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80)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79화(180/377)
< 179화 >
“프랑스라.”
에어포스 원이 프랑스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날아가는 도중에도 서류처리 업무는 끊임이 없었다. 다만 평소와 다른 점이 있었는데, 보고서의 양이 만만찮다는 거였다. 동남부에서 벌어진 대화재 탓이었는데, 이거 때문에 비서실장도 피곤한 표정이었다.
“양식(洋食)의 본고장이죠. 전 프랑스 음식(French)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사실 동양에서 양식이라고 하면 대부분 프랑스 음식을 뜻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현대의 양식은 대부분 프랑스에서 성립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트 퀴진이니 누벨 퀴진이니 전부 프랑스에서 나온 것인데, 요리의 장르를 크게 가르는 오트 퀴진과 누벨 퀴진은 전설적인 프랑스 요리사들의 이름을 딴 것이다. 프랑스 요리의 독창성과 창조성은 대부분 누벨의 급진적 사고방식에서 비롯되었고, 이는 프랑스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요리 국가로 자리매김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양식은 무슨 엘랑의 본고장이자, 항복의 본고장이지.”
물론 이거야 음식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나 알고 있는 거고, 전쟁 쪽에 좀 더 관심이 많은 사람은 ‘프랑스 대육군 시절’과 ‘약체화된 프랑스 육군’만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어째 프랑스는 보불전쟁 이후로 한 번도 이긴 역사가 없다.
그 이후로 이어진 제2차 세계대전에서도,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에서도, 알제리 독집 전쟁에서도 패전에 패전을 거듭했다. 요컨대 패배의 역사로 점칠 된 나라라고 해도 좋았다. 최근에서야 EU라는 형태로 중동을 상대로 드디어 이겨서 패배의 역사를 씻나 싶었더니,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절대로 끝나지 않는 수렁과도 같은 전쟁을 시작하였다.
“예?”
“아무것도 아닐세. 공항이 파업만 안 했으면 좋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공항이 어떻게 파업을 하겠습니까.”
“자네도 역사를 배웠으면 알 거 아닌가. 여긴 그런 나라라네. ‘혹시 파업이 꼬우신가요? 그럼 우리의 요구를 들어달라!’라고 하고 뭐든지 하는 나라라고. 최초에 일어난 혁명 이후로 저 나라에서 혁명만 몇 번이 일어났는지 아나?”
“파업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니죠. 자신들에게 주어진 타당한 권리를 쟁취하려는 것이니까요.”
“그 시위를 막기 힘들다고 경찰까지 파업하고 있는 꼴을 보고 있으면 생각이 좀 바뀔걸.”
“그건 좀 심하긴 했네요.”
잡담이 오가는 와중에도 충실하게 손을 놀리고 있었다. 그러나 줄어들 낌새가 보이지 않았는데, 이는 대화재 때문이었다. 비가 오기 전에 나무를 다시 심어야 할 지경이었다. 비가 오면 산사태가 벌어질 것이고, 토양도 상당수 유실될 우려가 있었다. 다만 칡이 전부 불타지 않았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되리라.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나? 칡을 제거하려고 그렇게 많은 돈을 들였는데, 이젠 그 칡을 제거하면 안 된다니!
“곧 착륙이로군.”
착륙한 부시는 바로 회담장으로 이동했다.
이번 것은 각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만들어진 긴급회의였다. 참여국은 EU 회원국 전원과 미국 그리고 캐나다. 중국과 러시아와 급진적으로 국가 연합 체계를 갖춰가고 있는 아세안 그리고 아프가니스탄과 서이라크가 있었다.
이 나라들의 공통점은 중동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게 테러를 한 번씩 당했다는 점이었다.
‘부를 거면 G20 회의에서나 부르지.’
하긴 지금이야 G20이 아니라 G20 재무장관회의이긴 했다. 조만간 정상회의로 재구성할 생각을 하곤 있으나,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지금 시국에 별로 오고 싶진 않았는데.’
일단 중요도로 따지자면 화의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손수 오긴 했으나, 솔직히 오고 싶지는 않았다. 당장 동남부가 활활 타오르고 있는데 외국으로 가고 싶은 지도자가 어디 있겠나? 물론 국민이 굶어 죽을 때 바비큐 파티를 하는 중동 독재자나, 허리케인으로 미국 동남부가 개차반이 날 때 골프 치던 대통령도 있긴 하다만.
‘아, 그게 이 몸이네.’
물론 이제 골프고 뭐고 지금과 같이 색다른 일이 없으면 백악관에 붙어서 어디 다니지도 않으니 그럴 일이 없긴 했다. 허리케인 자체가 오지 않는 게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심심하면 몰아치는 허리케인이 오지 않을 리가 있나.
“중동 안정화에 대한 긴급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이렇게 들렸다.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긴급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라고 말이다. 각국 정상들이 모여 있는 긴급회의였으며, 통상적인 회의 규칙을 따르지 않고 나라별로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며 자유로운 발언이 가능했다.
구태여 중동 안정이라고 에둘러 표현한 이유는 중동이 안정되면 테러도 없을 것이라고 희망적으로 관측했던 탓이다. 물론 표면적인 이유였던 탓에 웬만한 지도자는 테러 대책에 대해서 논했다. 맹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을 제외하면 중동에 파병하고 있을 뿐 영향력을 직접 행사하고 있지 않은 탓도 있었고 말이다. 자국 영토를 지키는 게 우선이었다.
물론 드물게 중동 안정에 대한 의견이 나오기는 했다. 선에서 말이다.
예를 들면 중동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적이지 않은 선진 검문검색 강화라던가, 공항 검색대 공동 개발 및 보안 강화 법안 등 온갖 아이디어가 난잡하고 산발적인 형태로 난무했다.
EU 회원국들의 차례가 지났다. 이들의 독특한 아이디어는 최종적으로는 한가지로 귀결되었는데, ‘이제 난민들 그만 받고 싶다.’랑 ‘어쨌든 다양한 방법으로 검문검색을 강화하자.’ 정도가 되시겠다.
다음은 러시아의 차례였는데, 가장 대테러 경험이 풍부한 나라였기 때문에 다른 나라 이상으로 이목이 집중했다. 도대체 어떤 대책을 내놓을까?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은 오직 한마디를 내뱉었을 뿐이었다.
“우리는 테러와 협상하지 않습니다.”
뭔가 더 발언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 다음 주자인 리커창이 침묵을 지키고 있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은 정말로 끝이라는 듯 등을 의자에 기대기까지 했다.
푸틴이 누구이며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그리고 러시아 대테러작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그럼 그렇지라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잘 모르는 사람들은 몹시 황당해했을 뿐이었다.
이어서 리커창은 이렇게 말했다.
“중국은 현 체제를 유지할 겁니다.”
중국은 아주 초기에만 잠깐 테러가 있었고, 그 이후로는 테러를 경험한 적이 없다. 중국을 휩쓸고 있는 강력한 질병들은 테러리스트들조차 발을 돌리는 굳건한 갑옷이 되었고, 계엄령이나 다름없었던 단절과 배급 사회는 테러범과도 같은 거동수상자를 잡아들이기 최적화된 사회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수민족을 비롯한 외국인이란 외국인은 전부 검문검색의 대상이었다.
그렇기에 소수민족으로부터의 해방 및 독립 요구 테러면 모를까, 이슬람 주도의 테러가 터질 레야 터질 수가 없는 환경이었다.
다음은 아세안이었는데, 이들은 그렇다 할 대책을 찾지 못했다. 그 테러범이라는 것들이 외국인이 아니라 자국민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가장 골이 아픈 부분이었다. 이는 미국도 비슷하게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했다. 다만 아세안이 이슬람으로부터 비롯된 테러였다면, 미국은 무분별한 총기 난사에서 비롯된 문제였다.
그러나 아예 아무것도 얻어가지 못한 건 아니었고, 맹주국인 인도네시아의 호소를 통해 미국과 EU로부터 훈련 및 기술 협력 약속을 얻었다.
캐나다는 정말로 뜬금없게 얻어맞고 있었다. 이유인즉, 2003년 초에 폴 마틴 총리가 집권하게 되면서 정치적인 이유로 인기를 얻기 위해서 다소 과격한 발언을 했는데, 그게 너무 유명해지면서 테러리스트들의 심기를 제대로 거슬러버리고 말았다. 국민의 지지를 얻어내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무차별 테러를 다섯 번이나 허용하는 수모를 겪게 되었다.
“저희는 중동에 캐나다군을 파병할 용의가 있습니다.”
이는 테러를 상대로 절대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으며, 캐나다 국민이 내놓은 대답이기도 했다. 테러는 높은 전쟁 지지를 끌어내기에 너무나도 충분했다. 물론 전쟁은 아니었지만, 여하튼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폴 마틴은 뭐라도 보여줘야 했고,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었다.
통상전이였다면 캐나다를 건드리기 전에 미국이나 영국을 먼저 건드려야 했지만, 이게 하필 통상전이 아니라 테러인지라 문제였다. 어쨌든 제4사단에서 억지로 차출한 2기계화 보병 사단을 파병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고 캐나다의 순번은 끝이 났다.
서이라크는 EU군을 통한 평화유지를 지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주국방을 보장받기 위해서 조심스럽게 매번 하던 훈련 협조를 부탁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중동에서의 현지인들에 대한 존중을 강조했다. 서이라크는 원래 군대라는 게 어딘가에 주둔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그게 자국군이든 해외군이든 말이다. 서이라크는 그중 해외군들이 주둔하게 되면서 으레 겪게 되는 문제들을 겪고 있었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이제는 꽤 노쇠해진 모하마드는 이렇게 말했다.
“중동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전 세계와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합니다.”
이는 서방 세계의 마음에 쏙 드는 말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은 사실상 미국을 등에 업고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실상 미국이 마음에 들 법한 말을 가져왔다. 게다가 한 10년 후면 모를까, 지금 당장은 미국이 없으면 나라 자체가 마치 바람 앞의 호롱불과도 같기에 발언 자체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미국이었다. 협조를 받은 나라마다 미국의 대테러작전이나 보안정책은 별로 참고할만한 게 못 된다는 평을 했다. 이는 보안 기술 수준이 낮다는 게 아니라, 대테러작전에 들어가는 예산의 차이가 심각했기 때문이었다.
미국의 경우 이론과 실제에서 온 괴리와 구멍을 그냥 사람을 더 뽑고 예산을 증가시켜서 메꿔 버렸다. 이는 미국조차도 오로지 예산이 가나안의 젖과 꿀처럼 넘쳐흐르는 지금만 가능한 미봉책에 불과했다.
물론 일단 CCTV 인프라를 구축해놓으면 그 예산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되리라 생각하고 있긴 했다. CCTV가 있는 곳에서 범법률은 획기적일 정도로 줄어들었고, 범죄자들을 추적하는 일도 한결 쉬워졌다.
이 프로그램은 시범적으로 범죄의 도시라고 불리는 디트로이트와 세인트루이스에서 시행되었다.
이렇게 모든 국가의 초기 발언이 종료되었다. 이젠 자유 토론으로 넘어갈 무렵이었다. 2차 토론이라고 해도 좋았다. 앞으로 각국의 지도자마다 20분의 자유 발언이 허가되어 있었고, 각국은 자기가 할 말이 적힌 서류를 정리했다. 자유 토론은 아무 때나 있는 기회가 아니었다. 반면 이미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버린 지도자도 있었다. 대표적으로는 러시아의 지도자인 블라디미르 푸틴 같은 사람이었다.
가장 먼저 프랑스 대통령인 자크 르네 시라크가 입을 열려고 했다.
정확히는 입을 열려 했으나, 바로 그때 프랑스 파리에 인접한 상공에서 동시다발적인 ‘하이재킹’이 벌어졌다는 소식만 듣지 않았어도 발언을 했을 거라는 소리다.
누군지는 알 수 없으나, 혼란스러운 와중에 서툰 영어로 ‘9.11’이라는 말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것이 기폭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