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87)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86화(187/377)
< 186화 >
아주 잠깐이지만,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프랑스 항공 납치 사건은 유럽 이사회 구성원까지 전부 모이고 EU 긴급회의가 시작되면서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긴박한 상황 속 30분이라는 아주 긴 회의 끝에 회의에서는 이런 의견이 나왔다.
“그냥 의심되는 곳을 모조리 다 부숴버리면 되는 거 아닙니까?”
1, 2인승의 경비행기 정도라면 상관없지만, 여객기처럼 커다란 비행기가 착륙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활주로’가 필요하다. 일반 도로나 콘크리트 따위로 만든 활주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도로 자체가 아주 개작살이 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일반적인 초원 평야나 메마른 황무지 따위에 착륙하는 건 그냥 ‘자살’이나 다름없다는 거다.
물론 완전한 평지라면 비행기 동체는 제법 멀쩡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안에 들어가 있는 내용물. 즉, 승객들은 멀쩡하기 힘들 거다. 테러범들의 목적이 인질을 통해 EU를 중동에서 몰아내기 위함임을 상기해 보았을 때 그래도 일단 제대로 착륙은 해야 뭘 하든 말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물론 테러범들이 이걸 알고 있을 정도로 머리가 굴러간다는 가정 아래의 이야기지만, 어쨌든 그렇지 않더라도 인질을 감금하려는 아지트 따위가 존재할 것 아닌가?
그러니 EU 긴급회의에서 여객기가 어디 착륙하기 전에 의심 가는 곳을 모조리 박살 내버리겠다는 발상이 나오는 것도 절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어쨌든 갈 곳을 잃게 되면 적어도 비행기는 공항에 내려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다 때려 부수자는 발상은 얼핏 보기엔 무식해 보일진 몰라도 굉장히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너무 궁지에 몰아넣는 바람에 더는 잃을 것이 없다면서 다 같이 자살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어차피 모든 방법에는 장단점이 다 있는 법 아니겠는가?
이 계획을 실행하기에 앞서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면 그게 전부 해외라는 점. 그리고 당사 정부와 긴밀한 협조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었다. 모든 게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안정적인 국가라면, 외국군대가 자국의 경계를 넘는 것만으로도 몹시 껄끄러운 법이다. 하물며 군사작전까지 펼친다고 하면 잘도 허용하고 싶겠다.
다음으로는 다소 세속적인 문제가 되는데 ‘비용’ 문제였다. 군을 유지하는 것도 돈이었지만, 다시 그것을 파견시키는 것도 다 돈이었다. 당사 정부와 협상 할 때도 돈이 들어갈 게 틀림없었다. 부순 이상으로 메꾸라고 하면 그게 제일 얌전한 편에 속했다. 위신 문제로 자국 군대가 알아서 해결할 터이니, 아예 군사이동 자체를 허락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우리가 지금 얼마나 분노했는지는 보여주면 되지 않겠습니까?”
전 유럽의 문화제에 대규모 테러를 당한 뒤부터 테러리스트라면 지긋지긋했다. 그리고 이 사건은 EU군이 중동에서 주둔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명분이기도 했다.
이는 조그마한 테러에도 아주 쉽게 민심이 들끓는 이유이기도 했으며, 동시에 규탄당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이런데도 전통적으로 혁명만 밥 먹듯이 일어나는 프랑스를 제외하고 시위가 자주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사람들이 모이면 테러를 당한다는 피해망상에 단체로 시달리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도 축제나 시위 도중 무차별 테러가 몇 번이고 일어났었다. 몇몇 놀이공원은 방문객 감소로 인한 적자 및 유지비 초과 문제로 문을 닫아야 했고, 생필품 및 보존식품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었다. EU가 발 빠르게 개입하지 않았다면 아마 참치 통조림 하나에 25유로라는 거금을 주고 구매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을 수준이었다.
어쨌든 본론으로 돌아와서, 활주로로 쓸만한 거점을 전부 파괴하고 제압한다는 발상은 제법 가망이 있어 보였다.
“동의합니다. 지금의 EU와 전쟁하고 싶어 하는 나라는 아무 곳도 없을 겁니다.”
몇몇 회원국의 지도자들은 다소 거만하게 굴었다. 그도 그럴 게 로마 이례로 유럽이 하나가 된 적이 없었으나, 직접 합쳐보니 그 강함이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실제로도 비슷했다.
이 작전의 부정적인 면에 대해서 논하는 사람은 없었으나, 전부 어느 정도 선까지는 각자의 방식대로 깨닫고 있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모든 지도자를 관철하는 공통적인 생각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이젠 테러에 대한 대응 방침이 바뀌어야 할 때라는 것이었다. 전통적인 협상 방법에서 진화인지, 퇴화인지 모를 변화를 원하고 있었다.
‘테러와 협상 없음.’
러시아처럼 노골적으로 하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협상 따위를 질질 끄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확신이 지난 몇 년 동안 수차례의 테러를 통해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지도자의 뇌리에 깊게 파고들어 있었다.
이는 딱히 EU에 국한한 것이 아니었다. 아세안의 회원국은 물론이거니와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지도자는 이들과 흡사한 생각을 가지거나, 무의식중에 비슷한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 다만 이중 동북아시아와 호주는 이에 해당하지 않았다.
애당초 이슬람 테러는 물론 그렇다 할 테러가 별로 없었던 탓이다. 있어봤자 요구사항이 없는 무차별 테러만을 겪어왔다. 그중에서 서술할만한 무차별 테러는 대한민국 광화문 충무공 이순신 동상 폭파와 강남 교회 폭발물 테러, 일본 오사카성 전소와 오키나와 미군기지 폭발 정도였다.
대한민국의 경우 크고 작은 테러가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경제적 타격이 되었느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이순신 동상의 경우 다시 제작에 들어갔고 몇몇 교회의 보안이 철저해졌을 뿐이었다. 다만 야당에서 테러 사건의 범인을 이슬람이 아니라 빨갱이로 모는 웃지 못할 헤프닝이 있긴 했다.
일본도 전소된 오사카성을 재건하는 등 경제적 타격은 별로 입지 않았지만, 과격한 정치인이 더 많은 인기를 얻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긴급회의 간이 투표가 끝났습니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 사람이라도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이 무식하기 짝이 없는 작전에 찬성표를 던질 수밖에 없었다. 방법이 없었고 사태가 긴박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막상 투표에 들어가자 이 작전에 반대한 지도자는 매우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렇게 EU 최초의 대규모 대테러 작전이 수립, 실행되었다.
다만 단 한 가지 조건을 더 붙여서 말이다.
“작전명 신의 모래폭풍(Divine Sandstorm). 인가.”
부시는 EU에서 수립한 작전에 협력해달라는 외교문서를 받았다. 발신은 프랑스 대통령인 자크 시라크로부터였다. 한 가지 조건이란 바로 미국의 도움이었다.
‘위로하려고 보낸 빈말이 씨가 되어 돌아오다니.’
도와줄 생각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설마 이런 형태가 될 줄은 상상도 못 해봤다. 돈이 왕창 깨져나가는 형태 말이다.
“전 세계에 군대가 주둔해 있는 나라는 확실히 우리나라 정도밖에 없죠.”
“다섯 개의 눈이 그렇게 자랑하는 첩보 시스템은 다 뒤진 건가? 군을 움직여서 일단 다 부수고 봐야 할 정도로?”
사실 어디에 착륙할지만 알아내면 써야 하는 돈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긴 했다.
“이런 젠장.”
비서실장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은 의아했다. 이 소식을 들으면 가장 기뻐할 사람이 대통령이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기뻐할 줄 알았던 그 부시는 완전히 돌아버리겠다는 표정이었다.
‘아, 빌어먹을. 이렇게 대규모로 군을 움직이면 예산이 터지잖나.’
부시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몇 번이고 내뱉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적어도 이 작전이 전쟁은 아니라는 거지.’
엄밀히 말하면 테러와의 전쟁이긴 했으니, 전쟁이라면 전쟁이긴 했다. 다만 통상전이 아니라는 것뿐이었지 돈 나가는 건 똑같았다. 정확히는 전쟁보다는 한참 덜 나가긴 했다만.
“즉, 추정되거나 의심되는 곳에 착륙하지 못하도록 폭격해달라는 건가?”
“그런 것 같습니다.”
“의회에는 내가 말해두겠으니, 펜타곤에서 알아서 하라고 하게.”
아직 하루조차 지나지 않았건만, 부시는 이 하이재킹에 질릴 대로 질린 상태였다. 부시의 한마디로 대기에서 평시로 바뀌어 작전 지역에서 야금야금 철수하고 있던 미군이 만 단위 이상으로 엿 먹는 일이 벌어졌다.
유럽에 미국과 뒤늦게 합류한 러시아까지 손을 합치니 실로 일사천리였다. 특정 구역의 민간 활주로는 잠시 영업 정지당했으며, 등록되지 않은 불법 활주로는 폭탄 세례를 받거나 육군을 통해 폐쇄당했다. 이때 유라시아의 활주로처럼 보이거나, 은폐된 활주로는 거의 다 철거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더불어 이 사건에 대해선 아세안도 최대한 협력했기 때문에 동남아시아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다만 이들은 활주로보다는 이것을 호기로 보고 미군과의 합동 훈련을 빙자해 반군 등을 새로 재정비한 공군력의 실험대로 삼았다.
아프리카가 약간 문제이긴 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EU에게 최대한 뜯어내는 것을 방침을 잡았고 동시에 합의를 보았다. 막거나 버티고 싶은 국가들이 없는 건 아니었으나, 괜히 저 불미스러운 비행기가 자신의 국가에 불시착이라도 하는 날에는 전쟁까지는 아니더라도 대규모 무역제재 정도는 각오하고 있어야만 했다.
그야말로 할 수 있는 건 다하고 있다고 봐도 좋았다. 그럴싸해 보이는 곳에는 반드시 대규모로 군이 투입되었고, 이는 마치 전쟁을 보는 듯했다. 사실 전쟁보다는 일방적인 학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현장이 몹시 격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격렬했던 것과는 달리, 이 집무실 책상 위에서는 모든 일이 담담하게 물 흐르듯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이 묘할 정도로 불쾌함을 자아냈다. 본인은 종잇장에 펜이나 손에 쥐고 다리나 떨고 있는데, 말 한마디에 수천, 수만 명씩 죽어가고 있다니.
“이슬람 관련 테러야 업보지 업보.”
하지만 그렇다고 무고한 민간인들이 죽어 나가는 걸 보고 있을 사람도 아니었다. 부시는 이번에 나간 예산에 대해서는 단순히 필요 경비로 치기로 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끝났군.”
그러나 세상은 녹록하지 않아서 하나의 사건이 끝나면, 또 하나의 사건이 나온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 이미 터져 있던 사건이 지랄발광을 떤다거나, 끝난 줄 알았던 사건이 다시 터진다거나 하는 일이 더 많다.
이것이 바로 정치가 어려운 이유다. 아무리 잘하고 싶어도 개판이 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각지에서 온갖 문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지랄병을 떠니, 그걸 해결할 수 있는 인간이 있다면 필시 그건 철인이라 불러야 하는 별종이리라. 플라톤이 철인을 부르짖었던 이유도 다 여기에 있었다.
결론적으로 또 이 지구촌에 커다란 사건이 터졌다.
동유럽의 몇몇 국가에서 중국의 봉쇄를 빠져나간 신종 병 몇 개가 기나긴 잠복기를 거쳐 드디어 진화하고 개화했다. 기존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