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65)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64화(165/377)
< 164편 >
“일파만파. 뭐 대충 그렇게 보면 되지 않겠습니까?”
이번 ‘연방 의회 식물 선언’에 대한 정리가 끝난 비서실장이 자신을 위해 마련된 작은 책상에서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비서실장도 나이가 있는지라, 책상 없이 서류 작업을 도와주기가 힘들어서 이번 기회에 설치했다.
“단순히 미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법조계 전반에 좋든 싫든 변화를 가져올 겁니다.”
“내 생각보다 깊게 연관되어있는 것 같던데.”
“이 나라는 로비의 나라니까요. 본인이 직접 뭘 받지 않았더라도 ‘친한 사람’에게서 가벼운 ‘부탁’ 정도는 받을 수 있죠.”
여기서 말하는 친한 사람이란 정부의 높으신 분들이고, 부탁이란 불법적인 로비를 뜻했다. 불법이라고 해도 실제로는 법에는 법에 박식한 이들이 몇 명이나 붙어서 개발한 저촉되지 않는 교묘한 방법이었다.
합법이면 당당하게 하지, ‘왜 돌고 돌아서 정(情)이 오가느냐?’ 하면. 그 정이라는 게 보는 시각에 따라서 다양하게 해석될 우려가 있고, 자신의 커리어에 께름칙한 이력이 남는 걸 환영하는 정치인은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정말로 끔찍하군.”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말이 있다. 긍정적인 사람한테는 세상의 긍정적인 면이 보이고, 부정적인 사람한테는 부정적인 면이 보인다는 거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이 말이 별로 좋은 뜻으로 쓰이는 일은 없다. 심지어 서양에서는 대놓고 뒤에 ‘악이 악을 키운다.’라는 말까지 붙으니까 말이다.
나이 꽤 있으신 어르신들은 젊은이들이 이 말을 ‘매사에 좀 긍정적으로 살아라.’라는 교훈으로 삼길 바라시는데, 집어치우라고 해라. 사실 세상을 좀 부정적으로 보더라도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본디 세상을 보는 시각이란 사람마다 다른 거다.
예를 들어서 투자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은 좋든 싫든 어느 정도는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판별에 긍정적인 시선이 개입하게 되면 눈이 흐려지게 된다. 운동 같은 일에서는 ‘할 수 있다!’ 정신이 필수적이지만, 투자에서는 이 ‘할 수 있다!’ 정신이 가장 위험하다.
주식이라면 손가락 클릭 몇 번만으로 크게 말아 먹을 수 있으며, 가치가 내려가는 상황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해석했다가 ‘할 수 있다!’라며 제대 빠져나오지 못하고 버티다간 재산이 반 토막 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부정적으로 사는 게 좋다는 건 아니다. 다만 부정적으로 산다고 무슨 인생의 절반 손해 보는 게 아니라는 거다. 어쨌든 다시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말로 돌아가서, 부시 대통령이 가지는 시선과 그 외의 사람들이 가지는 시선에는 상당히 괴리가 있었다.
“대통령님과 의원들이 가지는 시선의 높낮이가 다른 거죠.”
비서실장은 씁쓸한 듯 웃었다. 다소 떳떳하지 못한 사람들의 눈에는 떳떳하지 않은 미국의 법조계가 보였고, 떳떳한 사람의 눈에는 그래도 고쳐 쓸 수 있을 정도로 아직은 정의를 상징하는 미국의 법조계가 보였다.
“이번 기회로 미리 연설문 좀 작성하고 다니시길 바랍니다. 그놈의 즉석연설이 아니라요.”
“나한테도 계획이 있었다고! 순서도!”
문제는 그 계획이라는 것이 엉망진창으로 박살이 나고 순서도 뒤죽박죽 섞였다는 거지만, 본디 사람은 결과로 말하는 법이다. 결과는커녕 과정마저 이리저리 꼬여버린 부시는 결국 조용해질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사태가 이쯤 되니 국민 사이에서도 이 사건을 도마 위에 올려두고 잘했다. 잘못했다 편을 갈라 싸우기 시작했다.
잘했다는 측은 대부분이 서민, 빈민 계층이었다. 이는 둘로 갈렸는데, 하나는 단순히 ‘대통령님! 잘하고 계십니다! 그냥 다 때려잡으십시오!’라고 선동하는 부류였다. 사실 이런 부류가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또 하나는 조금 더 생각이 깊은 사람들로, 이것을 통해서 좀 더 세상이 나아지길 바라긴 하지만, 시기가 좀 더 적절했으면 하는 이들이었다.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게, 다름이 아니라 후술 될 아나키스트와도 관련된 것이긴 한데, 연방 정부의 권한이 너무 강력하다는 데 기인했다.
부자가 교통사고로 사람을 죽이고도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는 신문이나 뉴스를 접하는 게 일상적인 수준에 다다르다 보니까, 그렇지 않아도 법원 특성상 평소 이미지가 영 좋지 않았던 곳이었는데, 이 사건으로 인해서 법조계에 대한 부패 인식 지수가 하늘을 치솟을 지경이었다.
잘못했다는 측도 대략 둘로 갈렸는데, 하나는 대통령이 너무 경솔했다고 생각했고, 또 다른 하나는 멀쩡한 법원은 왜 건드리냐는 사람들이었다. 전자의 경우 아예 발표하지 말고, 암암리에 처리하길 바랐다. 왜냐면 대통령이 발표하는 순간에 이미 눈치 빠른 이들은 증거를 지우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 테니까 말이다. 이미 늦은 감이 없잖아 있지만, 어쨌거나 법조계를 갈아엎어야 한다는 점에는 강력하게 동의하는 사람들이었다.
후자의 경우에는 너무 뻔하게도 그냥 법조계 자주 신세 지거나, 아예 법조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지금 체제가 유지되길 원했다.
물론 그딴 거 없고 다 꺼졌으면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의 이름은 아나키스트다. 이들은 최소 국가, 다시 말해 작은 정부. 그리고 주마다 완전한 자치성을 요구하는 이들이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연방 정부는 그만 나대라는 소리였다.
연방 정부가 자신이 올바르다면서 정의라는 거대한 식칼을 잣대 삼아 들고 온갖 방식으로 주 정부를 점점 조여오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부시가 행동함으로 인해서 일어나는 현상들만 놓고 보면 그들이 이 상황을 충분히 우려할만했다.
거기까지 생각한 부시가 서류를 보고 있던 고개를 쳐들었다.
“하나 같이 모조리 끔찍한 일들이로군.”
“뭐가 말입니까?”
비서실장은 부시의 다소 생뚱맞은 발언에 반응했다. 그러나 이런 일을 겪은 게 한두 번이 아닌지라, 썩 그렇게 당혹스러워하지는 않았다.
“아니, 아무것도 아닐세. 그건 그렇고 그건 어떻게 되었지?”
“그거라뇨? 매번 말씀드리는 겁니다만, 그게 너무 많아서 그거라고 하면 못 알아듣는단 말입니다.”
이것 또한 한두 번이 아니었다. 심지어 저번에도 똑같은 말을 한 것 같지만, 역사는 반복된다고들 하지 않나. 부시는 과거에 연연하는 남자가 아니었기에 별로 괘념치 않았다. 원래 남자는 앞만 보고 달리는 거다.
“중국 말이야.”
“중국? 아, 저번에 주문하신 의약품 무상 제공 건이라면, 현재진행형입니다. 슬슬 양을 줄여도 될 것 같습니다만, 이건 추이를 좀 더 지켜본 후에 결정하셔도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한낱 감기에 쓰이는 약이라 할지라도 사람의 체형이나 성별마다 투여할 분량이 달라진다고 하던가? 중국은 덩치만큼 약을 퍼먹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 자체가 위험할 지경이었다. 아니면 그들이 그렇게도 부르짖는 ‘중국인’이라는 종의 존립 자체가 위험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부시가 물어보고자 한 건 이것이 아니었다.
“아니, 그거 말고.”
부시는 아직 처리하지 못하고 남아 있는 서류를 한쪽으로 몰아넣었다. 곧 점심시간이었다.
“전전 주석. 아직도 못 찾았나?”
전전 주석이라고 함은 권총으로 자살한 전 주석보다 더 전. 즉, 어느 순간 증발해버린 장쩌민을 말함이었다. CIA는 중국 정부의 부탁으로 사라진 장쩌민의 뒤를 쫓고 있었다.
“성형 수술을 했다는 정황을 포착하긴 했습니다만, 그게 정확히 어떤 얼굴인지 몰라서 쫓는데 약간의 지장이 생겼습니다. 아니, 글쎄 병원은 불타고 의사가 죽었지 뭡니까. 일일이 위성이나 거리에 달린 CCTV로 대조하고 있기는 한데, 아시다시피 중국이 영 그렇지 않습니까. 지금 상태로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들은 부시는 양손을 턱에 괴고는 골똘하게 무언가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요도를 높일까요?”
다른 작전과 겸사겸사 진행 중인 수색작전인지라, 진행 자체가 굉장히 지지부진했다. 만약 CIA가 전력으로 쫓기 시작한다면, 없는 장쩌민도 마음대로 몇 명이나 만들어낼 수 있었다.
“아니, 되었네. 그렇게까지 집착할 필요는 없어. 다만···.”
“다만?”
“그가 어떤 심정일지 대충 상상이 가서 말이야.”
그것을 말하는 부시의 표정은 굉장히 오묘해 보였다.
‘망했구나!’
장쩌민의 시야가 흐려지고 세상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핑핑 도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이윽고 다리에서 힘이 서서히 풀리더니, 대리석 바닥이 갑자기 눈앞으로 다가왔다.
땅이 움직이다니? 참으로 신묘하고도 사이하도다. 장쩌민에게도 이런 힘이 있었다면 지금 중국은 좀 달라질 수 있었을까?
‘아니, 대리석이 어찌 움직인단 말인가?’
아하, 그는 그제야 자신이 앞으로 고꾸라지고 있음을 자각했다. 보통은 뒤로 넘어가 엉덩방아를 찧는데, 재수가 어지간히도 없었던 모양이었다. 다만 욱신거리는 느낌 외에 별다른 느낌이 들지 않는 것으로 봐서 크게 다치진 않은 것 같았다.
“미국 땅에서 미국을 저주하는 것도 썩 나쁘지만은 않군.”
이제는 ‘윌리엄 웡’이라는 이름을 달고 하와이에서 거주하고 있는 중국계 미국인인 그는 넘어져 머리를 바닥에 처박은 채로 낄낄거리며 미친 듯이 혼자서 시시덕거리더니,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성형 수술을 받은 이후부터 이런 일이 자주 있었다. 아니면 어쩌면 마음의 병이 문제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장쩌민이 아니게 된 남자는 앞으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윌리엄 웡은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에 몸을 기댔다. 끝이 보이지 않던 막대한 재산을 무사히 국외로 빼돌리는 것에 성공해서 그의 삶은 물질적으로는 상당히 풍요로웠다. 항구에는 개인용 요트가 4대나 있었고, 이 좁은 섬에서 차는 일곱 대나 있었다. 집은 졸부들이나 사는 저택에 불과했지만, 내부는 하와이에서 손을 꼽을 만큼 으리으리했다.
“그러나 이런 삶이 다 무어란 말이더냐?”
그가 언제 자신의 부귀영화만을 위해서 움직였던가? 지금 축적해둔 재산을 보면 능히 짐작이 가듯이 정말로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의 인생 전부를 국가에 헌신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 모든 건 본디 좀 더 위대한 중국을 만들기 위한 포석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지금 중국은 어떻게 되었지? 미국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망가졌고, 인민들은 마치 1950년대를 연상하게 할 정도로 궁지에 몰렸다. 정부의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다시 배급제가 부활했고, 숙적이라 할 수 있는 대만은 이때를 노려 미국의 신병기를 도입하고 있었다.
사실 장쩌민이라면 지금이라도 중국을 어떻게 해볼 수 있었다. 애당초 지금 국가 주석이 리커창인 게 문제였다. 그는 사람이 너무 좋아서 뭐든지 다 끌어안고 가니까 이 사달이 난 것이다.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쳐낼 용기도 필요했다.
그렇다. 선택과 집중이다. 몇몇 돈만 지출해야 하는 도시들을 처분하고 베이징 등의 각 구의 가장 뛰어난 도시에 국가 역량을 전부 집중하면···.
“젠장. 술맛 더럽게 좋군.”
그러나 이젠 상상으로 그칠 뿐이었다. 경험도, 책략도. 할 수 있는 의지도 있는데 실천할 방법은 없다니? 이 무슨 고문이란 말인가?
「이에 대통령은 식물 의회라고 비난하고, 곧 필리버스터를 없앨 것이라 선언했습니다.」
더럽게 큰 대형 TV에서 뉴스가 흘러나왔다. 문제가 있다면, 자신이 TV를 튼 기억이 없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아까 넘어질 때 모종의 이유로 켜진 것 같았다.
“저 양반은 자기 의지대로 할 수 있어서 좋겠군.”
이를 말하는 윌리엄 웡은 실로 오묘한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