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00)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199화(200/377)
< 199편 >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인 현원섭이 쿠르드족 독립 문제에 대해서 장장 1시간에 걸친 보고를 들었으나, ‘왜?’라는 답변을 내놓는 데에는 아주 한순간이면 충분했다.
이를 보고 하고 있던 국정원의 높으신 분께서 ‘글쎄요 왜일까요?’라고 반문하지 않은 건 실로 칭찬할만한 일이었다. 독립 문제를 듣고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세계의 건축 업계를 선도하던 중국 기업이 온갖 문제로 상당수 고꾸라지고 공백이 생기자 그 사이를 메운 것은 한국과 일본 기업이었다.
여기까지는 좋다. 더군다나 건축을 향후 30년간은 끊임없이 할 상황까지 북측에서 강제로 생긴 덕분에 블러드 오션이라고까지 불리던 건축 업계는 갑자기 하루아침에 도저히 블루 오션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레드 오션이라고 불릴 수준은 아니게 되었다.
불과 수년 전인 IMF 시절 하루에만 수십이 넘는 건설회사가 도산했던 기억은 이젠 아득히 먼 아지랑이와도 같은 과거로만 느껴질 정도였다.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갑자기 건설 계열사의 덩치가 커진 기존 대기업들은 국내에서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그들의 손은 곧장 해외로 뻗게 되었다. 중국의 빈자리를 메꾸고 차후 고객 유치할 속셈도 있었고 마침 이때가 작년 한일 월드컵으로 인해 신토불이니 뭐니 하면서 국산 애용 열풍이 불 무렵인지라 일본에 져서는 절대로 아니 된다는 대항 의식이 불탈 무렵이었다.
절대로 일본제만큼은 쓰지 않겠다며 눈알이 돌아간 북한을 제외하면, 일본이나 한국이나 가장 큰 건축 시장은 누가 뭐라고 해도 중동이었다. 조금 정리가 된 최근 들어서나 좀 얌전하지 작년까지만 해도 하루가 멀다고 하고 박살이 났고 서이라크의 경우에는 EU의 자본을 바탕으로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었다.
서이라크의 자잘한 1, 2층짜리 건물들은 어쨌든 사무용 빌딩이나 마천루 같은 초고층 건물은 보통 해외에 수주할 수밖에 없었는데, 기용하는 것이 보통 한국과 일본 기업이었다. 기업 총수들 사이에서 절대로 일본에는 지지 않겠다는 일념도 있었고, 그게 아니더라도 사업 확장에는 눈이 돌아가는 인간들인지라 앞을 다투어 중동으로 들어갔다.
그중에서도 최근 들어 좋든 싫든 억지로라도 석유를 대량으로 수출한 사우디는 재정 자체가 상당히 늘어나 있었고 예산도 많이 확보할 수 있었다. 관광업으로 전환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전에는 석유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었기에 관광업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으나 세계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고 나서부터는 석유 이외의 무언가를 찾아야겠다는 경각심이 사우디의 폐쇄성을 풀어냈다.
랜드마크는 물론 호텔 등 많은 것을 건축할 필요성을 느낀 사우디는 기꺼이 해외 건축사들을 불러 대규모 국가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터키의 경우 난민들의 통과 경로가 되어 일시적으로 자본이 몰리고 몇몇 난민들은 아예 정착하면서 인구수가 늘어나게 된다. 그 결과, 수도를 비롯한 대도시급에는 새로운 마천루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사무용으로 쓰일 일반적인 빌딩도 많았다.
이란의 경우 그냥 별 특별한 이유 없이 경제가 대체로 성장세였다. 미국이 날뛰는 바람에 다른 부분에서는 한풀 꺾이긴 했지만, 그건 기세가 꺾인 거지 경제가 꺾였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어쨌든 마천루가 들어서게 되는데, 한국과 일본의 기업이 골고루 들어갔다.
바로 여기부터가 본론이다.
마천루가 건설 중인 땅에 쿠르드족이 독립하면 그 마천루는 도대체 어떻게 되는가? 주문자 중에는 기업도 있었지만, 국영도 존재했다. 그렇다면 후자의 경우 대금을 누구한테 받아야 하는가? 본디 기업의 문제라면 정부가 나서야 할 상황이 아니지만, 기업 한둘의 문제가 아니었다.
한국의 내로라하는 대기업 계열사는 전부 연관되어 있었다. 이 문제에 대해서 당사국들은 물론 EU가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 같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손해를 감수하고 손을 떼자니 건설 중인 마천루 중에서는 거의 완성되어있는 마천루도 있었다.
만약 이것들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다면, 한국의 건축 업계가 크게 위축되거나 손해를 볼 것이 틀림없었고 이는 기업들의 능력을 확실하게 벗어난 문제였다. 21세기는 국가보다 기업이 더 강한 줄 아는 이들이 종종 있지만, 기업은 어디까지나 기업이다. 아직은 기업이 국가를 상대로 어떻게 해볼 순 없었다.
어쨌든 현원섭은 자신의 머릿속을 헤엄치고 돌아다니는 의문 중 하나를 잡아 생각나는 그대로 내뱉었다.
“그러니까 왜 지금 시점에 쿠르드족 독립 이야기가 나와?”
애당초 10년 정도 시간을 두고 느긋하게 협상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갑자기 왜 이리 급진적으로 나온다는 말인가?
현원섭 대통령은 그 해답을 보고서가 아니라 국정원장의 대답에서 찾을 수 있었다.
“중국에서 시작된 일들이 전 세계를 거쳐 도미노처럼 무너져 저희한테까지 온 셈이죠.”
솔직히 꼬박꼬박 답변하고 있는 국정원장도 이 광기의 도미노가 별로 실감 나진 않았지만, 실제가 그러한데 어쩌겠는가.
미국이 쏘아 올린 더럽게 큰 공 하나가 중국 공산당 체제에 망조를 들게 했고 망조가 든 덕분에 전염병이 창궐할 수 있었다. 그렇게 창궐한 전염병은 중동에서 원시적 생화학 병기로 거듭났고 그 생화학 병기는 라트비아 정부로 하여 리가를 폐쇄하게 했다. 그렇게 폐쇄된 리가에서 그 어떠한 나라에도 인정받지 못했지만, 쿠르드족이 작게나마 건국을 했고 그로 인해 EU가 쿠르드족 독립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한국이 마천루 공사 때문에 골 좀 때리게 생겼지.’
국가나 기업의 부도 등으로 인해 더는 진행하게 될 수 없게 되었을 경우 이에 대한 대처법이나 국제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문제는 그것들이 하나 같이 여기에 다 해당이 되질 않으니 그게 문제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공사가 조져지든 말든 갚아야 할 사람이 갚으려고 하는 의지였다.
막말로 독립한 쿠르드족이든 터키나 이란 정부든 ‘아 우리 물건 아니라니까요.’라고 우기기 시작하면 한국 기업은 정말로 답이 없었다. 차라리 옆에 붙어 있으면 강제로 징수할 것이라고 위협이라도 하지, 지구 반대편에 있어서 그것도 불가능했다.
여기까지 생각한 현원섭이 불현듯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일본은?”
“예?”
“걔들도 처지는 우리랑 판박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흡사할 거 아니야. 일본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데?”
한국에 청와대가 있다면, 일본에는 수상관저가 있었다. 재작년에 새워진 신축 건물로 이곳 5층에는 일본 총리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사무실이 있다. 이 건물 안에서 최초로 박살 난 물건은 다름 아닌 내선 전화기였다.
“젠장(ちくしょう)!”
전화기라는 것이 사실 맨손으로는 작정해도 부수기 힘들다. 그런데 그 전화기가 고이즈미의 현란한 손놀림에 부서졌다. 한국의 대통령인 현원섭이 막막함에 의문에 의문만을 반복하며 질답을 반복했다면, 고이즈미는 다짜고짜 격정을 내보였다. 본디 이런 성격이 아니었으나 최근 고이즈미를 괴롭게 하는 일들이 쌓이고 쌓여 한계를 넘는 순간 저도 모르게 수화기를 전화기 본체에 마구잡이로 내려쳤다.
그래도 이 순간 곁에 아무도 없었다는 점이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게다가 전화기 하나와 저릿저릿하게 변한 손 하나로 이 울분을 풀 수 있다면 도리어 싸게 먹히는 거였다. 그렇게 생각한 고이즈미가 이젠 고물이나 다름없는 전화기를 양손으로 높이 치켜들더니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전화기의 신경이자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기판이 완전히 박살 나는 소리가 들렸다.
‘젠장! 젠장! 젠장!’
그동안 벌어진 일련의 사건 때문에 당장이라도 미칠 것 같았다. 우선 작년에 자민당 의석이 줄어들면서 민주당에 비례대표 1당을 빼앗기는 바람에 고이즈미가 구상 중이던 계획 중 상당수를 말아먹어야만 했다.
고이즈미가 추구하는 것은 경제적 간섭이 최소화된 작은 정부였지만, 야당이나 여당이나 하나 같이 큰 정부를 지향했다. 그리고 지금 고이즈미의 계획은 완전히 말아 먹힐 예정이었다. 큰 정부의 기본은 경제 제재다. 정확히는 민간 경제가 멋대로 폭주하지 않게 정부 주도로 경제의 고삐를 쥐는 것을 말한다.
이제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고이즈미의 발언권은 꽤 축소될 예정이었다. 고이즈미의 작은 정부는 처절한 실패만을 가져왔으니 말이다. 사실 정확히는 이 문제가 꼭 작은 정부여서 일어난 일은 아니었지만, 이 사실은 고이즈미를 공격하려는 자들에게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고이즈미가 중대한 실수를 했느냐 안 했느냐였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고이즈미가 개혁의 본질이자 가장 본인 인생에서 큰 사업으로 꼽고 있는 민영화도 차질을 빚으리라는 게 눈에 선하다 못해 망막에 새겨질 정도였다.
이뿐인가? 원전 문제도 있었다. 고이즈미는 더 많은 원전을 원했다. 확실히 위험한 에너지인 건 맞았지만, 동시에 이만한 효율을 가진 에너지도 없었다. 원전만 더 지을 수 있다면 훗날 많은 부분에서 폭넓게 예산을 아낄 수 있었다.
아마 이제 이것도 안 될 거다. 그들은 신규는커녕 고이즈미를 공격하기 위해서라면 지금 멀쩡하게 돌아가고 있는 원전까지 폐쇄할 것을 주장하리라. 그리하면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겠지. 수십억 엔이 들어간 야심 찬 계획이 한낱 돈 지랄로 끝나는 거다. 그렇지 않아도 하마오카는 머잖아 운전종료를 해야 하는 마당이었다.
다행인 점은 그래도 아직 고이즈미의 권위가 살아 있다는 점이었다. 문제만 해결할 수 있다면 도리어 전위회복이 되어 다음 총리도 그대로 고이즈미가 되리라.
어쨌든 막말로 어째 하는 일마다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어쨌든 그렇게 격정적인 시간을 보내며 물건 하나를 박살 내고 나니 탈력감이 오면서도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한국···. 한국이랑 손을 잡아야 하나?’
두 나라가 손을 잡으면 웬만한 것은 다 해결할 수 있었다. 마침 서로 목적도 완전히 똑같았고 골 깊은 앙금도 지속적인 유화책으로 인해 이젠 옛이야기였다. 손잡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자존심으로 어떻게 버텨볼 수 있는 손해액을 넘어서 있었다.
자존심이라는 것도 백만엔 단위에서나 발동하는 것이지. 단위가 억을 넘어서 놀고 있으면 더는 자존심이고 나발이고 이걸 어떻게든 해봐야겠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다르게 말하면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동안에도 본인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파국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 다시 혈압이 올라왔다. 설령 중간에 망치게 되더라도 뭐라도 해야 했다. 고이즈미는 바닥에 떨어진 수화기를 들고 호출 버튼을 누르려다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아, 망할. 그래도 아예 박살 내지는 말 걸 그랬나.’
결국에 고이즈미는 직접 집무실을 나가서 다른 사람들을 호출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