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59)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58화(159/377)
< 158화 >
기부 행렬이 많이 위축되긴 했지만, 기부 문화를 완전히 박살 내버린 건 아니었다. 물론 이 사건으로 인해서 기부 혐오증이 민간에 많이 확산했고 자선 단체에 대한 불신이 생겨난 건 부정할 수 없지만, 정부가 앞장서서 다 때려 부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정부에 대한 신용을 심어 주었다.
자선 단체의 신뢰도와 정부의 신뢰도를 등가 교환한 셈이지만 말이다. 역설적으로 말해서, 정부가 내놓는 정보는 어느 정도 선까지는 제법 신뢰성을 갖추었다는 이야기도 된다. 정부가 내놓은 ‘자선 단체 가이드’는 자선 단체에 대한 신뢰도를 완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까지는 제법 회복하는 것에 성공했다.
문제는 가이드 리스트에 뽑히지 못한 자선 단체는 완전히 뒷전으로 밀려나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이 뜻은 즉 사회적 현상인 기부마저 정부의 뜻대로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리다. 다소 비약일지도 모르지만, 구태여 이를 표현하자면 ‘돈 없이도 사람의 양심마저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라고 할 수 있으리라.
엄밀히 말하자면 돈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자선 단체 가이드를 조사하는 데 돈이 들어갔으니 말이다. 그러나 기부하고자 하는 사람이 정부에게 직접 돈을 받은 것도 아니니, 돈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말도 어찌 보면 맞는 말이었다.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자유를 가장 사랑하는 나라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집단이 정부가 되어버리다니? 이 무슨 모순이라는 말인가. 물론 정부에 공신력이 없으면 그것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공신력이 가장 강하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문제다.
그러나 뜻 있는 자들도 함부로 입을 놀리지 못했다. 본디 정의나 상식이라는 것은 대중의 필요로 인해서 제멋대로 만들어지는 것 아니겠는가? 80년대에는 버스 안에서 담배를 태워도 되었지만, 지금은 연초가 당긴다고 버스 안에서 맛깔나게 태우면 인격을 박탈당하고 경찰서에서 뜨끈한 세끼 밥을 섭취할 자격을 얻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현 대세는 정부였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정부가 커다란 실수를 할 때를 대비하여 최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모으는 수밖에 없었다. 제아무리 단단한 갑옷을 입은 기사라 할지라도 틈 사이로 잘 벼려낸 예리한 단검을 찔러넣기만 할 수 있다면, 약관을 넘긴 소년이라 할지라도 누구라도 죽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단검을 든 사람이 적어도 약관을 넘긴 소년 정도는 되어야 했다. 갓난아이와 같은 허접스럽고 난잡한 자료로는 정부의 독주를 막을 수 없다는 말이었다.
작은 신문사의 기자가 던진 작은 글귀 하나가 잔잔한 파동이 되어 미국 사회 전체에 경각심을 은은하게 퍼뜨리고 있었다.
“그런 말이 있나? ‘독재’라. 그건 좀 듣기 껄끄러운 말인데.”
“그렇다고 하더군요. 솔직히 제가 듣기에는 개소리입니다만.”
비서실장이 지식인들의 우려를 개소리라고 당당하게 일축할 수 있는 이유? 아주 간단하며, 누구나 강제로 납득시킬 수 있는 몹시 타당하며 확실한 사유가 있었다.
“이 짓을 평생 죽을 때까지 매일 하라고? 지랄이 아주 풍년입니다.”
그 사유가 지금 비서실장 앞에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앞으로 6년은 더 해야 하는데?”
“다음 임기에는 절 찾지 말아 주십시오.”
“하하, 이 친구 농담이 아주 수준급이야.”
부시는 앤드루 카드가 과로로 쓰러지지 않는 한 절대로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무릇 공무원이 나라의 녹을 먹었으면, 국민들이 편할 수 있게 공무원은 개처럼 일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걸 아는 사람이 없어. 왜 다들 비서실장처럼 이렇게 개처럼 일하지 않고 개새끼처럼 일한다는 말이야?”
사실 대통령 집무실에 대통령과 비서실장 둘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딕 체니를 포함한 몇몇 각료가 의자에 불편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사실 잔소리를 들으면서 대통령의 질책은 모두를 벙어리로 만들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하필 그게 대통령이 하는 말인지라, 이 폭언에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부시 대통령이 9.11 테러 이후로 부부관계고 나발이고 다 내팽개치고 워커 홀릭에 접어들었다는 건 너무나도 유명한 이야기였다.
한 번은 온갖 스포츠 스타의 여자관계를 밝혀낸 유명한 파파라치 기자가 ‘이건 확실하다!’라며 어떻게든 증거를 잡아보겠다고 1년을 가까이 설쳤는데, 그런 그가 결국엔 현장을 잡기 위해서 자신이 소모한 1년이라는 시간이 헛되었음을 인정하고 두손 두발 다 들었다.
그는 진짜 온종일 일만 했다. 물론 한낱 파파라치가 대통령의 생활을 전부 알 순 없으니 그의 말이 정말로 옳다는 건 아니었지만, 사람한테는 이름값이라는 게 있다. 이를 ‘명성’이라고도 하는데, 그의 파파라치로서의 명성은 파파라치계의 전설이라고 해도 무관할 정도였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부시와 비서실장이 정말로 잠을 자고 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오로지 ‘일’만 하는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니까 다른 관료들이 대통령에게 개처럼 까이더라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연세도 제법 있고 가장 높으신 분이 몸소 실천 중이신데 어딜 이래저래 시간만 채우고 집으로 돌아간다는 말인가?
아까 ‘일부 관료’라고 했던가? 사실 여기 없는 관료들은 이미 부시가 잔뜩 안겨준 일감 탓에 집에 들어가기조차 어려워진 인간들이었다. 특히 이 분야의 권위자는 CIA 쪽 사람들이었는데, 한계를 맞이한 것 같으면 한계의 새로운 미답 지대를 친히 개척해주시는 상관 덕분에 진짜 과로로 쓰러지는 인간이 있었다. 그렇게 쓰러지는 인간들의 생각이나 감정은 언제나 똑같았는데, ‘드디어 쉴 수 있다!’라는 것이었다.
한번은 대통령의 방식은 일의 능률이 떨어지니 뭐니 하는 말이 나온 적이 있었는데, ‘나는 이 방식으로 미국을 가장 위대하게 바꿔놓았다!’라며 동시에 ‘고작 이 정도로 능률이 떨어질 거라면, 옷 벗고 나가!’라는 말에 이젠 아무도 대꾸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물론 과다한 업무에 정말로 옷 벗고 나간 사람이 한 둘씩 생기자 업무 시간을 약간씩이나마 줄이긴 했다. 그래도 말 못 꺼내기는 매한가지였긴 했다.
“그래, 어쨌든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간단하네.”
부시는 그렇게 말하며 서류에 소리가 나도록 경쾌한 손놀림으로 사인했다. 그것으로 오전 내로 해결할 결재는 끝난 셈이다. 그러다가 다리를 잘못 놀려 실수로 어떤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어, 씨. 잠깐만.”
갑자기 책상에서 모터음이 들리더니, 책상 앞면에서 갑자기 무언가가 튀어나왔는데, 그것의 생김새가 참으로 요묘했다. 색은 국방색이요. 형태는 직사각형인데, 살짝 앞으로 볼록하게 튀어나왔다.
“이게 도대체 뭡니까?”
특허번호는 2,972,949요. 폴리스텐으로 만든 껍데기 안에 내용물은 0.125인치짜리 강철 구슬과 1.5파운드 C4가 들어갔으니 그 이름은 클레이모어였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겠지만, 이게 터지면 책상 뒤에 있는 사람 빼곤 다 죽는 거다.
“내가 해결할 수 있어.”
이 버튼이었나? 아니, 어쩌면 이 버튼일지도 몰라. 부시는 손을 더듬거려 버튼을 몇 개 시험해보더니, 드디어 원상 복귀에 성공했다. 처음의 모터 소리와 함께 클레이모어는 책상 안으로 들어가더니 이내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었다.
“그 투박하기 짝이 없는 책상에 무슨 비밀이 있나 했더니, 그런 흉악한 물건이 설치되어 있었습니까? 단순히 방폭 기능만 달린 건 줄 알았는데?”
딕 체니가 몹시 놀랐다. 본인이 가장 막 나가는 줄 알았는데,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There may be blue and better blue)는 속담을 완전히 까먹고 살아가고 있었다. 당연히 뛰는 놈은 체니였고, 전투기로 나는 놈은 부시였다.
어쨌거나 대통령의 책상은 대외적으로는 뛰어난 방폭 기능만 갖춘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그럴 리가 있나. 방금 작동한 클레이모어 말고도 몇 가지 기능이 더 있었다. 그러나 그 기능을 아는 사람은 이것을 설치한 기술자들, 이것을 직접 사용해야 하는 대통령. 다음으로는 충실한 심복인 비서실장 정도였다.
“그거 전기로 움직이는 겁니까? 혹여나 오작동이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발파 기능은 수동이니까 괜찮네.”
물론 전기 뇌관을 쓰고 있는 탓에 전류가 잘못 흐르기라도 하면 모두 함께 저세상행이지만, 전류가 흘러서 오작동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직접 전류를 흘려야 했다. 쉽게 말해서 콘센트에 있는 손으로 전선을 뽑아서 책상의 특정 부품에다가 직접 박아넣지라도 않으면 오작동할 일은 없다. 이거다.
“어쨌거나 내가 하려는 말은 이거야. 다들 이렇게나 바쁜데 한가한 부서는 예산이 좀 삭감되더라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소리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까지는 의회에서도 들어오는 돈 덕분에 주머니가 느슨해져 있었지만, 중국이 오늘내일하면서 미래가 제법 불투명해진 만큼 쓸데없는 예산 지출을 최소화해야만 했다.
“이 정도 말했으면 알아들었겠지? 지금부터 알아서 업무를 만들어라.”
부시의 말이 끝나자, 그의 발아래로부터 화이트의 느긋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 이후로 원활하게 돌아가기 시작했고, 소외된 사람 하나, 작은 틈새 하나까지 찾아서 어떻게든 고쳐보려는 노력이 국민의 눈에 보일 정도가 되었다. 물론 항상 강조하는 것이지만, 세상에 완벽은 없다. 없는 일을 만들려고 하니, ‘멀쩡한 불을 정해진 시간마다 몇 번 껐다가 켠다.’라는 이상한 업무까지 생겨났다.
그러나 이런 삽질을 고려하더라도 업무 처리량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었다. 완벽해질 수는 없어도 나아질 수는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소문이 흘렀을 뿐이었다. ‘대통령이 일하지 않는 공무원들에게 총기를 가지고 협박을 했다.’라는 근거 없는 소문 말이다.
“흠, 총기가 아니라 클레이모어인 걸 알면 더 기겁하겠지?”
“역시 그거 일부러 누르신 겁니까?”
“그럼 그걸 어떻게 실수로 누르나. 노리고 눌렀지. 자네 혹시 그때 그 인간들 표정 봤나? 오묘한 표정을 보이더니, 이내 새파랗게 질리는 거 말이야.”
그게 참으로 작동방식이 복잡해서 특정 발판을 발로 누른 상태로 손이든 발이든 사용해서 따로 달린 다른 버튼을 눌러야 작동하게 되어 있었다. 요컨대 우연에 우연이 겹치지 않으면 절대로 벌어질 수 없는 일이었다.
“최근 들어서 점점 더 괴팍해져 가시는 거 아닙니까?”
“원래 옛날에는 군주들이 일 안 하는 신하들 앉혀놓고 그 자리에서 칼로 찌르면서 협박했다는데, 나 정도면 양호한 거지.”
“도대체 어떤 미친 군주가 그런답니까?”
“보게 화이트도 내가 정상이라고 하고 있잖나.”
부시는 양손을 화이트의 겨드랑이 사이에 넣고 들었는데, 몸이 원체 길어서 다리가 땅에서 떨어지질 않았다.
“고양이는 말을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건 고양이가 아닌 것 같습니다.’라는 말은 목 뒤로 삼켰다. 왠지 모르게 저 눈처럼 새하얀 놈이 자신을 째려보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화이트의 세로로 찢어진 동공은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었다.
“거참 말이 그렇다는 거지.”
“요즘에는 사냥본능이 좀 줄어들어서 다행입니다. 언젠가는 조류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대형 포유류로 넘어갈 지경이었으니까요.”
“험.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지.”
“왠지 대통령님 입에서 나온 말이라서 신용이 가질 않습니다만, 어쨌거나 남동부 쪽은 어떻게 해결하실 겁니까?”
“남동부? 무슨 남동부?”
“저번에 남동부 쪽에서 조사하라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아, 칡 문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