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83)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82화(183/377)
< 182화 >
프랑스에서 제공하는 벙커로 도피했다. 무질서한 도피는 더 큰 참사를 불러올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각국의 정상들인 만큼 한 명이라도 사망한다면 프랑스에서나 해당국에서나 그냥 불행한 사고로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
쉽게 말하면 외교 문제였다. 물론 그게 전쟁으로까지 번지지야 않겠지만, 자칫 발을 잘못 들이면 세계가 평화 노선에서 터지기 쉬운 화약고 수준으로 변해버릴 수준은 되리라. 이 시대에 강대국들이 전쟁이라도 했다간 점령하고 땡 치는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어쨌든 프랑스 정부의 벙커로 대피한 사람 중에는 미국의 대통령도 있었다. 남의 나라의 그것도 퀴퀴한 냄새가 나는 벙커 안에서 큰 불편함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그렇다고 못 참을 정도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다만 모든 상황을 한 다리 건너 듣는 게 좀 답답하긴 했다. 대부분의 대화가 영어가 아니라 프랑스어로 돌아가고 있었기에 일어난 문제이기도 했지만, 벙커와 밖으로 이어지는 라인이 하나밖에 없었기에 벌어진 일이기도 했다. 다시 말하자면 모든 외부와의 통신이 끊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야?”
그러니 이런 소식을 들어도 잘 믿어지지 않는 게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납치된 비행기 한 대가 자력으로 무사 귀환했다고?”
“그렇다고 합니다.”
‘축하해야 할 일이긴 한데.’
도저히 어떻게 된 노릇인지 알 수가 없어 기쁘기보다는 곤란할 뿐이었다. 그래도 일단은 담담한 축하를 보내었다.
“남은 2기에 우리 미국인은 없나?”
“아마도 몇몇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지금 알아보는 중입니다.”
그렇게 이야기가 오가는 동안, 부시를 비롯한 세계 각국 정상들의 축하는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의 귀에 제대로 전달되었다.
브리핑룸에서 정작 축하를 받은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표정은 굳어 있었지만, 사소한 일이리라. 그도 그럴 것이 셋 중 하나가 해결되었을 뿐이었다. 자크 시라크는 저도 모르게 별로 있지도 않은 머리카락을 감싸 쥐었다가, 깜짝 놀라 머리에서 손을 떼었다. 얼마 남지 않은 생명과도 같은 머리카락이었다. 머리카락을 쥐어뜯는 끔찍한 행위는 그 어떠한 경우라도 허용되어선 아니 되었다.
가장 화가 치밀어오르는 건, 이런 사태에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는 점에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보안법을 제정비하고 모든 항공기의 조종석 문을 두껍게 개조하거나 아예 바꿔버리는 중이었는데, 그 와중에 이런 일이 터졌다.
하이재킹이 일어났을 때,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본적으로 언론 통제와 대테러부대를 투입하는 것이다. 문제는 언론 통제 따위는 후폭풍을 줄이는 것이지 문제 자체의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었다.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는 대테러부대는 결국 어떤 식으로든 비행기가 공항으로 내려왔을 때나 가능한 일이었고, 상공에 있으면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테러범과의 협상뿐이었다.
‘환장하겠군.’
어쩌면 EU군이 중동에서 철수하는 것도 일종의 해결책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식으로 해결할 경우 테러범들에게 테러가 통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었다.
게다가 프랑스가 ‘중동에서 철수하자!’라고 해서 다른 나라들이 그렇게 순순히 따라줄 리가 없잖은가. 차라리 프랑스와의 개인적인 협상이었으면 전략을 짜기에 조금 편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저 비행기 2대가 에펠탑에 꼬라박는 한이 있더라도 정말로 중동에서 철수할 생각은 없었지만.
‘이런 빌어먹을. 러시아가 부러워 보일 때가 생길 줄은 몰랐는데.’
만약 러시아였다면 일이 수월했을 거다. 그러니까 둘 중 하나다. 지금쯤 비행기를 전투기가 격추해서 하늘의 별이 되었거나, 아니면 지대공 미사일이 비행기를 격추해서 땅에 안정적으로 추락했거나. 그것조차 아니면 어떻게든 공항까지 유도해서 바로 대테러부대를 투입했으리라. 대테러부대의 정의감이나, 충실함과는 달리 방침상 인질의 안전 따위는 신경 쓰지 않으니까.
“끔찍하군. 방법이 없어.”
그는 무의식적으로 자꾸만 머리카락으로 가려는 손을 제지하곤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렇지 않아도 방금 머리를 쥐어짠 덕분에 크게 한 움큼 빠져 있었다. 상황이 이렇지만 않았으면 체면이고 나발이고 기겁부터 했을 거다.
한숨을 내쉬고 있는 동안에도 시간은 흘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윽고 상황에 변화가 생겼다.
“대통령님?”
“또 뭔가?”
자력으로 비행기의 조종권을 재탈취해서 공항에 착륙했다는 아까의 소식처럼, 이번에도 제발 좋은 소식이길 빌었지만, 안타깝게도 그가 원하는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지금까지와는 명확히 다른 움직임이 포착되었습니다.”
그 말은 즉, 더는 파리 상공을 빙빙 돌고 있지 않다는 말이렷다. 시점에 따라서는 어찌 보면 희소식이라고 해도 좋았다. 왜냐면 격추하더라도 파리 시내에 비행기가 떨어질 일은 없었으니까.
“긍정적인 변화는 아닌 모양이군.”
사건 발생 직후부터 협상팀이 꾸준하게 공항으로 착륙하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몇 시간 안에 EU군이 철수할 수는 없고, 남은 연료는 그리 많지 않으니 연료라도 채우라는 논지였는데, 그것마저 듣고 있지 않았다.
‘혹시 노리는 바가 다른가?’
이쯤 되면 굉장히 수상했다. 이들은 말이나 행동이 앞뒤가 맞지 않는 거나 모순된 게 너무 많았다. 하긴 범죄자들은 사고방식 자체가 다르다는 말도 있잖은가. 여기야 적막이 감도는 벙커 안이지만, 의회는 하원이고 상원이고 그냥 혼돈 그 자체였다.
“예, 파리에서 다시 중동 쪽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습니다만. 적어도 프랑스에서 벗어날 요량인 것 같습니다.”
“별도의 대책을 수립해야겠군.”
별도의 대책이라도 해도 별거 없었다. 비행기는 결국 연료가 없어지면 긴급 착륙을 하게 되어 있었다. 공항에 내릴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어디에다가 9.11이라도 재현할 모양인데, 자크 시라크라는 사람이 그것을 그냥 보고만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
가만히 둬서 어디 도시에 꼬라박고 피해를 증대하느니, 차라리 한적한 곳에서 격추하는 게 나을지 몰랐다. 전투기가 붙어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 아닌가?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하는 거다.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이라, 트롤리 딜레마 그 자체로군.’
차라리 9년 전 8969편처럼 재급유를 위해서 공항에 착륙해주면 고맙겠지만, 선례가 있었던 만큼 순순히 착륙하진 않으리라. 만일 착륙하더라도 프랑스 내에서 착륙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예상 경로마다 GIGN 파견 요청이라도 보내야겠군.”
GIGN이란 프랑스의 대테러부대인데, 전 세계적으로 비교해봐도 훈련도에 있어서나, 실적에 있어서나 여러모로 상당히 뛰어난 대테러부대였다. 이들을 투입할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되리라.
그는 항공기가 실시간으로 움직이고 있는 디지털 지도 위에 점 두 개를 뚫어지라 노려보았다. 항공기는 천천히 남동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 중 첫 번째 비행기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계획대로 간다! 대장팀이 제대로 해내지 못한 건 실로 유감이지만, 어쩔 수 없지.”
테러범이 어깨에 작살총을 짊어지고 큰소리로 동료들을 격려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장이 맡았던 에펠탑 붕괴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대장들은 적어도 싸우다가 죽었다. 알라의 곁으로 갔다 이 말이지. 그것을 기뻐하자.”
자신을 포함한 나머지 2기는 인질들을 싣고 이란에 착륙한 뒤 연료를 보급하고 각각 최종적으로 필리핀과 가나로 가게 되어 있었다. 필리핀과 가나에는 알 카에다의 아지트라고 할만한 게 여럿 있었다. 사실 아지트보다는 협력자들이 많고 정부의 힘이 약하다는 점이 더 유효하긴 했지만.
처음 계획은 탈취한 3기 전부 파리 시내의 주요 시설에 타격을 주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 계획이 생각보다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막말로 자살 테러에 동조하고 싶은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알 카에다의 전투원 중에 오래 살고 싶은 사람은 많아도 순교하고 싶은 사람은 별로 없었다. 물론 위로 올라가면 그런 사람들이 꽤 있긴 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있는 거지 알 카에다에 소속된 모두가 전부 광신적일 수는 없었다. 대장도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지원자만 대장과 함께했고, 나머지는 일반적인 비행기 탈취 임무를 맡게 된 것이다.
정확히는 재급유가 협상이 끝나고 다시 비행기가 공중으로 뜨고 나면 대장팀이 파리에 자살 테러를 감행하고, 나머지는 각자 도착지로 가서 인질들로 EU를 비롯한 외척이 중동에서 나가도록 협상하는 것이 목표였다.
‘고작 하나가 빠졌을 뿐이다.’
막말로 최종 목적만 이룰 수 있다면 과정이야 어떻든 상관없었다. 중동에서 일단 EU를 몰아내고 나면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계획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오스만 제국’의 재림을 선포할 예정이었다.
“우리의 계획에 별 차질은 없다. 이란 쪽의 동지들하곤 연락이 잘 되고 있나?”
“협상 준비가 거의 끝나간다고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협상이란 무엇인가 하면, 이란의 몇몇 장소에 폭탄을 설치해서 이 항공기에 급유하지 않으면 터뜨리겠다고 협박하는 것이다. 프랑스야 절대 넣지 말라고 하겠지만, 막말로 이란이 프랑스랑 무슨 상관인가? 게다가 이란과 프랑스는 이미 사이도 별로 좋지 않았고 외교 갈등도 심한 편이었다.
더불어 눈치가 좀 보이긴 해도 요구사항을 들어줄 확률이 높은 이유가 또 있었는데, 그건 바로 이란이 이슬람 국가라는 점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나날이 위축되어 가고 있는 이슬람 세력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이란이 자국민의 안전이 걸려 있다는 핑계까지 생겨버리면 그야말로 거칠 것이 없었다.
‘그야말로 테러의 테러인 셈이군.’
이젠 고인이 된 대장의 이론대로 되어줄 것이란 보장은 없었지만, 이게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방법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대장이 머리 하나는 잘 굴렸지. 포섭을 위한 마성도 상당했고.’
당장 자신만 해도 그런 대장의 마성에 끌린 사람 중 한 명이 아니던가? 자살은 도저히 무리였지만, 그래도 수틀리면 자살공격이 예정되어 있었다. 파리에서 벗어나 ‘저 전투기가 따라오면 인질을 30분마다 한 명씩 죽이겠다.’라고 협박하니 의외로 전투기는 물러갔다. 문제가 있다면 마치 교대라도 하듯 이번에는 이탈리아의 공군이 따라붙었다는 점이었다. 국경을 넘은 탓이었다.
“수틀리면 바티칸에 박겠다고 협박해야겠군.”
그리고 실제로도 그러고 싶었다. 멀쩡한 정신으로는 못하겠지만, 궁지에 몰리면 뭔들 못하겠는가?
“그런데 이탈리아 공군기가 저렇게 생겼던가?”
이탈리아는 이번에 신형으로 들어온 유로파이터를 쓰는 줄 알았는데, 어째 그 지긋지긋한 미 공군이 쓰는 비행기와 비슷해 보였다.
“리더, 그것보다 신원 파악이 끝났어요.”
컴퓨터가 없어서 종이에 펜으로 여권과 개인 소지품으로 일일이 대조해가며 손수 적을 수밖에 없었다.
“거물이 좀 있더라고요.”
그것참 좋은 소식이었다. 거물이 있으면 협상에 유리했다.
“미국의 정치인이고. 이름이···. 칼 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