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76)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75화(176/377)
< 175화 >
‘왜? 왜? 왜?’
자신에게 스스로 물음을 반복해봤자 대답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을 부시가 깨닫기까지는 약 10초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도 그럴 게 너무 당혹스럽지 않은가. 뉴스를 보고 있는데 산불을 목격하다니, 상상이나 가는가?
산불이 났다는 것을 깨달은 리포터가 ‘Holy shit!’이라는 괴성을 지르며 일반적인 보도에서 긴급 보도로 변경하기까지는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산불입니다! 불길이 헬기에서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맹렬하게 올라오고 있습니다.」
“저거 제압할 수 있지?”
“초기니까 하루 이틀 내로 충분히 진압 가능할 겁니다.”
그런데 뭐가 잘못된 모양인지 블록버스터처럼 불기둥이 솟구치더니 그 뒤로 버섯구름이 뒤따랐다. 어찌나 컸는지 순간 입으로 ‘팻맨?’이라고 중얼거렸을 정도였다. 다만 카메라에 포착된 현장감 덕분에 실제보다 더 크게 느껴졌을 뿐이지, 실제로 정말 팻맨 정도는 아니었다. 기껏 해봤자 작은 폭탄이 터졌을 뿐이었다.
“···아마도요?”
그 때문에 비서실장의 자신감 넘치는 대답이 의문으로 바뀌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중장비라도 터진 건가?”
“아뇨, 아마도 연료가 가득한 드럼통이라도 터진 모양인데요.”
고작 중장비나 차가 터지는 것으로 저 정도 폭발이 일어나진 않는다. 아마도 연료가 대량으로 터진 것 같았다. 칡을 제거하던 사람들이 떼로 몰려가 물을 붓고 짓밟고 있었지만, 불은 도저히 사그라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애당초 저 현장에 있는 물이라고 해봤자 노동자들의 목을 축이기 위해 가져간 식용수나 가정집에 있는 수도 정도였다. 이것만으로는 화재를 진압할 수 없었다. 다만 인원이 있어서 그런지 화마가 주춤하게 할 정도는 되었다.
“저기에 연료통 같은 게 왜 있어?”
도저히 몇만 명 단합했다고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정말로 모닥불 수준이 번진 거였으면 모를까, 연료통으로 추정되는 것이 터지기 전에도 산 뒤로 불이 번지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저야 모르죠.”
아니나 다를까 때마침 직통 전화가 걸려왔다. 보도된 지 1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보고가 올라오는 것을 보면 다른 건 몰라도 보고 체계 하나는 더럽게 잘 되어 있는 것 같았다. 행정부를 몇 번 작정하고 갈아엎은 보람이 있었다.
「대통령님! 불이···!」
“승인. 싸인, 꽝!”
「예?」
“뭐해 인마! 당장 군을 차출해서라도 저 빌어먹을 화재 진압하라고 해! 맞불 작전을 둬도 좋으니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진압하라고!”
승인이 빠르니 대응 또한 신속했다.
불을 끄는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어떤 방법이라도 언제나 결론은 하나로 귀결된다. 연소의 조건 중 최소 하나 이상을 제거하는 것이다.
불이 났으며, 이를 제압하기 위해서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긴급 화제 제압 시지를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출발한 것은 항공이었다. 7천만 달러의 예산을 먹고 자란 소방 헬기를 비롯한 비행기가 편대를 이루어 상공을 가로질렀다.
사실 지상에서의 합작은 이루어지기 힘들다. 소방국마다 전부 방침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다르냐면, 미국 전역에 있는 소방국만 3만 개가 넘었는데, 그 소방국마다 방침이 전부 달랐다. 당장 옆 소방서로 직장을 옮기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시험을 쳐서 들어가야 할 정도로 달랐는데, 이게 바로 소방대원들이 대단한 점이었다.
아무리 매뉴얼이 있다고 한들 처음 만나는 사람끼리 합을 맞추는 건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다. 군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타 부대와 작업 합작을 해야 하는 경우 부대 하나를 제어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을 것이다.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화재가 진압되고 있었다. 그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속도가 가히 경이라고 할법했는데, 노후 장비를 대거로 교체하고 소방 항공기를 증설한 성과였다.
“화재 경위는 파악했나?”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답니다.”
사태가 일어난 지 5분도 지나지 않았다. 지금 시점에서 경위를 파악하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부시는 책상을 몇 번 손가락으로 두들기더니 이내 혀를 찼다. 지금 당장 더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자연발화일지도 모릅니다.”
자연발화는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정확히는 자연발화가 아니라 어느 정도는 인간이 관여해 있긴 하지만 말이다. 기본적으로 발화에는 3요소가 필요하다. 역설적으로 이 3요소만 충실하게 갖춰지면 불은 아주 잘 붙는다.
온도가 약 40도가 넘어가면 광택 도료를 머금은 걸레에서도 불이 붙을 수 있고, 퇴비 야적장에서도 발효 수준이 한계를 넘으면 불이 붙을 수 있다. 심지어는 물방울이 볼록렌즈 역할을 하여 종이에 불을 붙여 집 하나를 전소시켜 버릴 수도 있다. 불이란 원래 온갖 방법으로 붙을 수 있는 법이다.
심지어 정말로 인간이 전혀 관여하지 않고도 불이 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마른하늘에 벼락이 떨어지거나, 기온이 높아지면 자연발화하는 시스투스라는 꽃도 있다. 시스투스의 수액은 발화성이 매우 높은 탓에 기온이 약간만 올라가도 발화하는 게 원리이다. 자손 번식 및 라이벌 사멸을 목적으로 발화하는 것인데, 여름철에 아프리카 들판이 타오르는 원인이 된다.
“그건 아니겠지.”
그러나 자연발화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기온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거다. 그러니 이 낮은 기온에서 자연발화 할 리가 있나.
“위성이든 뭐든 이용해서 알아보라고 하게.”
“알겠습니다.”
“그리고 대책 본부를 수립하고 현장이나 연결하게.”
현장은 이미 기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뉴스가 재미가 없어지다 보니까, 이런 특종 하나하나가 진짜 피와도 같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자원봉사자들이나 노동자들은 뒷전이나 다름없었다. 그 기자들과 엉겨서 인터뷰하는 이들만 제외하고 말이다.
“화재 현장입니다!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서 다수의 스모크 점퍼가 투입되었다고 합니다.”
이윽고 소방대가 도착하고 화마를 제압하기 시작했다. 방식은 제각각이었지만, 불은 차차 수그러지고 있었다, 그러나 어째선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소방대원들의 표정은 심각해져만 갔다.
“부족하군.”
화재가 진압되고 있던 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노인이 투덜거렸다.
“예? 부족하다니요?”
장웨이는 노인의 말에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극심한 하늘에서 소음이 들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그들은 공항에서도 보기 드문 대형 비행기가 편대를 이루어 하늘을 가로지르는 걸 목격할 수 있었다. 그들이 공중에서 분홍색 화제 소화액을 토해내는 광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라는 말이 어울렸다. 화제 소화액의 손길이 닿는 자리는 어김없이 불이 수그러들었고, 새하얀 연기로 바뀌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자원봉사자들이나 노동자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어김없이 내달렸고, 금세라도 상황은 종료될 것처럼 보였다. 솔직히 전자는 압도적인 광경에서 우러러나오는 순수한 환호성이었고, 후자는 전자의 이유가 절반이었고 지옥처럼 보였던 녹색 지옥이 점차 사라지고 있으니 나오는 탄성이 절반이었다.
“도대체 뭐가 부족하다는 겁니까?”
그런데 도대체 뭐가 부족하다는 말인가?
“전부다.”
사그라질 것 같았던 화마가 다시 치솟았다. 기세는 아까보다 약하긴 했지만, 약하다뿐이지 불이 번지기에는 너무나도 충분했다.
“어어! 왜 불이 다시 치솟는 거야?”
“왜긴, 저걸로는 안되니까 그렇지.”
겉에 붙어 있는 불을 꺼봤자, 금세 깊게 파고든 칡뿌리에서 다시 불이 올라왔다. 칡 숲에서만 볼 수 있는 일종의 특수함이었다.
“저 빌어먹을 것들은 이렇게까지 해도 죽지 않는단 말이지.”
“예?”
“칡 말이야. 칡.”
노인은 거기까지 말하고 바닥에 침을 내뱉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온화했던 노인의 변화에 놀란 장웨이가 저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돗대를 입에 꼬나물었다가 급히 담뱃갑에 돗대를 다시 돌려놓았다. 반평생을 농민공으로 살아오긴 했지만, 장웨이는 그래도 나름 문화인이었다. 적어도 눈치를 챙길 줄도 알고, 상식도 충분히 숙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뭣 때문에 산불이 났는지도 모르는 판국인데, 그 화재 현장에서 담배를 피운다고? 완전 미친놈 아닌가?
어쩌면 저 방송국 카메라에 잡혀서 전 세계적으로 능욕당할지도 모르는 일이었고, 저기 있는 경찰들에게 트집 잡혀서 기나긴 취조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외노자는 언제나 보호받지 못하는 법이다.
게다가 방송국에 얼굴이라도 팔리면 고향으로 돌아갔을 때가 걱정이다. 공산당은 자신의 통치에 부합하지 않는 인물들을 쳐내는 데 망설임이 없고, 그 대상이 한낱 농민공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한마디로 장웨이는 결코 인체 신비전에 전시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일 두 번이나 하게 생겼구먼.”
그렇지 않아도 영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던 노인은 이제는 정말로 화난 얼굴이었다. 그러나 장웨이에게 중요한 것은 노인의 기분이 아니라 노인의 말이었다. 두 번이라니?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예? 이게 어떻게 두 번이에요?”
어차피 칡만 제거하면 그만 아닌가? 마침 불도 났겠다. 나무를 타고 올라간 칡은 제거하지 않아도 되지 않나. 미국인에게 있어서는 불행이겠지만, 장웨이에게 있어서 이는 호재가 아닌가? 그 귀찮고 힘들고 위험천만한 일이 이렇게나 줄어든다니!
“예끼. 이 사람아. 잘 생각해보라고. 우리 일이 칡 제거인데, 그 칡을 제거하려면 이 불탄 숲을 어떻게든 치워야 한단 말이야.”
“그렇죠?”
“‘그렇죠?’는 무슨! 아직도 모르겠나? 불탄 숲을 치워야 한다는 게 무슨 의미를 모르겠나?”
“예?”
당연하겠지만, 숲에 불이 붙으면 나무가 쓰러진다. 그렇게 쓰러진 나무는 더도 덜도 말고 ‘쓰레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물론 극히 일부에 수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든 숯이니까 말이다. 그럼 그걸 치워야 하는 사람들이 누구겠는가?
“조만간 계약 조항이 좀 바뀌겠구먼. 칡 제거 이상으로 힘든 일이 될 거야.”
정부도 멍청하진 않아서 이대로 진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을 거다. 조만간 이쪽으로 따로 예산이 편성되리라. 그럼 계약 조항이나 받는 일급도 좀 많이 바뀔 거다. 노동자들에게 있어서는 이것이 불행인지 행운인지 잘 모르겠으나, 노인 같은 자원봉사자들에게 있어서 이는 끔찍한 악몽이나 다름없었다.
“다 타버렸으니까 그래도 좀 일이 쉬워지지 않을까요? 그 왜 바닥만 파면되잖아요.”
“그렇지. 다 타버렸지. 고작 한 달 뒤면 원상 복구될 칡뿌리만 남고 말이야.”
다시 말해서 그전에는 그나마 칡 줄기가 눈으로 보이기라도 했지만, 지금부터는 진짜 말 그대로 보물찾기하듯 일일이 다 파봐야 한다는 소리였다.
“어쩌면 불도저를 쓸지도 모르겠군.”
“저 그냥 고향으로 돌아갈래요.”
“미국으로 올땐 마음대로지만, 갈 땐 아니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