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199)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98화(199/377)
< 198화 >
중요한 건 ‘통제가 가능한가? 불가능한가?’다. 그 어떠한 위험천만한 상황이라도 통제만 가능하다면 상관없다. 가장 무서운 것은 통제를 벗어났을 때, 그리고 처음부터 통제할 수 없을 때였다.
그렇다면 역설적으로 통제가 되도록 미리 다른 상황이 들어올 틈이 없을 정도로 ‘큰 문제’를 만들어두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러나 별 같잖은 지랄병까지 해대며 중동에서 발을 뺀 만큼 중동을 건드리기 싫었던 부시는 영국과 독일. 그리고 프랑스에 비밀리에 엄중히 경고했다. 영국이야 운명공동체나 다름없는 동맹국이었기 때문이고, 독일의 경우에는 EU에서 가장 강력한 발언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며. 프랑스는 이미 중동 온갖 곳에서 군이 배치를 끝낸 뒤 날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EU 회원국으로부터 기껏 통합된 EU군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욕을 먹고 있었지만, 자잘한 정치적인 이유로 테러리스트 소탕을 멈추거나 미룰 수 없다고 밀어붙이자 반박이나 비난은 회의에서 이뤄진 하룻밤의 한바탕 소동으로 끝나버렸다.
그게 아니더라도 프랑스의 눈은 뒤집혀 있었다.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EU 탈퇴라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이는 프랑스 정부가 내놓은 공식 입장만이 아니라 프랑스 국민 전체의 뜻이기도 했다. 민주주의 정부가 행할 수 있는 미덕이란 무엇이겠는가? 국민의 뜻을 받들어 수행하는 것 아니겠는가?
프랑스 정부는 기꺼이 그 미덕을 실천하기로 했다. 절대로 프랑스 전통인 ‘꼬우면 정부 전복시키고 새로운 정부 새워버리기’가 두려웠던 게 아닌! 민주주의 정부의 당연한 기능을 행하기 위함이었다.
“나중에 터질 문제를 촉발해서 통제 안에 들어오게 한다. 이론적으론 맞지만, 제정신인가. 이 양반은?”
그 프랑스 대통령인 자크 시라크가 완전히 질렸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EU군이 투입되고 난 이후로 쿠르드족의 현주소는 이러했다. 쿠르드족은 독립을 위해서라면 여자마저 총을 들고 일어날 정도로 호전적인 민족이지만, EU군이 중동을 본격적으로 장악한 뒤로부터는 그들도 잠잠해지고 있었다.
딱히 독립을 위한 투쟁을 그만둔 것이 아니라, EU군과 협상 중이었기 때문이다. EU군은 단계를 밟아 순종적인 독립 국가를 세우고 오래오래 중동을 통치할 생각이었다.
분열 시켜 지배하라. 그들이 18세기부터 질리도록 행해왔던 식민지 이론 그 자체였으며 결정체였다. 다만 이번에는 대놓고 할 수 없으니, 조금 다르게 하기로 했다. 혹자는 이 작태를 비꼬아 이렇게 불렀다.
‘선진 식민화’라고 말이다. 사실 이는 멀리 갈 것도 없이 미국이 행하고 있는 일이었다. 미국의 경우에는 냉전 시절의 연장선 같은 느낌으로 들어오는 것보다도 나가는 돈이 더 많은 특수한 경우였지만, EU의 경우에는 중동의 완전한 장악을 원했던 탓에 중동을 완전히 분열시킬 생각을 하고 있었다.
민족들이 독립을 원하면, 전부 시켜주는 것이다. 예전과는 달리 선전이 발달했고 UN이라는 훌륭한 기관도 있고 하니, 합법적이고 인도적으로 힘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모두가 좋아할 방법이었다.
그 결과가 중동의 힘을 약화하는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독립한 국가들은 독립 기념일을 칭송하며 크게 만족하리라. 당연히 그들도 바보가 아니니까 한 50년 정도 지나면 힘을 모아서 유럽을 배척하겠지만, 그전에는 EU의 영향력을 벗어난다는 건 요원한 일이었다. 이는 설령 EU가 해체되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럴 일은 결단코 없어야 하며 있어서도 안 될 일이지만, 어쨌든 간에 사실이 그러하다. 그래서 부시가 보낸 외교 문서에 적힌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차라리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평화적으로 독립을 진행하라는 건가? 못할 것도 없지. 하지만···.”
묘하게 남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느낌이 들어서 꽤 께름칙했다. 물론 이해는 하고 있었다. 더 숨길 것도 없다. 아마도 ‘EU와 충돌하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방치를 하고 싶지도 않기에 위탁했다.’ 아마 이것이 진실이리라.
‘그런데도 마음에 들지 않는군.’
쿠르드족이 독립해서 얻는 장점이 크게 둘이 있다. 우선 첫째는 지지부진하게 끌어왔던 독립문제가 해결되어 다른 민족들에게도 신뢰를 얻는다는 점이다. 신뢰를 얻고 나면 적어도 치안이 급격하게 좋아질 터였다. 길 가다가 총 맞는 일은 있어도 오밤중에 지대지 로켓을 맞고 건물째로 폭사하는 일은 없어진다는 의미다.
두 번째는 총체적 안정을 통한 난민 근절이었다. 사실 EU 회원국 대부분 전자보다는 후자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난민을 어떻게 할 수는 없으니 결국 수 세기 동안 열심히 조져놓은 중동을 회복시켜서 그들의 발걸음을 직접 고국으로 돌아가게 하거나, 난민 명분 자체를 박탈하는 쪽으로 저울의 무게를 기울였다.
물론 단점도 있다. 일단 독립해야 하는 그 쿠르드족이 수천만에 이를 정도로 많고, 만일 독립할 경우 그들이 가져갈 영토가 너무 크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쿠르드족이라고 해서 다 같은 쿠르드족이겠는가? 그들이 같은 민족이라곤 하나 떨어져서 지낸 지 너무 오래되었다. 아마도 자연스럽게 서로 분열될 터였다.
그것이 지역별로 각자의 뚜렷한 정치 성향을 지닌 ‘당’이라는 형태로 나타나 주면 고맙겠으나, 그럴 거 같지가 않았다. 그들은 펜보다 총을 더 선호했으며, 말보다는 행동으로서 보여주기를 더 좋아했다. 어떤 민족은 인내심이 모자라네, 어떤 민족은 호전적이네 같은 철 지난 우생학 따위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지금 그들의 ‘생활방식과 행동방식’이 그러했기에 갑자기 그들만의 나라를 가지고 평화로워진다고 해서 그들이 펜만 들고 싸울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라는 거다. 이런 전통과도 같은 방식이 희석되려면 시간밖에 답이 없었다.
게다가 이란과 터키도 문제였다. 이라크나 시리아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이란과 터키는 정말로 답이 없었다. EU군이 중동을 장악하고 있는 건 맞았지만, 그중 이 두 나라는 반드시 제외해야만 했다.
그나마 터키는 가장 뜨거운 논제인 EU 가입과 함께 온갖 혜택을 통해 여러 방면으로 구슬리고 있지만, 이란만큼은 절대로 안 된다는 답변만 내놓고 있으니 답답해 돌아가실 지경이었다.
일부 호전적인 이들은 전쟁을 불사하더라도 이란으로부터 쿠르드족에게 줄 영토를 빼앗아오면 된다고 떠벌리고 있지만, 파격적인 발언으로 인기를 누리기 위함이거나 정치색을 대변하기 위함이었지, 그들 중에서 진심으로 전쟁을 지지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우물쭈물하는 사이 걷잡을 수 없게 되는 것도 확실히 문제가 있다.’
아마도 이번에 열리는 회의에서 영국이 쿠르드족 독립을 논의하고 지지하기 시작하면 독립의 물결은 마치 유행처럼 필시 걷잡을 수 없는 폭주 기관차처럼 달리기 시작할 터였다. 핵심은 ‘통제’다. 통제를 벗어난 독립 물결은 군벌을 형성하고 전쟁을 일으키는 효과 이외에 그 무엇도 아니었다.
‘쿠르드족이 참다못해 터지는 순간 명분이 없어진 EU군도 물러나야겠지. 그렇다고 이대로 두자면 중동은 지옥으로 변할 게 틀림없고. 석유는커녕 영원히 불타는 유전이나 보게 되겠지.’
일종의 딜레마였다. 어느 쪽이든 ‘이익’이 아니라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한 쓰라린 선택이었다.
“자신의 발상에서 비롯된 책임을 이토록 쉽사리 전가하다니, 이런 천하의 빌어먹을 놈.”
자크 시라크가 입에서 걸쭉한 욕설을 내뱉었다. 그가 직설적으로 욕설을 내뱉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특히나 집무를 보던 도중이라면 더더욱.
“영국 쪽으로 연락하게.”
자크 시라크는 분을 더 참지 못하고 문서를 구겨 벽으로 던졌다. 벽에 부딪힌 종이는 한 번 튕겨 나와 지구본에 맞고 바닥으로 힘없이 떨어졌다. 비싼 지구본은 작은 힘에도 소리 없이 돌아가더니 동아시아에서 멈추었다.
대한민국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에는 푸른 지붕을 가진 건물이 있다. 그 건물 안에서는 하루가 멀다고 나이 지긋하게 잡수신 어르신들이 의견 차이로 격투를 벌이는 장소였다. 경우에 따라서는 피와 살이 난무했으며 건물 앞에서는 자가용이 불타오르는 등 온갖 더러운 꼴은 다 볼 수 있는 장소였다.
그 건물의 이름이야말로 청와대. 본디 이 정도로 자주 국회 폭력이 벌어지는 곳이 아니었으나, 북한과 통일이 막연한 환상에서 제대로 된 실체를 가지고 눈앞으로 다가오자 예전 이상으로 분열되고 있었다.
얼마나 자주 벌어지고 있느냐면, 이젠 공공연하게 언론에서도 국회의원이 아니라 ‘國K-1’ 말을 쓸 정도로 자주 벌어지고 있었다. 진짜로 하라는 현장 공부는 안 하고 본격적으로 무술을 연마해서 오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예전 국회난투극이 서로 잡아끌고 바닥에 메치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주먹과 발차기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서로 고소하고 싶어도 어느 순간부터 주먹 한 번 내질러보지 않은 의원이 한 명도 없을 정도인지라, 한 명이 잡혀 들어가면 다 같이 손에 손잡고 은팔찌 따라 감방에 들어가야 할 정도였다.
이 원인은 약 50년에 걸쳐서 철저하게 개판이 나버린 북한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본격적으로 인프라가 생기면서 삶의 질은 급격하게 올라가고 있었지만, 북한 인민들의 사고방식을 근본부터 바꿔야만 했다.
50년 동안 꾸준하게 주입된 세뇌와 태어날 때부터 공산당이 박아넣은 노예근성은 21세기에 사람들이 논하는 인권과는 꽤 거리가 있었다. 사실 정치적으로 말해서 솔직히 별로 상관은 없었다. 정치인들은 선천적으로 순종적인 국민을 원하고 그들이 정한 질서 안에서 모든 계획이 차질 없이 돌아가길 원한다. 그게 정치인이다. 좋은 의도를 지니고 있던 나쁜 의도를 지니고 있던 이게 기본이다.
국민의 협조가 없으면 모든 게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다른 나라면 모를까 수틀리면 막말로 대통령도 몰아낼 수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였다.
다시 북한 인민으로 돌아와서. 정치인들은 북한 인민들의 성향을 별로 문제 삼고 싶지 않아 했지만, 하필 이를 주시하고 있는 거대한 눈이 있었다. 첫 번째는 대통령이었다. 저번 대통령은 어떤 의미로 전설이 되어 나갔고, 이번 대통령은 그만큼 부담감이 있었다.
그런데 하필 이번 대통령이 선택한 정치 전략은 ‘서민 인권’이었다. 거의 무적이나 다름없었던 북한 통일은 이제 약발이 다 떨어졌으니 서민 민심이나 잡아보자 이 소리였다. 그리고 대통령 본인의 양심적이고 서민적인 성향 또한 크게 작용했다.
양심이 별거인가. 그저 의롭지 못한 일에 분개하면 그게 양심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미국의 존재였다. 사실 국회의원들에겐 대통령보다는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미국이 더 큰 이유기도 했다. 이것 때문에 대한민국 내부에서도 굉장히 말이 많았지만, 어쨌든 북한에는 한국 자본뿐만이 아니라 미국 자본도 꽤 들어와 있었다. 이 부분을 잘못 굴리면 훗날 국제 망신이 될 수도 있었다.
대한민국이 아니라 다른 나라였다면 외신 따위는 외면해도 그만이지만, 하필 지정학적 특수성이 발목을 잡았다. 아래는 일본, 옆에는 중국, 위에는 러시아. 아마 대한민국이 유럽에 붙어 있었다면 독일과 프랑스 이상의 깡패 국가가 될 수 있었을 터지만, 동아시아에서는 그저 작지만 매운 강대국에 불과했다.
대한민국은 경제 자체가 대부분 무역에 의존하고 있으니 선천적으로 외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국가였다. 요즘에는 슈퍼 사스다 뭐다 해서 그 수출입에도 타격이 있긴 하지만, 높은 투자가치를 지닌 북한의 존재 덕분에 아직은 건재했다.
그렇기에 정부는 물론 민간에서까지 중동이나 동유럽에서 나고 있는 분쟁이나 투쟁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