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85)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84화(185/377)
< 184화 >
테러범이 한 프랑스 인질의 멱살을 잡더니, 냅다 벽에다 밀착 시켜 올리고는 그 상태에서 침 튀어가며 언성을 높였다.
“저거 네놈들 전투기잖아!”
당연히 억울해 죽을 지경인 프랑스인은 악을 썼다.
“이 멍청한 새끼들! 저거 우리나라 전투기 아니라니까!”
“거짓말!”
테러범은 인질을 바닥으로 내동댕이치더니, 마치 축구공이라도 차듯이 연거푸 발길질해댔다. 처음에는 맞을 때마다 꽥꽥 소리를 내던 인질은 어느덧 신음 이외에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게 되었다.
“네놈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어!”
인질 하나가 사경을 헤매게 되었지만, 정작 테러범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갑자기 ‘안전한 임무’에서 초 단위로 목숨이 오락가락한 ‘위험한 임무’로 변했는데, 이성적이고 냉철한 판단을 할 수 있었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다.
물론 이들은 이슬람의 교리에 좀 헌신적이고 광신적일 뿐인 평범한 인간들이었다. 물론 그 교리가 멀쩡하냐고 하면 아니었지만, 어쨌든 ‘인간’이란 말이다.
‘만약 프랑스가 러시아처럼 대응한다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근거도 충분히 있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하지 않은가? 따라서 그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여기서 인질들이 죽는다고 치면 EU군은 합법적으로 이란을 침략할 수 있었다. 그렇다. 고작 비행기 2대분의 인질만 희생하면 EU는 반영구적인 석유 생산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정치적으로 최적의 상황 아닌가! 이거야말로 정치다!
테러리스트들은 현실로 실체를 가지고 다가오는 압박 속에서 점점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죽을 수도 있다는 거야 이미 알고 있었고, 얼마든지 각오는 하고 있었다. 그러나 각오라는 건 군중과도 같아 한번 흩어지고 나면 다시 그대로 모이기가 쉽지 않은 법이다.
“빌어먹을!”
지금 이성적으로 판단했을 때 가장 합리적인 방책은 당장이라도 이 가망 없는 인질극을 끝내거나, 적어도 비행기를 포기하는 것이었다.
미 해군 소속의 F-18 5대가 마치 먹이를 노리는 독수리처럼 이란의 테헤란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 상공에서 천천히 선회하고 있었다.
“민간기도 아니고 군용기가 무단침입이라뇨! 그것도 하나도 아니고 무려 다섯입니다! 이건 우리에 대한 도전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란 의회는 그야말로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여기저기에서 노호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음은 물론이거니와 태도만이라면 당장이라도 자신이 소총 들고 자발적으로 전선으로 뛰어들 것 같기라도 한 기세였다.
“저 천둥벌거숭이 놈들에게 유일신의 천벌을! 우리의 분노를 맛보여줘야 합니다!”
그들 모두가 당당하게 소리치긴 했지만, 솔직히 대책이 따로 있진 않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넘어가자니 곧은 대나무처럼 꼿꼿한 자존심과 자부심이 굴하지 않았다. 더불어 공항에 착륙하여 급유를 요구하고 있는 테러리스트, 이쪽 말로는 용기 있는 전사들도 문제였다.
이란 정부가 지금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그들을 도와주면 미국과 본격적으로 대립해야 한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지금도 대립이야 하고 있었지만, 그동안과의 대립과는 차원을 달리할 것이 틀림없었다.
차라리 미국이 좀 힘이 빠지고 난 다음이나 적어도 중동에서 영향력이 빠지고 난 다음이라면 또 모를까, 미국은 중동에서 영향력을 한창 팽창 중이니 옳다구나 하고 침공해올 게 틀림없잖은가.
이란은 결코 승산 없는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 이슬람을 국교 삼고 있는 나라 중에서 가장 이성적이고 안정적인 국가였다. 물론 다른 나라들의 입장에서야 시대에 굉장히 뒤떨어진 미친 종교쟁이 놈들이지만, 그거야 다른 나라들 생각이고 실제로는 결과들이 이란이 얼마나 이성적인 국가인지 말해줬다.
이렇다 할 내전도 없고, 군벌도 없었다. 이것만으로도 중동에서는 가장 안정적인 국가였다. 물론 서양의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이슬람 국가 내부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여성차별 문제라던가, 시대에 뒤떨어진 잔인한 형벌 등이 있긴 했다.
그러나 그런데도 이 문제들은 국가 운영에 큰 걸림돌이 될 수는 없다. 라흐바르가 돌리면 돌리는 만큼 톱니바퀴는 정직하게 잘도 굴러간다. 자유민주투사들의 피를 윤활유 삼아서 말이다.
어쨌든 적어도 이만큼 경제적인 번영과 국가적 안정도를 갖추기 위해서는 사고방식이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나 다소 유연해야만 했다. 다시 말해서, 이란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정치인들과 최고 지도자인 라흐바르는 그들만의 이상을 현실에 대입하여 이성으로 표출하는데 도가 튼 인간들이란 말이렷다.
현실적으로 고려해봤을 때 전쟁을 해서 이길 확률은 거의 0에 수렴했다. 확률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필시 그야말로 알라께서 보우하사 버티는 게 고작이리라. 총력전으로 전 국토가 초토화되었다가 회복한 지 이제 고작 20년이다. 드디어 전쟁이 상처가 아물어갈 무렵에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과 전쟁을 하겠다고? 이건 완전히 미친 짓이었다.
간단한 도발 정도나 일반인이면 모를까, 하필 저 비행기에 타고 있는 게 부시 정부 최고 중요 인물이었다. 그가 죽거나 다치면 도저히 전쟁, 아니! 전쟁할지도 몰랐다. 지금 미합중국의 대통령은 역사상 최고의 또라이 아닌가?
그렇다고 이슬람의 보호자를 자처하고 있는 이란이 이렇게 외압에 굴복해서 발을 빼면 섭섭하잖은가. 적어도 ‘우리는 할 만큼 했다!’라는 대외적으로 이미지를 심어줘야 했다.
어쨌든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란 의회에서는 감성적인 말과는 다르게, 결론은 이성적으로 났다.
“재급유 협상 조건으로 ‘미국의 수석 고문 칼 로브’를 빼낸다. 이렇게 결론이 났다고 봐도 좋겠습니까?”
이상과는 거리가 먼 현실이 내놓은 답에 모든 이들이 침묵을 지켰다. 마음만 같아서는 외교 문서 대신 미사일을 날려버리고 싶었다.
그거 아는가? 대나무는 불에 쬐면 쉽게 구부러지는 존재다. 미국이 달궈놓은 불이 이란 의회를 휘어버렸다.
“이란이 우리는 버리는 건 아니겠지?”
“대장의 판단이 옳았기를 바라야지.”
“대장은 실패했어! 그는 실패자라고! 만약 그가 예상한 바가 틀렸다면···!”
“닥쳐! 대장을 모욕하지 마!”
테러리스트 사이에서는 험악한 기운이 감돌았다. 도저히 항복하자는 소리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렇게 개죽음할 줄 알았으면 의미 있는 죽음을 위해서 대장 따라서 에펠탑에 꼬라박을 걸 그랬다는 비관적인 소리까지 나오자 인내의 상한을 넘어 감정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테러범들 사이의 단합이 파국을 맞이하려는 순간이었다.
“다들 닥쳐! 연락이 들어왔어!”
“뭐야? 재급유 조건으로 칼 로브를 해방해?”
“칼 로브? 미국 정치인?”
칼 로브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머릿속으로 순식간에 그려낼 수 있었다.
‘역시 하늘에서 돌고 있는 전투기는 우리 전투기였나?’
하필 전투기 외형을 전혀 볼 수 없는 자리에 앉아 있어서 파악하는데 다소 애로 사항이 있었으나, 프랑스가 아니라면 쉬이 추론은 가능했다. 사실 처음에는 이탈리아 공군이나 터키 혹은 적어도 항공로에 상에 있는 나라의 공군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들이 이란까지 따라와서 공항 위에서 빙빙 돌고 있다? 그건 좀 이상했다.
‘하하! 우리 미치광이가 또 해냈군.’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나라는 딱 셋밖에 없었다. 눈깔이 돌아간 러시아, 지도 계층 빼곤 더는 잃을 것이 없는 중국.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구상 가장 괴팍한 대통령을 지도자로 두고 있는 미국이다.
칼 로브는 형세가 역전되었음을 직감했으며, 동시에 그가 가장 장점으로 삼은 행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는 자신만만하게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척추를 곧게 세우고 헛기침으로 목을 풀었다.
‘프랑스어는 좀 오랜만에 하는 거 같은데.’
그것으로 아가리를 털 준비가 되었다.
“노인과 아이를 풀어주지 않으면 나는 여기서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겠소!”
감히 대통령께서 손수 판을 만들어 주셨는데, 춤추지 않고 어찌 배기랴?
“당신이 지금 우리하고 협상할 수 있는 상태라고 생각하나?”
가장 가까이에 있던 테러범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작살총을 칼 로브에게 들이댔다가 동료한테 뒤통수를 맞았다. 예기치 못한 사태에 깜짝 놀란 테러범이 급히 뒤로 돌아섰으나 동료에게 멱살을 잡히고 말았다.
“이 새끼야! 그러다가 잘못 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그럼 우린 다 끝장이야 끝장!”
이쯤 되어서는 인질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 되었고, 이젠 생존이 목표가 되었다. 그들을 다잡아줄 리더가 있었다면, 혹은 지침이 되어줄 강력한 질서나 방침이라도 있었다면 그들은 처음의 목표를 다잡아 각각 지정된 장소로 인질을 이송한다는 임무를 다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생존을 위해서 분열하기 시작한 오합지졸에 불과했다.
“제기랄! 닥쳐! 넌 지금 이교도에게 설득당하고 있는 거야!”
“어차피 노인과 아이들은 그대들이 행군을 이기지 못하고 걷는 도중에 죽을 것 아니오? 어차피 죽을 인질들이오. 만약 당신들이 나와 함께 이들을 풀어준다면 잘 이야기 해주겠소.”
뭐가 잘 이야기해준다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생각보다 합리적인 말에 서서히 설득되기 시작했다. 인질의 말을 듣는다는 본질적인 거부감은 어쩔 수가 없었다.
“60세! 오로지 60세 이상의 노인들만 풀어주겠다!”
테러리스트들에게 요모조모 아이들은 쓸모가 많았다. 뭐든지 스펀지처럼 빨아들일 시기라서 그런지 세뇌가 잘 먹혔고, 정 뭣하면 그저 자폭 테러에 써도 그만이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수발을 들게 시킬 수도 있었다.
“무조건 아이들을 풀어주시오. 내가 돌아가서 하는 말에 따라서 지금 여기에 특수부대가 들어올 수도 있소!”
“이 새끼가!”
개머리판으로 내려치려는 자와, 그것을 말리는 자. 기내는 점점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등 뒤로 질척하게 흘러내리는 식은땀은 단순한 노폐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들의 정신이었다. 의지였다. 인내였다. 그리고 영혼이었다. 그들은 그들 스스로 점점 자신이 빈 껍질처럼 변해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도대체 뭘 하는 거야! 빨리 칼 로브를 해방하라고 이란에서 난리란 말이야! 재급유에는 그가 필요하단 말이야! 강제로라도 내쫓아내!”
“나를 강제로 쫓아내면 매우 유감스럽게도 위에서 돌고 있는 전투기에서 미사일이 이 공항을 타격할지도 모르오.”
“시발! 시발! 시발!”
패닉. 그리고 패닉. 그들을 지배하는 것은 오로지 패닉이었다. 목전까지 다가온 싸늘한 죽음이 당연히 인질이 있는 상태에서 폭격할 수 없다는 간단한 논리조차 알 수 없도록 그들의 의식을 흐트러뜨렸다. 10초만 제대로 생각할 여유를 가질 수만 있어도 파훼할 수 있는 오류이거늘, 이 어찌도 혼란스럽다는 말인가.
“젠장! 좋아! 네 말대로 하지! 하지만 네놈이 나가고 나서도 재급유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5분마다 여기 있는 인간을 무작위로 2명! 아니, 3명씩 죽이겠다!”
“아, 좋은 거래였소(Oh, it was a good de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