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0)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9화(20/377)
< 19편 >
‘이런 미친 우라질 새끼를 보았나. 무슨 2년 만에 신기술을 만들라고 하고 지랄이지?’
이것이 정유 회사와 시추 회사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문제는 조사에 조사를 거듭할수록 튀어나오는 셰일의 양이었다. 대통령령으로 텍사스부터 시작된 대규모 지질조사는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는데, 조사를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그 양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었다.
오일 셰일(Oil Shale)이란 무엇인가? 그것을 제대로 인지하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우선 역사의 태엽을 꽤 뒤로 감아야만 했다. 석유가 우리 귀여운 공룡 친구들이 남기고 간 유산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을 테니 자세한 건 넘어가자. 그런데 셰일층은 공룡이 아니라 놀랍게도 해초 같은 고대의 수생식물 친구들이 주고 간 선물이다. 마치 석탄처럼 말이다.
함유혈암(含油頁岩), 유모혈암(油母頁岩)이라도고 부르는 이것은 케로겐 등의 유기물을 포함하고 있으며, 회분(Ash Content) 또한 포함하고 있다.
복잡한 건 딱 질색인 분들을 위해서 풀어 말하면 ‘석유 주제에 식물로 되어 있어서 이상한 잡것들이 잔뜩 들어 있다!’라는 소리다. 이 셰일층에 있는 오일을 ‘오일 셰일’이라고 부르고 이것을 시추한 경우 이를 ‘타이트 오일(Tight Oil)’이라고 부른다.
어쨌거나 이 타이트 오일을 셰일층에서 뽑아내기 힘든 이유는 하도 깊은 곳에 있는 층이라 그렇다. 뽑아낸 다음에도 정유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일반적인 원유보다 그 과정이 실로 심오하고 복잡했다.
이렇게 설명만 해도 지루해 죽을 것 같은데 직접 하고자 한다면 이 얼마나 귀찮겠는가?
어쨌거나 다시 기업의 입장으로 돌아와 말하자면, 꽤 과거부터 정유 회사의 손에 의해서 1980년대부터 이미 셰일층에 대한 조사가 어느 정도는 진행되어 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추정원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가자 모두가 외면했을 뿐이었다. 미국은 지나칠 정도로 광대했고 풍요롭다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원유 또한 밑도 끝도 없이 매장되어 있었다. 즉, 그동안 미국은 구태여 오일 셰일을 시추하기 위해서 지랄발광을 할 필요성이 전혀 없는 나라였다.
그러나 그것도 이제는 노인들이 말하는 한때의 영광 같은 옛날이야기였고, 날이 가면 갈수록 석유를 써야 할 곳은 늘어나는데, 설상가상으로 국가가 부양해야 할 인구수는 꾸준히 늘어나니 유가가 점점 치솟게 되었다. 요컨대 수요는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데 공급이 적었다.
그리하여 충분한 경제성을 확보하자 서류함 속에 박혀 있던 케케묵은 서류들이 다시 한번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는데, 아니 이럴 수가. 뭐 이렇게 많을 수가 있단 말인가?
북아메리카. 그중에서도 콜로라도, 유타, 와이오밍에 오일 셰일이 몰려 있었는데, 이것을 전부 캘 수만 있다면 저유가 시대가 찾아오리라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확연한 사실이었다. 물론 오일도 오일이지만, 이 많은 셰일 가스를 보라. 도대체 그 누가 셰일층의 시추를 마다한단 말인가?
셰일 가스는 아직 석탄에 밀리는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머잖아 근미래에는 석탄의 사용량을 완전히 제치리라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일목요연한 사실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국가가 멀쩡한 기존 기술을 내버려 두고 이상한 신기술 개발을 내걸었다는 점이었다.
“LPG로 뭘 어떻게 하라고?”
이 또한 모두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눈치가 빠른 몇몇이나 본래 이쪽에 종사하던 사람들은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적어도 대부분은 왜 이러한 조건을 내걸었는지 이해가 제대로 가질 않아 머리를 부여잡고 끙끙거리다 결국 몇몇 중소 시추 회사 합병안을 내놓거나 기술 제휴를 걸어야만 했다.
그렇지 않은 회사도 있었지만.
예를 들면, 엑슨모빌, 쉐브론, 코노코필립스 같은 거대 정유 회사였다.
“로비스트로 밀어 붙여볼까?”
땅은 어차피 사면 그만이고 로비스트로 슬슬 긁다가 보면 제아무리 그 거만하고 오만한 대통령일지라도 막 건드리지는 못하기는 무슨. 땅 주인을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대통령이 땅 주인을 싹 조져놓으면 끝장이었다. 규칙? 법? 그딴 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다음날이면 땅 주인이 바뀌어 있을지도 모르는데.
어쨌거나 그들의 공통점은 여타 정유 회사와는 다르게 이미 수압파쇄법 연구가 어느 정도 진척되어 있었다는 점에 있었다. 왜 기존의 좋은 기술을 내버리고 신기술을 연구하라고 한단 말인가?
아니! 식수 오염, 지반 침하나 지진. 그런 게 대체 뭐가 문제라고?
그럼 굴착회사도 희토류 채굴하지 말라고 하던가! 그것도 환경 오염이 만만찮은 건 매한가지 아닌가! 그뿐인가? 나무도 태우면 이산화탄소를 무지막지하게 생산하지 않는가? 그냥 다 같이 불도 없이 살던 원시 시대로 돌아가지 그래? 얼씨구 이중적 면모가 아주 지킬과 하이드 박사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뺨을 상판대기로 후려치겠다!
뭐, 사실 언뜻 보면 논리적으로 보였지만, ‘필수와 선택’이라는 것이 있다. 땔감은 말할 것도 없었고, 희토류는 현대 문명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이었다. 그러나 가스파쇄법이라는 완벽한 대체 기술이 존재하는 이상 수압파쇄법은 그저 그들의 야욕과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허울 좋은 구실에 불과했다.
거기다 그들이 분개하든지 말든지 이미 조지 부시는 가스채굴법 이외의 방법으로는 허락하지 않기로 못을 박았고 신명 나게도 제한시간까지 주고 갔다. 2년? 2년이라니. 세상에 맙소사. 회사의 사활까지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개발이 늦어서 입찰이 늦어지면 그냥 회사의 입지 자체가 중소기업 수준으로 밀려버릴지도 몰랐다.
그만큼 셰일은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아마 이것을 쥔 나라는 세계의 패권을 좌우하게 될지도 몰랐다. 그런데 이미 세계패권을 쥐고 있는 나라가 이것을 가지게 된다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가 더 강력한 힘을 손에 쥐게 된다면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거지?
* * *
팍스 아메리카나! 그 단어 하나가 EU를 초조함으로 몰아갔다.
EU가 결성된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유럽사에 대해서 살짝 맛볼 필요가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은 주요 전장이 된 유럽은 복구하기 힘든 손해를 입었고 반전주의의 염증이 모두를 지배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반전주의가 아닌 사람은 이미 전쟁터에서 전부 죽었으니까.
이제 유럽끼리는 그만 싸우고 싶었던 유럽의 몇몇 국가들이 이탈리아 로마에서 로마 조약을 체결했다. 이로 인해 유럽 공동체(TEC)의 전신인 유럽 경제 공동체(ECC)가 설립되었고 그 이후로도 점점 진화해 지금의 EU가 1991년 마스트리흐트 조약으로 설립되었다.
유럽이 가장 강하던 시절이 언제던가? 누군가는 제국주의가 만연하던 근대를 꼽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모두가 들으면 부정할 수 없는 대답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로마 제국’이다.
어쩌면 영국인은 부정할지도 모르겠다만.
어쨌거나 애당초 유럽 문화권이 성립된 이유 자체를 따지다 보면 고대 로마 제국이 빠지는 법이 없었다. 중세에 접어들어서는 모두가 로마의 후예를 자처했으며, 로마 제국의 영광을 되찾기를 원했다. 독일의 신성 로마 제국의 명칭 또한 이것에 기인했으며, 심지어 나치 독일의 상징물들을 보면 로마에서 따온 것이 많았다. 제국의 독수리라거나, 나치식 경례 따위들 말이다.
요컨대 EU는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유럽이 뭉치면 세계 최강!’이라는 생각에서 발단된 일종의 국가 연맹이었다.
마스트리흐트 조약은 경제 및 사회정책, 공동의 외교 및 안보, 사법과 국내문제를 EU 회원국에게 제시했는데.
쉽게 말하자면, EU 회원국은 EU라는 테두리 안에서 하나의 국가처럼 기능하게 된다는 소리였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미합중국처럼 하나의 국가는 아니었고 UN 같은 국제 연합의 색채가 더 짙었다.
경제, 사법, 외교적으로도 묶였으나 군사적으로는 그렇지 못하였는데, 유럽 통합군의 구상 자체는 있었으나 프랑스 국내 여론 때문에 백지화되고 말았고 이 부제는 은근슬쩍 NATO가 대신하게 되었다.
자, 신나게 설명했으니 이제 결론을 내놓자.
EU는 평화를 위해 태어난 유럽의 국가 연합이다.
유럽은 하나가 되면 세계 최강이다.
따라서 EU는 세계 제일이어야만 했다.
실제로 지금도 GDP만큼은 세계 제일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미국이 중동에 개입하더니 기어코 아프가니스탄을 친미 정권으로 바꿔놓고 말았다. 그것이 얼마나 갈지 그 누구도 알 수는 없으나, 적어도 아프가니스탄에 중동의 다른 국가가 침공했을 경우 미국은 얼마든지 중동에 세력을 투사할 수 있었다.
중동이 미국의 손에 넘어간다고? 그럼 EU는 어떻게 되는 거지?
물론 지금은 NATO로 미국을 묶어놓기는 했지만, 진짜로 그게 영원히 지속하리라 누가 보장해줄 수 있지? 그때가 오면 EU는. 아니, 유럽은 도대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데?
잠깐만 다시 생각해보자 애당초 200년 역사 따위한테 국방과 국운을 맡기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이었단 말인가?
감히 언제부터 유럽이 신대륙의 따까리였단 말인가!
“따라서 우리는 모든 회원국의 완전 유로화 사용을 결의합니다.”
화폐란 제대로 국가의 가치를 잴 수 있는 척도이기도 했다. 미국은 달러, 영국은 파운드, 러시아는 루블, 한국은 원, 일본은 엔, 중국은 위안. 제대로 된 국가라면 전부 하나씩 독자 단위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화폐란 국가의 민족성을 성립시키는 테두리이기도 했다.
자, 그렇다면 유로화의 도입. 즉 유로존은 무엇이지? 바로 유럽 각국이 가지고 있는 민족성의 상실을 뜻했다. 유로는 EU의 상징이 될 것이었고 EU는 유럽을 민족성을 한데 집약하여 언젠가 자신을 독일인, 프랑스인 등이 아닌, 유럽인으로 호칭하게끔 만드는 개념적 전진기지였다.
거기에 더해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미국 달러 패권에 대한 정당한 도전이기도 했다! 열강의 자리를 빼앗긴 지 고작 반백 년이다.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유럽이 일치단결한다면 능히 짧은 역사의 신대륙 정도는 찍어누를 수 있으리라.
발언 자체는 모든 회원국의 유로화 도입이었지만, 실제로 완전히 그런 것은 아니었다. EU에서 유로존을 도입하지 않는 회원국은 EU에서 제명해 버릴 것이라며 강수를 두었고 대부분 이에 찬성했지만, 당연하게도 찬성이 있으면 반대도 있는 법.
특히 영국은 유로존만큼은 절대 사절해왔고 결국 유로화와 파운드를 같이 쓰는 것으로 절충안을 보았다. 그 외에 영국 같은 경우가 또 있었는데 덴마크나 스웨덴 등이 있었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결사반대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아직은 시기상조요.”
“그럼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으란 말입니까?”
“아직 기초적인 행정도, 유럽을 통합할 수 있는 헌법도 없는데 뭘 어쩌겠단 말이오?”
“그럼 만들면 그만이지!”
그리하여 짜잔! 암암리에 제작되고 있던 유럽 헌법 조약이 긴급히 부상했다. 그렇게 되니, 이러한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된 이상, 그냥 니스 조약도 당겨서 발효하는 건 어떨까?”
설레발이 아주 예술이다.
니스 조약은 2000년 12월에 프랑스 니스에서 체결된 조약으로 지중해와 동유럽 부근에 위치한 국가들을 EU에 가입시키기 위한 조약이었다. 본래라면 2003년에나 발효될 예정이었지만, EU는 이미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사람처럼 폭주 기관차를 방불케 하는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실제로는 발등에 아무것도 떨어지지 않았음에도 미국의 행보가 미증유의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정작 그들은 미국의 패권을 저지해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몰랐다는 점이었다.
다만 폭주 기관차가 제아무리 폭주했더라도 기차라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는 이상 노선에서 벗어날 일은 없듯이 궁극적 방향성만큼은 확고하게 정해두었다.
“합중국 유럽(USE)이 머잖았소!”
뭐, 정도가 과하여 레일에서 탈선할 수도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