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01)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00화(201/377)
< 200화 >
세계는 한 편으로는 아마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가장 혼란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새로운 세계대전의 태동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렇게 두지 않기 위해서 내가 있는 거지.”
부시는 오늘 혼자였다. 복잡하기 짝이 없는 생각을 한 대 모아 정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라고 생각은 하고 있는데.’
부시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부시가. 아니, 김갑환이 알고 있던 역사에 이 정도로 큰 위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세계에는 화약고라고 불리는 나라가 몇 있다. 대륙, 지역, 인종 무관계하고 일정 간격으로 반드시 하나는 있다.
그러나 이를 보다 못한 부시가 직접 니퍼를 들고 화약고에 설치된 폭탄의 붉은 선을 잘라냈다. 그가 짊어지고 있는 일종의 ‘사명’이라고 생각해도 좋았다. 그래서 세계의 가장 큰 화약고라고 할 수 있는 북한 문제를 강압적으로라도 해결했다.
덕분에 지금의 북한은 내분이 있을지언정 비록 표면상에 불과하지만 이제 평화로운 나라가 되었다. ‘전쟁을 할 수 없다.’라는 뜻이 평화와 동의어라고 친다면 일단 태평성사 그 자체였다. 더 큰 공포와 폭력으로 인해 이루어진 평화라곤 하지만, 본디 고대부터 평화란 그런 것이었다. 미국이 등을 돌리지 않은 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남북 간의 전쟁만은 나지 않는다.
‘머잖아 주한미군의 규모도 축소할 수 있다. 북한으로 미국 기업이 대거 진출하면서 돈도 제법 벌었어. 덕분에 예산도 꽤 늘어났다.’
부시가 처리한 일 중에서 북한만은 최고로 잘 처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보다 좋을 수는 없었다. 아마도 다시 시간을 되돌린다고 한들 지금처럼 완벽할 수는 없을 거다. 이제 급하지 않고 천천히 시간만 들이면 남북한은 제멋대로 능숙하게 하나가 되리라.
2019년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탈레반이 지배하던 때와 다를 것 없이 피와 살이 난무하는 아프가니스탄. 지금은 어떠한가. 중동에서 가장 큰 성장 폭을 보이며 이젠 그 어떤 나라와도 비교해도 부끄럽지 않을 나라가 되었다.
수단은 아직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우려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부족끼리 의견이 갈려 서로 찌르고 죽이는 내전 말이다. 부시의 기억이 옳다면 남수단은 내전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이젠 서수단까지 있지만. 어쨌든 적어도 아직 까지는 그런 일은 없다.
문제는 중국이었다. 중앙 정부인 공산당의 힘은 강해지고 있지만, 동시에 약해지고 있었다. 상황이 급박히 돌아가면서 기껏 부여된 인권이 회수되었다. 이 인권이라는 게 언제는 제대로 작동한 적은 있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긴 하지만.
어쨌든 지방 자치 성격을 띠고 각 성(城)마다 오랜 시간을 들여 부여되었던 권한들이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서 합법적으로 회수되면서 중앙 정부는 강해졌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권한은 강해졌는데 결속력이 약해졌어.’
그 강해진 중국도 건드릴 수 없는 게 딱 하나 있었다. 그게 바로 군대였다. 세상이 어렵게 변하면 펜보다는 칼이 더 강해진다고 했던가? 예산 문제로 군축을 하긴 했지만, 어느 순간 아예 유지하기조차 힘들어지자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각 군구가 점점 반발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대우와 처우에 대한 불만으로부터 비롯된 불만은 점점 군벌의 야심으로 변해갔다.
본디 인민들이 가지는 주석에 대한 경의는 완전히 공포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주석에 가지는 경의가 진짜 동경만으로 만들어지던 시기가 있긴 있었다. 그것이 바로 마오 주석 시절의 주석이다. 그 시절 주석은 홍위병이라는 마오를 동경하는 모임까지 만들어질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종국에는 홍위병이 그의 의지를 받들어 중국 4000년이 남긴 방대하고 심오한 유산을 고작 수년 사이에 한 줌 잿가루로 만들어 짓밟기까지 했다.
지금은 다르다. 모두가 주석을 욕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다. 정확히 어떤 짓을 당하는지 내용까지는 알 수 없지만, 그 결과만큼은 알고 있다. 이는 리커창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마오 주석 당시라면 몰라도 지금의 중국은 주석이 아니라 원로가 이끌어가는 중국이었다. 주석 두 명이 연달아 죽거나 실종된 것도 한몫했다. 이로써 주석에게 점점 추가되어가던 권력 분동(分銅)은 전부 고스란히 원로들의 몫이 되었다.
정리하자면, 지금의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화약고였다.
‘터지더라도 내부에서 개입 없이 터지게 해야만 해. 전쟁이 있다면 오로지 그것은 중국만의 내분이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제3차 세계대전이다. 핵이 서로를 향해 날아올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서로의 문명을 석기시대로 돌려놓는 총력전임은 확실하리라.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서 여기서 쿠르드족이라고?’
전혀 예상치 못했다. 아니, 정확히는 쿠르드족은 EU가 알아서 할 줄 알았다. 온갖 인권 유린은 자기들이 다해놓고서는 최근 들어 인권이니 뭐니 말이 많아서 당장 난민들이 자국 도시에 무혈입성해서 점령하다시피 굴고 있는데도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잖은가.
그것 때문에 쿠르드족을 탄압하지 않고 독립하는 쪽으로 협의를 보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유럽이 다시 한번 중동에 야욕을 드러내고 있음에 경각심을 가졌다.
화약고라고 부르는 이유는 터지면 큰일이 난다는 뜻도 있지만, 역으로 관리만 잘하면 터지지 않는다는 말이렷다. 근데 지금 그 화약고에 불이 붙었다. 그것도 그냥 불이 옮겨붙은 수준이 아니라 적재되어있는 탄약이 맹렬하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탄약이 불타기 시작하면 평범한 방법으로는 다가갈 수도, 끌 수조차도 없다.
‘분명 본래의 부시 집권기에도 이런 일이 있었겠지. 누가 뭐라고 해도 중동 전쟁의 당사국이니.’
분명 있었을 터다. 없을 리가 없다. 표면상으로 알려진 헛짓거리나 개짓거리 말고도 분명 뭐가 더 있었다. 그것도 전 세계에 치명적인 수준으로 있었을 터다. 사실 그것을 제외해도 그의 집권 당시 사건들을 단순히 정보로 나열만 해도 책만 수백 권을 낼 수 있을 정도긴 했지만, 직접 그가 되어 이 자리에 앉아보니 확실히 알 것 같다.
‘여론 문제로 표면상으로 나오지 않게 처리한 거겠지.’
부시 개인적으로야 여론이고 나발이고 그딴 거 신경 쓰느니 다 까발리고 원인에만 집중하는 성격이었지만, 나라가 그렇게 돌아갔으면 왜 정치학 같은 게 있겠는가. 이런 부분은 최대한 조언을 따라서 행동했다. 물론 그중에서도 ‘서민 등 처먹는 정책을 할 건데, 이게 세금이 3배로 늘어납니다.’ 같은 되지도 않는 개소리는 가차 없이 걷어차긴 했다만.
어쨌든 냉전 시절에도 그런 위기는 몇 번이고 있었다. 예를 들면 소련의 인공위성이 수면의 햇빛을 미사일의 섬광으로 착각하는 바람에 소련이 미국에 수천 수 만발의 핵미사일을 날릴 뻔한 적도 있었다. 이런 기적과도 같은 해프닝이 미국과 소련 양측 윗선에서 인지하고 밝힌 것만 약 150건이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인류는 최소 수백 번은 멸망할 뻔했다는 말과도 같다.
“니미 시발 좆 같네. 진짜로.”
그것은 영어와 한국어가 적절하게 뒤섞인 욕설이었다. 그것만으로도 특이하긴 했지만, 거기서 더 특이한 점을 꼽자면 영어와 한국어 둘 다 완벽한 원어민 발음이었다는 점이다. 오로지 전 지구상에서 부시만이 가능한 진짜배기 로컬 욕설이었다.
여하간 혼자였기에 원 없이 욕설을 내뱉을 수 있었다. 집무를 볼 때 반드시 옆에 두었던 비서실장도 없었다. 심지어는 의자 위에 앉아 고고하게 앞발을 핥던 화이트도 오늘은 없었다. 한낱 짐승 주제에 어찌도 이리도 사람의 심정을 잘 아는지 매번 부시를 놀라게 했다. 하긴 애당초 저것이 고양이는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인데, 사람 마음 읽는 것 정도야 이젠 대수로운 일도 아니었다.
“돌아버리겠네.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 했나 자괴감이 들어. 아니 뭐 제대로 돌아가는 게 하나도 없어. 그나마 국내는 여러모로 꽉 잡았으니까 다행이긴 한데. 해외는 뭐 어쩌라고 진짜.”
저 미친 소식을 듣고 비서실장 앞에서는 의연한 척했지만, 혼자 있으니 꾸밈없는 본심이 술술 다 새어 나왔다.
독립하려는 쿠르드족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독립이라면 부시도 굉장히 지지하고 싶다. 문제는 그 시기다. 모든 행동은 시와 때가 맞아야만 한다. 모든 사람은 문명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조건으로 하루 2회 샤워를 권장하지만, 이 샤워를 회사 사무실에서 하는 미친놈은 없을 것 아닌가.
쿠르드족 독립은 적어도 라트비아의 리가 교외에서 이뤄지는 독립 전쟁의 탈을 쓴 테러가 끝나고 나서야 가능했다. 지금 시점에 독립하게 되면 전 세계의 소수민족들이 우후죽순으로 독립을 요구하며 일어날 것 아닌가. 그리되면 그 누구도 사태를 감당할 수 없다.
‘극히 일부를 제외한 전 세계가 전쟁의 불길에 휩싸여 퇴보하게 되겠지.’
그렇게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고 있던 순간이었다. 누군가가 집무실에 노크조차 없이 들어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는 부시의 보좌관 중 한 명이었다.
‘긴급인가?’
항상 긴급은 노크 없이 들어오도록 했다. 그렇지 않아도 대가리가 터질 지경인데 또 긴급이라니. 뭐든지 할 수 있을 줄로만 알았던 이 자리는 그냥 저주받은 자리였다. 부와 명예는 개뿔. 국내 걱정을 넘어서 해외 걱정까지 해야 하는 저주받은 왕좌 말이다.
“대통령님께서 고대하시던 정보입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어디서 또 일이 터진 게 아니라 부시가 기다리고 있던 정보라고 하잖은가.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속으로 크게 안도했다.“대통령님. 라트비아에서 진압이 끝났다고 합니다.”
“뭐, 왜. 어떻게.”
다소 근엄하고 차분하게 말하려 했으나, 들은 정보가 정보인지라 필터 없이 튀어나왔다.
“예?”
“어떻게.”
부시는 그 자리에서 바로 일어났다. 분위기와 덩치에 압도된 보좌관이 심히 당황하여 말을 더듬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호랑이 앞의 토끼와도 같았다.
“저, 저는 그···. 약 3분 전에 라트비아와 러시아에서 동시 공식 발표로···.”
“아니, 리가에 잠입한 우리 요원들은 뭘 하는데 공식 발표가 먼저 나오나?”
들어오더라도 이렇게 들어올 정보가 아니었다. 적어도 CIA 측에서 먼저 보고했어야 정상이었다. CIA에 잠입한 요원이 한둘 정도는 사고로 죽을 수도 있다. 사고사가 별거던가. 걸어가다가 위에서 떨어지는 코코넛 맞고 죽어도 사고사다. 자택에서 누워있다가 차가 돌진해서 집채로 밀어버려도 사고다. 사고(事故)란 것은 뜻밖에 일어나 예지하거나 예방할 수 없기에 사고인 것이다.
어쨌든 사고로 죽었다는 정보는 없었고, 만약 사고로 죽었더라도 한둘이라도 살아남았으면 정보가 들어와야 하는 것 아닌가?
“저도 그, 그것은 잘 모르겠···.”
“답답하군!”
부시가 어찌나 답답했는지 가슴을 마구 쳐댔는데, 말가죽으로 만든 북에서나 나올 법한 북소리가 났다. 그리고 보좌관의 눈에는 덩치 큰 고릴라가 위협하는 것으로 보였다. 정치적 카리스마가 아니라, 단련된 육체와 난폭한 행동거지에서 우러러나오는 야성에 완전히 압도되었다.
“비서실장! 비서실장은 어디에 있나!”