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58)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57화(158/377)
< 157화 >
“우주 사업이란 원래 대기만성입니다. 소련과의 경쟁 때문에 착각하는 이들이 종종 있습니다만, 대통령님께서는 그런 사업가 부류가 아니라서 정말 다행입니다.”
사업가보다는, 사업가 중에서도 결과가 나지 않으면 닦달하는 이들 말이다. 사업가라고 해봤자 어차피 연방 의회와 대통령이지만, 그 대통령께서는 대부분 NASA를 닦달하는 걸 너무나도 선호한다. 어쩌면 선호를 넘어서 사랑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역대 대통령들에게 시달려온 역사가 있는 NASA인 만큼 충분한 자금을 투자한 뒤 차분하게 믿고 기다려주는 부시의 인상이 나쁠 리가 없었다. 다만 이것과는 별개로 만약에 그렇게 생각했더라도 속으로 생각하고 넘어가는 게 도리이거늘, 그는 그것을 노리고 구태여 입에 담았다. 따라서 다소 건방지다고까지 할 수 있었다.
“인간이 좀 더 우주 친화적이었으면 예산을 좀 더 아낄 수 있었을 텐데. 곤충처럼 말이야.”
지금 인류가 가진 기술력으로는 우주에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지구 밖에 인류가 확보한 생활권이라고 해봤자 ISS 같은 우주정거장이 다였다. 생활권이랍시고 있는 게 비좁아 터진 우주정거장밖에 없는 이유는 사실 별거 없고 인간은 우주로 나갈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두뇌를 가진 주제에, 대기와 물이 없으면 살 수 없는 나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만약 신이란 게 실존한다면, 그 빌어먹을 놈이 졸면서 인간을 설계한 게 틀림없었다. 잘못된 설계 중에서도 특히 기도와 식도를 같은 위치에 둔 건 매우 나쁜 생각이었다.
어쨌든 미국은 지금 막대한 자금을 들여 ‘달기지’를 건설하려고 하고 있었다. SF서 단골 소재로 뼛속까지 우려낸 그 달기지 말이다.
“그래도 인간이 지구 역사상 최초로 우주로 갈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하고 생명체를 우주로 올려보낸 종족 아닙니까? 몸보다는 머리가 중요한 겁니다. 머리가.”
그는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으로 머리를 톡톡 건드렸다. 어째 그 모습이 실험실 원숭이 같아 썩 우스꽝스러워 보였다.
“아, 인간이 아니라 공룡일 수도 있지. 그 왜 운석 충돌 때 생겨난 파편이나, 화산 폭발에서 생긴 부산물 같은 것에 타고 대기권을 돌파해서 우주까지 날아갔을지 누가 알겠나?”
“아, 그건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런 젠장. 이래서 이과는.’
부시는 얼굴을 한번 쓸어내리려다가 기적적인 인내심으로 참아냈다. 지금은 이런 두서없고 쓸데없는 화재에 머물러 있을 때가 아니었다.
“그래서 실험 중인 로켓이 터진 이유가 뭐라고?”
“부품 크기 측정에 약간의 오차가 있었습니다.”
“야드 파운드가 문제인가?”
“미터가 문제인 거죠.”
부시는 그가 시원스레 수긍할 줄 알았기에 조금 당혹스러웠다. NASA의 직원들 대부분은 국제 표준인 미터법에도 익숙했기 때문이다. 사실 딱히 미터법뿐만이 아니었다. SI 단위라면 뭐든지 익숙했고 단순 암산만으로 두 단위를 자유자재로 건너다닐 수 있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고등 연구원부터 단순 청소부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으로 학력이 무척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NASA가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단위는 미터법이었다.
“그 로켓은 러시아산 부품과 국산 부품을 복합적으로 사용한 게 문제였습니다. 다음 로켓부터 국산으로 모두 통일하면 문제없습니다. 그럴만한 예산도 충분하고요.”
“지금 국민의 혈세로 불꽃놀이를 하고도 그 소리가 나오나?”
과연 그조차도 차마 이 질문에는 고개 빳빳하게 들고 대답할 수는 없었다. 자신 같은 사람이 평생 벌어도 닿을 수 없을 정도의 금액이 0.1초 만에 공중에서 소멸한 건 엄연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번에는 그냥 넘어갈 테니까, 제발 다음에는 이런 이유로 로켓이 터지는 일이 없도록 하게.”
미터법과 미국식 단위계를 혼용하는 것은 정말이지 까다로운 일이었다. 사실 이건 까다롭다를 넘어서 좆 같은 거다. 자기 좆대로니까 말이다. 따라서 영국 야드파운드는 좆이고, 미국 단위계는 개좆이다.
얼마나 엿 같은지는 그 잘나신 천재들이 모여 있는 NASA에서 로켓 하나를 터뜨린 것만 봐도 능히 짐작할 수 있지만, 그런데도 구태여 예를 하나 들자면 2018년의 일을 들 수가 있다.
국제 도량형 총회에서 물리상수인 ‘플라크 상수’를 통해 미터법의 정의를 좀 더 완전함에 가깝도록 보완하는 것에 성공했다. 그동안은 백금과 이리듐 합금으로 ‘질량 원기’라는 분동(分銅) 비슷한 걸 기준으로 잡아 왔는데, 이것이 아무리 안전하게 보호를 해도 실물이다 보니까 질량에 변동이 생겼다.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인고? 즉, 영원히 부동 상태여야 할 ‘기준점’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제멋대로 바뀐다는 소리다. 이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였고, 플랑크 상수를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었다.
여기서 대망의 야드 파운드법이 나온다. 정확히는 미국식 단위계지만, 중요한 건 미국식 단위계는 미터법의 진보를 축하했다는 점이다. 단순히 외교적 절차에 따른 허례허식이 아니라, 진심이 우러러 나오는 진짜 축하 말이다.
이유인즉, 다음과도 같았다.
‘1인치의 정의가 1cm의 2.54배이기 때문에 미터법이 정확해지면 미국식 단위계도 똑같이 정확해지는 거 아니냐고 했던가?’
김갑환이 이 일화를 듣고 어찌나 황당했던지 감이나 오는가? 그땐 그냥 ‘그런가 보다.’하고 넘겼는데, 정작 그 미터법과 야드 법 덕분에 엿을 먹는 날이 오게 되니까 스쳐 지나갔던 기사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머릿속을 인두로 지지기라도 한 듯 떠나가질 않았다.
사실 부시는 당장이라도 미국식 단위계를 버리고 미터법으로 갈아타고 싶었지만, 그 비용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다만 미국식 단위계와 미터법을 병행 표기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었다. 사실 만족스럽다고 하면 거짓말이었지만, 어쩌겠는가? 현실이 이러한 것을.
여기서 말하는 비용이란, 간단하게는 집안 구석에 처박혀 먼지 먹고 있는 렌치 따위의 공구부터 시작해서 복잡하게는 아예 법의 영역까지 뜯어고쳐야 했다.
예를 들어서 어디까지나 가정이긴 했지만, 당장 SI 단위로 미국 단위를 하루아침에 바꿔 버리겠다고 선언했다고 치자. 그럼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
한 평범한 남성이 있다. 남성은 일어나서 TV로 기상예보나 교통정보를 확인하고 일과를 시작한다. 아니, 그런데 눈하고 비는 알아먹겠는데, 섭씨 24도는 뭐고 또 평균 시속 18km는 뭐란 말인가?
자신이 사무실에서 일만 하는 사이에 세상이 바뀌었구나. 그렇게 생각한 남성이 출장을 나선다. 그런데 아들내미가 제멋대로 최신이 최고라며 내비게이션을 업데이트해놓았다. 업데이트된 내비게이션은 거리를 km로 표기하는데, 이게 무슨 개떡 같은 소리인지 알아먹을 수 없어 오로지 화살표에 의지하여 간신히 출장지에 도착했다.
아니, 글쎄 출장지에 도착했더니만, 앞뒤가 꽉꽉 막힌 새끼가 자꾸 SI 단위로 말해서 하나도 못 알아먹겠다. 간신히 더듬으며 이야기를 진행 시켰다.
내용은 대충 이러하다. 이번에 새롭게 기계를 발주해야 하는데, 이번에 바뀐 법 때문에 새로운 SI 단위에 맞춰야 해서 이미 단위가 통일되어있는 너트와 볼트는 그렇다고 치는데, 나머지 부품들이 문제였다.
SI 단위가 새로운 단위가 되면서 밀링머신 같은 기초적인 기계를 제외한 몇몇 기계는 쓸모가 없어졌고 모조리 다시 만들어야 했다. 이것 덕분에 회사 발주량이 늘어난 것은 좋은데, 공장에서 직원들이 적응을 못 하고 있었다. 예전에도 정부가 돈을 지원해 줄 테니까 미터법을 쓰라고 권고하긴 했었는데, 이번에는 법상으로 강제인지라 배불뚝이 사장들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이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차량에 밥이 부족해서 주요소에 들렀더니, 세상에 리터는 또 뭐란 말인가? 다행인지 불행인지, 기계가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기에 오로지 감에 의지하여 주유하니 연료통이 적당히 찼다.
그는 집에 돌아가서도 비슷하다. 여전히 감이 잘 오질 않는다. 뉴스를 봐도 여전히 요상한 단위를 쓴다. 세상이, 미국이 요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SI 단위가 그의 머리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았다.
그래도 어찌하랴 이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 단위가 필수인데.
문제는 이러한 사내가 미국 전역에 널리게 된다는 거다. 본래부터 미터법을 도입한 루이지애나주를 제외하면 말이다. 이러한 사내들은 혼돈과 혼란을 몰아올 것이고 종국에는 최소 1, 2년은 혼란기를 거치며 차후 몇 년간은 아예 사회가 퇴보할 것이다.
이렇기에 쉬이 바꿀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도 부시는 노력은 하고자 초등, 중등 교육에 SI 단위 병용을 반드시 포함 시켰으며, 모든 물건에 SI 단위 필수 표기 법안을 열심히 의회에 제출했다.
“그놈의 지긋지긋한 로켓 폭발은 집어치우고, 진행이 얼마나 되고 있는지 자세하게 이야기나 해보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우주 사업은 기본이 대기만성입니다.”
쉽게 말하면 이룩한 것이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래도 그만큼 돈을 쏟아부었으니 눈곱만큼이라도 전진했을 것 아닌가?”
“대통령님께서 지시하신 것들은 전부 설계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기존부터 연구하던 로켓에는 성과가 좀 있었습니다. 무게 대비는 18%가 늘었고, 기존 제작 비용에서 무려 5%를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5%라고 하면 좀 적어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평범한 회사원 수십 명이 평생 벌어도 닿지 못할 천문학적인 금액에서 ‘5%’를 절감했다는 건 실로 대단한 업적이었다.
“그건 좋군.”
“연구 자체는 저희와는 관계없지만, 태양광 기술이 진보했다고 들었습니다. 따라서 인공위성 따위에 탑재할 수 있는 전자 장비가 늘었다는 이야기죠.”
“패널을 말하는 건가?”
“패널은 구식이기 때문에 인공위성에 더는 쓰이지 않습니다.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프로토타입이죠. 인공위성에 쓰이는 태양광 전지는 손바닥만 녀석이 최소 4만 달러입니다.”
말이 끝나자 그는 또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우주용 총기는 어떠십니까?”
“그런 게 있나?”
그는 허리춤에서 권총 한 자루를 꺼내 들었다.
“글록 18C. 18에다가 컴펜세이터를 달은 모델이죠. 포팅 베럴 방식이며, 보다시피 폴리머 프레임으로 제작되었고 9mm가 17발이나 들어가는 주제에 연발 기능까지 달려 있습니다. 근접전에서 이거보다 유용한 총기를 찾아보기 힘들 겁니다.”
“손가락은 들어는 가나?”
“아, 그건 생각 못 해봤는데요.”
“설마 이게 전부인가?”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우주 사업은 대기만성에 준비 만전이라고. 최근에 돈을 허공으로 날린 저희가 할 말은 아니지만, 급하게 하다간 또 그렇게 돈이 날아가는 거죠.”
그는 그렇게 말하고 입으로 ‘퓨슈우-.’ 소리를 내더니, 이내 ‘펑!’이라며 겁을 주었다.
“충분히 알아들었으니까 제발 지랄 좀 그만 떨게.”
“아,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네 정말로 NASA 국장 맞나? 내가 기억하고 있던 NASA 국장은 좀···. 진중한 느낌이었는데.”
“그럼 외계인이라도 되겠습니까?”
사실 대충 감이 오긴 했다. 과다한 업무와 과중한 스트레스로 더는 자신을 조절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정신이 나갔다는 소리다.
“자네 정신이 멀쩡할 때 다시 돌아오도록 하지.”
부시는 스트레스 과다로 인격이 불안정해진 NASA 국장에게 왠지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 같아 가슴 한구석이 시큼해졌다.
“그래도 그건 그거고 일은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