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60)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59화(160/377)
< 159화 >
미국 동남부에는 위험한 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이 식물은 쌍떡잎식물 장미목 콩과의 덩굴식물로, 다년생이며 아메리카 북부와 같은 혹한 지대를 제외한 모든 지역. 심지어는 염분이 강한 해안가 절벽에서조차 서식할 수 있으며 자라는 곳마다 토양의 양분을 ‘무한정’ 빨아들이고 주변에 자라는 나무는 자신의 몸으로 햇볕조차 받지 못할 정도로 무성하게 감고 올라가 종국에는 말려 죽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손도끼나 마체테로는 자르기 힘들 정도로 엄청나게 질기고 탄성이 뛰어나며 약간의 뿌리만 남으면 다시 자라기 시작한 강한 생명력을 보유한지라, 이를 제거하기 위해서 막대한 돈을 들여 전문가를 고용해야만 한다.
정력 증진과 숙취 해소에 효능이 있으나, 맛은 독한 팔각과도 같아 먹기 힘들고 채소가 아닌 들나물 따위의 야채를 채취해 먹는 문화가 드문 미국에서는 민간인들의 자발적 제거도 힘들다.
이 식물의 이름은 ‘일본산 칡(Kudzu)’이다.
일본산 식물이 도대체 왜 있느냐? 그건 바로 미국 정부가 거의 수입 장려 운동 수준으로 일본으로부터 이 일본산 칡을 적극적으로 수입했기 때문이다.
때는 1876년. 미국의 독립 100주년이자, 그 기념으로 국제박람회가 열리는 해임과 동시에, 유럽 이외의 대륙에서 최초로 개최되는 국제박람회였는데, 정식 명칭은 센테니얼 박람회였다.
총 10,164,489명. 즉, 당시 미국의 인구는 5천만이었고 따라서 약 ‘5분의 1’이나 되는 미국인이 적어도 한 번씩은 이 박람회장에 발을 들여놨었다는 소리다. 이 국제박람회는 미국인들의 생활상을 일부 바꿔놓을 정도로 파급력이 대단했다.
예를 들면 일부만이 알고 있던 미국인들이 처음으로 바나나를 접하게 된 게 바로 이 국제박람회 덕분이었으며, 케첩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인 하인즈 케첩. 그리고 레밍턴의 타자기, 그레이엄 벨의 전화, 루트 비어가 세상에 처음으로 선보여졌다.
그리고 일본산 칡 또한 이것을 계기로 미국 전역에 처음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동양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시피 했던 시기인지라, 동양인이라고만 하면 전부 중국인처럼 생긴 줄로만 알았던 시대이기도 했다. 그런 시대이기에 일본의 주목도는 상당히 높았고 완전히 생소했던 식물 중 하나인 ‘칡’은 상당한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관상을 목적으로 자신의 집 앞마당에 한 둘씩 심기 시작했고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되면서, 토양 깊은 곳으로부터 얼기설기 올라오는 칡은 이동되어 유실되는 토양을 묶어둘 수 있는 ‘침식 제어종’으로 구분되었다.
처음 소개되었을 때는 일단은 유익한 식물로 구분된 것이다. 당시에 가장 문제시되던 환경 오염 문제는 토양 침식이었다. 오늘날에는 수실 오염이나, 온난화 등으로 인한 북극 빙하 소실 문제를 꼽지만, 적어도 당시에는 토양 침식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혔다.
아무리 끔찍한 땅에서도 무리 없이 자라며, 하루에도 수십 센티나 자라는 칡은 사람들의 눈에는 자국의 토양 침식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는 기적의 종으로 보였고, 미국 정부는 1930년에 아예 이 침식 제어종을 국가 장려 차원에서 약 180만 에이커의 땅에 재배하기로 결의했고, 에이커당 1930년 기준으로 8달러의 예산이 들어갔다.
끝없는 자연과 인간의 대결에서 드디어 인간은 단 한 번뿐이지만, 결국 승리한 것이다.
그런데 이 계획을 진행하던 도중 뒤늦게 매우 치명적인 사실이 밝혀진다. 칡이 땅의 영양분을 흡수하여 순식간에 불모지로 만들고 다른 식물들을 죽이는 몹시 위험한 식물임과 동시에 한 번 번성하기 시작하면 제거조차 힘든 식물임을 깨닫게 되었다.
승리한 듯싶었던 자연과의 전쟁에서 미국은 완전히 패배했고, 대대적으로 제거 작업을 실시하기로 결정했을 무렵에는 때는 이미 늦어 지금도 미국 동남부를 천천히 침식하고 있었다.
이는 질긴 생명력과 뛰어난 성장력. 그리고 폭발적인 번식력을 가진 식물이 아메리카 대륙의 방대한 토양과 만났을 때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솔직히 이걸 10년 내로 어떻게 해보겠다는 계획은 다소 무모해 보입니다만.”
칡은 깊게 뿌리를 파고 내리기 때문에 제초제도 소용이 없고, 그 악명높은 고엽제라고 할지라도 답이 없다. 그렇기에 칡 제거 전문 장비를 동원하여 사람이 눈으로 일일이 찾아가며 제거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10년 내로 미국에서 칡 문제를 근절하겠다는 대통령의 계획은 비서실장의 눈에는 다소 무모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자넨 겨울철에 중국에서 높으신 분이 사찰 나오면 어떻게 하는지 아나?”
칡 이야기에서 갑자기 왜 중국으로 넘어간다는 말인가? 다소 뜬금없기는 했지만, 어차피 다 이유가 있어서 꺼낸 것을 알기에 비서실장은 상식적인 대답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그야 눈을 치우겠죠.”
“그래, 그거야 눈을 치우지. 문제는 ‘어떻게 치우느냐?’라네. 약간의 보수를 주머니에 찔러주고 바닥을 아무것도 없었던 것으로 만드는 거지.”
“예를 들면?”
예를 들면 그렇다. 제설 작업이라고만 하면 단순히 눈삽으로 치우고 비질하는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높으신 분이 출몰하는 제설 작업은 그렇게 녹록한 게 아니다. 눈을 치우는 것까지는 같지만, 그 이후에 중국인들의 손에 토치가 들린다. 손에 들린 토치에서 나오는 강력한 화력은 남아있는 눈마저 완전히 녹여버리며, 여름철 마른 땅으로 만들어 버린다. 여기서 핵심은 토치가 아니라, 토치 따위로 여름철 땅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인해전술’에 있다.
“값싼 노동력으로 수해 전선을 밀어버리겠다는 뜻입니까?”
어차피 사람이 해야 할 일이라면, 인해전술이 제격이었다. 기존 칡 제거 전문가들은 이 노동자들을 운용할 관리직에 올리면 그만이었다. 근절한다고 선언하긴 했지만, 국소적인 부분까지 일일이 근절할 수는 없을 테니까 그들의 직업군이 다소 축소될지언정 딱히 사라지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지. 바로 그거야.”
“하지만 중국인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텐데요?”
중국인의 반미 감정은 이미 도를 지나쳤다. 물론 소수민족들이야 적의 적은 나의 친구라는 속담에 충실했기 탓에 조금 생각이 달랐지만, 소수민족은 어디까지나 ‘소수’민족에 불과했다. 그들은 중국에 내포되어 있을지언정, 중국을 대표할 수는 없었다.
“세상에 값싼 노동력이 중국에만 있는 건 아니지.”
확실히 그렇긴 했다. 중국이 저임금 노동력의 대표국 같은 느낌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딱히 중국만이 가지는 정체성은 아니었다. 저임금 노동력은 중국에서 눈을 돌려서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었다.
“동남아입니까?”
“정확히는 베트남이지.”
베트남은 중국 다음가는 저임금 국가였다. 노사분규가 하도 잦기 때문에 머잖아 점점 임금이 오르긴 하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현재 베트남은 그저 훌륭한 저임금 일꾼의 생산지에 불과했다.
“우리한테는 중동에서 건너온 난민도 있지.”
이 수해 전선 계획은 난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순기능도 할 수 있었다. 몇몇 이들은 아예 장기간 체류가 될 것을 직감하면서 아예 미국 시민권을 따고 있긴 했지만, 모두가 전쟁만으로 혹은 살던 집이 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고국을 내버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들에게는 당장 먹고살 수 있는 일감이 필요했다.
“외노자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솔직히 상관없습니다만. 과연 이게 제대로 돌아가겠습니까?”
그렇다. 이론만으로 세상이 돌아간다면, 탁상공론이라는 단어 따위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과연 이 수해 전선이 제대로 돌아가느냐가 문제였다.
“일단 생각나는 것만 해도 다국적이 모였기 때문에 대화가 제대로 성립되지 않아서 곤란할 것 같습니다만.”
“영어 정도는 쓸 수 있는 사람을 받아야겠지. 아니면 팀별로 현지어와 영어를 할 수 있는 노동자를 배치한다거나.”
전자는 임금이 올라갈 것이고, 후자는 임금이 떨어지긴 하지만, 외노자에게 불리한 기형적이고 권위적인 구조가 세워질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막말로 그런 것까지 모조리 신경 쓰면서 굴리는 게 외노자이던가? 애당초 복지까지 신경 쓸 거면 외노자를 굴리지도 않았지.
물론 그렇다고 외노자의 ‘인권’까지 침해하면 그건 문제가 되겠지만, 자잘하고 사소한 문제 정도는 넘길 수 있는 게 외노자의 장점이자 강점이었다.
어쨌든 부시의 수해 전선 계획은 대충 이러하다.
해외에서 값싼 노동력과 국내에 들어온 난민들을 대거 고용하여 10년간 저임금 일자리를 창출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기존의 어중간한 수준을 벗어나서 말 그대로 한국전쟁에서 중공군이 보여준 인해전술 수준의 백만 물량을 보여주겠다! 라는 점이었는데, 이 인해전술이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부정적으로 작용할지가 문제였다.
우선 인력이 모였으니 일 해결 하나는 확실할 텐데, 이 인력이 발생시킬 문제들이 실로 문제였다. 예를 들면 대량의 외국인들이 비자가 끝나고도 아예 슬럼가 따위에 눌러앉아 불법으로 체류하는 문제라던가. 낮은 임금과 노동시간으로 아예 외노자가 단체로 파업할 경우다.
물론 후자의 경우라면 어깃장을 놓거나 그래도 말을 듣지 않는다면 아예 고국으로 쫓아내면 그만이지만, 전자의 경우 큰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었다. 2019년 당시 불법체류자가 미국에서 큰 이슈로 떠오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이들은 서류 미비자라고도 하는데, 사실 이들이 미국 내에서 살아가는데 극도로 큰 어려움이 있는 건 아니다.
물론 사람마다 사정이 다르니 확정지어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비자 문제로 삶이 각박해지거나 대놓고 차별받지는 않는다.
미국에서 필요한 것은 단 두 개. 운전 면허증과 신분증(Social Security Number)인데, 이 2개만 있으면 해외여행을 제외한 모든 것을 미국인과 거의 동등하게 누릴 수 있다. SSN은 한국의 주민등록증과는 달라서 취업 비자가 있다는 사실만 증명할 수 있으면 신청할 수 있고 아무리 늦어도 10일 내외로 발급받을 수 있다.
SSN은 부동산, 취직, 보험 가입 및 각종 생활 서비스에 필수이나, 은행과 카드는 SSN이 없어도 이용할 수 있고 계좌를 자유롭게 개설할 수도 있다. 주에 따라서 차이가 좀 있긴 하지만, SSN을 발급받는 데만 성공하면, 최장 10년의 신분이 보장된다. 더군다나 범죄 혐의가 있더라도 이민 신분인지 묻지 못하는 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민세관 단속국의 직원이 아니면 쉬이 잡기도 어렵다.
사회가 이런 식으로 돌아가니 미국이라는 땅은 불법체류자라도 제법 살만한 동네라는 거다.
“그리고 어차피 내가 이렇게 하지 않아도 해를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외노자는 꾸준히 증가 중이야.”
역사적으로 모든 국가가 경기 호황기에 해외에서 값싼 노동력을 끌어오는 것은 전통이나 다름없었다.
“그건 그렇지만, 앞장서서 문제를 만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차라리 베트남 노동자는 제외하고 난민. 그리고 내국인으로 한정하도록 하죠.”
“그렇게 하면 인해전술이 의미가 없어지잖나.”
“부족한 부분은 ‘기술’로 때워야죠. 어쩌겠습니까?”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