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77)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76화(177/377)
< 176화 >
아메리카 대륙 남동부가 인간의 힘으로는 멈출 수 없는 화마의 위풍당당한 진격에 전력으로 항거하고 있을 무렵, 지구 반대편에서도 꽤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이쪽은 불을 진압하려는 게 아니라, 불을 붙이려고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전쟁과는 거리가 먼 나라에서 사는 시민들에게 폭격의 광경을 설명하라고 하면, 흔히들 불기둥이 솟구친다고들 표현한다. 실제는 약간 다르다.
“끝내주는군!”
불기둥이 솟구치는 건 맞지만, 딱히 그렇게 깔끔하지도 않고 폭발하면서 사방으로 흩어지기 때문에 지상이 불에 휩싸인다는 게 맞는 말이다.
“테러리스트 놈들은 질리지도 않고 나타나는군요. 특히 저격수들.”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프랑스인과 영국인이 차를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었다. 영국 전차에는 반드시 차 끓이는 기계가 있다고 들었는데, 엘랑의 천재 ‘레몽 병장’은 그 실체를 오늘에서야 확인했다. 물론 차 끓이는 기계가 진짜로 달려 있었다. 아예 차 전용 보관함까지 말이다. 다만 보관함은 개인적으로 달아 놓은 것 같았다.
전쟁에서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두 번 말할 것도 없이 핵이나 생물학병기 같은 비대칭 전력이다. 그러나 작은 전장으로 국한했을 때, 보병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언제나 저격수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 저격수라는 게 전차나 항공기 같은 것과는 달리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아예 군 전체가 전진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그 때문에 제한적인 비대칭 전력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제한적으로나마 장판파 장비 같은 짓이 가능해진다는 거다. 따라서 아예 미군 같은 경우에는 숨을 수 있는 지형이 없으면 저격수도 없다는 진리에 따라, 제2차 세계대전부터 유서 깊은 ‘모조리 폭격해서 초토화해버리기 전략’을 애용한다.
이에 대해서는 EU군도 비슷하다. 그래서 저격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언덕 하나를 날려 버렸다. 나라마다 분열되어 있는 구시대의 군대라면 모를까. 반영구적 연합 형태로 새롭게 태어난 군대는 예산이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널찍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군축의 물결에 쪼들리던 예전에 비하면 말이다.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서 많은 합동 훈련과 실전이 있었으며, 아예 항공모함도 새롭게 뽑는다는 소리도 있었다. 어쩌면 혹자는 ‘이 시대에 유럽이 항모?’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항모라는 게 실로 비효율적인 병기다. 엄밀히 말하면 공항이 바다 위에 둥둥 떠 있을 뿐인데, 그런 주제에 이착륙도 더럽게 힘드니 말이다. 공항이 없는 곳에서 신속한 공군대응을 위한 것이다.
즉, 항모란 ‘육지 공항의 영향권에 닿는다.’라는 전제 아래에서는 그저 한낱 비싼 몸을 자랑하는 애물단지에 불과하다. 적어도 어디론가 침공할 필요가 없으며, 땅이 넓기까지 한 지금의 EU군이 가질만한 물건은 아니라는 거다. 제2차 세계대전이 종전되고 대부분의 식민지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도 국외에 영토를 가지고 있는 영국이라면 좀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다른 나라는 다 똑같다.
어쨌든 합동군의 공격에 작은 언덕 하나가 불지옥처럼 활활 타올랐다. 그들을 괴롭히던 저격수 또한 죽었으리라. 만일 죽지 않았더라도 적어도 더는 저격을 할 수 있는 몸은 아닐 거다.
“그들도 나름 필사적이겠지.”
언덕과는 꽤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폭발의 열기가 여기까지 느껴지고 있었다. 노출된 피부가 다 후끈거리는 것 같았다. 물론 기분 탓일지도 모르고, 뜨거운 차 기운이 몸에 돌아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젠 이 느낌이 빌어먹을 정도로 지긋지긋하다는 거다.
그들의 바로 뒤에는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도시가 있었다. 윗선에서는 정의니, 뭐니 입은 열심히 털고 있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어디까지나 외국인들이 거주하는 도시에 불과했다. 도저히 지킬 마음이 들지 않는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본인과는 일절 상관없는 만리타향에서 얼굴도 모르는 외국인들을 지키라니? 도저히 맨정신으로 할 일이 아니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알고 보니 담벼락 하나를 두고 반대편에 적군이 도사리고 있다는 일은 종종 있었다. 위치는커녕 앞뒤조차 분간하기 힘든 시가전에서는 현대전에서도 벌어지는 일이었다.
그런 일이 여기서도 벌어지고 있었다. 나무를 숨기려거든 숲에 숨기라고 했던가. 연합군 전차를 주차해둔 바로 뒷집에서 이슬람 해방 전선 테러리스트 수뇌부가 도사리고 있을 줄은 누가 알겠는가? 저질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얇은 벽 뒤에서 작은 언덕이 폭격당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대단하군. 우리도 저런 화력을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야.”
그들은 때때로 아둔할지언정 우둔하지는 않다. 화력에서 오는 전술의 수립 차이를 확실하게 깨닫고 있었다. 하지만 세계의 그 어떠한 국가보다도 이들이 빨리 접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이 드론이었다.
“그건 그거고 물건은 가져왔겠지?”
“아, 그럼요.”
사내는 손에서 과자 하나를 들고 껄껄거리며 웃었는데, 중국과 아프가니스탄의 혼혈이었으며 이란 태생이었다. 그러나 정작 그가 반평생을 살아온 나라는 이라크였고, 나머지 반평생은 사업에 종사하여 독일과 영국에서 살아갔다. 그것만이라면 그저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가는 사업가였겠으나. 일개 사업가 따위가 테러리스트를 만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다지 평범한 인물은 아니라는 뜻이렷다. 본디 다른 이름이 있으나, 지금은 사정이 있어서 영국에서 사업할 때 앨런 웨스커로 개명한 상태였다.
어쨌든 사업가가 들고 있는 과자를 본 테러리스트 지도자는 눈살을 찌푸렸다.
“혹시 그쪽 교리에는 과자를 먹지 말라는 교리도 있습니까?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만.”
지도자는 그건 아니라는 듯 여전히 찌푸린 표정으로 고개를 휘휘 저어댔다. 생명과 직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민감한 사안이었다.
“그럼?”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예?”
“그래서 오늘 온종일 굶었다네.”
잠시간의 정적이 흘렀다. 순간 여타 이슬람보다는 무슨 인도 산속 고행자를 접하는 기분이었다.
“내가 매번 생각하는 거지만, 당신네 무리는 상당히 그···. 독특한 발상을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원래 하려던 말은 ‘병신 같은’이었다. 자본주의의 참맛을 알고 자본주의를 잘 다룰 줄 아는 사람의 눈에는 이 지도자가 그렇게 이상해 보일 수가 없었다. 물론 상류층에서도 저런 사람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당장 목숨이 오늘내일하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저런 사고방식을 보인다니. 세상에나.
그러나 사상과 다르게 그들이 손에 쥐고 있는 돈만은 평등한 법이다. 세상에는 값만 제대로 쳐준다면 뭐든지 해주는 사람들이 있고, 웨스커는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내 나름의 깨달음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군.”
사실 이슬람 근본주의자를 상대로 이렇게 온전하게 대화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가 지도자 역할을 맡은 것이겠지만.
“그 과자. 포춘쿠키군.”
“중국산이죠.”
“포춘쿠키는 일본산이야. 어째서 중국에서 유래된 음식으로 알려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뇨. 중국에서 만들었다고요. PRC. MADE IN CHINA.”
또 한 번 불쾌한 침묵이 흘렀다. 침묵을 참다가 못해 웨스커가 먼저 입을 열었다.
“거기다 원래 이건 원조 분쟁이 대단한 과자잖아요. 당장 걸려 있는 원조 분쟁만 해도 몇 개인데, 그렇게 똑 부러지게 일본이 원조라고 말할 수 있어요?”
웨스커는 그렇게 말하고 포춘쿠키를 양쪽으로 쪼겠다. 보통 포춘쿠키라면 운세가 적혀 있지만, 이건 좀 특별한 포춘쿠키였다. 포춘쿠키 안에는 매우 작은 칩이 들어 있었다. 작다고는 해도 손가락 마디 하나 정도는 되었다.
“상당히 고전적인 방법인데. 이 칩 괜찮은 건가?”
반도체라는 건 굉장히 섬세한 물건이다. 전자기기가 제아무리 튼튼하다고 한들, 핵심이 되는 반도체에 손상이 가면 전자기기는 먹통이나 다름없다. 특히 이런 저장매체처럼 섬세한 것들은 더더욱.
“넣은 채로 굽는 게 아니라 적당히 식었을 무렵에 넣는 거니까요. 당신들이 우리 제품으로 만족하면 좋겠습니다만.”
“그러길 바라야지. 그건 그거고 이걸 가지고 잘도 국경을 통과했군.”
“중동은 다른 나라와는 달리 굉장히 보안이 허술하니까요. 대놓고 총칼만 가지고 있지 않으면 뭐든지 통과된다고요.”
“그래서 이 칩은 어떻게?”
“전용 컨버터가 있습니다.”
그는 반도체 단자에 이것저것 꽂더니, 이내 컴퓨터에 연결했다.
“어떻습니까. 이게 우리 프로그램입니다.”
일종의 트로이 목마의 변형이었다. 예전부터 유행했던 모조리 복호화시켜버리는 바이러스로 기업 단위에서 만든 가장 최신판의 바이러스였다. 기존 것들과 확연하게 다른 점이 있다면, 몇몇 랜섬웨어가 돈 없고 가난한 해커들의 돈벌이용이나 내면에 잠들어 있는 은밀한 가학성 따위를 충족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면 이건 테러리스트 사이버 전사를 위해 중소기업 하나가 작정하고 만든 바이러스였다는 점이다.
“현대전은 곧 전자전이죠. 심어주기만 하면 애걸복걸할 겁니다. 당신이 이 바이러스로 당신의 적을 협상장에 끌어올 수 있길 바라죠. 멍청하게 쓰지만 않으면 꽤 쓸만할 겁니다. 유통기한은 크게 한탕 하지 않는 한 3년 정도로 생각하십시오. 원래 바이러스란 게 다 그런 겁니다.”
매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에겐 마침 협상해야 할 상대가 있었던 탓이다.
“하나 더 있다고 하지 않았나?”
“아, 물론입니다.”
웨스커는 열쇠 꾸러미에서 USB 하나를 꺼냈다.
“이것도 프로그램인가?”
“아뇨. 프로그램이 아니라 바로 이 USB가 당신들에게 팔아먹을 물건입니다.”
“그저 USB 아닌가?”
“일단 외형은 그렇죠. 당신네 컴퓨터 중에 버려도 되는 컴퓨터가 있습니까?”
“하나 있지.”
그가 손짓하더니, 그의 부하가 꽤 연식이 있어 보이는 랩톱을 가져왔다.
“도스(DOS)?”
몇 년 전만 해도 그리 보기 어려운 물건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젠 슬슬 거리감이 느껴졌다. 문제는 USB 포트가 탑재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이었는데, 이는 컨버터로 해결했다.
“뭐,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USB만 꽂을 수 있느냐 없느냐였기 때문이다. USB 킬러를 꽂자마자 부품이 파열되면서 불꽃 튀는 소리와 함께 PC가 꺼졌고 다신 켜지지 않았다.
“이건?”
“이게 USB 킬러라는 겁니다. 컴퓨터에 고전압을 줘서 먹통으로 만들어버리는 물건인데, 제가 팔고자 하는 건 이것의 도면입니다. 심지어 배터리가 좀 크면 컴퓨터가 꺼져 있어도 써먹을 수 있죠. 원리만 알면 아주 쉽게 만들 수 있어요.”
웨스커는 자랑스레 설명하며 다시 열쇠고리에 꽂아 넣었다.
“어떻습니까? 이거면 항공기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USB 포트가 있는 최신식이긴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이걸 유심하게 살펴볼 나라는 없어요.”
“그것참 탐이 나는군.”
웨스커는 그의 눈빛이 바뀌었음을 알아차렸다. 꼭 테러리스트와 거래하면 이런 사람들이 있다. 쓸모가 다했다고 생각하면 가차 없이 제거하려는 사람들이.
“이건 다음 주 즈음에 보내드리겠습니다.”
“그건 아쉽군. 당장이라도 쓰고 싶었는데.”
“걱정하지 마십시오. 난 값만 치러준다면 뭐든지 구해줄 수 있습니다.”
“아, 저 집 앞에 있는 전차도 말인가?”
“원한다면.”
웨스커는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한 영국과 프랑스인이 보였는데, 이게 웬걸 프랑스인 한 명이 유럽에서 꽤 유명한 사람이었다.
“다만 당신들이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가격은 아닐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