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93)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92화(193/377)
< 192화 >
“차나 마시면서 하지. 퇴근하지 못한지 벌써 이틀이나 지났잖나.”
정확히는 퇴근하긴 했었다. 샤워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게 끝이었다. 다시 돌아와서 몸을 혹사했다. 진짜로 죽겠다 싶었을 때는 예전에 산불이 났을 때 3일 연속으로 철야로 근무할 때였다. 그동안 헬스에서 가혹하게 담금질 된 체력이 없었다면 결코 해낼 수 없었을 터였다.
들어온 것은 두 잔의 핫초콜릿이었다.
“슈퍼 사스 때문에 세간에 퍼진 민간요법이라고 하더군. 백혈구에 따뜻한 초콜릿의 기운이 돌면서 바이러스를 이겨낸다나 뭐라나.”
세상이 어지러울 때 가장 기승을 부리는 건 언제나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 아니겠는가. ‘핫초콜릿이 슈퍼 사스에 효험이 있다!’라는 정보도 그중 하나였다. 그리고 ‘카카오’가 아니라 ‘초콜릿’인 이유는 더도 덜도 말고 선동당할 사람들이 초콜릿이 어디서 나오는지 혹은 어떻게 제조되는지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당장 초콜릿 우유만 해도 식품 사막(Food desert)으로만 가도 갈색 소에서 나오는 줄 아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식품 사막이란 ‘신선식품을 파는 슈퍼마켓으로부터 1km 떨어져 편의점에서 가공된 식품에 의존해야 하는 지역’을 말하는데, 미국에 만연해 있는 초고도비만의 비밀 중 하나였다.
다시 핫초콜릿으로 돌아와서, 연방 정부는 이 민간요법을 부정하면서도 몸을 따뜻하게 하는 핫초콜릿이 건강에 좋다는 건 부정하지 않았다. 카카오에 설탕 팍팍 들어간 차가 건강에 좋을지는 의문이었지만, 허쉬 같은 초콜릿 제조회사에서 어느 정도 로비를 넣었음을 감지하고 그러려니 했다.
“맛이 제법 괜찮군요.”
복잡하고 급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느긋한 휴식시간만큼 달콤한 것도 없었다. 그건 백악관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백악관에서 새벽마다 비명이 들린다는 도시 전설이 생길 만큼 백악관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원래라면 이렇게까지 바쁘지 않았겠지만, 주인이 개같이 고생하고 있으니 다 같이 고생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 실체를 알면 그렇게 맛있게 마시지 못할 텐데?”
그 말을 들은 비서실장이 표정을 해괴하다는 듯이 비틀었다.
“뭐 부당한 방법으로 만들기라도 했답니까?”
“맞아. 남미의 카카오 농장에서 흑인 아이들은 산업 시대 어린이들 이상으로 밤낮으로 일해야만 했지. 그들이 부여받은 과중할 정도의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서 말이야. 오, 불쌍해라. 그야말로 나쁜 초콜릿이로군.”
“예?”
“하하! 당연히 거짓말이야.”
그럼 그렇지. 아무리 그래도 대통령의 입에서 나올만한 말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할만한 농담도 아니었지만, 이는 영혼의 반이 동양인이라서 가능한 일이었다. 그 증거로 비서실장은 농담임을 알았음에도 상당히 의아한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걱정하지 말게. 이 핫초콜릿에 들어간 초콜릿은 뉴욕시의 부유한 가정의 백인 아이들을 밤낮으로 학대해서 만들어졌다네.”
“아, 그렇군요. ···예?”
“그 아이들이 대학원에 다니는 30대긴 하지만, 그들 스스로 영원한 10대라고 주장하는데 어쩌겠나. 본인 주장이 그렇다면 이해하고 수긍해줘야지. 자유의 나라 아닌가. 우리 미국은.”
부시는 껄껄거리며 검은 찻물을 들이켰다.
뉴욕의 한 연구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실내 재배지에서 소량 양식한 것을 수확하여 만들어졌다. 그 나무 한 그루에 10만 달러가 넘는다. 그것들을 유지하는 기기와 유지비는 그것의 배를 넘고 여기서 나오는 연구 결과는 그것의 배를 넘는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요즘에는 도리어 그런 농장들을 찾아보기 힘들지. 미래먹거리나 유전자 조작 작물 따위는 내가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전부터 추진 중이던 것들이지. 나는 알다시피 눈에 보이는 성과를 좋아해서 그렇게 선호하지는 않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미래 대책 따위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건 아니라서 충실하게 챙기고 있는 편이었다. 다만 고질적인 예산 문제에 봉착하긴 했으나, 몇몇 편법으로 어떻게든 해냈다. 연방 의회에는 연방 의회만의 방법이 있었다.
그 방법이라는 게 온갖 곳에 엄한짓 하지 말라고 압력을 넣어서 남은 예산을 쥐어 짜내서 토해내게 한 것이라고는 입이 찢어져도 말할 수 없다. 비이상적으로 권력이 강하면 이런 짓도 할 수 있다.
‘무작정 많다고 좋은 게 아니지. 최소비용에서 최대효율을 뽑아내는 게 현대 사회 아니겠는가.’
부시가 집권하면서 이뤄낸 업적 아닌 업적이 있다면 바로 이 권력이었다. 지금만큼은 상식선 내에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었다. 역으로 말해서 그 선을 넘는 순간이 그냥 권력이 독재권력으로 변모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이게 다 미래를 위해서 필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미래는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말입니다.”
“미래가 변한다 인가. 사실 저게 상용화될 정도로 변한 미래라면 인류가 엄청나게 발전했거나, 멸망하고 난 다음이 아닐까 싶네만.”
오늘날의 진정한 의미의 실내 재배는 영화나 게임에서나 볼 수 있다. 한 20년 뒤라면 모를까. 지금은 비닐하우스 등 원시적이고 초보적인 단계에 불과했다. 건물 하나가 통째로 밭인 그린 타워 같은 그래픽 모델이야 몇 개고 나오고 있지만, 그건 현실에서 불가능한 것들이었다.
따라서 이것들이 상용화가 되려면 아예 세상이 멸망해서 이러한 환경이 아니면 식물을 재배할 수 없거나, 더는 경작할 땅이 없어진 근미래거나.
“사실 그쯤 되면 국가가 다 무슨 소용이겠나, 그 지경이 날 정도로 개판을 낸 정치가들이나 그 자리에서 즉결처형시키는 게 고작이지.”
“즉결처형이요? 불법이잖습니까.”
“아, 세상이 그 지경이 났는데 처형이 대수겠나?”
그렇게 5분이 지나고 달콤한 차와 함께한 달콤한 휴식시간이 끝났다. 카페인 도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 그 건은 어떻게 되었나?”
‘그 건’이라 함은 저격수 존 도에 대해서였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 건’이 도대체 무엇인지 한 번 즈음은 되물어볼 법도 했지만, 이젠 척하면 척이었다.
“보고서상으로는 보류라곤 하는데, 저는 사실상 실패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는 실로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기껏 서이라크에 꼽사리 낄 수 있는 열쇠를 찾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실망이 컸다.
“그녀는?”
“그녀요?”
“이 일을 처리한 CIA 요원 말이야.”
“아, 그 직접 정한 인선 말씀이시군요.”
영국에서의 인상이 너무 강렬해서 그런가, 잠입에는 재능이 있다고 판단하여 이번 임무도 그녀에게 맡겼다. 사실 이름도 모르지만, 영국에서 조사원이었던 여자라고 하니 다 알아먹고 CIA에서 알아서 움직였다.
“게다가 보류라면서 도대체 왜 실패했다는 건가? 우리는 서이라크가 부흥하기 위해서 혹은 개인 단위에서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제시했는데?”
협상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그녀의 입이 열리기 시작했다. 미국이 노인에게 약속할 수 있는 모든 걸 털어놓았다. 이란과 동이라크를 견제하고 더 나아가서는 독립까지 할 수 있는 경제적 지원, 당장이라도 중동에서 군사 강국으로 분류될 정도로 막대한 군사적 지원, 혹은 노인 개인 차원에서 상상할 수 있는 사치까지.
그녀는 필시 노인이 이 조건을 수락하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미국의 제안에 대해서 노인은 이렇게 대답했다.
“거기에 내가 원하는 것은 하나도 없네.”
“없다뇨?”
“말 그대로야. 거기에는 내가 원하는 게 없어.”
“이해를 잘못하신 모양인데, 이 조건은 현대인이자, 정치인이 상상할 수 있는 조건 중 가장 관대한 조건이라고요. 제가 말하긴 뭣하지만, 고급 요트 위에서 양옆에 여자 끼고 백만 달러짜리 술을 바다에 버릴 수 있다니까요? 당신 허리도 여기보다 더 좋은 병원에서 최고 VIP로 고칠 수 있어요. ···직원 점심으로 피쉬 앤드 칩스가 나오는 이 허접한 병원 말고요.”
“아, 그렇군. 말은 끝났나?”
“어, 아마도요?”
“그럼 꺼져.”
아까와는 달리, 손가락은 후들거리지 않고 위풍당당하게 기세가 넘쳐 흘렀다.
“아니요. 그럼, 여기부터는 개인적인 질문으로 하죠.”
“정말이지 끈질기군.”
“일단은 임시 같은 거지만, 간호사로서의 책무도 있으니까요. 정식으로 히포크라테스 선서도 했다고요.”
그녀는 뒤에 ‘자격증은 위조지만.’이라는 말을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녀는 간호사로서 해야 할 일을 행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아까와 달리 제대로 된 체크 리스트를 코르크 보드에 끼워 넣었다.
“도대체 왜죠?”
“그 이유를 알고 있으면 내가 더 놀랐을 거다. 그보다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늙은이에게 그런 제안을 들고 오는 네놈들이 더 웃기지.”
“원래 나이를 먹으면 다 어르신처럼 변하나요? 어르신 친구들도 다 그래요?”
“글쎄다. 내 친구들은 이 나이만큼 살질 못해서. 다 전쟁에서 죽었지.”
이 기나긴 인생에서 진짜 친구라고 할만한 이들이 셋 정도 있었는데, 한 놈은 전선 후방에서 일하던 도중 폭발사고로 세상을 떴고 한 놈은 전쟁에서 객기를 부리다가 온몸이 벌집이 되어서 전사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놈은 무자헤딘 시절에 천막에서 나이가 차서 곱게 죽긴 했는데, 그게 75세였다.
“오, 저런. 죄송해요.”
그녀는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듯 코르크 보드로 얼굴을 가렸다.
“흥, 마음에도 없는 소릴.”
“체크 끝났네요. 신변에 무슨 일이 생겼거나, 혹은 거절하는 이유를 말하고 싶어졌으면 너스콜로 호출하시면 됩니다.”
그녀가 개인실에서 나갈 무렵에 절대로 열리지 않을 것 같았던 노인의 입이 열렸다.
“아, 그렇군. 하나만 확실하게 해두지.”
“예?”
“내가 거절하는 이유 말이야.”
보고서를 전부 읽은 부시가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왜 거절했는지조차 알아내지 못했으니 실패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하나는 알아내지 않았나.”
비서실장은 부시의 손에서 보고서를 빼앗아 들더니, 보고서의 한 부분을 손바닥으로 툭툭 쳐내며 항의하듯 말했다.
“이게요?”
그 보고서의 한 귀퉁이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미인계 통하지 않음: 고자라서.’
“세상에나, 고자라니. 거절하는 이유가 고자라서 그렇단 말이야?”
부시는 더는 참지 못하고 끅끅거리고 있었다.
“이런 걸 ‘알아냈다!’라고 칠 수 있다면 말이죠. 그리고 전 알아냈다고 치지 않는 편입니다.”
“재미는 있네.”
“정치가 재미로 하는 겁니까?”
비서실장은 정색했다. 부시와는 달리 이게 재미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너무 그러지는 말게. 나는 왠지 알 거 같으니까. 타깃을 좀 더 위로 잡지 뭐.”
“알 것 같다니요? 그보다 타깃 말입니까?”
비서실장의 표정이 이상야릇하게 변했다. 도대체 이 양반은 혼자만 뭐 이렇게 아는 게 많단 말인가? 비서실장은 가끔 부시가 생각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해가 안 갈 때가 있었다. 그리고 그게 지금이었다.
“저 ‘정치할 생각 없는 노인네’는 포기하고 그를 후원했던 그 젊은 친구로 바꿔.”
“접선 중이긴 합니다만, 대통령님께서 분명 그 친구보다는 노인네가 낫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분명 그랬다. 그래서 구태여 CIA가 이 노인네 하나에 매달렸던 거다.
“어쩔 수 없잖나. 저 노인네는 정말로 답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도대체 뭘 알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렇게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보다 리가는 어떻게 되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