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68)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67화(168/377)
< 167화 >
「그래 우리 ‘기밀문서’가 전부 불탔다고?」
그 말이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날아와 심장에 꽂혔다. 하지만 꿀릴 건 없었다. 기밀문서가 전소한 건 어디까지나 테러 때문이었고, 테러를 막지 못한 건 경비 책임이었다. 따라서 CIA 소속인 그가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정보 담당이지 경비 담당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렇습니다.”
「혹시 건질 수 있는 건 없었나?」
“금고는 지하에 있는데, 1층부터 불타올랐기 때문에 접근이 불가했습니다.”
「그렇군.」
아주 짧은 대답이었지만, 대통령의 어투에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대통령의 실망을 크루거가 알아차릴 수 있었던 건 크루거가 사람의 감정을 잘 안다거나, 딱히 노련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
무미건조한 음성에서 갑자기 감정이 보이면 누구라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요컨대 지금 대통령께선 북아프리카 책임자를 정면에서 면박을 주고 있었다.
「복구하는 데 얼마나 걸리겠나?」
“이 정보를 수집하는 데 약 6개월이 걸렸으니 1개월이면 충분합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후배가 깜짝 놀랐는지 눈이 휘둥그레졌다. 후배는 일 하나는 똑 부러지게 잘하는데 현장에 나가는 요원치곤 감정이 너무 드러났다. 갑자기 6배나 줄어든 정보 수집 기간에 기겁하는 듯했지만, 이는 상당히 이성적인 판단이었다.
수단에서 정보를 수집하는데 이렇게까지 오래 걸린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정보망과 인맥을 형성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6개월 사이에 자취를 감춘 이들이나 사망한 이들도 있었지만, 다시 한군데 모으는 데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을 터였다. 정리하던 사람이 본인과 후배임을 상기하면 도리어 1개월이면 넉넉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다만, 그렇다.
‘원치 않는 특근을 좀 해야겠지.’
사무실에서 한 달은 숙식을 해결해야 할 것이다. 하긴 사무실이나 집이나 프라이버시 보장을 제외하면 거기서 거기이긴 했다. 사실 크루거 본인만 해도 담배와 냉동 피자만 충족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았다.
후배? 후배의 사정 따위 알게 뭔가. 원래 해외로 파견되는 CIA는 갈려 나가는 게 정상이다. 도리어 그동안이 이상했던 거다. 다른 부분에 너무 신경 쓸 일이 많고, 요원이 적다는 것을 핑계 삼아서 여가가 충분한 시절을 보냈지만, 이제 다시 빡세게 굴려질 시기가 왔을 뿐이었다.
「화재 조사가 끝나면 보고서로 올리게.」
“알겠습니다.”
‘끝났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생각 외로 내용은 별거 없었다. 특히 마지막까지 긴장을 풀지 않은 자신에게 칭찬을 해줘도 좋으리라. 그러나 제아무리 감이 날카로운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예감이 언제나 맞는 것은 아니다. 크루거로서는 참으로 비통하게도 대통령의 말은 이어졌다.
「그렇군. 4주. 즉, 28일이면 시간은 충분하리라고 믿네.」
“예?”
1개월이라고 함은 보통 30일을 뜻함이 아니었던가? 적어도 다음 달 지금과 똑같은 날짜가 오는 날을 뜻하지 않던가? 이 정신 나간 계산법은 또 뭐란 말인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크루거의 뇌를 장악했다.
「왜 그런가? 설마 불가능하다고 말할 셈인가?」
크루거가 생각하고 있던 것과 고작 이틀 정도밖에 차이가 나질 않으니 꼬투리 잡거나 반박하기에도 상당히 뭣하기도 했다. 크루거 본인의 시간을 약간만 더 희생하면 그만이었다. 게다가 크루거에게도 야망이라는 게 있었다. 이런 벽지에서 영원히 다른 사람 뒷바라지나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좀 더 높은 곳으로 오르고 싶어 했고, 그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사실도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처해서 이곳까지 스스로 걸어왔다. 사바나의 건기를 맞이한 사자들처럼 기회를 찾아서 말이다.
그가 이 아프리카 땅에 왔을 때만 해도 CIA는 아프리카란 전인미답의 대륙이나 다름없었다. 미국으로 흘러 들어가는 아프리카의 정보는 전부 크루거의 손을 최소 한 번씩은 거쳐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닙니다.”
그렇고말고. 절대로 여기서 멈출 수 없다. 고작 CIA에서 멈추고 싶지 않았다. 전직 CIA 요원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고위직은 얼마든지 있었다. 아니면 CIA의 국장 자리도 노려봄 직했다.
언젠가는 펜타곤에 있는 사무실 의자에 앉아 손짓만으로 수천의 부하를 부리고 미국을. 더 나아가 전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비밀을 독식하는 사람이 되리라. 여건만 된다면, 그 비밀로 좀 더 강력한 권력을. 더 많은 부를 축적하리라.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그럼 4주가 아니라, 3주도 되겠군.」
그날 크루거는 대통령이 왜 ‘악마’라고 불리는지 뼈저리게 이해했다.
그것을 끝으로 전화가 끊어졌다.
“빌어먹을.”
크루거는 저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대사관 건물부터 재건해서 사무실부터 꾸밀 생각이었지만, 시간이 없었다. 당장이라도 수단의 아무 건물에 임시 사무소를 건설하고 일을 시작해야 했다. 오늘 당장이라도 말이다.
같은 시각 백악관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빌어먹을.”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바르고 고운 말 쓰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자네라면 이 미친 상황에 욕이 안 나오고 배기겠나? 북아프리카의 분란을 조장하는 세력들을 파악하려는 계획 절반이 쓸모없게 되었어. 이럴 줄 알았으면 실시간으로 보고를 시키는 거였는데.”
바르고 고운 말은 쓰는 게 아니다.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다. 평소에 심신이 안정되어있는 사람이면 도리어 마지못해 욕을 시켜도 어색하게 내뱉을 뿐이다.
“이 보고서들을 전부 처리할 수 있다면, 저도 그 실시간 보고에 찬성하겠습니다.”
비서실장은 말하면서 산더미 같은 서류에 몸을 기댔다. 어찌나 서류가 낭낭한지 몸을 기대도 무너지기는커녕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처리를 아무리 해도 쌓이기만 하는데, 어떻게 여기서 더 추가하겠는가?
“알고 있네. 알고 있으니까 내가 지금 그렇게 못하는 거 아닌가?”
“정보를 CIA 본부에 공유는 하지 않았답니까?”
“인터넷 회선 보안이 확실하지 않아서 USB나 종이 실물로 들고 오게 하려고 했는데, 이런 일이 날 줄은.”
부시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벅벅 긁어댔다. 머리가 마구잡이로 헝클어졌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이 헝클어진 머리를 보여줄 사람은 코앞의 비서실장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회선부터 깔 수는 없는 노릇이긴 합니다만.”
동맹국도 아니고 거의 적국이나 다름없는 타국에서 대놓고 나라 안에 독자 회선을 깔겠다는데, ‘어이쿠 어서 까십시오!’라고 할 나라는 단 하나도 없다. 다른 국가의 회선을 빌릴 수도 없는 것 아니겠는가?
다섯 개의 눈이고 나발이고 운명공동체에 동맹국이라고 해서 동맹국의 정보를 까보지 않는 건 아니었다. 당장 미국만 해도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들키면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맞이하겠지만, 부시는 이 활동을 상당히 소극적으로 변환시켰다.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멈추고 싶긴 했지만, 일단 자국의 안전이 우선이니 멈출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이야 이미지 세탁이 잘 되어서 그렇지 일단 영국만 해도 역사의 시계를 딱 100년만 뒤로 돌려도 어마 무시한 깡패집단이었다.
미국이 북미식민지이던 시절, 프랑스 전쟁에 협력하면 대표 의석을 줄 것이라 약속한 주제에 지키지 않은 국가가 어디지? 인도와 파키스탄이 그 꼬락서니가 난 게 누구 때문이지? 팔레스타인이 독립할 때 지원해주겠다고 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은 국가는? 폴란드가 나치에게 몰렸을 때 외면했던 국가는?
미국이 건재하면 영국이 배신할 일은 없을 태지만, 만약에 미국이 약해졌을 때 동맹 중에서 가장 먼저 배신할 국가는 누구지? 배신하게 되면 약해진 미국은 어떻게 처신해야 하지?
이게 바로 들키면 맞이하게 될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동맹국을 감시해야 하는 이유다. 다소 편집증적일 수도 있지만, 이 편집증적인 행동으로 유사시 자국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다면 도리어 싼 것 아니겠는가?
“내가 가장 궁금한 그거야. 그 테러리스트의 정체.”
“테러리스트한테 정체가 어디 있겠습니까. 끽해봤자 둘이죠.”
사실 테러리스트라는 게 쉬이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의 중동의 꼬락서니를 보면 잘 상상이 가지 않겠지만, 우선 자폭하는 테러리스트는 타의와 자의로 나뉜다. 전자의 경우에는 테러 조직에서 순수배양한 태생이 테러리스트인 소년 자폭병들이다. 영화에서 줄곧 보이는 사제 폭탄이 달린 조끼를 입고 있는 소년병 말이다. 딱히 세뇌당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소년이 아닐 수도 있지만, 어쨌든 누군가가 돈으로 회유를 했든, 다른 조건을 내걸었든 사주를 해서 테러를 감행한 경우이다.
후자는 대표적으로는 9.11을 예로 들 수 있겠다. 부시 입장에서는 9.11을 거론하는 행위 자체가 껄끄럽긴 했지만, 어쨌든 9.11의 범인들은 자의적으로 자신의 목숨을 버려가면서까지 미국에 피해를 주려고 했다.
“타의라면 수단 정부의 사주일 것이고. 자의라면 우리가 어쩔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
“남수단이 독립하고 서수단까지 독립하면서 영토가 반 토막이 되었으니 사주할 만도 하죠.”
“그것까지 들으니 참으로 괘씸한걸. 아예 동수단까지 만들어서 내륙국으로 만들어버릴 걸 그랬나?”
“그랬으면 국제사회에서 욕 좀 먹어야 했겠죠. 막말로 저희 미국도 따지고 보면 아메리카 원주민을 몰아내고 건국한 국가니까요.”
“그건 그렇지.”
혹자는 이것을 적자생존에서 아메리카 원주민이 다른 유럽의 왕국처럼 외침에 의해서 도태되었으며, 미국의 건국은 정당하다는 시점으로 보기도 하는데. 부시가 봤을 땐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날 국가들이 그냥 침략해서 다 때려 부순 것을 정당화하기 위한 개소리였다.
막말로 진정한 정의를 위해서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미국 정부더러 유럽으로 꺼지라고 하면 수긍하고 아메리카 원주민을 제외한 모든 인종이 전부 유럽으로 이주해야 했다.
“일단은 범인이 잡혔다고 하니, 주수단미 대사관 테러 건은 보고서가 올라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겠군.”
자의적이라면 차라리 났다. 수단의 애국자가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저항했다. 그걸로 사건이 종결되니까 말이다.
만일 수단 정부나, 그 외의 어떤 단체의 사주를 받은 자라면 그때부터 복잡해지는 거다. 절대로 입을 열지 않는다면, 그땐 약간의 협조를 부탁할 수밖에 없다. 꼭 신체적인 고문이나 정신적인 고문만이 답은 아니었다.
그게 빠른 답이 될 수 있다는 건 부정하지 않겠지만, 무고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부작용이 만만찮으니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몇 가지 조건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무거운 입을 조금 가볍게 할 수도 있다.
“북아프리카 예산을 늘려야겠군.”
“의회에 쓸 연설문을 준비하겠습니다. 이번에는 제발 즉흥적으로 하지 마십시오.”
“알고 있네. 알고 있으니까 이 필리버스터 금지 법안에 쓸 연설문을 대대적으로 검토 중이지 않은가.”
“그건 참으로 다행이로군요. 그게 대통령님께서 쓰고 있다는 점만 제외하면 말이죠.”
“어차피 마지막은 자네 검수를 받지 않나.”
부시는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이거 아주 실세가 따로 없구먼.”
“이딴 실세라면 당장이라도 때려치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