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84)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83화(184/377)
< 183화 >
“대통령님.”
수행비서가 다급하게 새로운 소식을 들고 왔다. 자크 시라크는 그 소식이 좋은 소식이길 바랐지만, 격추를 제외하고 가장 끔찍한 소식이었다.
“납치당한 비행기 2기 전부 이란 영공으로 진입했다고 합니다.”
프랑스야 세계 각국의 정상들에게 테러범이 납치한 비행기에 연료를 절대로 내주지 말라고 누누이 경고했으나, 하필 이란이라니?
“그 이란은 뭐라던가?”
“그게···.”
수행비서는 말을 제대로 꺼내지 못하고 우물쭈물할 뿐이었다. 이 말을 꺼내는 순간 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하실지 눈에 선했기 때문이었다.
“자기들이 알아서 하겠다고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말을 들은 자크 시라크는 격노했다. 주먹을 쥐고 한참을 부들거리더니, 이내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우리랑 전쟁이라도 하고 싶다고 하던가?”
그의 눈은 고요하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얼굴을 시뻘겋게 변했고, 어금니에서는 명백한 파열음이 들렸다. 한편으로는 이 일련의 행동들이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누르고 진정하려는 듯 애를 쓰는 것으로도 보였다.
“아니, 아닐세. 못 들은 것으로 해주게나.”
친애하는 대통령의 부탁 아닌 명령에 그는 침묵으로 대답했다. 자크 시라크는 식은땀으로 축축해진 머리를 손으로 올렸다. 지난 9년간의 대통령 생활 도중 이렇게나 속에서 천불이 올라오면서 동시에 심장까지 졸이던 때가 도대체 몇 번이나 있었지? 자크 시라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손으로는 열심히 대책을 적어냈다.
이란은 협조해 줄 가능성이 거의 없다. 도리어 적당한 선에서 테러범들을 도와줄지도 모르겠다.
이대로 먼 해외까지 도망치면, 해당 국가에 병력을 파견하기 위해서 외교적으로 많은 무리를 감당해야 했다. 어디일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일개 대테러부대인 GIGN으로서는 감당할 수 있는 곳은 아닐 테니까. 그렇다고 자폭테러가 아니라 멀쩡히 프랑스 국민을 인질 삼아 도망치는 비행기에 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솔직히 말해서 마음만 같아서는 두 눈 딱 감고 쏘라고 하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은 정치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최하책이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국가 주요시설과 더 큰 인명피해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에 불과했다. 무작정 격추하는 건 절대로 해결책이 아니란 말이다.
‘저 벙커에 있는 누군가는 할지도 모르지만.’
자크 시라크는 쓴웃음을 지었다. 바로 그 사람이란 조지 부시를 말하는 것이었다. 생각한 본인도 이것이 우스갯소리라곤 생각하고 있지만, 그 양반이 원체 간단한 방법을 좋아하지 않나.
비행기에 탄 승객들은 신원은 간신히 국적만 파악하고 있었다. 이륙 직후 서이라크의 공항 몇몇 시스템이 고장 났기 때문인데, 자세한 원인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나 모종의 이유로 ‘몇몇 부품이 타버렸다.’라고 들었다.
서이라크 정부에서는 사고인지 테러인지 알 수 없다고 공표하긴 했으나, 상황증거를 추측하건대 테러일 확률이 상당히 높았다. 어쨌든 그 비행기에는 미국인도 한 명 있었다.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가장 최선책은 저 인질들이 비행기에서 내리거든 다른 나라에 협조를 부탁하는 것이다. 대의는 이쪽에 있었고, 정 뭣하면 아예 군대를 움직여도 그만이었다. 이래저래 승객 대부분이 유럽인인지라 아마도 EU 차원에서 움직이리라.
지금도 EU는 움직이고 있었다. 정확히는 바로 윗방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EU 회원국의 지도자들이 전부 그 벙커에서 모여 있었으니까. 이제 밖이 안전해진 덕분에 나간 지도자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지도자들도 있었다. 그게 바로 EU 회원국 지도자들이었다.
“머잖아 다시 회의라도 해야겠군.”
어차피 아까 했던 회의가 중동 테러리스트 문제 아닌가? 그것의 연장선일 뿐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수행비서가 정말로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자크 시라크의 곁으로 다가왔다.
“대통령님. 이란 측으로부터 이상한 요구가 들어왔습니다.”
“뭔데?”
“이란 영공 내에 진입한 전투기를 당장 돌리라고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침공으로 간주하겠다고···.”
“뭐야? 우리 측 전투기는 이미 전부 철수했을 텐데?”
“새로운 정보입니다. 비행기에 붙은 소속 불명의 전투기에 이란 측 전투기가 따라붙었다고 합니다.”
이건 또 무슨 정신 나간 소리인가?
“국방부 장관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설마 우리 전투기는 아니겠지?”
앞에서 앉아 있던 미셸 알 리오 마리 국방부 장관 또한 표정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가 어찌나 당황했던지, 눈알이 진짜 튀어나올 듯 커졌다. 그러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눈알이 튀어나오는 일은 없었고 대신 그녀는 황급히 내선 전화를 두드렸다.
“대통령님?”
“뭔가?”
“그, 그게.”
수행비서는 말을 더듬으며 머뭇거렸다.
“그 전투기의 국적을 알아냈습니다. 그런데 그게···.”
다시 더듬었다.
“미국입니다.”
“오, 세상에 맙소사. 그는 어디 있지?”
“공항입니다. 에어포스원으로 가는 중이라고 합니다.”
“이런 빌어먹을! 이건 단단히 따져야겠어!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아니, 도대체가! 그 비행기에 자기 숨겨둔 애인이라도 태워놨나?”
“미국인 신원은 남성입니다.”
“시발 남자가 애인일 수도 있지!”
자크 시라크는 더는 흥분을 감추려 하지 않았다.
“미국 측으로부터 공식 성명. 아니, 성명 비슷한 것이 들어왔습니다.”
성명이면 성명이지, 성명 비슷한 건 또 뭔가?
“뭔데?”
“‘납치된 인물은 귀국의 칼 로브 수석 고문이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라고 합니다.”
이건 성명이 아니라 일방적인 통보였다. 성명이 아니라 성명 비슷한 거라더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 이런 제기랄.”
그것보다 칼 로브라면 부시 대통령이 죽고 못 산다는 인물 중 두 사람 아닌가? 당연히 나머지 하나는 앤드루 카드 비서실장이었다. 본디 그 자리에는 딕 체니 부통령이 있었지만, 부시와 체니의 사이가 크게 한 번 틀어진 이후로 부통령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는 비서실장이 꿰찼다.
자크 시라크의 영혼이 털리는 동안, 벙커에 설치된 TV에 전원이 들어왔다.
「···따라서 나는 내 소중한 친구가 테러리스트 손에 있는 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생각이 없습니다. 미국은 그 어떤 경우에도 결코, 절대로 물러서지 않습니다!」
부시의 눈에는 꾸밈없는 분노가 충만해 있었다. 저 인간의 성정상 저건 정치적이고 외교적이고 그딴 거 없고, 진짜 그냥 더도 덜도 말고 눈깔이 돌아간 게 틀림이 없었다.
「우리나라는 당신의 이웃, 당신의 친구가 위험에 빠졌을 때 그냥 지켜만 보고 있는 나라가 절대 아닙니다!」
정치에 좀 냉소적인 인물이 들으면 꽤 웃기는 연설이겠지만, 지금은 이게 딱 먹혀들어 가는 시기였다. 공교롭게도 최근에 이것과 상당히 비슷한 작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땐 폭격기랑 전투기 저공비행 몇 번에 지레 겁을 먹고 돌려줬지만, 이번에는 좀 상황이 다르긴 했다.
“국민 단 한 명이라도 되찾기 위해서라면, 우리는 전쟁조차 불사할 겁니다!”
부시는 연설대를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덕분에 연설대에 거치된 마이크가 서로 격렬하게 부딪치며 굉음을 토해냈다. 그것으로 성명 발표가 끝이 났다.
“수고하셨습니다. 지시하신 대로 이미 펜타곤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고슴도치가 되기라도 한 기분이군.”
“그렇군요. 지금의 미국은 고슴도치입니다.”
적이 건드리면 가시를 곤두세우는 고슴도치 말이다. 지금의 미국은 딱 그거였다. 다만 그냥 고슴도치가 아니라 코끼리보다 더 거대한 괴수와도 다름없는 고슴도치라서 그렇지.
“그걸 알아듣나?”
“1, 2년 정도 온종일 옆에 붙어 있으면 대통령님이 하시는 말씀이 대략적으로나마 감이 옵니다.”
역시 그를 중용한 것은 실수가 아니었다.
‘그건 그렇고 이렇게 말하긴 했지만, 우리도 딱히 명쾌할 정도로 뾰족한 수는 없는데.’
그렇게 생각하니 짜증이 치밀어올랐다.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다만 그게 썩 안전한 방법은 아닌 것 같았다. 온갖 수단으로 이란을 밀어붙여서 공항에서 붙든 뒤에 특수부대를 투입할 생각이었다.
우선 이게 가능하리라 믿는 이유는 크게 둘이 있었는데, 첫 번째는 이란이 이번만큼은 국제적으로 고립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전쟁이든 압박이든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압박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제적 지지’였다. 그게 이번만큼은 그 대의란 것이 이쪽에 있었다. 두 번째는 중동에 충분한 영향력을 투사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전쟁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고 있으며 실제로도 모든 전략 수립이 이미 끝나 있다는 점에 있었다.
전략 수립의 경우에는 미국이 걸프만(Persian Gulf)의 항모에서 공군전력을 쏘아 올려 제공권을 장악할 것이고 주요시설을 공수를 통해 점거할 것이며, 내륙으로부터는 아프가니스탄의 육군이 침투하여 주요시설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을 점거하게 될 것이다. 육군이 상상 이상으로 비대해졌기 때문에 기꺼이 흔쾌히 이 전쟁을 수락할 터였다.
‘그렇다고 진짜로 전쟁을 하진 않을 거지만.’
이래서야 전쟁광이 아니던가? 어쨌든 중동에 EU가 투사하고 있는 영향이 흔들리지 않고 이란이 미국의 전쟁 수행 의지가 불타오르고 있음을 숙지하고 있다면, 쉬이 움직이지 못할 터였다. 미국이 움직이기 껄끄러운 시기라면 몰라도 지금은 아니었다.
“대통령님, 새로운 소식입니다. ‘우리 뒤에 따라오는 전투기를 당장 치우지 않으면 프랑스 인질을 죽이겠다!’라고 합니다.”
이건 또 무슨 미친 소리인가?
“아무래도 테러리스트들이 오해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들에게 우리 전투기라는 걸 알리지 않았나?”
“그것이···. 프랑스 정부에서 테러리스트에게 알리고 교섭 중입니다만, 영 믿질 않는 것 같습니다.”
마침 전화벨이 울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프랑스 대통령으로부터였다.
「도대체 지금 뭐 하는 거요!」
부시가 전화를 들자마자 자크 시라크의 능숙하고 거친 프랑스 억양의 영어로 된 항의를 들어야 했다. 그는 결코 노기를 감추려 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모조리 다 쏟아부었다.
「상의도 하지 않고 독단으로 이런 짓을 벌이다니! 그러다 잘못해서 인질들이 다 죽이라도 하면 당신들이 책임질 거요!」
“그렇습니다. 책임지겠습니다.”
「뭐요?」
“내가 책임지겠다고 말하고 있는 겁니다. 현 시간부로 모든 교섭은 우리가 맡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되겠습니까?”
「미친 소릴! 그 비행기에 타고 있는 건 당신 수석 고문만이 아니야! 우리 프랑스 국민이 가장 많이 타고 있다고!」
“그래서 이대로 도착지까지 보내서 인질이 어디로 갔는지 파악도 안 될 정도로 늦은 다음에 프랑스군이라도 파견할 겁니까?”
「그게 가장 안전하다면야!」
자크 시라크는 주저 없이 반박했다.
“그 사이에 인질들은 절반 이상이 죽을 거요. 저것들이 인질들을 가만히 둘 것 같소?”
조지 W. 부시 또한 주저 없이 반박했다.
가장 문제는 둘 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중동에서 알 카에다에게 잡혔던 인질 중 절반이 살아남지 못했던 사례가 몇 개나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여행객이나 현지인 같은 민간인이지, EU군의 군인이 포로가 되면 가차 없이 모진 고문을 당하고 살해당한다. 본디 군인도 일단은 제대로 된 포로 취급을 하긴 했으나, 중동에서 EU군과 기존 기득권 그리고 이젠 거의 잔재만 남은 알 카에다와의 마찰이 격화되면서 점점 서로 인질이나 포로에 대한 대우가 악화 일로를 걷게 되었다.
「완전히 미쳤군!」
“그쪽이야말로!”
도덕적, 정치적 견해의 차이에서 오는 마찰이 그들을 갈라놓는 동안 비행기 2대가 드디어 이란에 착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