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72)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71화(172/377)
< 171화 >
“저는 하느님께서 세상을 만드실 때 지성을 낳았다는 점에 매우 감사하고 있습니다.”
조지 W. 부시에 무신론자 불순물이 섞이긴 했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일단은 대외적으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마찬가지로 미국도 비록 신정국가는 아니었지만, 기독교 신자의 비율이 절반을 넘어가는 데다 바이블 벨트(Bible Belt)라는 개념이 있을 정도인 만큼 연설에 종교색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막말로 미국 국가만 해도 4절에 당당하게 ‘우리는 하느님을 믿는다!’라는 구절이 있을 정도였다. 물론 이것조차도 한 10년 지나가면 자유주의 물결 아래 점점 쇠락하겠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인질들이 무사히 고국의 품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점이었다.
처음에 단상에 섰을 때는 대낮이었지만, 이제는 어두컴컴한 밤이었다.
“우리는 오늘 폭력만이 답이 아님을 증명하는 증거를 얻었습니다.”
폭격기를 날리느라 쓴 항공 연료를 빼면 말이다. 그러나 좀 더 넓은 시각. 다시 말해 미국이라는 더 큰 그림으로 인식하고 봤을 때, 그들이 죽는다면 그림에서 색이 하나 빠지는 격이었다.
물론 잘 찾아보면 대체자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도박에 맡기고 싶지 않았다.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그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모두 무사히 돌아온 국민을 성대한 박수로 맞이해 주십시오.”
딱히 기자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물론 가장 앞 라인이야 기자들을 비롯한 방송국의 직원들이나 관계자들이 점거했다지만, 그 뒤로는 수도의 시민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인질들을 위해서 12시간씩 서 있는 대통령이라니? 제 딴에는 나름 이들을 납치한 이들에게 이 사태의 심각성을 피력하겠다고 한 행동이었지만, 12시간씩이나 서 있으니 완전히 정치쇼나 다름없었다.
단상으로 올라온 그들은 초췌할지언정 비루하지는 않았다.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까지 오는 도중에 옷도 전부 새로운 양복으로 갈아입혔고, 충분한 식사와 숙면을 제공했다. 물론 그것이 진짜로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이 정치놀음에 충분히 어울려 줄 정신머리 정도는 되었다.
이 나라에서 사업가라는 직업을 가지려면 단 한 가지가 필요하다. 똑똑한 머리? 한 세대가 다 쓰지 못할 정도의 재산? 그것조차도 아니면 인맥? 전부 아니다. 이것들은 사업가가 성공하기 위해서 필요조건도 충분조건도 아니었다. 있으면 편하기야 하겠지만, 이것들이 있다고 사업 성공이 보장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진짜로 필요한 것은 ‘눈’이다. 다가오는 기회를 찾고 잡을 수 있는 눈 말이다. 쉬라고 했지만, 이들 중 몇 명은 이미 자신의 이야기를 수기로 적어 내고 있었다. 이 짧고 자극적인 경험을 책으로 내기 위해서 말이다. 책으로 내는 이유는 당연히 돈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진짜로 사업에 미쳐 있는 사람들은 이런 짓도 할 수 있다.
“저게 뭐야? 커다란 플래카드?”
전미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자신의 기업을 무료로 홍보할 기회는 흔치 않다. 기껏 비슷한 것을 찾아보려고 해도 해봤자 슈퍼볼 광고 정도였다. 그리고 슈퍼볼 광고는 그야말로 억 소리 나는 광고다. 30초짜리 광고를 보내는데 200만 달러가 넘는데, 이 비용은 자꾸자꾸 증가해서 10년 이후에는 600만 달러가 넘을 전망이었다.
그런데 그 슈퍼볼만큼의 시청률이 나오는 상황에서 회사를 광고할 기회를 놓친다면, 그야말로 사업가 실격이나 다름없었다. 그저 이사급 정도 되는 직원이면 모를까 실로 황당하게도 그들은 전부 회사가 크든 작든 엄연히 한 회사의 CEO였다.
그러나 한 명이라면 모를까 20명이나 있는 상황에서 한 기업만 주목을 받는다는 건 사실상 무리였다. 게다가 시간 관계상 무언가를 제작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고, 그래서 그들은 한 가지 묘안을 냈다.
각자 회사의 로고가 들어간 하나의 기나긴 현수막을 들고 입장하는 것이다. 만일 이곳이 미국이 아니라 다른 정권이었다면 다소 무리수가 될 수도 있겠지만.
“멀쩡해 보여서 다행입니다.”
마침 그 정권의 지도자가 정상이 아니었다.
CEO들은 자신들의 회사의 로고가 프린트된 현수막을 붙잡고 당당하게 입장했고, 시청하고 있는 사람들은 전부 그 로고를 보았다.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수백만 달러짜리 광고권을 따냈으니 자격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현수막에는 사람들이 전부 알 법한 대기업도 있었고, 로고만으로는 도대체 뭐 하는 회사인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 회사도 있었다. 그러나 그중에 가장 주목을 받는 로고가 있었는데, 하필이면 그 로고가 미국에서 굉장히 유명한 성인용품 회사 로고였기 때문이었다.
이것에 대해서는 본인 스스로 막 나가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는 부시조차 얼굴을 한 번 쓸어내릴 수밖에 없었다. 순서도 하필 절묘하게 마지막이었기 때문에 이 쇼가 다 끝나 갈 무렵에 목격했기 때문이다.
왜 얼굴을 쓸어내리기까지 했냐면, 로고가 눈에 들어오는 족족 그 회사 이름을 불러 주던 도중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무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성인용품 회사도 보이는군요.”
그렇기에 퉁 치기로 했다.
‘젠장. 무슨 코미디 쇼도 아니고.’
아니 도대체 성인용품 회사 CEO가 도대체 왜 아프리카까지 갔단 말인가? 사실 유일하게 이해 가는 건, 이 납치 사건의 발단이자 주축이 된 우라늄 채굴 회사 CEO뿐이었다. 애플의 CEO를 비롯하여 가정용품 회사니, 중소 가전제품 회사 CEO는 왜 갔다는 말인가?
‘아하. 과연.’
가만 찬찬히 생각해 보니. 죄다 모험심이 강한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사업이든 인생이든 말이다. 인물 보고서에서 인질이 죄다 CEO라는 점을 제외하면, 유이하게 찾은 공통점이기도 했다.
모험심이 강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일단 머리에 나사가 한둘쯤은 반드시 풀려야 한다. 천재는 괴짜라고들 하잖나. 위인전을 보면 천재 발명가들의 모험심과 도전 정신이 대단하다고 하는데, 사실 상상해 보라. 그 많은 실패를 딛고 일어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실패가 필요했는지. 그 실패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정신이 벼려졌을지. 그 벼려지는 과정에서 나사가 얼마나 빠졌을지!
‘아무렴 어때, 여긴 빌어먹을 미국이라고. 이 자리도 짧으면 2년. 길어 봤자 6년 있으면 내려올 자리야.’
“귀환을 축하합니다. 다들 피곤한 것 같지만, 이렇게 무사 귀환했으니 그래도 한마디씩은 들어 봐야죠.”
이점이 가장 중요했다. PMC가 죽긴 했지만, 고객 되시는 분들께서는 피멍 정도의 타박상을 제외하면 아주 멀쩡했기 때문이다. 비록 PMC 분대는 전멸했지만, 최후까지 고객을 지켰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만했다. 죽은 사람들은 안타깝게 되었으나, PMC란 원래 그런 직업이 아니겠는가.
어쨌든 누가 사업가 아니랄까 봐 자신들이 사경을 헤맨 경험까지 사업에 활용하기로 작정했으니, 이 ‘한마디씩’은 부시 나름대로 CEO들에게 자사를 홍보할 기회를 준 셈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비전을 함축한 한마디를 내놓았다. 생사의 기로에서 찾은 문구들인 만큼 명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고, 광고의 교과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문제는 거의 마지막쯤인 애플의 CEO인 스티브 잡스에서 터졌다.
“3년 안으로 패러다임을 바꿔 놓을 혁신적인 휴대전화를 내놓겠습니다.”
세상에는 이름값이라는 게 있다. 이미 애플은 유명세로는 그 어떤 대기업 못지않았던 회사였고, 그의 이름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가 대놓고 휴대전화 시장을 겨냥하고 패러다임을 바꿔 놓겠다는 선언했다는 건 단순히 선언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
‘드디어?’
스마트폰에 필요한 기술을 의도적으로 끌어올렸고 그럴만한 환경을 만들고 부추기긴 했다. 어디에선가 비슷한 게 나올 줄이야 알았고 아이폰이 나올지도 궁금하긴 했지만, 그런데 그게 좀 많이 일렀다.
애당초 부시가 스마트폰 환경 조성을 추진하던 이유를 대자면, 작게는 도저히 기존 재래식 휴대전화는 못 써먹겠고, 크게는 주렁주렁 달고 다녀야 하는 랜드 워리어 프로젝트를 어떻게 좀 스마트폰으로 경량화시켜 볼 요량이었기 때문이었다.
스마트폰이 가진 가능성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했다. 군용으로 쓰이진 않겠지만, 총에 설치만 할 수 있다면 초보자도 1km 저격을 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최첨단 저격 파츠였다. 그뿐인가? 미군이 그토록 갈구했던 통합 통신 기기가 될 수도 있었다. 보안 문제라면 전용 OS와 전용 회선을 사용하고 전용 어플을 쓰면 그만이었다.
이게 단순히 망상 따위가 아닌 것이, 실제로 2019년 당시 미군은 스마트폰의 위력을 체감하고 제2의 무기로 칭하며 미군 전체에 적용하려고 다방면적으로 노력하고 있었고 몇몇 부분에서는 이미 성과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3년 만에 출시하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텐데?’
삶과 죽음이 오가는 현장에서 깨달음이라도 얻었을지도 모르겠다. 뭐, 이거야 부시가 걱정할 문제는 아니었기 때문에 일단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문제는 그 발언 직후에 기자들부터 뒤에서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까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그 성인용품 회사의 CEO가 자기네 콘돔을 쓰라고 직설적으로 말했을 때는 더 불타올랐다. 부시는 ‘이렇게까지 자신이 망측함을 느낀 적이 있던가?’라며 자꾸만 뜨거워지려는 얼굴을 쓸어내렸다.
“제가 피곤한 사람들을 너무 오래 붙잡아 두고 있었던 것 같군요.”
그날은 그렇게 끝이 났다. 무엇보다 12시간이나 연설대에 서 있었더니 다리에 쥐가 날 정도였기 때문에 그들 못지않게 피곤했다.
다음 날 ‘20명씩이나 포로가 된 경위’에 대한 보고서를 받을 수 있었다.
“보고서입니다.”
한 회사의 CEO들이 ‘도대체 제 발로 왜 아프리카까지 갔는가?’에 대해 그들이 스스로 밝힌 사유들이었다.
그들이 내놓은 사유들은 몹시, 매우, 아주 복잡했지만,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시장 개척. 시장 개척. 시장 개척. 이런 빌어먹을 자기네들이 CEO야 아니면 르네상스 시절 모험가야?”
너무 요약한 거 같으니 조금 풀어 보자. 아무도 고려하고 있지 않던 시장인 아프리카 시장이 갑자기 급속도로 성장했다. 그들은 이미 아프가니스탄이라는 새로운 시장에서 꽤 짭짤한 이득을 보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는 애플의 CEO인 스티브 잡스도 마찬가지였는데, 아프가니스탄에서 아이팟은 없어서 못 사는 기기였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새로운 꿈인 아이폰을 제작할 수 있는 정도의 아주 큰 이득을 보았다는 의미다.
따라서 그들은 새로운 시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로 했고, 이에 아프리카 탐방을 하기로 한다. 본디 제각각이었지만, 그래도 자금이 대거 투자되고 독립의 물결을 탄 김에 단합해서 외세를 몰아내느라 치안이 안정 단계에 머물러 있던 서수단에서 말리로 이동할 때 문제가 생겼다.
당시 치안이 안정화되어버려 서수단에서 PMC가 대거 철수하는 바람에 고용할 수 있는 PMC가 거의 없었고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이 20명의 CEO가 합심해서 PMC를 싹싹 긁어모아 말리로 향하게 되었다.
문제는 이들이 사업에는 천재였지만, 맛있는 먹잇감이 사하라 사막에서 몰려다니게 되면 어떻게 될지는 아프리카의 다섯 살 먹은 어린아이보다 무지했다는 점이었다.
“이걸 도대체 뭐라고 해야 해?”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은 해외여행을 자제해주십시오!’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몇몇 국가를 여행 금지 국가로 올리는 것으로 이 사건은 드디어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