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98)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97화(198/377)
< 197편 >
다시 백악관. 부시가 들고 있는 건 언제나 같이 집무실에서 드는 점심 식사였다. 머리를 굴리기 위해 각설탕을 2개 넣은 인스턴트커피와 호밀빵 사이에 신선한 양상추와 브리 치즈. 그리고 감칠맛 나는 생햄을 끼워 넣은 샌드위치였다. 아무리 늦장을 부려도 5분 이내로 식사를 마칠 수 있어 애용하는 메뉴였다.
그 최장 기록인 5분이 오늘 깨졌다.
“···다시 한번 말해주지 않겠나?”
부시는 지금 자신이 뭔가 잘못 들은 줄로만 알고 자꾸만 얼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아무리 얼굴을 쓸어내려도 자신이 들은 사실이 바뀌거나 달라지는 일은 없었다. 달라진 것은 오직 하나 부시의 손에 들린 커피의 온도뿐이었다.
‘러시아군이 왜 쿠르드족하고 싸우고 있는데?’
그보다 중요한 건 쿠르드족은 그들로 구성된 나라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 말은 즉, 러시아가 어딘가에서 전쟁 혹은 국경 분쟁이 났다는 소리!
부시는 여차하면 그 분쟁에 개입할 각오를 했다. 지금까지는 돈만으로 대부분을 해결해왔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지금껏 일방적인 ‘폭력’에 가까운 전쟁 같지 않은 전쟁만을 해왔으나 만일 개입하게 된다면 진짜 전쟁을 하게 될 터였다.
책임이 무게로 변해 부시의 어깨를 짓눌렀다. 피하고 싶지만 해야 한다면 한다. 그런 각오였다. 커피가 완전히 식어 차가워졌을 무렵 드디어 부시의 무거운 입이 열렸다.
“시리아, 터키, 서이라크, 이란. 지금 러시아가 전쟁하고 있는 건 도대체 어디인가?”
그러나 비서실장의 입에서 나온 말은 부시의 각오를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국가 간의 전쟁은 아닙니다.”
“뭐야? 하지만 러시아에 쿠르드족은 없을 터인데?”
“방금 올라온 이 보고서를 보시면 자연스레 대부분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리가에 잠입한 CIA가 독자적으로 모은 정보. 프랑스에서 몇 시간 뒤 있을 공식 발표 전에 은밀히 건네준 모종의 정보. 러시아에서 들어온 정보까지. 이번 사태의 종합 보고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환장하겠군.”
난잡하고 복잡한 정보를 한데 모아서 압축하자면, 쿠르드족을 중심으로 군벌이 형성되었고 자기들 말로는 라트비아가 리가를 포기했고, 쿠르드인 중심으로 리가를 수개월 간 실효 지배를 해왔으며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나라를 건국했단다.
그러니까 그네들 입장은 이게 ‘쿠르드 독립전쟁’이라는 거다.
“아니, 왜 남의 나라 땅에 가서 저 난리야.”
개입해도 문제고, 개입하지 않아도 문제였다. 섣불리 개입하자니 심각할 정도로 이렇다 할 명분도 없고 그렇다고 개입하지 않자니, 나중에 폭주하기 시작한 문제들이 세계를 집어삼킬 것 같아 그냥 방치하자니 몹시 껄끄러웠다.
리가 교외에서 소수가 싸우는 거야 지금이야 러시아가 포차 때고 싸우고 있으니 지지부진한 거지, 시간이 흐르고 나면 결국엔 열악한 보급 사정과 물량에 버티지 못할 터였다. 문제는 이대로 전투가 계속되면 좋든 싫든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시간을 잡아먹으면 잡아먹을수록 나올 말은 많아지고 상황이 얼마나 그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지 깨달을 터였다. 사실 그들 모두가 알고 있으나, 현실이 궁색하여 모른 척해왔을 뿐이었다.
“불길한데.”
프랑스는 이쪽에는 관심 없고 전력을 다해서 알 카에다를 때려잡을 모양이었다. 사실 지금까지도 그다지 소극적으로 움직였던 건 아니었지만, 그들의 제시한 새로운 알 카에다 소탕 작전은 거의 총력전에 가까운 수준으로 변모해있었다. 좀 다른 점이 있다면 통상의 총력전과는 달리 인력을 갈아 넣는 방식이 좀 바뀌었다는 점 정도였다.
구체적으로는 지금까지 경험을 종합한 결과 그들에게 부족한 건 화력이나 전술의 결함이 아닌, 전략 정보라고 결론지었다. 실제로도 정보의 부족으로 EU군은 허탕을 여러 번 치거나 함정에 걸려들어야만 했다.
그 와중에 혈혈단신으로 작은 중대급 병력을 격파한 괴물 같은 병사도 태어난 모양이지만, 그 이상으로 손해를 봐야만 했다. 지금이야 이동수단이나 사람 몇이 죽는 게 전부지만, 처음에는 피아를 구분하지 못해서 온갖 장비가 망가졌고 그로 인해 수천만 유로가 깨졌다.
여기서 말하는 피아구분은 ‘민간인 협력’을 뜻한다. 사실 EU군이 아니더라도 이를 능히 해낼 수 있는 군대는 없겠지만, EU군은 현지인들의 말을 빌리자면 ‘위선의 화신’과도 같은 것인지라 현지 안정을 위해서 자신들이 피해를 준 만큼 복구하고 일자리 창출 등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진정으로 그들이 선을 행하고 싶다면 알 카에다를 음지로 몰아넣었으니 이젠 좀 꺼져주는 것이 맞았지만, EU 회원국들은 손해를 메꾸고 싶어 했고 중동의 석유도 굉장히 탐이 났기에 물러서지 않았다. 어쨌든 이러한 과정에서 EU군의 진지 내부 구조나, 취약점이 알 카에다의 손으로 들어갔음은 틀림없었다.
가볍게는 식자재에 장난을 쳐서 식중독 유도를 통한 전투력 저하나, 심하면 작전 정보까지 빼돌려지는 바람에 소대 하나가 중동 땅에 그대로 매장되었다고 하니 그 정도를 가늠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노하우가 쌓일 만큼 쌓이고 현지에서 하도 말이 많아지자 윗선에서 방침을 바꾼 이후로 이러한 일은 거의 없어졌다고 선전하고 있었다.
어쨌든 리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중동에 있는 쿠르드족들이 호응하여 봉기하기 시작하면 필시 중동의 판도가 완전히 뒤바뀌리라. 그때 EU군은 쿠르드족의 편을 들지, 아니면 기존 정부들의 편을 들지 선택해야 할 것이었다.
‘아니면 정말로 꺼져준다는 선택지도 있지만, 그들이 도저히 그걸 고를 것 같지는 않군.’
중동에서 나간다는 선택지를 제외하면 어느 쪽을 선택하든 ‘치안 유지와 안정을 위해서 주둔’이라는 명분이 남는다. EU가 중동에 꽂아놓은 석유 빨대는 짧게는 5년. 길게는 20년 정도는 그대로 유지될 터였다.
‘정말로 뭐라도 해야 하나?’
다시 리가 교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해괴하기 짝이 없는 전투로 돌아와서. 이 전투의 키 포인트는 결국 러시아가 리가의 교외를 완전히 점령하고 라트비아 정부로 통제권을 이양하는 기간의 길이에 달려 있었다.
일정 이상 길어지면 중동도 덩달아 불안해질 터였다. 어쩌면 러시아가 그것을 노리고 일부러 질질 끌지도 몰랐다. 러시아는 받을 피해가 없으니 말이다. 기껏 피해라고 할만한 걸 찾아봤자 여전히 암 걸리는 짓만 골라서 쇼를 벌이고 있는 동이라크 정도였다. 심지어 이들은 논하였던 초고층. 아니, 초대형 건축물을 진짜로 짓기 시작했다.
‘그리고 쿠르드족이 작든 크든 단일민족의 국가를 만들게 되면 지구상의 모든 소수민족이 자극을 받게 되겠지.’
지금도 꾸준히 독립을 요구하고 있는 소수민족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것들이 본격적으로 무장투쟁으로 성격이 바뀌는 순간. 그들에게 있어서도 그들을 지배하고 있는 정부에게 있어서도 끔찍한 시간이 되리라는 건 너무나도 뻔한 일이었다.
전쟁은 어떻게 수행하더라도 아프간전의 미군 같이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적게는 수백, 많게는 수천만이 죽는다. 어쩌면 이젠 수천만을 넘어서 억 단위가 될지도 모르겠다. 부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러한 결과를 막고 싶었다.
만약 독립한다고 하더라도 평화적으로 독립하면 그만이다. 마치 남수단과 서수단처럼 말이다. 무력으로 독립해선 서로 손해 아닌가. 서로 전쟁 수행 능력을 제거하기 위해서 국가 주요 시설 등을 타격하여 인프라를 완전히 붕괴시킬 터였고 결과 막대한 돈을 재건에 들여야 할 터였다.
이는 작게는 일부 경제 및 지정학 변동이지만, 크게는 인류의 퇴보였다. 퇴보라는 게 사실 별거 아니다. 전쟁이 크고 작은 것이 누적되다 보면 생기는 손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혹자는 전쟁과 갈등이 인류를 발전시킬 것이라 믿지만, 그것도 좀 제한되고 한정된 곳에서나 가능한 것이지. 버튼 하나로 지구의 지표면을 완벽하게 노릇노릇 익혀버릴 수 있는 핵무기가 만연한 현대에서는 꿈도 꿔선 아니 될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었다.
“이러다 진짜로 팔자에도 없는 지구 방위대 노릇하게 생겼군.”
앞으로 있을 일들을 상상하니 급격하게 목이 탔다. 부시는 식어버린 커피를 단숨에 들이켰다.
‘여기서 가장 쉬운 방법은 그냥 러시아가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하는 건데. 라트비아가 순순히 협조해 줄 것 같지는 않고···.’
더군다나 떼어낸 차 포를 붙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라트비아의 원시림은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사실 지금 당장도 라트비아 정부는 전투 덕분에 야생동물의 터전이 짓밟히는 건 고사하고 그것을 넘어서 본래 보이면 안 될 동물들이 아예 다른 도시에 출몰하기까지 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원시림이 실시간으로 망가지고 있다는 소리였다.
사실 살기 바쁘고 그렇지 않아도 더 각박해진 마당에 자연에 관심 있는 사람은 별로 없으니 여기까지라면 민간인들도 ‘어쩔 수 없지.’하고 마는데, 늑대나 곰 따위가 도심 한복판의 골목에서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으면 곤란해진다. 이것도 한 둘이면 희귀한 걸 봤다며 호기심 정도로 끝나겠지만, 사람이 잡아먹히고 인명 피해가 나고 나면 이야기가 다르다.
딱 여기까지가 보고서를 받고 나서 10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동안 부시는 입을 굳게 다문 채로 오로지 생각에 몰두하고 있었다.
“생각만으로는 밑도 끝도 없군.”
다른 사안들과 다르게 이 사건의 독특한 점은 해결책은 생각나지 않고 문제점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난다는 점이었다.
“명쾌한 해결법이나 뾰족한 수가 없는 일은 이번이 처음인데.”
보통은 나중에 좀 후환이 있더라도 적어도 ‘방법’은 생각났다. 아니면 그 비슷한 것이라도 나왔는데, 이번만큼은 정말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이 자리에 올라서고 나서 이후로 이토록 심각한 무력감은 처음이었다.
“문제 있습니까?”
문제라면 있다. 결국에 독립의 물결은 대서양을 건너 신대륙에 닿으리라는 건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때가 되면 세계가 어떻게 굴러갈지 아무도 모른다. 아무리 그래도 설마 미국이 분열되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아래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상대적으로 평온한 캐나다와 미국과는 달리,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는 지금도 혼돈 그 자체였다.
심지어 아예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문명 밖에서 사는 곳이기도 했다. 그야 문명을 거부한다고 해도 전통을 지키고 도시에서 살지 않을 뿐 문명에 완전히 무지한 건 아니었다. 특정한 사건 하나만 나와도 득달같이 독립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당연하겠지만, 남아메리카가 혼란스러워져서 미국이 득 볼 게 하나도 없었다. 혼란 속에 채집장이 망가지고 물가가 치솟아 남아메리카에서 수입하는 원료나 식료품만 더럽게 비싸질 게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해외. 해외라. 가만있어봐라.’
구태여 라트비아에 개입하느냐 마느냐로 고민할 필요가 있나? 언제부터 그가 그렇게 스케일 작게 놀았던가?
“비서실장. 나는 지금부터 문제를 만들 작정이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