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91)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90화(191/377)
< 190화 >
“미친 거 아냐?”
무엇을 숨기랴? 이 공문을 받거나 소식을 접한 연구원들은 하나 같이 똑같은 반응을 내보였다. 부시 대통령의 선언은 더도 덜도 말고 이해 불능 그 자체였다.
“불가능해. 이것만큼은 있을 수 없다.”
백신 제조법은 크게 셋으로 나뉜다. 세포 배양, 유정란 배양, 유전자 재조합이다. 이 중 가장 대중적인 방법으로 알려진 건 유정란 배양이다. 과학적 지식을 간략하고 전문적인 용어를 배제하여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유정란 배양은 무균 유정란에 바이러스를 집어넣어 약 10일간 배양한 뒤, 온갖 첨단기기를 동원하여 다시 3일간 바이러스를 배양하고 다시 회수하여 원심분리기로 분리한다. 그리고 점점 정제하여 결국에는 사람 몸에 접종할 수 있는 백신으로 만드는 것이다.
나머지 두 방법은 실로 간단하다. 아마 백신에 대해서 가장 무지한 사람이라면 백신 제조과정을 보통 세포 배양으로 알고 있을 터다. 바이러스를 포유류 세포에 감염, 증식한 뒤 화학약품으로 이를 분해하여 바이러스를 파편으로 만든다. 이를 백신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재조합의 경우에는 대표적으로 B형 간염 백신이 있다. 세포 배양 방식이 먹히지 않으면 이 방법이 답이었다.
이것들의 공통점은 기본 시간을 들인다는 것이었다. 유정란의 경우에는 통상 6개월, 나머지는 보통 1달에서 2달이 걸린다. ‘일반적인 백신의 경우’에는 말이다. 그러나 슈퍼 사스는 그렇지 못했다. 전 세계가 달라붙어서 4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고군분투하고 있는데도 백신이 나오지 못하는 이유가 다 있었다.
차라리 미국이 새로운 생물병기를 만들어서 중국에 살포했다거나, 중국의 연구소에서 유출되었다는 음모론을 믿을 정도로 경이로운 변이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본디 코로나 바이러스 자체가 아주 살짝만 바뀌어도 전혀 다른 바이러스로 변모하기 때문에 백신 생성 자체가 힘든 바이러스인데, 슈퍼 사스는 치사율까지 높은 주제에 기존 항바이러스제가 잘 먹히지도 않아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선 독한 약을 써야만 했다.
그렇기에 3개월이라는 단기간 안에 상용화 단계까지 가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개발하기조차 까다로워 그 3개월이라는 시간 안에 백신을 만들 수 있을지조차도 의문스러운데 3개월 안에 상용화를 해서 전 세계에 배급하라고? 그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5억 달러.”
그렇다. 이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천문학적인 금액만 아니었다면,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추가로 기부금 6억 달러.”
이것은 미국 사회 각 계층에서 기부금으로 모인 돈이었다. 부시가 의도한 건 아니었으나, 뷔페가 한번 청산되고 나니, 여기저기에서 기부금이 늘어나게 되었다. 마이클 잭슨이 전 세계에서 고통받고 있는 아이들의 안타까워하며 본인의 재산 중 1억 달러나 기부한 것이 컸다. ‘기부금을 모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유명인이나 스타를 이용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었는데, 모든 미국인은 마이클 잭슨의 파급력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다.
그런데도 ‘6억 달러’씩이나 하는 이유는 이 돈이 비단 미국 국내에서만 모인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모였기 때문이었다. 누군가가 클래스는 영원하다고 했던가? 역시 마이클 잭슨은 마이클 잭슨이었다.
많은 돈으로 안 된다면, 더 많은 돈으로 해결한다. 발상은 지나가던 삼척동자조차 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이지 단순했지만, 단순한 만큼 무서울 정도로 효과적이었다.
‘억만금을 줘도 안 된다고 했던가? 아, 그럼 억만금보다 더 많은 돈이 있으면 되겠군! 그걸로도 안되면 더더욱 많은 돈은 어떤가? 그것도 안 된다면 그것보다 더 더 더 더 더 많은 돈은?’
“세상에 돈으로 안 되는 게 있다면, 그 돈이 적지 않은지 고민해보자. 누가 한 말인지는 몰라도 정말이지 이것보다 끝내주는 명언이 또 없지.”
“하지만, 괜찮으시겠습니까? 이걸로 대통령님이 추진하시던 아스널쉽은 물 건너갔습니다. 아마 그만한 돈이 다시 모이려거든 10년은 더···.”
“알고 있네. 하지만 그 배가 미국보단 중요할 순 없지. 그리고 테스트용으로 1척 정도는 건조되니 그걸로 만족해야지. 뭘 어떤가. 신설되는 항모 전단을 포기한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배 하나 포기한 건데.”
어쨌든 그 억만금보다 더 큰 돈으로 연구실이 대규모로 신설되었고, 그에 따라 각종 값비싼 연구 기계들도 대량으로 발주되었다.
“이 연구실이나 이 백신 연구가 끝나면 어떤 식으로 써먹을지 고민이나 하게.”
이 연구실들은 마치 올림픽 경기장과도 같았다. 제 할 일을 마치면 골칫덩이로 변모하는 그런 존재들이었다.
‘이걸로 제약 부분에서 절대로 쫓아올 수 없는 최선두에 서긴 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부금으로 원래 사용할 예정이었던 10억 달러 중 6억이나 충당한 덕분에 목표 금액에서 1억이나 초과했지만, 그래도 무려 5억이다. 5억 달러면 수천만, 수십억 명의 인생을 바꾸기에 너무나도 충분하고 개인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뭐든지 해볼 수 있는 금액이었다.
“사태가 끝나면 싫어도 질릴 만큼 아이디어가 올라올 겁니다.”
그 말대로였다. 상상조차 하지 못할 이상한 제안부터, 전문가들이 깜짝 놀랄 정도의 묘안까지 다종다양하게 올라왔다. 하지만 그것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온전히 대통령의 일이었다.
“난 이게 싫어. 나는 하나에 집중하고 싶은데 그게 안 된단 말이야.”
부시는 콘크리트 정글 사이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투덜거렸다. 올해 들어서 첫 번째 태양이었다. 2003년 달력은 쓰레기장으로, 2004년 달력은 책상 위로. 본래 계획대로라면 신년 첫날에는 제대로 된 숙면 정도는 할 생각이었다. 신년사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목전까지 닥쳐온 위험이 밤 지새워 가며 서류 위에 펜을 춤추게 했다. 미국 전체 확진자 3581명, 그중 28명이 사망했다. 이 중에서 12명이 면역력 부족, 2명이 병과 관련 없는 사고였다.
“하하, 그게 정치 아니겠습니까?”
부시의 투덜거림에 비서실장은 능글맞게 웃었다. 자기가 사서 한 고생이니 그 정도는 감수하라는 의미였다. 향긋한 찻내음이 코를 간지럽혔다. 매일 같이 마시는 커피였지만, 오늘만큼은 차였다. 건강 검진에서 영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좋지 않다고 해도 그저 일상적인 업무 피로 때문이었지만, 어쨌든 같은 용량을 복용하더라도 커피보다는 차가 몸에 덜 해로웠기 때문이었다. 차의 이뇨 작용 때문에 수시로 화장실을 방문해야 했지만, 확실히 커피보다는 후폭풍이 덜하였다.
보스턴 차 사건을 생각하면 천국에서 백악관을 바라보고 있다가 경악할 전대 미국 대통령들의 모습이 뇌리에 그려지면서 실소를 자아냈다. 사실 보스턴 차 사건은 후대의 필요성에 의해서 미묘할 정도로 각색된 부분이 많지만, 어쨌든 차를 바다에 버려버린 건 사실이다.
“비서실장.”
“예.”
부시는 찻내음이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난 사실 정치를 별로 좋아하지 않네. 도리어 싫어한다고 할 수 있지. 괜히 인간의 어두운 구석만 더 보게 되는 것 같기 때문이야. 자넨 그런 적이 없나?”
이것만큼은 진심이었다. 이제는 하나가 된 김씨든 부시든 소름 끼칠 정도로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었다. 정치는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인간 혐오를 불러일으켰다. 존 고드프리 새익스가 말하길 법률은 소시지와 같아서, 만들어지는 법을 알게 되면 될수록 종국에는 법 자체를 혐오하게 된다더니 실로 맞는 말이었다.
“저도 그런 경험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역시나, 비슷했다. 부시와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비서실장이 부시와 어느 정도 비슷한 성정임은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기 위해서 정치를 하고 있으신 거 아닙니까?”
이 얼마나 모순된 말인가. 하면 할수록 혐오스러워지는데, 그렇게 하지 않기 위해서 정치를 한다니! 하지만 누군가가 인간의 아름다움은 무언가를 극복하는 모습에 있다고 했다. 크지 않아도 좋다. 고질적인 악습관에 맞서거나, 1시간 더 공부하는 것. 건강을 위해서 술을 한 잔 줄이는 것. 심지어는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라도 좋았다. 극복이란 그런 것이다.
부시는 정치를 함으로써 정치를 극복해내고 있다. 자칫하다간 정신론으로 변질할 수 있는 이 ‘극복’에 대한 그 말에 완전히 동의하는 것은 아니나, 막상 자신이 처한 상황과 대응한 것들을 떠올리자 실로 반박할 수 없는 말이었다.
모두가 자신의 밥그릇을 가지고 쌈박질만 하는 건 아니었다. 그렇다면 어찌 발전이 있겠는가? 개중에서는 자신의 밥그릇을 선뜻 타인에게 나누어주는 선인도 분명히 있었다. 아주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분명히 이타적인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었다.
그중에서는 자신이 피땀 흘려 번 1억 달러를 선뜻 사회에 기부할 수 있는 인물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게 잡아주고 모진 풍파로부터 막아주는 것이 내 일이다.’
부시는 처음에는 이 자리에 섰을 때, 미국의 대통령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하지만 아니었다. 억만금으로도 할 수 없는 일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야 개인 차원에서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대부분의 일이 가능하긴 했지만, 그것이 국가 차원 혹은 국제 차원으로 돌아가면 할 수 없는 일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걸 하기로 했다. 자신이 확실히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박살 내왔고, ‘맞다!’라고 생각하는 건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밀어주었다. 이것이 ‘전문적인 지식’이 아니라 알고 있는 ‘사실’을 기반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도 옳은지 그른지는 사실 뒷전이었다. 당장 망하는 것보다는 백만 배쯤 나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직은 그래도 무난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그게 과연 언제까지일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부시는 잡념이 너무 길었음을 깨닫고 다시 서류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서류 덕분에 그동안 잊혀왔던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저격수 존 도(John Doe the Sniper)는 어떻게 되었나?”
리가가 몰락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에 어떻게 어영부영 넘어가긴 했지만, 이것도 꽤 중요한 건수였다. 물샐 틈 없어 보이는 서이라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키 포인트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저격수 존 도?”
“아, 항공편 납치 사건과 서이라크 건 말일세. 내가 붙인 이름이야. 무자헤딘과 이라크 독립전쟁에서 그렇게 유명한 저격수였다고 하더라고.”
그래봤자 이젠 방구석 늙은이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이젠 잊혀 가는 옛 군가에서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고 했던가? 그 말대로였다. 다만 그건 저 존 도라는 양반이 정치에 뜻이 없었을 때의 이야기에 불과했다.
“모르긴 모르되 분명 그쪽으로 뜻이 있을 거야. 뜻 없이 목숨 걸고 싸우는 이는 없지.”
비서실장은 약 10분이나 서류를 뒤적거리더니, 기어코 존 도 인적사항을 찾아낼 수 있었다.
“거 참 이름 되게 거창하군요. 저격수 존 도는 현재 프랑스에서 입원 중입니다. 1달 뒤 척추 수술을 받을 예정이군요. CIA를 시켜 접촉해보겠습니다.”
CIA라는 단어에서 이유 있는 불길함을 느낀 부시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불안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CIA한테 이번에는 좀 소극적으로 움직이라고 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