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7)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6화(17/377)
< 16편 >
헌법에 정면으로 맞서는 개인정보 열람법. 그렇지 않아도 허술한 제네바 조약을 바보로 만드는 테러리스트 취급 조항. 미합중국 법적 관할에서 벗어나기 위해 외국 영토에 짓는 국외 수용소. 단일 행정부론에 의거한 행정부 단독 전쟁 발의법.
이걸 그러니까 한마디로 표현하면.
‘중세 교회 이단 심문 기관?’
“안녕하십니까? 대통령 각하.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착실히 탈모가 진행되고 있는 중년이 대통령실로 들어왔다. 그의 이름은 칼 로브. 부시가 정부를 꾸리면서 직접 임명한 수석 고문이었다.
“로브.”
“오랜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 각하.”
나는 가발이라도 권해볼까 싶었지만, 묻는 것조차 실례라고 느껴져 입을 열지 않았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서 가장 행동력이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꼽는다면, 나는 단언컨대 칼 로브. 자네를 꼽을 걸세.”
“영광입니다. 대통령 각하.”
상투적인 말이지만, 칼 로브의 입에서 나왔다면 그 말은 더는 상투적인 말이 아니었다. 그는 조지 W. 부시의 심복으로 어려서부터 사람을 농락하기 위한 단어를 매끄럽고 합리적으로 선정하고 정리할 수 있는 탁월한 두뇌를 가지고 있었다. 그를 알게 된 사람들은 그의 입술을 항상 주목했고 그가 내뱉는 말은 밧줄이 되어 적을 묶었고, 때가 되면 칼날로 변해 숨통을 끊었다.
무엇보다 가장 그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그가 가진 ‘행동력’이었다. 고작 행동력이 뭐 그렇게 대단하냐고 할 수도 있겠고 조금 포괄적인 시선을 가지면 정치판에 있는 사람 중에 행동력이 없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가 가진 행동력은 조금 특별한 행동력이었다.
까놓고 말하면 사실 그건 단순한 행동력이 아니라 ‘똘기’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의 무언가였다. 그런 의미에서 칼 로브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행동력은 체면과 위신을 우선시하는 정치판에서 보기 힘든 것이었다.
“자네가 해줬던 이야기 중에는 아마 딕슨 전 상원의원의 선거 방해 이야기가 있었지?”
앨런 J. 딕슨. 민주당 소속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이자 흑인 인권 증진과 여성의 권리에 대해서 진보적인 성향을 띄웠던 전 상원의원이다. 그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전형적인 민주당 인사라고 할 수 있으리라.
그런데 이 사람이 칼 로브랑 무슨 상관관계가 있느냐? 로브가 19세 되던 해. 더 정확히는 한참 날씨가 쌀쌀해지는 가을. 단풍은 보기 좋게 붉게 물들었고, 시카고 강의 블루길은 한참 번식기가 끝나 한산해질 무렵. 칼 로브는 딕슨의 선거 운동 본부에 당당히 침입했다.
그건 딕슨의 경쟁자들을 지지하기 위한 정치적인 행위라고도 할 수도 있었고, 칼 로브가 딕슨의 진보적 사상을 싫어하는 반증이라고도 할 수 있었지만, 알게 뭔가 정치고 나발이고 그냥 재밌을 거 같아서 한 거다!
그는 딕슨의 선거 운동 본부에서 딕슨의 선거 본부 인장이 찍힌 선전용 광고지를 약탈했다. 그리고 로브는 비어있는 광고지에 신선하고 짜릿한 단어의 나열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어쩌면 딕슨의 승리를 보장하는 진부하고 따분한 문구들을 보고 심통이 났을지도 모르겠다.
여하간 로브가 약탈한 1,000장에 새롭게 적어넣은 선전 문구는 다음과 같다.
‘맥주! 안주! 여자! 이 모든 게 딕슨이 만들어낼 미국에서는 공짜!’
그는 이것을 록 콘서트와 노숙자 쉼터에 뿌리고 다녔고 그가 1999년에 직접 뉴스에서 밝히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아, 잘 기억하고 있지요. 개인적으로는 몹시 후회하고 있습니다만.”
후회하는 사람은 슬픈 표정이나 진지한 표정을 짓지. 저렇게 히죽거리지 않았다. 표정에서 느껴지는 생동감 넘치는 장난기는 그가 전혀 반성하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는 지표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 말을 지체할 필요도 전혀 없으리라.
“다소…. 비슷한 짓을 좀 해줘야겠어.”
“얼마든 지요!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하면 될까요?”
중년의 악동은 장난이라는 미끼를 바로 물어버렸다. 이 나이가 되고 이런 자리에 앉으면 자꾸 주위에서 점잖음을 요구해서 옛날처럼 날뛰기가 힘들어진다.
“나는 자네가 사무실 책상보다는 현장에서 빛을 보는 타입이라고 굳게 믿고 있네.”
“잘 보셨습니다. 아! 제가 상사 하나는 무척 잘 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느 주로 갈까요?”
그는 내가 선거를 언급했기 때문에 아마도 다른 상하의원에게 무언가 공작을 시키려는 요량으로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자네 자리나 지위도 있으니. 이제 장난을 치려면 스케일이 좀 커야 하지 않겠나?”
“아하?”
그는 알 듯 모르겠다는 듯 표정을 역동적으로 바꿔 보였다.
이제부터 내가 치는 장난은 전 세계를 말려들게 할거거든. 미국 대통령쯤 되면 장난도 월드 클래스로 쳐야 하지 않겠는가?
* * *
킹 메이커. 바로 이 단어가 칼 로브를 지칭하는 단어였다. 조지 W. 부시를 기어코 대통령 자리에 앉혀놓은 일등 공신이 누구인지를 물으면 바로 칼 로브였다.
부시는 그 흔하다는 스캔들 하나 없을 정도로 깨끗했지만, 그가 미합중국 대통령 자리에 올라오기까지 더러운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 세상은 착하고 깨끗하기만 해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더러운 일은 전부 칼 로브의 차지였다.
“처음에는 각하께서 저를 토사구팽이라도 하시려는 줄 알았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네는 내 것이야. 일이 힘들다고 도망갈 생각이나 하지 말게.」
백악관 수석 고문이 어째서 한창 개축 중인 카불 공항에 있느냐를 묻느냐면, 그 잘나신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생각하기엔 자신이 짠 판이 어긋나지 않으려면 칼 로브가 아프가니스탄에 필요했다. 특히나 이제 막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아프가니스탄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사실 수석씩이나 되는 사람이 외국 장기 업무를 보러 간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절대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부통령을 필두로 네오콘들이 열심히 강화해준 ‘단일 행정부론’은 그걸 가능케 했다. 단일 행정부론은 까고 말해서 대통령이 ‘무엇을 해도 합법’이라는 극단적인 논리였기 때문에, 백악관 수석을 출장 보내는 정도는 충분히 가능했다.
사실 이건 다 핑계고 이딴 거 없었어도 칼 로브는 아프가니스탄으로 달려갔을 거다. 그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했고 사무실보다는 현장을 더 선호했으니까.
“비행기 위에서 한번 봤는데, 제 생각에는 도시 거주민의 40%. 심하면 75%까지는 사라졌을 거라고 봅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이런 방면은 전문가가 아닙니다.”
「걱정하지 말게. 그건 자네 일이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일이라네.」
“그래도 어느 정도는 관련이 있지 않습니까?”
「흠,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 하지만 걱정하지 말게. 자네라면 금세 일을 마치고 돌아올 것이라 믿고 있네.」
“저기에 약속했던 장소가 보이는군요. 각하의 무한한 신뢰에 감사드리며 이만 전화를 끊어도 되겠습니까?”
「물론.」
로브는 통화를 끊었다. 휴대전화는 당연히 노키아. 그 무엇보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자네인가?”
“안녕하십니까. 칼 로브 수석 고문님. 저는 CIA 아프가니스탄지부 소속 타일러 M. 브라운. 그리고 이 친구는 무함마드 술레이만이라고 합니다.”
“입은 무겁겠지?”
“이제 이 친구도 신입이지만, 어엿한 CIA입니다.”
물론 일반적인 CIA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날림 수준의 속성과정을 거쳤지만, 관료주의라는 것이 원래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좋아, 좋아. CIA 요원하나, 현지민 하나. 완벽하군! 일에 대해서는 들었나?”
“수석 고문님에게 목숨을 바쳐 보좌, 경호해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내가 말이지. 8시간 동안 중동 문화의 상식이라 할만한 것을 익히면서 왔다네. 인도랑 비슷한 것 같더군.”
“인도에도 이슬람이 있긴 있습니다만. 엄연히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혹시 세포이 항쟁이 왜 일어났는지 알고 있나?”
“화약 탄포에 돼지 기름칠을 해서 그런 거 아니었습니까?”
옆에서 듣고 있던 무하마드 술래이만이 돼지기름이라는 소리에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돼지는 힌두교에서도, 이슬람에서도 금지하는 식품이었다.
“그건 어디까지나 방아쇠라네. 추후 조사 결과로는 소기름은 있었지만 돼지기름은 없었다고 하더군.”
세계의 패권을 잡은 영국은 기세를 몰아 인도를 거의 1세기 동안이나 지배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전쟁과 지배는 엄연히 다른 법. 본디 지배라는 것은 피지배자에게 채찍과 당근을 적절하게 분배하는 일을 뜻한다. 문제는 본국에서 그다지 당근을 주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일부 세포이의 연금 중단, 카스트 제도를 고려하지 않은 해외 파병은 세포이의 불만을 차곡차곡 쌓아 갔으며, 온갖 고위직을 영국인이 차지하면서 인도인이 봉급을 지불받지 못 하는 일이 생겨도 철저히 무시당했다. 영국에서 몰려든 값싼 공장제 제품은 인도인의 일자리를 파괴해 민중의 불만은 드디어 극에 다달았다. 그렇다고 기존 기득권 세력. 즉, 상위 카스트라고 해도 불만이 없는 건 아니었다. 동인도 회사는 각종 악법을 제정해 기존 기득권층에게서 토지를 빼앗아 자기들끼리 나누어 가졌다.
그렇게 백 년. 드디어 영 좋지 않은 기류가 흘렀고 이에 대해 일말의 불안감을 느낀 인도 총독이 본국에 몇 번이고 찔러봤지만, 돌아오는 것은 현장에서 알아서 하라는 이야기뿐이었다.
그렇게 인도의 압력계 바늘이 한계에 닿아 휘기 시작하는 시점에, 하필 일어난 사건이 바로 세포이 항쟁이다.
“여하튼 중요한 건 말이지. 결국은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된 거라 이거지. 라이미(Limey)놈들이 점령은 잘해도 운영은 못 하거든.”
라이미는 미국인이 영국인을 비하할 때 자주 쓰는 단어였다. 영국 해군이 괴혈병 타파를 위해서 라임 주스를 필수 보급품에 추가한 이후로부터 생긴 호칭이었다. 원래는 그다지 별 의미를 가지지 않았으나, 어느 순간부터 영국 해병을 욕할 때 쓰이는 단어로 변질되었다가 결국에는 영국인 전체를 비하하는 단어로 발전되었다.
그러니까 요약해서 ‘영국인 좆까’라는 뜻이었다.
“저희 임무는 아프가니스탄 지배가 아닙니다만, 언제부터 명령이 바뀐 겁니까?”
“바뀐 명령은 없다네. 그리고 우리가 어느 정도 아프가니스탄에서 세력 투사를 하게 된 것은 사실이지. 그렇다면 적어도 그들이 좋아하게끔. 스스로 협력하게끔 만들어야 하네. 구태여 세포이 항쟁을 예시로 들지 않아도 역사에 참으로 많이 기록되어 있다네.”
“그런 일이라면 이미 대통령 각하께서 일일이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럼 그 망할 ‘프리덤프라이’인지 뭔지부터 ‘프렌치프라이’로 바꿔놓게. 미국인 전용이라는 그 정신 나간 팻말도 때려 부수고.”
“아, 그건 할랄 푸드가 아니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 적어놓은 것으로.”
“나는 항상 많은 대답을 듣고는 하지. 그러나 내 귀에는 언제나 ‘예.’ 그리고 ‘네.’만 들린다네. 무슨 뜻인지 알겠나?”
“예.”
“좋아. 아주 좋아. 나는 요컨대 지금 현장감독으로 온 걸세. 무슨 뜻인지 알아듣겠나?”
“예.”
“아 정말로 좋은 대답이야. ‘예!’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기에 이것보다 좋은 단어는 없지!”
“예!”
“그럼 가서 전하게. 내가 갈 때까지 그 병신 같은 간판 죄다 다 치워놓지 않으면 내가 직접 때려 부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