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82)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81화(182/377)
< 181화 >
레몽은 잘 단련된 주먹으로 가장 가까이 있던 테러리스트의 면상에 내리꽂았다.
이에 이 난동을 제압하기 위해서 작살총이 발사되었으나, 그들이 간과한 게 있었다. 캐리어는 생각보다 두껍다는 점이었다. 캐리어를 구성하고 있는 껍질도 껍질이었지만,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건 보통 대부분 옷과 세면도구였다.
옷이란 게 예상외로 질겨서 여러 겹 껴입으면 구식 머스킷도 막을 수 있다. 이것이 발전되어 6.25 시절 한국에서는 목화솜으로 만든 이불은 총알도 막을 수 있다는 낭설이 퍼지곤 했다.
결과적으로 캐리어는 임시에 불과하지만, ‘방패’라는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었다.
“재장전!”
한 번 발사하면 다시 장전해야 하는 작살총 특성상 발사하면 무방비 상태가 되는데, 정면에서 몇몇 인원만 발사한 것을 보면 이미 이 사태에 대해서 철저한 훈련을 받은 거 같았다. 교차 사격으로 인해 아군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건 훈련 받은 이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교대하여 쏘는 그들은 마치 18세기 전열 보병과도 같았다.
“저 새끼 저거 잡아!”
“저놈들 때려잡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본 다른 승객들이 너도나도 캐리어나 손가방 따위를 들고 저항을 시작했다는 점에 있다. 열병기가 냉병기를 압도할 수 있게 된 것은 냉병기는 따라오지조차 못할 연사력이 아니던가? 작살총은 일반적인 화기와는 다르게 연사할 수도 없었고
“다들 자리에 앉아! 앉지 못해?”
물량에 장사 없다고 휘두른 묵직한 캐리어나 온갖 잡기(雜器)가 들어 있는 여성들의 손가방은 맞으면 멍으로 끝날 게 아니었다. 게다가 건장한 성인 남성의 매콤 주먹맛을 얼굴로 여러 번 맛보고 나면 어김없이 그 자리에 기절하고 작살총을 빼앗겼다.
그래도 테러범이 열넷씩이나 되고 건장한 사내들이다 보니까 그 과정에서 다리나 팔에 작살을 맞거나 휘두른 작살총에 얼굴을 맞는 등 간혹 중상자가 나오기도 했지만, 그저 그뿐이었다. 정말로 다행스럽게도 죽은 사람은 없었다.
정확히는 인질 중에서 사망자가 없었다는 뜻이었고 테러범 몇이 인질들의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이건 좋지 않군.”
상황이 좋지 않게 돌아가고 있음을 깨달은 대장이 목을 가다듬고 기내 방송으로 소리 질렀다.
「여러분 지금 이해하지 못한 것 같소만, 이 비행기에는 폭탄이 설치되어 있소. 다시 말해 여러분이 지금 진정하지 않으면 내 손이 그 기폭장치를 눌러버릴 거 같단 말입니다. 이해했습니까?」
당장이라도 테러범들을 찢어 죽이려고 했던 군중들이 그 말을 듣자마자 순한 양으로 변모했다. 누구나 목숨은 소중한 법이었다. 기내에서 기장을 위협하던 부하가 객실로 나와서 난장판을 정리했다.
그러나 이미 대원들 대부분 몰매를 맞아 죽거나 작전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반병신이 되어있었다. 어찌나 맛깔나게 맞았는지, 몸에 성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별수 없이 몇몇 인질을 시켜서 어떻게 질질 끌고 조종실로 들어갔는데, 조종실은 본디 그리 넓은 방이 아닌지라, 하는 수 없이 한 줄을 비우고 비어 있는 자리에 묶어놓는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제기랄! 죽었어?」
「대장, 방송 아직 안 껏-.」
이윽고 기내 방송이 꺼지고 고요가 찾아왔다. 막상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폭탄이 걸리자 툭하면 ‘엘랑! 엘랑!’거리는 레몽도 이번만큼은 얌전했다. 그러나 그 정적은 오래 가지 않았다.
“전투기?”
이질적인 소음에 창문을 바라본 누군가가 중얼거렸고, 모두가 창문을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것은 프랑스 주력기인 미라주2000이었는데, 라팔이 아니라 미라주2000인 이유는 군에 실전 배치되어있는 라팔은 아직 해군의 라팔M 밖에 없었고, 공군은 초도배치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미라주2000은 명기 중의 명기였던데다가, 일단은 전투기였기 때문에 도시 위를 선회하느라 느려터진 여객기 하나 따라잡기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조종실을 장악하고 있던 부하가 이번에는 직접 인질로 잡기 위해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노인을 향해 플라스틱 칼을 들고 다가가고 있었다. 노인은 이 소란에도 자고 있었다.
“에이 시팔! 재수도 없지!”
그런데 갑자기 웬 아시아인 하나가 튀어나와서 몸으로 그를 밀쳤고, 아마도 재수가 없는 건 그 아시아인이 아니라 테러범이었던 모양이다. 넘어지면서 머리를 좌석에 찧곤 머리가 깨져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깨졌다고 해도 수박처럼 깨진 게 아니었으나, 머리에서 흐르는 피의 양을 보면 도저히 살아날 수준이 아니었다.
폭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튀어나온 이유는 ‘폭탄이 가짜이거나, 모종의 사유로 최소한 지금은 터뜨릴 수 없다. 거기다 전투기까지 따라붙었으니, 지금이 골든 타임이며 최후의 기회다.’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지랄 맞은! 내가 왜 프랑스까지 와서 이런 개 같은 일을!”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기에 조금 당황하긴 했으나 금세 회복했다. 제아무리 얼떨결이라지만, 사람 하나를 죽여놓고 멀쩡하게 욕지거리를 내뱉을 수 있는 것은 이 사내가 절대로 일반인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했다.
대한민국 국정원 소속 요원인 ‘민환’은 바닥에 떨어진 플라스틱 칼을 멀리 차버리곤 검지와 중지를 동맥에 대서 맥박이 뛰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테러범이었던 것에서 떨어졌다.
‘뭐가 제대로 꼬여서 해외로 파견되는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여기서 죽을 수는 없지.’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대장이 이번만큼은 진짜 못 봐주겠다는 듯 양손에 작살총을 들고 직접 민환을 쏘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비행기에서는 절대로 날 수 없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건 바로 ‘총소리’였다.
“CIA는 때때로 비행기에서 권총을 들 수 있지.”
‘크루거’의 손에 들려 있는 총은 군용으로 쓰이는 베레타 M9이었다.
“그렇지만 기내 총 반입하는 거 인터폴이 아니면 불법이죠?”
“조용히 해. 인마, 죽는 것보단 났잖아.”
“그건 그렇죠.”
대화로 티키타카가 끝나자, 후배가 명품 핸드백에서 권총을 뽑아 들었다. 군용을 쓰는 선배와는 달리 민수용 P226이었는데, 민수용이라도 어차피 군용하고 들어가는 총알 구경도 똑같았고 맞으면 아픈 것도 매한가지였다.
“거, 대장인지 뭔지 당장 그 작살총이랑 기폭장치 내려놓지 않으면 이 새끼 죽는다!”
어느새 크루거는 아까 몰매를 맞고 기절한 테러범의 머리에 정확히 겨누고 있었다. 대장이 고민하는 거 같은 낌새를 보이자 본보기로 허벅지에 한 발 쐈다. 그는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제대로 몸을 가누지조차 못했다.
“이런 제기랄.”
테러범들의 대장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동시에 레몽의 뇌리에는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자, 이제 누가 테러범이지?’
그 꼬락서니를 지켜보고 있던 대장은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이내 크게 한숨을 내뱉었다.
“좋소. 다 끝난 거 항복하겠소.”
긴장이 풀린 모양인지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작살총마저 떨어뜨렸다.
“아주 좋아, 두 손을 들고 천천히 이리로···.”
대장은 대뜸 발로 기장을 걷어찼는데, 기장은 마치 허수아비처럼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기절했는지 죽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문제는 그 탓에 기체가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거다. 어찌나 흔들렸던지 모든 사람이 균형을 잃고 중력에 휘둘리기 시작했다.
“내 인생을 알라께 말이오.”
이슬람은 하느님께 복종하는 자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그야말로 참된 ‘무슬림’이었다. 정작 그들이 모시는 하느님이 그를 어떻게 생각할지는 둘째치고,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게는 이보다 더한 순교자도 없을 터였다.
“으어어, 이게 다 뭐시여.”
후배가 놓친 권총은 하늘로 붕 뜨더니 검은색 궤적을 그리며 한 사람의 손아귀에 쏙 들어갔다. 우연의 일치라는 말이 이보다 어울릴 수는 없었다.
권총을 받은 사람은 방금 일어나 간신히 사태를 파악한 ‘다리를 쓰지 못하는’ 노인이었다.
약속대로 몸을 고쳐주기로 했는데, 서이라크에서는 고칠 수가 없어 프랑스로 옮기는 도중이었다. 본디 노인을 보호해줄 보호자가 필요했지만, 노인은 죄다 거절했다. 거추장스럽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만 최대한 타협을 해서 프랑스에서는 보호자가 붙기로 했지만, 일단 기내에 같이 타지는 않았다.
‘권총은 별로 다뤄본 적 없는데.’
이는 사실이었다. 반평생 이상으로 저격수로 살아오면서 권총을 쓸 정도로 가까이 다가오기 전에 소총으로 전부 죽였으므로 권총은 그다지 쓰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게 권총을 못 쏜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이렇게 다루는 거였던가?’
거의 맞을 뻔했으나, 정말로 안타깝게도 빗나가고 말았다. 병환이 짙어져 제대로 손을 쓰지도 못하는 데다가, 비행기가 미친 듯이 좌우로 흔들리고 있어 난장판이니 빗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환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노인은 소총이었다면 맞았을 것이라며 속으로 아쉬워했다.
그러나 총에는 아직 많은 탄이 남아 있었다. 차탄을 쏘면 될 뿐이다. 노인은 자신의 모든 역량을 활용해 떨리는 손으로 다시 조준했다.
그때였다. 비행기가 지금 이상으로 흔들리기 시작한 건.
훗날 인터뷰에서 그때 든 생각을 말하길, 오직 민간인들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발언했으나, 실제로 당시 했던 가장 ‘강렬한 생각’은 다음과 같았다.
‘아, 안돼! 내 퍼즐!’
‘레몽’이 9시간 동안 맞춘 퍼즐이 공중에 떴고, ‘민환’의 얼굴에 쏟아져 내렸고, 그가 놓친 캐리어에 CIA ‘크루거’가 맞고 넘어졌다. 그렇게 넘어진 크루거는 ‘후배’와 부딪혔고, 후배가 놓친 명품 핸드백은 ‘노인’의 손에 맞았다. 노인이 놓친 총은 중력에 의해 ‘대장’의 손에 들어갔다.
아,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나? 아니면 운명이라고 해야 하나?
“알라 후 아크바르! 알라시여. 언제나 저는 당신을 믿습니다.”
한 명이 빠진 것 같다면, 절대로 기분 탓이 아니었다. ‘압둘라’가 떨어뜨린 작은 게임기는 객실 가장 뒤까지 갔다가, 중력에 의해 뒤늦게 날아와 대장의 면상을 때렸다.
“알라시여!”
어차피 휴대용 게임기인지라 금세 시야를 회복했지만, 혼잡한 상황 속에서 그 작은 틈은 실로 치명적이었다.
후배의 P226이 불을 뿜었고,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
“흐어어.”
대장은 자신의 가슴에서 나는 소리를 들었다. 사실 그것이 귀로 들었는지조차 불분명했다. 분명 난생처음 듣는 소리였으나, 이것이 무슨 소리인지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은 생명이 빠져나가는 소리였다.
“알라···.”
그는 마지막 남은 숨으로 자신이 섬기는 신의 이름을 흐느꼈다.
“일단 이슬람을 위해서 말해두겠지만, 알라는 저렇게 잔혹하지 않아. 굉장히 자비로우신 분이라고.”
유일하게 멀쩡한 무슬림인 압둘라가 이슬람을 대변했지만, 아무도 듣고 있지 않았다.
“아무나 저 미친 조종간 좀 잡아봐!”
왜냐면 비행기는 여전히 추락 중이었으니까.
이 비행기가 샤를 드 골 공항에 무사히 착륙하게 된 건 좀 나중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