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86)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85화(186/377)
< 185화 >
대통령의 명령이 떨어진 후로 펜타곤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자칫하다간 정말로 전쟁하게 생겼기 때문이었다. 전쟁을 수행하는 기능 자체는 터럭만큼도 문제가 없었지만, 진짜로 전쟁이 벌어지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문제였다.
아프가니스탄 때는 테러리스트 소탕과 민주정권 수립이 목적인지라 행정적으로 처리해야 할 것이 별로 없었다. 기껏 해봤자 군사고문단 정도였고, 나머지는 황금기에 집권했던 모하마드가 앞으로 나서는 것만으로 군벌들에 대한 충분한 견제와 안정을 가져왔다.
모든 것이 준비되어 가는 도중, 희소식이 들려왔다. ‘칼 로브가 해방되었다.’라는 소식은 늙은 장군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들기에 너무나도 충분했다. 전쟁에 목숨 건 몇몇 호전적인 장군을 제외하고 말이다. 그리고 정식으로 대기시키고 있던 군을 철수하라는 행정명령이 내려오자, 그것으로 상황이 종료되었다.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미국이 움직일 명분이 사라졌다.
“우리 미국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니 물러나겠습니다. 지원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해드리겠습니다.”
「수석 고문의 무사 귀환을 축하합니다. 말만이라도 감사합니다. 그러나 프랑스의 힘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자크 시라크가 분을 참지 못해 전화를 부서질 듯 쥐는 모습이 부시에게까지 보이는 듯했다. 실제로도 자크 시라크의 마음속에서는 ‘이 사건 자체가 미국의 사주가 아닌가? 이렇게까지 작위적일 순 없다!’라며 의심과 추궁이 꽈리를 틀며 피어나고 있었다. 거기에 욕지거리가 넝쿨이 되어 의심의 꽃과 함께 목구멍까지 기어 올라오고 있었다.
덕분에 자크 시라크는 자신의 의심으로부터 비롯되는 쓸데없는 음모론을 억제하기에 급급할 뿐이었다.
미국의 수석 고문이 협상을 통해 노인과 어린이를 해방했다는 소식이 공표되자마자 프랑스 정부는 뜬금없이 욕을 먹기 시작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었는데, 첫 번째로는 하필이면 비행기 하나가 승객들의 항거를 통해 자력으로 귀환했다는 점이 문제였다. 두 번째로는 미국이 칼 로브 수석 고문을 비롯한 노인과 아이들을 해방했다는 게 문제였다.
다만 판을 직접 움직인 칼 로브도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 있었는데, 그가 생각했던 바는 자신이 타고 있는 비행기 안의 노약자와 어린이들이었으나, 테러범들이 받아들였던 의미는 좀 달랐던 모양이었다.
궁지에 몰려 판단능력이 흐려진 테러범들은 정직하게 모든 노약자와 아이들을 해방했다. 그 대가로 미국은 F-18을 철수시켰고, 이란은 신속하게 재급유 절차를 실행했다. 모든 것이 물처럼 흘러갔다.
종합하면 프랑스 정부가 이뤄낸 것이 하나도 없었다. 물론 정부야 ‘우리가 한 게 이렇게나 많습니다!’라고 반론이라도 하고 싶겠지만, 사람들은 보통 과정보다는 결과를 우선시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비교할 대상까지 생겨버리면 ‘그래도 할 만큼 했다.’가 아니라 ‘우리 정부 뭐함?’이 되는 것이다. 자크 시라크는 무섭도록 이 점을 잘 숙지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실시간으로 혈압이 오르고 있었다.
게다가 하필이면 이 시간대가 저녁 식사 시간이었다. 식사 시간에 뉴스를 보지 않는 가족보다 보는 가족이 더 많았고, 인터넷과 메신저의 발달로 인해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는 속담이 무색할 정도로 정부에 대한 불신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런 빌어먹을.”
한 지방에서 난 소극적이고 국지적인 사건이면 모를까, 하이재킹은 국제적 사건이다 보니 정보 통제도 거의 불가능했다. 세계인의 관심이 저 2대의 비행기에 전부 쏠려 있었다.
‘그나마 인질 중에 노약자나 어린이는 없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군.’
솔직히 노인까지는 몰라도 어린이가 죽게 되면 단순히 테러범을 진압하거나, 알카에다 잔당에게 보복하는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설령 이 일로 인해 국력이 쇠하는 일이 있더라도 철저하게 잔당을 소탕해야 했다.
사실 미국이 개입한 순간부터 이 사건은 프랑스의 소관이 아니었다. 미국이 눈깔이 돌아가서 무작정 달려들자 EU는 프랑스 개인 단위가 아닌, 연합 단위에서 대응하기로 결의했다. 그리하여 긴급 대책본부는 이미 프랑스에서 EU가 마련한 건물로 이전되어 있었다. 사실 이전이라고 해봤자 대책본부가 벙커에서 지상으로 옮겨간 게 전부이긴 했다.
이 신속한 대응에는 인질에 프랑스인만이 아닌, EU의 실세라고 할 수 있는 독일인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점도 약간 유효했다. 그리고 EU의 지도자 대부분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의견을 내면 피드백이 바로 들어왔고, EU는 이 순간 세계 그 어떠한 나라라도 쉬이 반항하지 못할 정도로 충분히 거대한 힘이 되어 있었다.
“하나는 아프리카로, 하나는 어딘지는 모르겠으나 동쪽으로 움직이고 있군.”
자크 시라크는 화면에서 움직이고 있는 두 개의 점을 보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아프리카로 가려는데 어째서 이란을 경유지로 삼을 필요가 있었지?”
생각해보라 상식적으로 이란까지 갈 수 있는 연료가 있으면 거리가 절반도 안 되는 아프리카로 가고 말지 어째서 이란에 한 번 들를 필요가 있었단 말인가? 그것도 연료를 재보급까지 하면서.
“꼭 들을 필요가 있어야 했던 게 아닐까요?”
대답한 이는 현기증 나는 일의 연속으로 인해 정신을 잃고 말았던 수행비서였다. 그는 미국이 개입하겠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얼굴이 창백하게 변해서는 한동안 정신을 차리는데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으나, 한번 정신이 돌아오자 도리어 한계를 극복한 듯 날카롭게 변하였다.
“그렇다면 이란에서 항공유 말고 또 다른 걸 받기라도 한 모양인데.”
“위성으로 감시하고 있었지만, 다른 물건이 들어가는 듯한 낌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까 인질처럼 나온 건 있어도 들어간 건 없습니다.”
“나온 건 있어도 들어간 건 없다?”
그렇다면 무언가를 받은 것은 아니렷다.
“알 수 없군. 단서가 너무 적어.”
이란이 협조만 해줬더라면 당장에라도 특수부대를 동원해서 인질을 구출해냈겠지만, 정말로 안타깝게도 이란이 협조해주질 않았다.
“차라리 우리도 물러날 게 아니라 전투기로 협박했어야 했나?”
“끔찍한 소리 좀 하지 마십시오. 그렇지 않아도 테러에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정서가 점점 굳어지고 있는 마당에. 밖으로 새어 나가기라도 하면 별로 좋지 않을 겁니다.”
“알고 있어. 알고 있으니까 그런 걸세.”
이 대화를 끝으로 자크 시라크는 벙커의 대통령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움직였다. EU 대책회의에 참여하기 위함이었다.
이로써 아주 잠깐이지만, 프랑스 항공 테러 사건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프랑스 항공 테러 사건도 수백 명의 목숨이 걸린 대사건이지만, 인간이라는 종의 굴레를 벗어나 생명의 단위로 따지면 지금 가장 많이 죽어 나가고 있는 곳은 바로 미국이었다.
때아닌 산불에 많은 야생동물은 필사적으로 도망쳤지만, 화마는 피할 수 있을지언정 부산물인 매캐한 연기는 피할 수 없어 산소 부족으로 인해 강가 같은 장소에서 고립된 채로 떼로 죽어갔다. 몇몇 소수의 사람이 가지는 도덕적 윤리관에 따라 식물도 하나의 생명으로 본다면 어쩌면 더 많을지도 몰랐다.
루이지애나의 탈라데가 국유림으로부터 시작된 불은 애틀랜타의 하늘을 시뻘겋게 바꾸기에 너무나도 충분했다. 기세를 탄 불은 국유림 근처의 밭을 불태우고 도시를 향해 진격하고 있었다. 행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서 모든 물심양면으로 분투하고 있었다.
거대한 화재는 많은 연기와 건조하고 뜨거운 공기를 만들어냈고, 그것들은 회전하며 하늘로 올라갔다. 공기가 상승한 만큼, 그 빈자리에는 더 많은 공기가 들어갔고, 더 많은 공기는 화재를 더 크게 만드는 악순환을 가져왔다. 하늘로 올라간 연기는 냉각되어 적란운을 형성했고, 그 적란운에서는 번개를 생성했고, 생성된 번개는 상층대기 번개. 즉, 메가 번개를 제외하면 예외 없이 지상으로 내리꽂히며 새로운 산불을 만들어냈다.
그렇기에 그렇지 않아도 남은 여유 예산을 전부 이곳에 때려 박는 중에 전쟁 이야기가 나왔을 때 의회는 기겁했다. 부시야 즉석에서 군을 움직이고 싶었지만, 의회의 힘 없이는 군을 통제할 수 없었고 의회를 어떻게든 설득해야만 했다.
의회의 반응은 크게 둘로 나뉘었는데, 정치인이 잡혀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구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당연하겠지만, 공화당이었다. 그렇지만 민주당에서도 이러한 주장을 하는 자가 꽤 많았다.
만약 자신이 당할 수도 있잖은가? 자신이라고 안전할 것이란 보장이 도대체 어디 있겠는가? 전자가 소속감에 의한 찬성이었다면, 후자는 몸보신과 후일을 도모하기 위한 보험성이 강했다.
반대하는 정치인들은 예산을 문제로 들었다. 고작 사람 하나 구하자고 나올 이차적인 피해를 감수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의견이었다. 동시에 애틀랜타 대화재와의 전쟁, 이란과의 전쟁 두 가지 전쟁을 하게 되면 좋든 싫든 예산은 빠져나간다. 그렇게 되면 한쪽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데, 그게 어느 쪽이든 큰 타격이 되리라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전쟁에 찬성하는 사람이 60%를 넘어갔고, 몇몇 부서에서 예산을 삭감하고 이제 막 시동이 걸린 몇몇 대형 국가 산업 프로젝트를 무산한다면 충분한 예산이 모일 것임을 증명하자 의견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칼 로브를 구하자는 쪽에 동의하게끔 했다.
의회는 유사시에 ‘이란 전쟁’이 일어날 수 있음에 동의하고 부시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그리고 다시 현재. 부시가 해외에서는 전투기로 불렸다면, 국내에서는 폭격기로 불렀다. 일감 폭격기 말이다.
“아! 사직하고 싶다! 사직!”
“야 이 정신병자야, 좀 큰 소리로 말하지 마.”
부시 정부는 공공연하게 남녀차별 금지라고 떠벌리고 다니긴 했는데, 그 차별이 아마 그냥 차별이 아니라 ‘무차별’ 같았다. 무차별이라는 게 일단은 차별하지 않는다는 뜻 아니겠는가? 부시 정부가 만들어낸 근로법 아래에서 약 200년 미국 역사에 감히 유례가 없을 정도로 남자고 여자고 무차별로 혹사당하고 있었다.
막상 불철주야 일하면서도 이 모든 게 더 나은 세상과 더 나은 조국을 위한 헌신이라고 생각하니, 생각보다 나쁘진 않은데. 더 늘어난 재난용 긴급 근무표를 다시 보고 있자니, 강제로 위에서 헌신하기를 요구한다는 생각이 들자 금세 기분 나빠졌다.
그렇기에 사직하고 싶다는 말이 가짜가 아니었다. 돈을 많이 줘봤자 돈을 쓸 시간이 없다면 도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렇다고 일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진짜로 나오자니 당장 연기가 눈에 보일 정도로 불타오르고 있는 애틀랜타가 자꾸만 눈에 밟혔다.
역설적으로 갑자기 늘어난 노동강도를 버티지 못한 공무원이나, 일보다 자신이 소중한 개인주의 공무원들은 전부 이미 떨어져 나간 지 오래였다. 제정신이 박혀 있는 공무원들은 다음 대통령에 이 인간만큼은 다신 뽑지 않겠다는 다짐을 몇 번이나 했다.
“그래도 오늘은 이게 끝인가?”
서류 하나만 결제받으면 근무도 끝이었다.
“젠장 무슨 일이 있어도 집에 가서 잠이나 잘 거야.”
정확히는 탈라데가 국유림 레인저 초소까지 불이 번지는 바람에 초소에서 받아야 할 서류가 모조리 불타버렸다는 소리를 듣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시발(Fuck)!”
그는 욕의 대명사를 외치며 피해 현황 보고서를 새로 작성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