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화(2/377)
< 1편 >
나는 최대한 빠르게 발을 놀렸다. 아직도 이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제대로 분간이 가지 않았지만, 미국의 대통령이라면 응당 이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상황은 어떤가?”
“세계 무역 센터가 2번의 비행기 테러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 이상의 것은 아직 확인된 바가 없습니다.”
“그거 말곤?”
“죄송합니다. 그것 말고는 아직 정보가 없습니다.”
어디 하나 꿀릴 것 없어 보이는 우락부락한 흑인이 죄송하다고 하니 만감이 교차했다. 이게 바로 권력이라는 것인가? 그리고 죄송하긴 뭘 또 죄송하단 말인가. 지금 시대는 뉴스에서도 온갖 찌라시가 판치던 시대였다. 앞으로 들어올 정보가 진짜라고 장담할 수 없으니 진실로 믿을 수 있는 것이라곤 내 기억뿐이었다.
그러나 이 기억이 진짜일까?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실에 그대로 대입해도 되는 걸까? 만약에 내 판단이, 기억이 잘못된다면 그때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하지만 이 지식을 활용한다고 해서 미국 최악의 정권으로 불리던 조지 부시 정권이 그보다 나빠질 수 있을까?
“가까운 공항으로 달려!”
“대통령 각하. 죄송하지만 에어 포스 원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지식에 의존하지 않아도 너무 유명해서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원래 조지 부시는 백악관으로 향하려 했으나 보좌관들의 만류와 회유로 인해 박스데일 공군 기지로 갈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못 이기는 척 공군 기지로 갈 수도 있었다. 아마 상식적으로도 그게 가장 안전하겠지. 동시에 역사의 흐름에도 거스르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정말로 그게 최선책일까? 그게 진실로 최선인가?
“그럼 불러.”
“예?”
“에어 포스 원도 위험할 수 있으니까 안된다는 거잖아.”
“그렇습니다만.”
“그럼 공군을 불러. 가장 가까운 게 박스데일 공군 기지던가? 여하튼 F-15든 F-16이든 싹 부르란 말이야.”
“가, 각하. 외람된 말씀이지만 이미 에어 포스 원에는 최정예로 구성된 호위기들이 붙어있습니다.”
“그럼 대체 뭐가 위험하다는 건가! 나는 미합중국의 대통령이야! 안전한 굴속으로 숨어들려는 시궁쥐가 아니라고! 그 빌어먹을 전투기라도 내놔! 내가 직접 조종해주겠다!”
물론 상식선에서 국가 지도자가 보여줘야 할 행동거지는 아니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국민이 그런 강력한 미국에 걸맞은 행동을 보여줄 수 있는 국가 지도자를 원하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백악관은 테러가 실패할 것이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점 때문이었다.
“대, 대통령 각하.”
보좌관은 거의 울려는 표정이었다.
이게 바로 권력인가? 그러나 그것에서 비롯되는 카타르시스는 거의 오지 않았다. 그 이상으로 내 어깨를 짓누르는 익숙한 중압감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중압감의 정체는 미래를 알고 있기에 희생자를 줄일 수 있다는 양심일까? 아니면 무언가라도 해야겠다는 일말의 책임감인가?
그 둘 다일지도 모르지.
“나는 미합중국의 대통령이다.”
“알겠습니다. 각하. 그럼 에어 포스 원으로 모시겠습니다.”
대충 끝났다는 느낌에 뻣뻣하게 굳어있던 등을 의자에 기울일 수 있었다. 캐딜락 원이 대통령 전용차인 만큼 승차감이 일반 자동차와 궤를 달리했다.
그러다 팔이 문뜩 무겁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것은 몹시 고급스러워 보이는 시계였다. 나는 스마트폰에 익숙해져 있어 시계를 차지 않은지 몇 년이나 되어 익숙하지 않았다.
이제는 익숙해져야겠지.
가만 시계라고?
시계는 9시 11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미국은 이날 4번의 항공 테러를 겪는다. 아메리칸 항공 11편, 유나이티드 항공 175편이 각각 제1, 제2 세계무역센터에 충돌하고 아메리칸 항공 77편이 펜타곤에 충돌한다. 유나이티드 항공 93편은 승객들의 반란으로 인해 테러 목적지까지 도착하지 못하고 알라 후 아르바크라는 저주받을 구호와 함께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탄광 근처에 있는 들판에 추락했다.
그 중 아직 유나이티드 항공 93편이 땅에 추락하기까지, 아메리칸 항공 77편이 펜타곤에 부딪히기 전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 있었다. 그럼 막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국회의사당하고 펜타곤에 연락해서 전원 대피시켜.”
“각하?”
“아직도 모르겠나? 테러일세! 테러! 가장 위험한 곳은 바로 국회의사당과 펜타곤이야! 앞으로 20분 주지. 20분 안에 전원 대피시켜! 20분 이후에도 남아 있는 놈은 내 권한으로 모가지야! 알았나!”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이슬람의 사신이 알아서 모가지를 따갈 것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 알겠습니다!”
“공군에게 연락하게.”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연락 끊긴 항공기가 있으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내 권한으로 모든 전투기를 발진시켜.”
그리고. 그렇지.
“대체 어떻게 항공기가 탈취당했지?”
“죄송합니다. 모르겠습니다. 각하.”
“자네는 죄송하다는 말밖에는 모르나?”
“죄송합니다.”
그동안 본 뉴스를 떠올리기 위해 머리를 최대한 굴려보았다. 노가다를 제외하고 야외활동에는 연이 없어 학창 시절부터 책하고 뉴스만 보고 살았다. 손에 대가리를 박고 있자니 그동안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는 듯 자세하지는 않지만, 대략적인 개요가 생각났다.
9.11 테러 이전 항공법은 몹시 규제가 약해서 무려 4인치 이하의 칼이라면 금속 칼이라도 휴대가 가능했다. 현대의 기준에서 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동시에 9.11 테러가 얼마나 미국에 테러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줬는지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총이나 폭탄은 아니었지.
“모든 공항에 알려라. 미국의 모든 여객기는 조종실 문을 반드시 ‘잠금’으로 바꿀 것. 이 또한 내 권한으로 행사하겠다.”
“예?”
시계는 9시 12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1분이 아까웠는데 저 말대꾸에 지금 1분의 절반인 30초가 소비되었다. 이게 말이나 되는가!?
“당장!!!”
“알겠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은 정말로 다한 것 같았다. 무거운 책임감 사이로 안도감이 몰려왔고 무심결에 차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그곳에는 8년 동안 신문에서 내려갈 일 없었던 조지 부시의 울긋불긋한 표정이 비치고 있었다.
‘정말 조지 W. 부시구먼.’
나는 내 얼굴을 매만졌다. 그리고 그제야 확신할 수 있었다. 그저 그런 꿈 따위가 아니었다. 내가 고작 현실과 꿈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사이에 더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었다. 미합중국 대통령으로서. 또 미래를 아는 사람으로서 주어진 막중한 책임감과 현실감은 나에게 결론을 주기에 충분했다.
나는 조지 부시가 되었다.
* * *
“여기는 유나이티드 93. 피츠 버그 관제탑 다시 한 번 말해달라.”
「여기는 피츠 버그. 유나이티드 93. 당장 조종석 문을 닫아라. 모든 여객기는 문을 잠금으로 설정하라는 명령이 위에서 내려왔다. 이는 현재 국지적으로 벌어지는 테러 행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 말을 들은 기장은 심장이 완전히 쪼그라드는 기분이었다.
‘내 비행기에 테러?’
그런 건 결코 있을 수 없었다. 그러나 테러범은 공항 게이트에서 막을 수 있는 거지 기내에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판단이 끝난 기장은 빠르게 조종석 아래 달린 조작용 스틱을 작동시켰다.
“잠금으로 설정했다.”
「확인했다.」
“절대 있을 수 없지.”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마음이 평온해지지 않았다. 기장으로서 임명받기 위해 온갖 교육을 받았기에 단단할 마음가짐이 도리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그냥 상부가 좀 까탈스럽구나 싶겠지만 하필 조금 전에 세계무역센터가 공격받지 않았던가.
‘오기만 해봐라. 테러리스트 놈들. 내 주먹으로 하느님 곁으로 올려 보내주마.’
총칼을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게 강한 척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동요가 점차 가라앉았다.
그러나 그 다짐은 오래가지 않았다. 마음의 평화를 찾은 지도 고작 10여 분. 별안간 당황하는 아랍어와 함께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기장님?”
기장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당장 납치 코드 입력해. 빨리. 내가 책임진다.”
설사 저 아랍어가 오해라도 상관없었다.
“문 열어!”
아니, 절대 오해가 아니었다!
조종실 강철 문 너머로 들려오는 아랍어 억양의 영어는 결코 오해가 아니었다. 그렇지 않으면 대관절 무슨 연유로 조종실 문을 비행기 승무원도 아니고 아랍인이 두들긴단 말인가?
“부기장. 코드 넣었으면 가서 문 막아.”
“예?”
“저거 그렇게 튼튼한 문 아니야. 알잖아! 빨리!”
그들이 폭탄이나 총을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그걸 쓰게 되면 비행기 중간에서 터지든 가운데에서 터지든 거기서 거기였다. 무엇보다 이 조종실이 점거되게 되면 한두 명이 아니라 모두가 죽게 될 우려도 충분히 있었다.
“관제탑. 이런 젠장! 메이데이! 메이데이! 공항에 긴급 착륙하겠다! 당장 허가해!”
「허가하겠다!」
기장은 관제탑이 혼돈의 장이 되었음을 확신했다.
“부기장! 유언 있으면 먼저 말해두게!”
“예!?”
“죽어도 유언은 블랙박스에 남을 거 아닌가!”
부기장이 손가락만 한 문고리를 손으로 잡아당긴 채 자신의 아내와 딸들에게 침착하게 유언을 남기는 동안 기장은 조종간을 잡은 손바닥에서 오랜만에 땀이 나는 것을 느꼈다. 기장을 달고 나서 마지막으로 땀이 나본 것은 첫 비행 이후로 없었다. 부기장 땐 몰랐지만, 기장을 달고 나서부터는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부기장 때 책임을 느끼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기장을 달고 나서 무거워진 통장의 액수만큼 책임감도 그만큼 더 늘어났다는 것을 실감했다는 점이었다.
‘오, 하느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조종석 문을 두들기는 소음이 커지는 만큼 시간이 점점 느리게 흘러갔다. 시간에도 무게가 생길 수 있다면 아마 그 무게는 천근만근일 게 틀림이 없었다.
“저는 끝났습니다. 기장님은 유언 안 남기십니까?”
부기장이 침울한 얼굴로 물어왔지만, 기장은 그럴 정신도 없었다. 간신히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하이재킹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긴장한 몸이 식은땀을 끊임없이 흘려댔다.
“안 남겨!”
이윽고 희끗거리는 구름 사이로 도시가 보이고 그 중심에 피츠 버그 공항의 활주로가 보였다.
‘각도가 좋지 않은데.’
그래서 뭐 어떻다는 말인가. 기장 자리는 거저먹은 자리가 아니란 말이다.
“피츠 버그 관제탑. 긴급 착륙을 실행하겠다.”
「유나이티드 93. 전부 준비되어 있다.」
그 말을 들은 기장이 침착하게 활주로를 한 번 육안으로 훑어보았다. 몹시 깨끗한 활주로였다. 그것은 그만큼 지상이 가까워졌다는 소리이기도 했지만, 결말이 다가오고 있다는 소리이기도 하였다. 그것을 보니 자신감이 솟아올랐다.
그러니까 결말이 오기 전에 그 말은 해야 했다.
“관제탑. 상부에 감사 인사를 전해달라.”
「뭐?」
“상부가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테니까.”
사실이었다. 문을 잠그지 않았다면 지금쯤 테러리스트와 육박전을 벌이거나 벌써 어딘가 자살 테러를 하고 있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건 살아서 각하에게 말씀드리게.」
“각하?”
「이 명령은 대통령 각하께서 직접 하달하신 명령이니까.」
“그렇군.”
기장은 랜딩 기어를 내렸다.
이제 결말의 시간이다.
“간다!”
성공해라! 성공해라!
* * *
“각하.”
성공했나?
“유나이티드 93이 피츠 버그에 긴급 착륙했습니다.”
‘좋았어!’
지식으로도 역사를 바꿀 수 있었다! 한때는 ‘알고도 막을 수 없으면 어떻게 하지?’라고 생각도 해봤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대체 역사소설에서 흔히들 말하는 역사의 억지력 같은 건 없었다!
“그런데….”
그러나 이어지는 말에 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왜, 뭐가 더 남아. 설마 진짜로 억지력 같은 게 있었던 거야?
“무슨 일이지? 설마 테러리스트 놈들이 폭탄이라도 터뜨린 건가?”
내 심각한 표정을 본 보좌관이 인자하게 웃었다.
“그런 나쁜 소식은 아닙니다. 승객들이 테러리스트를 붙잡았다더군요. 대통령 자유 훈장이 많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
“하! 얼마든지 주도록 하지.”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에어 포스 원에 탑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