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66)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65화(166/377)
< 165화 >
체첸 테러리스트 격멸 작전이 선포된 다음 날. 약 22만 명의 시민이 거주하고 있는 그로즈니 도심 한복판에 딱 봐도 절대로 민간차량은 아닌 거 같은 검은색 방탄 차량이 줄지어 움직이고 있었다.
검은 차에서 내린 이들은 상당히 독특한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시범 적용으로 현대화된 AK-103과 AN-94에 광학 조준기가 달린 것을 섞어 들었고. 케블라만으로 이루어진 3kg짜리 경량화된 방탄복을 입었다. 이 사실로 미루어보아 적어도 이들이 군 소속이라는 점을 보는 이로 하여금 짐작하게 할만했다.
이들은 스페츠나츠였다. 정확히는 스페츠나츠 중에서도 특수전 부대 소속 중에서도 시가전에 능한 이들을 선별한 뒤 그중에서도 엄선하고 발탁해서 만든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굴지의 전투력을 지닌 대테러부대인 알파 그룹이었다.
차갑고 단단한 콘크리트. 그 사이로 삐져나온 철근과 전선들. 시가지는 그들에게 있어서 완전히 안마당이었으며, 제집 안방이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이게 과연 ‘스페츠나츠를 투입할 정도인가?’라고 하면 의문이 들지만, 러시아 정부는 그 정도로 몰려 있었다. 감히 천하의 러시아 정부를 미국을 제외하고 누가 몰아넣을 수 있느냐? 참으로 모순적이게도 그들을 몰아넣은 건 러시아 정부 스스로였다. 현 러시아 정부 가장 높으신 분인 블라디미르 푸틴 말이다.
몸소 간악한 체첸 테러리스트 놈들에게 ‘슬라브 파워’를 보여주겠다며 T-90 전차까지 타고 행진까지 보여주긴 했는데, 정작 놈들이 숨어 있는 곳은 야산이나, 동굴에 지은 아지트가 아니라 그로즈니를 비롯한 러시아 동남부의 도심 혹은 마을 한복판이었던 탓에 행진에서 자랑스럽게 선보였던 전차는 쓸 일이 요원했고, 최소화하기 위해서 대테러부대인 알파 그룹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러시아 정부는 최대한 민간 피해 없이 체첸 테러리스트들을 ‘격멸’하길 바랐다. 하는 꼬락서니를 보면 사실 민간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지만, 일단은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었고, 언론의 자유도 제법 보장하고 있으니 좋든 싫든 국민을 지켜야만 했다.
사실 정부가 국민을 지키지 않는 순간 더는 정부로서의 성립 자체를 포기한 셈이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테러리스트 해체도. 테러리스트 소탕도 아닌 테러리스트 ‘격멸’이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단순한 군경이 아니라 알파 그룹을 전부 투입했다.
알파 그룹은 위에서 설명했듯이 시가전의 최고 전문가들이지만, 동시에 이 업계에서도 가장 막 나가기로 유명한 대테러작전 부대인데, 이유는 인질 그딴 거 좆도 신경 안 쓰고 다 쓸어버리기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테러리스트들에게 인질 따위는 아무런 가치를 가지지 못한다는 점을 심어주어 인질극 자체를 근절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지만, 아직 까지는 작전 편의상. 그러니까 한 명꼴로 몇억 루블이나 투입해서 기른 군인을 손실하고 싶지 않다는 점이 더 크긴 했다.
어쨌든 대외적 사유는 어디까지나 전자였고, 알파 그룹도 그렇게 알아먹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유사시에는 인질들 앞으로 수류탄이 떨어지면, 자신의 몸을 기꺼이 희생할 정도로 투철한 직업정신과 희생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달리 말하면 국민의 범주를 벗어나게 되면 알파 그룹 부대원 안에 내재 되어 있는 폭력본능이 러시아 정부의 제어를 벗어난다는 말이기도 했다.
이제 막 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되어 인간의 유전체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밝혀졌으니 이 시점의 인류는 알 도리가 없겠지만, 그래도 수천 년간 축적된 경험으로 인해 막연하게나마 어렴풋이 깨닫고 있는 점이 있었다.
범재 입장에서 다소 불합리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인간의 재능은 날 때부터 타고난다는 점이다. 그리고 최근 들어 밝혀진 사실인데, 재능이라는 것이 사실은 DNA 쪼가리들이 배열되는 법칙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 이 기하학적 구조를 가진 배열 법칙을 부르길 유전자라고 하는데, 알파 그룹의 유전자는 좀 많이 폭력적이었다. 포식자 앞의 개구리를 본 적이 있는가? 개구리는 얼어붙어서 움직이지조차 못하거나 필사적으로 발버둥 친다. 알파 그룹 부대원들에게는 그런 재능이 있었다. 알파 그룹을 상대하는 적들에게 생태 피라미드에서 한 단계 내려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끔찍한 재능이.
그러니까 한마디로 좀 많이 포악하고 잔인하다는 뜻이다. 서방으로 건너가면 가장 비슷한 것으로는 그린베레가 있었다. 그린베레도 요즘에야 좀 이미지가 개선되었지. 예전에는 지옥에서 기어 올라온 악마 그 자체였다.
그러니까 제압 작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건 정말로 필연적인 일이었다. 흉악한 사냥개의 목줄을 사냥터에 풀어놓으면 어떻게 될지 너무나도 뻔하지 않은가?
“투입!”
알파 그룹 부대원의 발차기에 천장의 유리창의 깨지며 유리 조각이 사방으로 비산하더니, 이내 중력에 이끌려 비가 되어 바닥에 내리꽂혔다. 때아닌 소음에 올려다본 테러리스트들은 유리 조각이 눈에 들어가 시력을 상실했고, 뒤따라 떨어진 ‘소이 수류탄 다발’은 섬광탄인 줄 알고 엎드린 테러리스트들을 확실하고 고통스럽게 그들만의 천국으로 보내버렸다.
테러리스트들은 불 때문에 건물 안에서 농성할 수 없었고 결국 건물 밖으로 대피해야만 했는데, 당연히 체포되거나 잔인하게 사살당했다. 동양에서는 고대에 ‘오체분시’와 ‘부관참시’라는 형벌이 있었는데, 테러리스트들이 격멸되는 과정에서 당한 것 중 가장 비슷한 것을 찾으라면 이것이었다.
이런 작전이 그로즈니 전역에서 벌어졌으며, 적어도 그로즈니 내에서는 체첸 반군이 완벽하게 토벌되었다. 더불어 러시아 내부에 숨어 있던 테러리스트들도 금세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러시아에 대항하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사람을 찾아내서 죽이는 재능이 있었다. 다시 말하면 뼛속은커녕 유전자 단계에서부터 포식자였다. 정확히는 주변인들을 강제로 생태 피라미드 아래로 잡아 끌어내릴 수 있는 폭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 그럼 망할 거라고.”
“진짜로 그렇게 말씀하셨습니까?”
“아니. 그럴 리가.”
사실 인생을 즐기다 망하시긴 했다. 조지 H. W. 부시 말고. 김갑환의 아버지 말이다. 사실 그의 집안이 하루에 라면 한 끼도 힘들어질 정도로 전락하게 된 것은 아버지의 사업이 망한 탓이었다. 정확히는 투자금을 방만하게 운용한 탓이었지만, 이는 김갑환에게 어떤 식으로든 자금을 헛되이 쓰면 망한다는 사실을 가슴속에 깊이 박아넣는 계기가 되었다.
“이 새끼들 자금 운용하는 꼬락서니가 딱 이 정도니까 그렇지.”
공정하고 효율적인 예산 편성을 위해 강제로 업무량을 늘렸음을 기억하는가? 정책 초창기부터 보였던, 동시에 그토록 우려했던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온갖 해괴한 업무가 생겨났고, 날이 가면 갈수록 날로 먹는 정도가 심해졌다. 심지어는 없는 업무(Work)도 만들어냈는데, 아예 신조어까지 만들어냈고, 그 신조어는 ‘없무(Nork)’였다.
부시는 이 정책이 실패한 정책이라는 사실을 순순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부시가 마냥 낙심하고 있을 인재던가? 절대로 그렇지 않았다. 부시의 장점 중 하나는 체면을 엄격할 정도로 챙기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가 일반인이었다면, 그냥 길가에 널리고 널린 입과 행동이 가벼운 미친놈1이었지만, 그는 미국의 대통령이었다. 그가 하는 미친 짓은 언제나 국지도발급을 넘어선 전지구급이었고, 영향력 또한 언제나 미국 내에서 그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말을 좀 번복하는 수밖에.”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닙니까? 온갖 대중 매체에서 대통령님을 방약무인하다고 깔 겁니다. FOX만 빼고요.”
방약무인이라, 방약무인하면 또 여기에 부시가 빠질 수 없었다. 그의 입가로 희미하게 미소가 떠올랐다.
“까다니. 거, 입이 날이 가면 갈수록 점점 험해지는 거 같은데.”
“설마 제 앞에 계신 누구보다 더하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부시는 웬일로 부끄럽다는 듯 헛기침했다. 제아무리 성격이 개차반인 사람이라도 과거를 돌아보게 만들면 부끄러워하는 법이다. 괜히 기독교 7성사에 고해성사가 끼어있고 회개라고 표현하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안되는 게 빤히 보이는 걸 질질 끌고 가야 하나?”
어쨌든 움츠러든 행동과는 별개로 표정은 사냥을 나서지 않는 화이트만큼이나 시큰둥하기 짝이 없었다. 마침 의자 위에 앉아 있는 화이트가 부시와 정말로 똑 닮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좀 그렇죠.”
그것을 목격한 비서실장은 속으로 웃음을 삼키며 부시의 말에 일리가 있음을 순순히 수긍했다. 다만 그가 수긍했다고 해서 이 정책을 철회하는 걸 추천한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이미 대통령의 체면은 걸레짝이나 다름없긴 했지만, 그 걸레짝이 너무나도 소중했다.
체면이라는 게 일반인들한테는 쓸데없어 보일지 몰라도 아가리로 살아가는 사람들한테는 목숨만큼이나 중요한 것이었다. 체면이란 결국엔 사회적으로 가지는 지위이며, 이는 곧 입에서 나오는 말이 가지는 무게다. 말에서 오는 무게란 발언력이고 발언력이란 바로 그 사람이 사회에서 가지는 위상과도 직결한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누구나 ‘체면치레’가 정말로 쓸모없는 구시대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게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이 체면이라는 게 없으면 정치 자체가 성립이 불가하다는 거다. 그래서 품위 유지비라는 게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고, 일부 특이한 정치인을 제외하면 모두가 그렇게 부유한 주제에 꼴에 소탈하고 청렴한 신사처럼 보이려고 노력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럼 이렇게 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따로 비책이 있나?”
“비책이라기보다는 정공법이죠. 어차피 좀 범위가 넓긴 했어도 시범 기간이었으니 조기에 시범 기간을 마치는 겁니다.”
“그럼 앞으로 나태한 정치인들을 건드리기가 힘들어지겠군.”
의회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 말을 번복했으니, 앞으로는 의회에 대고 이쪽에 관련해서 큰소리치기 힘들어질 거다. 적어도 최소 5, 6년은 말이다. 그리고 6년이면 그땐 이미 대통령도 아니었다.
“대통령님은 다르죠.”
“왜?”
부시는 진심으로 의아해했다. 어찌나 의아했는지, 비서실장이 표정에서 당혹과 당황을 다 읽어 낼 수 있을 정도였다.
“그야 대통령님께서는 원래부터 그런 거 하나도 신경 안 쓰시는 분이니까요.”
그것참 매력적인 제안이로다!
“이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비서실장의 의견은 대통령 본인의 전폭적인 지지로 통과되었고, 의회 또한 극히 일부를 제외한 만장일치로 시범 기간은 예정보다 1년 일찍 끝이 났다. 극히 일부가 반대했는데 만장일치인 게 이상하다면, 당신은 헛것을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