부 과정에서 약간의 차질이 있었다. 예를 들면 민주당은 ‘재선을 위한 정치쇼다!’라며 격렬하게 반응했다. 미국인이라면 다 그렇듯이 정치인과 변호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저 발언이 나오자마자 격하게 비난받았다. 대충 ‘대통령도 이렇게 기부를 하는데 너희들은 뭐하냐?’라는 취지의 비난이었다.
가장 인기 있는 대통령이 5,000만 달러라는 거액을 앞장서서 선뜻 내놓은 덕분에 민간에서는 때아닌 기부 열풍이 불었다. 심지어 평소부터 부시를 별로 좋지 않은 눈으로 보던 사람들조차 이번에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기부 열풍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이름의 광풍이 되어 상류 계층에게도 이미지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지출이 강요되었고 덕분에 기부금액은 인류가 지구를 정복한 뒤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어쨌거나 격한 야당의 반응에 백악관에서는 대변인을 시켜 한마디로 정리했다.
‘꼬우면 니들도 내던가.’
물론 진짜로 이렇게 말한 건 아니었다. 대변인이 상식과 겁대가리를 쌍으로 모친 뱃속에 두고 나오지 않는 이상에야 어찌 이렇게 말하겠는가? 단지 정치용 단어로 장황하고 길게 늘어놓은 이야기에서 핵심만 뽑아서 요약하자면 이렇다는 거다.
그러나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절박할 정도로 다른 이유가 있으면 모를까, 단지 견제라는 목적만으로 선뜻 5,000만 달러씩이나 기부할 수 있는 인물은 없었다. 뭔가 하긴 해야겠다는 생각에 단체 기부 형태로 1,300만 달러가 모였다.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액수긴 했지만, 단체로 모아서 1,300만 달러 기부와 단독으로 5,000만 달러 기부는 그냥 보기에도 차이가 상당했다.
참으로 놀라운 점은 이렇게 부시가 열심히 기부해도 미국에서 가장 많이 기부하는 자선가 랭킹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지도 못했다는 점이었다. 미국의 자선가 중에는 억 단위의 기부를 하는 사람도 많았다는 점이었다. 이들의 절반 이상이 IT업계 종사자로 CEO 직책을 가진 사람이거나 금융가의 사람들이었다.
“그건 그렇고 어떻게 하실 겁니까?”
“뭘 말인가?”
“그 ‘가짜 자선단체’들 말입니다. 예산안을 또 따로 편성해야 할 것 아닙니까?”
“연방 예산을 쓸 필요는 없어. 내가 알아서 하도록 하지. 원래 예산 절감이라는 게 처세술. 즉 아가리에서부터 시작되는 거야.”
지켜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