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96)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95화(196/377)
< 195화 >
“리가에 대한 긴급 지원이 끝났습니다. 이제 보조금을 지속적으로 흘리며 천천히 장악하기만 하면 됩니다.”
보좌관은 금테 안경을 고쳐 쓰면서 잠시 속으로 말을 정리했다. 단 한마디라도 실수하면 그의 신변에 ‘굉장히 곤란한 일’이 생길지도 몰랐다.
“저희 대거 자본이 흘러 들어갔으니 발트 3국의 공동운명체가 앞으로는 작동하지 못할 확률이 높습니다. 지금은 임시로 사이가 벌어진 것에 불과하지만, 조만간 그사이를 더 벌려놓아야 합니다.”
보좌관의 말이 끝났다. 이 정도면 스스로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발음과 내용이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작 이것을 듣고 만족하셔야 할 차르께서는 도리어 영 못마땅하신 모양이었다.
세계의 정국이 어려워지면서 반대급부로 러시아의 위상이 갑자기 떠올랐다. 러시아는 기본적으로 땅이나 인구 분포가 세계에서 가장 넓은 축에 속해 철저한 검사만 할 수 있으면 비말 감염이 전파되기 힘든 나라였다.
어쨌든 러시아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푸틴의 위상도 하늘을 찌를 듯 올라갔다. 강한 러시아. 강한 러시아군. 절대로 굽히지 않는 러시아. 이 모든 단어가 푸틴 정권을 찬미하는 단어였다.
“한 줄로 정리하자면?”
“러시아군 1개 의용 사단, 그리고 20억 루블 상당의 생필품 및 의약품, 리가 재건에 러시아 기업이 대다수 포진해 있습니다.”
“보낸 의용 사단이 ‘개지랄’만 안 떨면 되겠군.”
보좌관은 그에 대해선 침묵을 유지했다. 의용군과 책임자들이 어련히 잘 해낼 것이라 믿는 수밖에 없었다. 원래부터 파견용으로 훈련된 군대인지라 예절 정도는 잘 지킬 것이라 믿으면서도 보좌관도 결국은 사람인지라 가슴 한구석에서 피어오르는 의심을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라트비아를 우리 영향권 안으로 안전하게 편입하고 나면 남은 발트 2국도 생각이 좀 바뀌겠지.”
“맞습니다. EU가 아니면 러시아에 붙으려고 하겠지요. 아마도 전자가 될 공산이 크긴 하지만, 저희가 밑그림을 그리기 나름입니다. 저희가 대처하기에 따라서는 러시아에 발트 3국 전부 붙을 수도 있겠죠.”
이게 가장 이상적이었지만, 이상이란 쉬이 이뤄지지 않기에 이상이라 불리는 게 아니겠는가? 그러나 푸틴에게는 힘이 있었다. 이상을 현실로 바꿀 수 있는 강력한 힘 말이다. 이미 러시아는 푸틴의 손아귀 안에 들어와 있었다.
모든 투표는 조작되고 있었고 모든 상황이 푸틴의 귀에 들어왔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이 기밀문서를 잔뜩 돌려 빼간 탓이었다. 덕분에 푸틴은 관계자들에게 신들린 듯 합법적인 철퇴를 휘두르거나 완전히 푸틴의 편으로 만들 수 있었다.
덕분에 푸틴 1인 독재체제를 아주 단기간 안에 완벽하게 완성할 수 있었다. 이는 푸틴이 부시에게 유일하게 감사하고 있는 점이었다. 다르게 말하면 이거 하나 빼면 마음에 드는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는 양키 새끼고.
‘미국을 상대로 동등하게 대적하려면 적어도 소비에트 시절로 돌아가야 해.’
이는 실로 굴욕적이었지만, 동시에 엄연한 사실이기도 했다. 지금의 러시아는 미국의 적수는커녕 안중에나 있을지나 의문이었다. 정황상 핵 코드 같은 진짜배기 기밀은 빼돌려지지 않았지만, 국방 사업 같은 국가사업을 상당수 갈아엎어야 했다. 딱히 빼돌려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책임자가 대다수 교체되었던 탓이 더 컸다.
어쨌든 이 사건은 푸틴 권력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연방보안국의 힘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아니, 그냥 강해진 정도가 아니라 마치 소련 시절의 KGB를 보는 듯한 강력한 권한을 가진 월법 조직으로 변모했다.
대통령 말이 곧 법인 수준이라고 하면 상상이 가는가? 일단은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투표야 진행되겠지만, 그 투표는 어차피 형식상의 것이다. 러시아의 모든 인선은 대통령의 지도 아래에 대통령의 입맛대로 뽑히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우리가 보낸 엿은 잘 전달되었나?”
“예, 미국 전역에서 모든 방송사가 거의 동시에 오보를 보도했습니다. 현 미국 언론계는 저희가 파악한 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의 미국 언론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고지식함과 동시에 몹시 허술합니다.”
“그래도 한 10년 정도 지나고 노하우가 쌓이고 나면 모든 언론을 완벽할 정도로 정부 입맛대로 움직일 수 있겠지. 저 물러터진 양반치곤 탁월한 선택이야.”
물러터진 양반이란 바로 부시를 뜻함이었다. 그 양반은 확고한 본인 철학이 있는 모양인지 절대로 자신이 정해놓은 선을 넘지 않았다. 솔직히 푸틴조차도 가끔은 그 선이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잘 모르게 될 때가 있었지만, 어쨌든 신념에 따라 만들어진 일선을 넘지 않음은 확실했다.
‘뭐, 우린 그렇게 하지 않아도 전부 장악할 수 있지만.’
모든 인선이라는 건 정권 인선 같은 두루뭉술한 수준이 아니었다. 방송국은 물론이고 좀 더 나아가면 유망한 중소기업의 사장. 심지어는 러시아 국적 대기업의 총수까지. 모든 게 푸틴의 마음대로였다.
푸틴의 권위는 비단 러시아 안에서만 제한된 게 아니었다. 좋든 싫든 러시아 기업과 일하고 싶으면 러시아 기업에도 잘 보일 필요가 있지만, 러시아 정부. 즉, 푸틴에게 잘 보일 필요가 있었다.
“리가 치안 장악은 제대로 하고 있나?”
이 부분이 조금 문제가 있었다. 라트비아는 오로지 라트비아군을 비롯한 공권력이 리가를 장악하기를 원했고, 러시아군은 자기들의 실적이 있어야 했기에 아주 약한 마찰이 있었다. 이번에는 러시아가 쉬이 굽혔다. 그렇지 않아도 잔뜩 독기가 오른 라트비아의 성질을 거슬러서 좋을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러시아가 이렇게 한 발자국 물러서자 라트비아가 도리어 의아해하면서 러시아의 도움을 받기 시작했다. 이 참상을 복구하려면 한 사람의 손이 아쉬웠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리가 주변은 어떠한가? 라트비아에서 수색을 맡기던 모양인데.”
러시아 의용군은 잡일이나 처리하러 왔다면서 불만이 가득한 기색이었지만, 감히 그 불만을 입에서 꺼내거나 위로 올리는 불손한 이는 없었다. 리가를 탈주한 이들은 새로운 군벌을 형성하고 있었다. 사실 군벌이랄 것도 없지만 라트비아군 부담 없이 상대할만한 숫자는 아니었다. 분명 중대 수준의 피해가 나오리라.
일반적인 야전이라면 압도적인 장비 차이로 인해 상대조차 되지 않겠지만, 그들이 상대해야 하는 것은 게릴라였다. 기꺼이 국가의 품으로 돌아온 사람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국가로부터 배신당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리가 안에서 일어난 일들로 인해 법적 처벌을 받을까 봐 두려운 사람들이었다. 그렇기에 공통점이 있다면 대부분이 떳떳하게 살아남은 사람은 아니라는 점 정도였다.
그래서 그것들을 사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시발! 도대체 뭐야!”
검은색 화살이 바로 옆에 있는 나무에 박혀 들어갔을 때, 이보는 너무 놀라서 비명조차 내지 못했다.
‘도대체 무슨 방법을 쓰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검은 화살은 아슬아슬하게 이보 근처에 몇 개고 박혔다. 나무에, 땅에 심지어는 이보의 가방에 깊숙하게 박혀 들어갔다. 그러나 이보는 아직 이 사실을 모른다. 이보가 화살이 날아오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인식한 것은 정확히 다섯 발째였다.
‘모종의 방법으로 나무 사이로 희끗희끗하게 보이는 나를 정확하게 노리고 있어!’
6발째가 다시 한번 가방에 박혀 들어가며 충격을 주었는데, 이번에는 아까의 박혔다는 느낌만 드는 충격과는 달리, 앞으로 고꾸라질 듯한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아마 가방에 들어 있는 내용물이 침낭이 아니었다면 진즉에 자신의 친구처럼 폐나 심장을 꿰뚫려 죽었으리라.
“에잇! 나무 사이만 아니었으면! 머리에 정확히 맞았을 것을!”
화살집에 남아 있는 화살은 총 13발. 전부 상태가 좋지 않았다. 아마도 한 번씩 더 쏘면 그걸로 끝이리라.
고대로부터 화살이란 일회용이다. 한 번 발사되어 어딘가에 맞게 되면 반드시 축이 뒤틀리고 만다. 예산 문제로 외관이 멀쩡한 화살은 다시 쓰곤 했지만, 어쨌든 그건 어차피 다른 일회용품도 마찬가지다.
현대에 들어서 소재의 발전으로 제법 많이 쓸 수 있게 되긴 했지만, 이미 수차례 쓰인 그의 화살도 이 일회용품의 운명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레비츠가 이보를 확실하게 노려 쏘는 방법은 간단하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가늠하여 화살을 놓는다. 활쏘기의 기본원칙에 충실한 ‘정직한 활쏘기’를 하고 있었다. 리가 사태가 없었다면 평온한 일상 속에서 절대로 발견하지 못했을 사냥의 재능이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눈부시게 우화했다.
괴악하게 비틀려진 악취 나는 정의와 함께.
“총알 화살만 있었어도 가방을 쉬이 뚫고 들어갔을 텐데.”
안타깝게도 그것은 리가 멸망의 날에 시가전에서 전부 사용한 지 오래였다. 애당초 실탄 자체가 귀한 환경이기도 했고 그것을 만드는 것도 힘들었으며, 그것을 사용하면 다른 화살과는 달리 아예 화살대 자체를 망가뜨려 다시 고쳐 쓰거나 재활용할 수도 없었다.
이러나저러나 이보는 결국 레비츠에게 죽을 운명이었다. 이보의 한 발자국마다 눈으로 보일 정도로 힘이 빠지고 있었고, 레비츠는 백병전에도 얼마든지 자신이 있었다. 그것이 어느 정도냐면 화살이 떨어졌을 때 헌팅 나이프로 셋을 죽였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운명은 난잡하고 복잡하여 관측자로 하여 혼란을 주는 것. 이를 보편적으로 ‘운명의 장난’이라고 부른다.
러시아가 미국의 간을 보았고, 미국의 조지 부시가 러시아의 기밀을 훔쳤고, 러시아에서 푸틴의 권력이 굳건해졌으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 라트비아를 러시아의 영향력에 들어오게 했고, 그 과정에서 러시아 의용군이 리가 외곽으로 소탕 작전에 나섰다.
“사, 살았다! 군인이야!”
이 일련의 운명이 이보를 악의가 만들어낸 죽음의 수렁으로부터 동아줄을 내려 생(生) 쪽으로 단숨에 끌어당겼다. 이보는 군인을 만나자마자 넘어지듯 바닥으로 쓰러졌다.
‘군대?’
이보를 기세등등하게 쫓아오던 레비츠도 이번만큼은 정체 모를 수많은 인영을 확인하고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사냥용 엽총 한두 자루 정도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지만, 수십 정의 자동화기 앞에서는 냉병기란 한없이 무력해지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저 숲에 살인마! 내 친구를 죽인 악랄하고 잔혹한 살인마가 있어!”
바닥에 쓰러진 이보가 절박하게 눈물 콧물 가리지 않고 질질 짜면서 러시아 군인의 군홧발에 매달렸다.
“이봐 진정해!”
“젠장 라트비아어잖아! 나는 라트비아어는 모르는데! 하필이면 통역이 배탈이야!”
“사주경계! 뭔진 모르겠지만, 무언가가 있다!”
말은 알아듣지 못해도 어쨌든 심상치 않은 상황임을 깨달은 러시아 의용군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사주경계를 강화했다. 그러나 아무리 정예군이라 할지라도 숲에 숨어든 게릴라가 어디에 숨어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군대라고? 그게 어쨌다는 거냐.”
몸을 숨기고 천천히 말려 죽일 수도 있었던 레비츠는, 당당하게 활과 화살을 들고 러시아군 앞으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