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57)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56화(157/377)
< 156화 >
언제부터였더라. 사람들이 화려한 삶을 꿈꾸기보다는 좆되지 않는 안정적인 삶을 꿈꾸기 시작했던 게?
아마도 집안의 대들보가 뿌리째 흔들릴 정도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나서부터 이렇게 생각하게 된 사람이 많아진 거 같았다. 반대로 말하면, 이렇게 궁핍하고 가난하게 살아온 이들이 경제적 황금기를 맞이하게 되었을 때다.
가난한 자들의 사고방식은 간단하다. 가난한 자들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애당초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선택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보통 둘 중 하나인데, 첫 번째가 벌 수 있을 때 최대한 모아두는 것이다. 이들은 보통 경제 대공황을 직격탄으로 겪은 세대로 돈을 투자하지 않고 은행이든 창고의 숨겨진 공간이든 일단 쓰지 않고 모아두는 것을 제일로 여기며, 아예 그것이 극단적으로 발전하여 생존주의자가 된 사람도 꽤 있었다.
두 번째로는 ‘욜로(YOLO)’라고 불리는 이들이다. 인생은 한 번뿐(You Only Live Once)이라는 단어의 약자인데, 보통은 욜로욜로 거리다가 골로 가는 인간들을 의미한다. 이런 사람들은 그날 벌어서 그날을 살아간다. 이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환경은 막말로 오늘 벌어둔 돈이 내일도 그대로 있을지, 혹은 침대에서 일어나 내일의 빛을 볼 수나 있을지가 문제인 경우가 대다수다.
비슷한 예시를 따지자면, 마시멜로 이야기와도 같다. 수저를 타고난 아이들은 매사에 여유가 있기에 내일. 즉, 다음이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얌전히 기다리지만, 수저를 타고나지 못한 아이들은 다음이 없다는 사실을 혹은 다음이 불투명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타인의 말을 쉬이 믿지 못하고 마시멜로를 집어 먹는다.
어쨌든 상극으로 보이는 이들을 꿰뚫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안정적인 삶’이었다. 생각해보라, 서민들이 복권에 당첨되었을 때 국경, 인종을 불문하고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바로 ‘집’이다.
집이란 기본적으로 다시 돌아올 곳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제정신이 박혀 있다면 자극이고 나발이고 일단은 누구든 ‘안정된 삶’을 원하는 거다.
종교적 신념에 따라 무소유를 주장하는 극히 일부의 인간들을 제외하면, 돈은 언제나 아무리 많아도 모자라게 보이는 법이다.
‘자선단체’란 바로 이런 안정되지 못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단체다. 나라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싹튼 희망으로부터 또 다른 희망을 전파해주는 인류의 양심이 낳은 인간성을 보존하기 위한 국제 사업이자 인성의 결정체다.
물론 상류층에서 만들어져 상류층에서만 노는 자선단체도 있긴 하지만, 이는 지극히 예외로 두어야 할 것이며 절대 일반화시키면 안 된다. 어쨌든 기본적으로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자선가들은 자선단체가 깨끗하리라 믿기 때문에 시원스레 자신의 부를 나눌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 믿음은 고층빌딩에서 떨어진 유리창처럼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다.
“저는 굉장히 안타깝습니다! 제 재산을 처분하여 사회에 이바지했다고 생각했지만, 제가 무능하여 기득권의 배를 불리고 말았습니다.”
부시가 입을 열자마자 사방에서 눈부신 플래시가 터졌다. 카메라에는 담기지 않지만, 대통령이 연설할 때마다 몰려드는 기자 혹은 그에 관련된 사람들이 수백 명에 달한다. 지금 부시는 그 수백의 셔터 세례를 받고 있고, 그 셔터 세례는 한줄기 날카로운 검이 되어 미국의 부패한 자선단체를 향해 날아갔다.
“여러분! 여러분의 기부금이 헛된 곳에 쓰였습니다. 특히 청렴과 결백을 밝혀내야 할 분석기관의 데이터가 용의주도하게 철저히 관리, 조작되고 있었다는 점이 정말로 안타깝습니다.”
누군가가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했던가? 지금 벌어진 사회현상이야말로 그 표본이었다.
“이 금수만도 못한 개자식들아! 아프리카의 아이들을 위해 기부한 돈을 도대체 어디에 쓴 거냐!”
“부동산에 요트? 이거 완전히 미친 새끼들 아냐? 내 돈 내놔!”
사람들이 드디어 기부단체의 돈이 어디로 가는지 깨달았다. ‘2002년 자선단체 조사 보고서’가 발표됨으로써 전문 공익법인 분석기관의 거짓된 인증과 이미지 관리로 만들어진 사상누각이 드디어 무너져내렸다.
그렇지 않아도 고소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미국인지라, 리스트에 공개된 자선단체는 하나도 빠짐없이 많든 적든 매콤한 고소의 맛을 강제로 시식해야 했다. 그중에서는 얼마나 고소했는지 필요 이상으로 과식하여 아예 배가 터져버린 자선단체로 있을 정도였다.
더 볼 것도 없이 미국의 자선단체는 완전히 반 토막이 나버렸다. 그리고 자선단체라고 해도 ‘진짜 자선단체’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는 게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다. 걔 중에는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 자선단체를 사칭하는 사기꾼의 무리도 있었다. 이들은 진짜 자선단체가 아니었다. 쉽게 말하면 공인받지 않은 단체라는 소리다.
물론 일부 부패한 자선단체들과 하는 짓이 다 거기서 거기였기 때문에, 별로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이 특히 서술할법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이런 협잡꾼들 또한 이 거대한 사회적 해일에 같이 휩쓸러 사라졌다는 점이다.
그뿐만 아니라 분석기관들은 아예 모조리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사무실 창문 너머로 썩은 달걀 따위가 날아 들어오는 것까지는 어떻게 할 수 있다고 쳐도, 아예 크고 아름다운 매그넘 탄이 창문에 굵직굵직한 구멍을 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신의 몸을 소중히 여긴다면 당연히 피해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그걸로 아예 막판이라고 크게 한탕 땅긴 사무실도 있었다. 이런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변호사 출신이거나, 현직 변호사인 만큼 자신을 위협한 총기 난사범에게서 적절하게 뜯어낼 수 있었다. 물론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평소처럼 뜯어낼 수는 없었다.
중요한 것은 부정하게 사용한 자선단체가 거의 다 괴멸했고, 따라서 그들이 담당하던 영역을 남은 소수의 자선단체가 어떻게든 관리해야 하게 생겼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면 디트로이트의 슬럼가 같은 곳 말이다.
버젓이 손에 불법 개조한 총기를 든 갱이 돌아다니고, 저질 재료를 사용한 정크푸드로 수명을 갉아먹는 뒷골목에는 정부의 손길이 닿질 않았다. 최근 들어 치안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했다곤 하지만, 치안 병력을 늘린다고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슬럼가 주민들의 삶이 좀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다른 곳이면 또 모를까, 자선단체 같은 곳은 돈이 있다고 바로 인력이 생기는 곳도 아니었다. 일반적인 자원봉사자가 아닌, 진짜 직원은 ‘바르고 고운 인성’ 옵션이 붙은 상태로 자원봉사와 관련된 모든 일에 숙련되기까지 해야 한다. 그것이 현장직이든 사무직이든 뭐든 말이다.
“5,000만 달라나 기부했을 때는 무슨 생각인가 싶었는데, 역시 대통령쯤 되면 뭐가 달라도 다른가 봅니다?”
포토라인 꽤 뒷선에서 제법 젊어 보이는 기자 하나가 중얼거렸다. 기자가 정치 쪽에 그것도 이런 자리에 진출하려면 많은 경력과 실적을 요구하기 때문에 이곳에 있는 기자들이 대부분이 최소 30대임을 상기했을 때 그의 외모는 상당히 이질적이었다.
그러나 그가 딱히 동안이라거나 그런 건 아니었고, 실제로도 외모와 나이가 일치했다. 그가 뒷선에서 머물러 있는 것은 외모처럼 짬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이곳에 들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순전히 선배를 잘 둔 덕분이었다.
“이런 멍청한 자식.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그 하늘 같은 선배님께서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어리석은 후배에게 핀잔을 주었다. 물론 후배야 선배의 자신만만 표정이 꼴도 보기 싫었지만, 이 선배에게 직장에서 상사로서 존중받을 능력이 충분히 있다는 점 하나만큼은 인지하고 또 인정하고 있었다.
그래도 인정하는 것과 별개로 꼴 보기 싫은 건 꼴 보기 싫은 거다.
“저 대통령이라는 작자가 이걸로 뭘 얻고자 하는지가 중요한 거야.”
차라리 무능력하면 모르겠는데, 말하는 걸 듣고 있노라면 항상 그럴싸하게 들린다는 점이 실로 문제였다.
“이런 기사는 어디에나 널려 있는 복사 붙여넣기 가십거리밖에 되질 않아.”
“역시 선배십니다. 그럼 짐작 가는 바가 당연히 있으시겠죠?”
이게 문제였다. 갑자기 자선단체의 허리를 부숴버린 이유가 전혀 짐작 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이득으로 움직이는데, 이렇게 해서 대통령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잘 모르겠다는 점이었다.
정말로 멍청하게 ‘히히, 나는 돈이 넘쳐나니까 5,000만 달러를 시궁창에 버릴 거야.’라고 한 뒤 갑자기 뒤가 구린 것 같아서 조사를 시작하지는 않았을 거 아닌가? 저건 확실하게 조지기 위해서 들어간 거다. 아마 돈을 기부하기 전부터 시크릿 서비스든 CIA든 FBI든 그것도 아니면 연방 경찰이든 뭐든 붙여놓았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발표된 보고서의 자세함이 설명되지 않는다. 얼마나 철저하게 돌렸는지, 아예 어떤 고유번호를 가진 지폐가 어디서 어떻게 어디로 유통되었는지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사실 이렇게까지 하는 게 가능하리라곤 상상도 못 해봤다.
작전 내용만 보면 무슨 위조지폐나 은행 강도 검거 수준의 작전 내용을 방불케 했다. 물론 범죄 대응 때문에 작전 내용이 자세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결과라는 것이 결국에는 과정이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진 돌탑 같은 것 아니겠는가? 과정을 역순으로 되짚어보면 그동안 기자로서 먹어온 짬이 있는지라, 정부에서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대충 어떻게 돌아갔는지 감이 왔다.
“가만있자.”
그렇다. 역순이다. 도리어 역순으로 생각하면 답이 보였다.
‘차라리 처음부터 자선단체를 자신의 영향권 안에 넣는 게 목적이었다면?’
자신의 신문사에는 괴짜가 하나 있다. 올리버라는 친구인데, 그는 불과 몇 달 전에 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필요 이상으로 권력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의 망상 혹은 지나친 생각이라고 생각했으나, 이렇게 또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의심이 갔다.
미디어를 견제할 수 있는 경찰을 장악하고, 경찰을 견제할 수 있는 미디어를 장악하고, 경찰과 미디어를 견제할 수 있는 시민들의 마음을 장악했다. 이 사태를 막아야 하는 연방 의회는 중국제 돈방석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고 대통령의 수족이나 다름없는 미군은 날이 가면 갈수록 강해지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다 장기 독재를 위한 포석이라면?
독재를 넘어서 혁명 프랑스의 나폴레옹처럼 미국의 영원한 태양이 되려고 하는 것이라면?
“독재라. 이건 좀 더 조사해볼 가치가 있겠어.”
선배의 심각한 표정을 보고 있던 후배가 짐짓 한심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저 선배는 가끔 옆길로 새거나 헛다리를 짚는 게 탈이었다.
“독재요? 그건 너무 지나친 생각 같은데요?”
“그럼 네 생각은 어떤데?”
후배는 선배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서 조금 생각하는 척하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그냥 엿 같아서 다 쓸어버리기로 한 거 아닙니까?”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