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95)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94화(195/377)
< 194화 >
“그러니까 종합하자면 라트비아 자체는 이제 정상적으로 회복세에 올라탔고, 리가 주변은 아직 정리가 덜 되었다는 거지?”
부시는 라트비아에 관련된 마지막 보고서를 읽곤 신경질적으로 보고서를 책상에 내던졌다.
“예, 그런 셈이죠.”
“그런데 왜 기사는 이렇게 나고 있는데?”
‘정부가 앞장서는 살인.’
‘충격, 리가 살인자들의 천국.’
‘라트비아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라트비아군 리가 장악했으나 반격으로 무정부 사태 지속.’
하나같이 자극적인 제목들이었다. 거기에 신문 가장 1면, 더불어 신문에 관심 없는 이들이라도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1면 전체를 차지하는 헤드라인까지. 한두 놈도 아니고 모든 언론이 이랬다.
“좋아. 그럴 수도 있지.”
혼잡한 순간 오보는 종종 있는 일이다. 하물며 같은 대륙도 아니고 대서양 너머의 작은 소국이니 오보가 있을 수도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나고 있었으니 말이다.
“문제는 이게 모조리 우리나라 기사란 말이다!”
분노를 담아 내리쳤다. 이젠 무기고나 다름없어진 견고한 책상이 흔들릴 정도였다. 충격으로 오작동하지 않았던 게 다행일 정도의 충격이었다. 그 옆에서 비서실장이 저 미친 책상이 작동할까 봐 흠칫한 것은 덤이었다.
“부족했던 건가?”
경고 말이다. 경고가 부족했을지도 모르겠다. 누군가가 말했다. ‘1%의 진실을 위해서 99%의 거짓은 어쩔 수 없다.’라고. 김갑환은 그것이 싫었다. 조지 부시도 그것이 싫었다. 둘의 성향이 완벽하게 일치했기에 완전히 동화되기 전에도 일찌감치 거짓 뉴스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죄다 때려 부수었다.
“저들은 가짜 뉴스 때려잡기와 셰일 가스 개발이 우리 연방 정부의 가장 큰 과제이자 사업이라는 걸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그렇기에 이는 실로 의아한 일이었다. 그럴만한 환경을 파괴했는데, 어째서 이리도 거짓 뉴스가 만연하단 말인가? 심지어 다 비슷한 기사였다. 내용 자체는 스펙트럼처럼 다채롭긴 했는데, 주요 골자는 결국 하나였다.
“라트비아가 앞장서서 리가 시민들을 공격하고 있다.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이게 외교적 문제로 번질지도 몰랐다. 지금이야 라트비아가 정신이 없어서 무어라 말이 없긴 했지만, 러시아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벌써 미국의 잘못된 신문 기사를 비꼬는 기사와 현 연방 정부의 사업이 하나도 효과가 없는 예산 낭비라는 기사가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 그걸 또 퍼가고 있으니 환장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다른 것으로 비난받는 거야 그렇다고 칠 수도 있다. 참을 수도 있다. 하지만 ‘뉴스’ 이것 하나만큼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었다. 그가 아직 김갑환이던 시절 가짜 뉴스들로 얼마나 선동당하고 엿을 먹어왔던가? 이거 하나만큼은 무슨 짓을 하더라도. 설령 부시 정권 자체가 무너지는 일이 있더라도 막을 생각이었다.
이것 하나만 어떻게 해결할 수 있다면 좋았다. 다른 건 다른 정권도 할 수 있지만, 이것만은 오로지 지금의 부시 정권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지금을 놓치면 적어도 근 50년 내로는 어떻게 손써볼 수 없을 정도가 될 터였다. 억누르면 억누른 만큼 다른 정권은 건드리기 힘들 정도로 강대해지리라.
지극히 일부의 자유에 대한 갈망과 예전처럼 손쉽게 가짜 기사로 돈을 벌고 싶다는 욕망에 편승하여 조금만 언론을 건드리려고 하면 득달같이 일어서 정부를 욕할 것이다. 분열하여 지배하라고 했던가? 민중은 분열하여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저널리즘 제국을 신봉할 것이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정보를 찾을 때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조차 하지 않고 열렬히 찬양하리라. 그렇게 미국은 기적이라도 찾아오지 않는 한에는 무지와 무식의 구렁텅이로 떨어지겠지.
‘아마 그때는 뉴스와 신문사들은 이렇게 떠들겠지. 이번 정부도 언론을 탄압하던 부시 정부처럼 변해간다고 말이야. 마치 무적의 치트키 같은 단어로 사용할 것이 틀림없어.’
그리되면 지금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의 예산이 낭비되리라. 아니면 도리어 정부가 예전처럼 언론과 타협할 수도 있다. 서로 필요성에 의하여 타산적으로 돕고 돕는 관계 말이다. 그때가 되면 민중이 개인 단위로 저 자신을 구할 수밖에 없으리라. 정부를 비롯한 모든 정보를 불신하고, 더더욱 자신만의 세계 안으로 빠져드리라.
“반드시 이건 우리 정부에서 해내야만 하네. 이걸 다음 세대로 넘길 순 없어.”
부시가 자신의 인생 사업이라 할 수 있는 ‘올바른 정보의 전달’이 완전히 망가져 무작정 분노하고 있는 동안 비서실장은 무언가 골똘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동안 모인 정보와 정황을 한군데로 취합하여 이내 그럴싸한 대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아마도 국내 언론에서 쓰인 소스(source)가 하나가 아닐지.”
그 말에 부시가 화를 식히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비서실장을 노려봤다. 비서실장은 그 살벌한 눈빛에 잠시 말을 더듬을 뻔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근육질 남자가 죽일 듯이 쏘아보고 있는데 쫄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소스가 하나라?”
“미국의 모든 언론이 전부 같은 소스를 사용했다면 말이 됩니다. 리가의 인터넷을 끊고 종군기자조차 받지 않을 정도로 워낙 통제가 철저했으니까요.”
애당초 전쟁이 난 것도 아니니 종군기자가 리가로 간다는 거 자체가 일종의 오류 같은 거지만, 이 말을 구태여 덧붙이지는 않았다.
“라트비아의 소식을 접할 수 있는 경로가 어디 있지?”
“제대로 된 소식이라면 몰라도 잘못된 소식을 접할 수 있는 경로 자체는 많습니다만, 기자를 비롯한 민간인들이 접할 수 있는 경로는 오로지 ‘라트비아 정부를 통해서’ 만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니면 이번에 리가가 망가지면서 탈출한 민간인들이 정부를 비난하기 위해서 거짓 정보를 뿌렸을 가능성도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아직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언론을 너무 억누른 반작용이라는 점은 단번에 이해했다. 좀 자극적일 것 같은 소식에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드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가짜 뉴스로 재미를 거세당하니, 진짜 정보에서 재미를 창출해내기 위해서 안달이 나 있었다.
“젠장. 국내 이야기도 아니고 해외 이야기로 골 아프게 생겼다니. 나 원 참.”
미국인들 사이에 만연해 있는 ‘무식’을 해결하는 가장 첫걸음은 잘못된 정보를 배제하는 것이다. 아니라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부시는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일단 저지른 건 저지른 거니까.”
다른 나라야 오보라고 정정하지 않고도 해당 방송사 홈페이지 공지 즈음으로 유야무야 넘어갈 수 있겠지만, 미국은 아니었다. 부시가 그렇지 않게 만들었다. 오보는 반드시 정정해야 하는 법을 제정해서 박아넣었다. 처음에는 이것이 생각 외로 말이 많았다.
예를 들어서 좀 극단적이긴 하지만, 뉴스의 절반이 오보라고 치면 다음에는 뉴스의 절반 이상을 정정 보도에 써야 할 것 아닌가? 그리하면 편성이 완전히 망가질 수 있었고, 이는 방송국의 쇠락 또는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를 소비해야 하는 시청자도 유익하다기보단 피곤함부터 느끼리라.
그리하여 대통령님께서 말씀하시길 “그건 너희가 알아서 해야 할 일이고.”라고 하셨다.
그래서 대부분의 방송사는 이렇게 하기로 했다. 아예 특정 시간대에 정정 보도 프로그램을 따로 재편했다. 처음에는 굴욕 그 자체였지만, 시청자가 몰리자 아예 정정 보도 사이에 광고를 끼워 넣기까지 했다.
별 시답잖은 일에서도 어떻게든 수익을 내는데 통달한 작자들이 모여있는 곳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이미 대책이 서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대부분의 방송사는 그리하였다. 그리하지 않은 방송사는 양지에서는 법의 철퇴를 음지에서는 점점 정보를 얻기 어려워지거나 협조자가 점점 사라지는 등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
어쨌든 당시에는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대안 정도는 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이는 한 가지 부작용을 낳았다. 역설적으로 ‘정정 보도만 내면 오보를 내도 괜찮다.’나 ‘일부러 오보를 내서 정정 도보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올린다.’라는 부작용 말이다.
가장 날뛸 거 같았던 폭스는 도리어 메이저 방송국 중에서는 가장 눈치를 보면서 설설 기고 있었지만, 다른 방송국은 그렇지 않았다. 새로 생긴 방송법의 허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고 그렇게 높아진 시청률과 광고료로 돈을 쓸어 담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인간 불신에 용케도 걸리지 않고 있군.’
이는 어떻게든 끝까지 사람을 믿어보려는 부시의 천성이 작용한 것이었다. 이 양반은 이것 덕분에 이리저리 굉장히 휘둘린 데다가 미국도 같이 완전히 말아먹을 뻔했지만, 이 천성이 나쁜 건 아니다. 다만 한 나라의 지도자였을 때 치명적인 단점이자 결점으로 작용해서 그렇지.
‘엘리트주의나 선민사상도 그렇고.’
솔직히 막상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서니, 민중을 무식한 것들의 집합체라고 비하하지 않는 게 더 신비할 정도였다. 그야 듣는 사람이야 불쾌하겠지만,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애도 아니고 나이 먹을 만큼 먹은 어른이 미국에 살고 있으면서 정작 미국이 어디 있는 나라인지도 모르면 다른 건 몰라도 그건 확실히 문제 아닌가. 김갑환이던 시절, 그는 이들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 저런 사람도 살 수는 있구나.’라고 말이다.
아마도 이 긍정적인 몸이 없었다면 피도 눈물도 없는 독재자나 혹은 비슷한 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보면 이 몸은 기적의 결정체였다.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자리에 올라온 주제에 정작 뇌는 순진하기 짝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이리저리 휘둘려서 이용당하고 망하고 말지. 이 양반은 악이 모자랐다. 근성이나 굽히지 않는 정신 따위를 말하는 게 아니다. 악(惡)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문제시되는 게···.”
“이것들이 법을 도리어 악용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건 지금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방송법에 대대적인 재정비가 필요했다. 다른 것과는 달리 돈으로 후려친다고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것도 부시가 마음먹기에 따라서 ‘거, 법으로 장난치지도 말고 지랄도 하지 말라!’라고 죄다 때려 부숴 버리면 그만이긴 했지만, 그건 최후의 수단으로 두기로 했다. 가능하면 월법 행위는 최대한 삼가고 싶었다. 월법도 말이 월법이지 위법 아닌가.
물론 손을 좀 쓰면 월법인 것도 합법으로 만들 수야 있겠지만, 매번 강조하다시피 훗날이 문제다 훗날이. 부시 본인이야 올바르게 쓸 것이라는 자신이 있으니 상관이 없지만, 다음 대통령이 그러리라는 보장이 도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이 리가에 대한 정보가 고의성을 지니고 국가사업을 방해하기 위해서 뿌려진 잘못된 정보가 아닌지 알아봐야 하겠군.”
후보는 얼마든지 있었다. 정말로 리가에서 탈출한 생존자일 수도 있었고 다른 국가가 작정하고 부시 정부가 추진 중인 사업을 위협하고 국력을 약화하기 위해서 거짓 정보를 주기적으로 뿌리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중에서 가장 의심이 가는 게 있긴 있지.”
러시아. 온갖 극비 자료가 빼돌려져 잔뜩 성난 시베리아의 불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