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97)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96화(197/377)
< 196편 >
프랑스의 대통령인 자크 시라크는 모든 사건의 전말을 분석해놓은 종합 보고서의 마지막 장을 확인하고 덮어서 책상 위로 아무렇게나 던졌다. 어깨에서 힘이 다 빠지고 혈압이 상승했지만, 가까스로 참아냈다.
“잘 알았다. 리가가 망한 원인.”
원인을 알아낸 것은 미국도 러시아도 심지어는 라트비아도 아니었다. 프랑스였다. 당시 납치당했던 항공기가 프랑스 국적인 만큼 포로들은 전부 프랑스로 인도되었다. 다시 말해서 이들을 심문할 수 있는 모든 권한과 권리는 프랑스에 있었다.
큰 공적. 다시 말해 영향력을 큰 폭으로 드높일 기회였기 때문에 이를 두고 EU 내부에서 신경 싸움이 있긴 했지만, 갈 곳 없는 테러범들을 기내에 돌입해서 단 한 명의 피해 없이 제압한 건 어디까지나 프랑스의 대테러부대인 GIGN이었다.
그런데 심문 도중에 중간 간부 즈음으로 보이는 한 테러범이 의외의 말을 내뱉었다. 아주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테니 자신은 무죄 방면해달라는 것이었다. 동시에 비행기를 셋이나 납치하고 불법 비행장 폭격으로 수억 달러의 손해를 보게 만든 희대의 테러범들에게 당연히 그냥 무죄 방면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길고 긴 협상 기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프랑스 정부의 감시하에 있는 가석방 조건으로 그의 무거운 입이 열렸다. 입에서 나온 내용이 대수롭지 않으면 괘씸죄를 적용할 생각이었지만, 내용을 전부 듣고 나서 듣는 이마다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망할 알 카에다 놈들을 죄다 때려잡고 싶어졌다.’
때는 중국에서 계엄령과 함께 배급제로 회귀하기 일보 직전일 무렵이었다. 중국에서는 중국인만 일하는 게 아니었다. 중국 공산당이 중국 경제를 세계에 개방하기로 하고 외국인들에게도 취업 자격을 부여하기로 한 이후부터 중국에서 일하던 외국인 중에 중동인은 얼마든지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그중에는 ‘알 카에다’도 있었다. 사실 알 카에다가 위장 취업하지 않은 나라를 찾는 게 더 힘든 일이었지만, 의외로 중국에는 그렇게 많은 알 카에다가 있진 않았다. 중국이 외국인을 편집증적으로 받는 탓도 있었지만, 바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북한 못지않게 폐쇄적인 국가였다. 거기다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선전하고 있긴 하지만, 실상은 불교 기독교를 비롯한 모든 종교가 실시간으로 탄압받고 있었다.
어쨌든 중요한 건 여기부터다. 그 중국 지부 알 카에다 몇몇이 폐쇄를 피해 중동으로 다시 귀환했고 병도 같이 가져왔다. 중동에 사스가 유입된 경로는 바로 이러한 경로였다. 아마 다른 경로도 존재는 했겠지만, 이 사스를 본격적으로 중동 전체로 확신시킨 것은 알 카에다였다.
알 카에다에도 몇몇 분파가 있다. 군벌이라고 해도 좋으리라. 어쨌든 일부 광신자 집단은 이렇게 생각했다. ‘선택받은 자들은 살아남을 것이고 선택받지 못한 자들은 죽으리라!’라고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선택받은 자들은 당연하겠지만, 야훼에게 진정으로 선택받은 자. 다시 말해 자신들을 의미했다. 그냥 이슬람도 아니고, 오로지 자신들의 이슬람 말이다. 그리고 선택받지 못한 자들은 자신들 이외의 전부를 의미했다.
그리고 지금 한참 미쳐 돌아가고 있는 ‘슈퍼 사스’에 대해서도 중동의 좋지 않은 환경에서 일부 돌연변이가 나왔다고 파악했지만, 그것이 왜 전 세계로 이토록 빨리 전염되었는지는 아무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모두가 그 원인으로 열악한 국경 사정을 꼽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엄격한 방역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몇몇 선진국의 시스템을 뚫은 이유를 아무도 설명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이것이 그 답이었다. 슈퍼 사스 감염자들이 사용하던 물건들을 지속적으로 다른 나라로 열심히 실어 나르고 빈민국에는 구호품이라는 명목으로 널리 퍼뜨렸고 선진국에는 일부러 슬럼가나 유명 관광지에서 소매치기를 당했다.
그렇게 슈퍼 사스는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다만 자신들이 퍼뜨린 게 슈퍼 사스인줄은 몰랐으며, 그중에서 리가가 무너진 건 완전히 상정 외였다. 리가 붕괴는 우연에 우연이 겹쳐 만들어진 비극의 산물이라 할 수 있었다.
알 카에다 측에서는 언제나 그렇듯 성명 내기를 ‘이는 우리가 신을 대신해서 내리는 천벌이다!’라며 열심히 떠들고 있었지만, 설마 이것이 진짜라고 생각하는 정보 조직은 아무도 없었다. 언제나 있던 허세 잔뜩 함유된 정기적인 발작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이것을 잘만 다루면 EU가 중동을 길게는 반세기 정도는 완전히 장악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군. 그리고 반세기면 석유가 다른 대체 자원으로 바뀌기엔 충분한 시간이지.’
당연하겠지만 이 사실을 공표하지 않고 숨길 이유도, 아낄 이유도 없었다, 다만 프랑스 나름대로 국익을 위해서 유용하게 활용하는 법이 있을 뿐이었다. 예를 들면 아직은 통합 단계에 있는 프랑스군이 먼저 준비할 태세를 갖추고 공표하는 방법도 있다. 그리하면 차후에 프랑스가 EU군을 상당 부분 주도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자크 시라크가 이것을 어떻게 활용해야 가장 국익에 부합할지 고민하고 있을 무렵 보좌관이 한가지 문서를 들고 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
“각하, 긴급으로 분류되어있는 새로운 정보입니다.”
긴급이라고 하면 보통 지금 보고 있는 업무보다 긴급한 사안들을 의미한다. 그런데 더 이것보다 긴급이 존재할 수가 있단 말인가? 그는 구태여 의아함과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래 말해보게.”
그러나 그 긴급 정보를 듣는 순간 자크 시라크의 시큰둥한 표정은 마치 박물관에 전시된 석고상처럼 굳어버렸다.
“리가에서 탈주해서 군벌을 구성한 중동인 상당수가 쿠르드족입니다.”
같은 시각 리가 교외의 숲. 러시아 의용군 소속 보리스 중사는 실로 황당한 일을 경험하고 있었다. 가방에 화살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민간인 하나가 튀어나오더니 마구잡이로 질질 짜는 게 아닌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에 절박한 표정으로 무어라 호소하고 있긴 한데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는 게 문제였다.
원래 소대마다 라트비아어를 아는 통역사나 병사가 한 명씩은 붙어 있었는데, 임무 수행 도중 심각한 장염이 걸리는 바람에 그 인간이 빠지게 되었다. ‘꺼져’나 ‘좆까’ 같은 간단한 라트비아어는 외웠기에 임무 수행에 별 지장이 없으리라 생각한 소대장이 그냥 가자고 한 게 화근이었다.
‘그 자식 장염이 뭐 어째? 돌아가기만 하면 흠씬 두들겨 줄 테다.’
이렇게 곤란해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그 화살을 마구 쏜 인물이 당당하게 그들 앞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자신이 총에 맞게 될 것이라곤 추호도 생각하지 않은 듯한 태연한 표정으로 나오니 환장하고 미쳐 돌아가실 지경이었다.
상호 간에 속 깊은 사연이 있어 보이긴 하는데 도대체 말이 통하질 않으니 러시아 의용병들은 답답해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생각해보라, 본인이 상당히 떳떳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살상 무기까지 손에 들고 그 수많은 총구 앞으로 나오지 않았겠는가?
‘누가 백이고 누가 흑이냐. 아니면 둘 다 흑인가?’
이 부분이 참으로 골이 때리는 부분이었다. 막말로 약탈자 둘이 서로 치고받다가 한 놈이 안 될 것 같으니 자신들에게 달려들었을지 누가 알겠는가? 그러나 이 가설에 무게를 실어주기에는 활 든 놈의 태도가 석연찮았다.
“상황을 통제해야지.”
그는 자신에게 다그치듯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무기 버려!”
이야기를 듣는 건 일단 제압하고 나서라도 늦지 않다. 그리 판단한 보리스는 무기를 내려놓을 것을 활잡이에게 강요했다. 혹시나 몰라서 러시아어뿐만이 아니라 어눌한 영어에 보디랭귀지까지 쓰는 치밀함을 보였다.
‘여기까지 말했는데 못 알아먹고 불복하면 다소의 불행한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문제는 없겠지.’
보리스는 군인이었다. 그의 임무는 재판관처럼 흑백을 가려내는 게 아니라 불법 무장 단체의 손아귀로부터 리가의 통제를 되찾는 일이었다. 이를 위해서라면 다소 민간 피해나 불상사가 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로 포장할 수 있었다. 다른 부대라면 양심 문제로 인해서 더 머뭇거릴지도 몰랐지만, 이 부대는 아니었다.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정예 부대였다.
“당장 무기를 버려!”
분명 알아들은 것은 틀림없었다. 이 정도 했으면 보통은 알아듣는다.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본능적으로 알아듣는다. 그런데 어째서 내려놓지 않는단 말인가?
“경고는 두 번까지다!”
목숨까지는 빼앗지 않겠지만, 적어도 병원 신세 정도는 지게 해줄 작정이었다.
“아니.”
그러나 보리스는 방아쇠에서 힘을 뺄 수밖에 없었다. 활을 든 사내의 입에서 나온 건 알고 있는 라트비아어였기 때문이다.
“당신들에게 제가 이번에 새로 사귄 친구들을 좀 소개해줄까 싶어서.”
바로 그 아주 잠깐의 망설임이 독이 되었다. 바로 그때였다.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러시아 의용군을 향해 수백 발의 납탄이 빗발치기 시작한 건.
“이런 시발!”
총소리를 듣자마자 러시아 의용병들은 훈련받은 대로 반사적으로 그 자리에 포복 자세를 실시했지만, 이미 상당수 치명상으로 인해 생명이 경각에 달리게 되었다. 상상조차도 해보지 못한 초유의 사태에 사주경계가 허술해진 탓도 있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가장 치명적이었던 점은 공터라는 점과 적들에게 조준을 준비할 정도로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는 점이었다.
탁 트인 야지에 멈춰있는 군인은 제아무리 단련된 정예 강군이라 할지라도 사격장의 멈춰있는 표적지나 다름없었다. 제압 사격이고 뭐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정예군이 되기 위해서 받은 훈련 기간은 십 년이었지만 공든 세월이 무상하게 무너지는 것은 아주 짧은 순간이면 충분했다.
‘빌어먹을! 한 번의 실수로 소대가 거의 전멸이라니!’
그러나 쓰러지는 순간에도 경험은 죽지 않고 방아쇠에 한 호흡 남은 의지를 담아 숲을 향하여 마구잡이로 갈겼다. 숲 사이로부터 처음 듣는 이국적인 욕설과 함께 비명이 들려오는 것을 보아하니, 꽤 많은 이들이 맞은 모양이었다. 돌탑이 큼직하면 설령 무너지더라도 터는 남는 법이다. 공든 탑은 무너지는 와중에도 그동안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훌륭하게 증명해냈다.
“그 망할 활잡이 어디 갔···!”
다른 건 몰라도 그 활잡이는 반드시 죽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전형적인 양동이였다. 애당초 그 사내가 아니었다면 당할 일도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총구를 활을 든 사내가 있던 자리로 돌렸으나, 그곳에 있는 건 보리스를 향하여 날아오는 화살뿐이었다.
화살이 총알에 비교하면 하품이 나올 정도로 느리다곤 하나, 어디까지나 이는 상대적일 뿐. 인간이 50m 정도밖에 되지 않는 근거리에서 보고 피할 정도로 느리진 않다.
“빌어먹을!”
예고도 없이 머리에 큰 충격이 내달렸다. 화살이 방탄 헬멧에 부딪힌 탓이었다. 방탄 헬멧이 아니었으면 절대로 죽었다. 단순히 분노를 넘어서 겹겹으로 울분이 치솟았다.
‘이런, 습관적으로 미간을 노린 게 문제였나?’
반면 거목 뒤에 숨은 레비츠는 혀를 찼다. 군인을 상대해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동안 헬멧을 쓴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조잡하게 만든 사제에 불과했기 때문에 총탄은커녕 화살에도 잘만 뚫렸었다.
‘정치적인 협력 관계를 만들어둔 게 답이었군.’
레비츠는 그 누구의 편도 아니었다. 다만 적어도 리가를 정부에게 내주고 싶진 않았다. 적어도 리가는 리가의 방식이 있었고 리가는 리가 사람의 것이야만 했다.
“그건 그렇고 무섭군. 쿠르드족은.”
그들은 외국인이라는 불리함에도 삽시간에 한데 뭉쳐 토착세력을 밀어내고 리가의 한 축을, 그것도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 원인은 들어온 노동자가 대부분 쿠르드족이라는 점에 기인했다. 민족이 같으니 뭉치기도 쉬웠고 이미 전투에 익숙하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물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열악한 환경에도 잘 살아갈 수 있는 삶의 지혜가 있었다.
철저한 게릴라 전으로 러시아군과 대치하고 있었다. 러시아군이 폭격이나 포격을 시작하면 속절없이 무너지겠지만, 이번에는 그게 불가능했다. 그렇지 않아도 리가가 전부 불탄 참이었다. 이 와중에 숲까지 불타거나 훼손되었다간 단순 외교 문제를 넘어서 국제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의용군. 다시 말해 외국군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러시아 의용군은 외국 영토에서 한정된 자원으로 한정된 전투를 치러야만 했다.
쿠르드족은 중동에서도 꽤 핍박받는 모양이지만, 그건 그들 사정이었다. 쿠르드족이 리가를 망가뜨리는데 한 팔 제대로 거들었다는 건 바뀌지 않았다.
‘이들도 결국에는 내 손으로···.’
활을 잡은 레비츠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당연하겠지만, 이 충돌은 이곳에만 나는 게 아니었다. 러시아 의용군이 치르는 전투는 실상 절반 이상이 쿠르드족과의 전투였다.
이 소식은 러시아 의용군을 보낸 푸틴은 물론, CIA를 풀어놓은 부시의 귀에도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